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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그는 손을 뻗어 소희의 가는 허리를 안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맞추려는데 소희가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눈빛에는 이미 소외감과 냉정함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속엔 어느 정도의 경각심도 섞여 있었다.

"아니, 난 필요 없어!"

말을 마친 후 소희는 개보다 더 무서운 것에 쫓기고 있는 사람마냥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임구택은 다소 좌절한 표정으로 문을 내팽개치고 떠나는 소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뒤로 문틀에 기대어 이마를 짚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희에 대해 어쩔 수가 없으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어젯밤 소희가 흐리멍덩한 상황에서 한 그 말들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아마도 남은 생은 속죄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때 그가 탁자 위에 놓은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

두 날 동안 그의 핸드폰은 줄곧 무음 상태였다. 그렇게 아무 전화도 받지 않으면서 전심전력으로 소희를 시중들었는데.

‘양심도 없는 녀석!’

임구택이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명우였다.

[대표님, 어제 점심 류개와 이현 등 세 사람이 선후로 블루드를 떠났습니다. 이현이 마지막으로 떠났는데 정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임구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속 주시하고 있어."

[예!]

명우가 대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소희 아가씨의 물건이 제 손에 있는데, 대표님에게 드릴까요, 아니면 소희 아가씨에게 드릴까요?]

"무슨 물건인데?"

[총입니다.]

총이 맞긴 했지만 진짜 총은 아니었다.

임구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나한테로 가지고 와."

[네!]

……

소희는 단숨에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방금 큰비가 내린 것 때문에 공기가 맑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습하고 무더웠다.

그리고 그 습하고 더운 공기는 아침부터 사람을 짜증 나게 했다.

금요일 밤의 일은 그녀도 임구택이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도와주러 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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