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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사랑은 얼굴을 붉혔지만 또 안색이 창백해졌다.

태경은 항상 그녀를 쉬운 여자로 취급했다. 아마도 사랑의 역할은 그의 욕망을 해소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술자국에 얼룩진 사랑의 손가락을 보며, 태경은 그녀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손수건으로 사랑의 손을 닦아줬다.

사랑은 갑자기 부드러움을 베푸는 태경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태경의 마음에서 새어 나오는 그 사소한 사랑을 갈망했다.

‘많이 안 줘도 돼, 조금이면 충분해.’

사랑은 저도 모르게 어느 해 여름방학 전의 마지막 체육수업을 떠올렸다. 그녀는 교실 창밖을 지나고 있었고, 바람은 강의동 밖의 꽃나무를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이때, 찬란한 햇빛은 마침 태경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소년은, 장난스럽고 유치하게 자신의 손목과 세영의 손목을 리본으로 묶었다. 세영은 책상에 엎드려 깊이 잠들어 있었다.

태경은 머리를 받치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예쁜 눈에 환한 미소를 드러내고 있었고, 그렇게 애정이 넘치는 눈빛으로 자고 있는 소녀를 지켜보았다.

교실이 시끄러워지자, 그는 다른 사람에게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세영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사랑은 마음이 쓰라리면서 씁쓸했다. 태경은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치만 분명히 내가 먼저 태경과 만났는데. 이 남자도 날 직접 찾아와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전부 잊어버렸다니...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뿐이야.’

사랑은 정신을 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선 연회가 끝났을 때, 사랑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배고파서 무척 괴로웠다.

‘뱃속의 아이는 입맛이 아주 좋은 것 같아.’

지금 사랑은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었기에, 그걸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차에 타자, 사랑은 태경에게서 나는 술기운을 맡았다. 그리 짙은 냄새는 아니었다.

태경은 술을 마셔도 항상 자제했다. 그는 접대할 필요가 없었고, 모두 남들이 그를 찾아와서 부탁하곤 했다.

그는 사랑을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고, 사랑도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태경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자 얇은 옷감을 통과해 손가락의 온도가 피부에 스며들었다. 따뜻하면서도 뜨거웠다.

태경의 욕망을 알아차렸는지, 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배를 안으며 묵묵히 얼굴을 살짝 돌렸다. 그러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태경 씨, 우리 지금 차 안에 있잖아요.”

태경은 눈썹을 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여태껏 차 안에서 이런 짓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내가 또 무슨 실수를 했나?’

사랑은 눈을 드리웠다.

“얼마 전에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지금 정말 그럴 마음이 없어요.”

태경은 사랑의 턱을 쥐며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도록 강요했다. 그도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강 비서, 난 네 상사이고 스폰서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사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대표님은 강세영 씨에게도 이런 말을 하시나 봐요?”

‘강세영을 장난감 취급하고, 마음대로 휘두를까?’

잠시 후, 태경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사랑의 얼굴을 만지며, 눈빛은 매우 부드럽고 말투도 매우 다정했다. 남자는 담담하게 물었다.

“강 비서, 왜 세영이와 비교를 하려는 거지?”

그의 표정은 여전히 종잡을 수 없었고, 잠시 후 남자는 계속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에 처신을 아주 잘 하지 않았어? 오늘 밤은 왜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는 거지?”

태경은 상대방을 너무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말할 때 항상 상대방의 체면을 남겨주었다.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도, 사랑은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난 확실히 강세영과 비교할 필요가 없지. 왜냐하면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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