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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등이 유리에 붙으면서 전해온 차가운 촉감은 순간 소희의 모든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3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마치 심연과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또 그렇게 익숙할 수가 없었다.

소희는 갑자기 아주 긴 꿈을 꾸다 깨어난 것 같은 황홀감이 들었다.

한낮의 햇살은 남자의 옆모습을 더욱 눈부시게 비추었다..

상체에만 헐렁헐렁하게 흰색 셔츠를 걸쳐 입은 그의 넓은 어깨에는 손톱에 긁힌 붉은색 자국이 나 있었고, 그 자국은 팽팽한 근육을 따라 아래로 쭉 이어졌다. 왠지 모르게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소희는 고개를 들어 유리에 기대었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눈에 비치면서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소희가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

소희는 다시 잠들었다. 다만 잠들기 전 임구택이 그녀를 달래며 약 두 알을 먹였다.

어렴풋이 그중 한 가지 약의 냄새가 익숙한 것 같아 눈을 반쯤 뜨고 물었다.

"무슨 약이야?"

임구택이 알약을 소희의 입술 옆으로 가져다 대고 그녀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피임약."

이에 소희가 입술을 벌리고 알약을 삼켰다.

"착하네."

임구택이 소희의 입꼬리에 입술을 한 번 맞추고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자."

*

소희는 지금 극도로 잠이 필요할 때라 오후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했다.

그러다 누군가가 계속 건드려서 겨우 잠에서 깨게 되었다. 소희는 귀찮다는 듯 몸을 비틀고 애교가 섞인 어투로 소리쳤다.

"임구택, 하지 마!"

그리고 그녀의 말투는 두 사람 다 멍하게 만들었다. 순간 두 사람이 함께 어정에서 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소희는 어쩔 수 없이 깨어나 눈살을 찌푸린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흐리멍덩했던 눈동자는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한참 후, 임구택이 일어나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러자 소희가 곧 또 눈을 감았다.

임구택이 불을 켜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시 소희를 품에 안고 물었다.

"자기야, 뭐 좀 먹을래?"

"아니, 나 잘래."

소희가 피곤함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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