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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순간 임구택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터졌다. 2년 동안 밤낮으로 그렸던 여인이 옷 반쯤 벗겨지고 눈동자에 야릇한 빛을 띤 채 그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는데,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임구택은 소희를 품에 꼭 안은 채 용솟음치는 정서를 애써 누르고 고개를 들어 분부했다.

"다음 길목에서 돌아 어정으로 가."

"네!"

임구택은 어쩔 수 없이 소희를 힘껏 품 속에 짓누르고 옷을 다시 잘 입혀 주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조급해하지 마, 자기야. 조금만 더 기다려."

소희는 임구택의 가슴팍에 엎드린 채 그의 옷깃을 힘껏 잡고 목이 쉰 소리를 냈다.

"임구택, 나 너무 괴로워."

"알아."

임구택의 눈동자는 밤하늘처럼 어두웠다. 그는 넓은 손바닥으로 소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마음 같았으면 소희를 대신해 그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다.

"아니, 당신은 몰라!"

소희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당신 분명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지자고 했잖아."

"나 시력을 잃은 적이 있었어. 하지만 난 전혀 어둠이 두렵지 않았어. 반대로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 거 같아서 너무 슬펐지."

"그래서 당신한테 연락을 했는데, 당신은 나를 보고 싶지 않다고, 가라고,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다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지."

"당신 정말 미워!"

목이 멘 채 중얼거리고 있는 소희의 소리에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임구택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나 소희의 얼굴을 들어 자신에게 붙였다.

"미안해."

"소희야, 미안해!"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키스했다. 미간에서부터 눈가로, 열정적이면서도 다정스럽게.

"한번 만 기회를 줘, 내가 다 보상할게."

*

차가 어정에서 멈추자 임구택이 양복으로 소녀를 감싸고 위층으로 걸어갔다.

2년 동안 비어 있던 방이었지만 전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펫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소파에는 소희가 좋아하는 쿠션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탁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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