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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대표님과의 위험한 결혼
작가: 사흘부탁

제1화 내가 임신을 했다니

강사랑은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오래도록 응시했다. 테스트기 위에 선명한 두 개의 빨간 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녀는 화장실 칸막이 안에 앉아 언제 임신이 된 건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마 지난달쯤이었겠지.’

그때 사랑은 심태경을 따라 C시로 출장을 갔었다. 마침 호텔 스위트룸에 준비된 콘돔은 떨어져 있었고, 온천에서 막 나온 사랑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태경이 그녀를 침대에 눕혔을 때에도 사랑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를 받아들였다.

달콤하면서도 짜릿한 그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눈을 떴을 때, 태경은 이미 말끔한 양복 차림에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었다.

사랑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날 떠나기 전에 병원에 가서 피임약을 처방 받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랑은 원래 기억력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며칠은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태경을 따라다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까다로운 상사였고, 사랑을 봐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사랑이 모든 일이 끝나고 병원에 가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며칠이 지나버렸다.

그녀는 그때 잠시 고민했지만, 이렇게 쉽게 임신할 리 없다는 안일한 생각에 그 일을 뒤로 미뤘다.

현실로 돌아온 사랑은 조용히 임신 테스트기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을 나와 찬물로 얼굴을 씻으며 진정하려 애썼다.

세수를 마친 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은 생각했다.

‘내가 임신을 했다니... 이제 어떡하지?’

...

사랑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비서실 신입 비서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강 비서님, 또 누가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사랑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데?”

비서실 신입 이미현이 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다소 거만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또 그 송예진 아가씨예요.”

소문에 의하면, 얼마 전 태경과 사귀던 여자라고 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안 되어 차인 뒤로, 송예진은 두 번이나 회사에 찾아왔지만 태경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쫓겨났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예전에는 태경 주변 여자들을 처리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신경이 거슬렸다.

“내가 처리할게.”

사랑은 하이힐을 신은 채, 또각또각 예진 앞으로 걸어갔다. 자신이 조금 불쌍해서일까, 예진이 왠지 모르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태경을 사랑한 자의 결말은 누구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태경의 돈을 바란다면 얘기가 달랐다. 그의 진심을 원하는 건 그야말로 꿈과도 같았다.

태경은 과거에 만났던 여자들에게 돈을 아낌없이 썼다. 그는 절대 인색한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푸대접을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사랑이 나서서 수습했다.

그녀는 예진에게 도심의 고급 단층형 아파트 한 채와 값비싼 주얼리, 그리고 엄청난 현금을 선물했다.

“송예진 씨, 심 대표님은 지금 회사에 계시지 않으니, 만나고 싶으시면 직접 연락하세요.”

예진은 태경과 연락이 닿지 않자 회사까지 찾아온 것이다. 태경 같은 남자를 쉽게 포기할 여자는 많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ZP 그룹의 대표가 되었고, 돈도 많고 외모까지 출중하니, 태경 같은 남자는 그저 잠자리만 같이 해도 득을 보는 셈이었다.

예진도 그런 태경을 자신의 곁에 묶어두고 싶었고, 어느새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믿었지만, 태경이 뜻밖에 냉정하게 자신을 차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기서 태경 씨를 기다릴게요.”

“대표님을 잘 아시잖아요. 대표님은 순종적인 여자를 좋아하시니, 만약 이런 일로 심 대표님을 불쾌하게 만들면 그 결과를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사랑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렀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이별의 보상도 충분히 받으신 것 같은데요. 세상에 남자가 한둘도 아닌데 굳이 대표님에게 이렇게까지 매달리실 필요가 있을까요?”

예진도 태경이 불쾌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태경은 겉으로는 성격 좋아 보이고 매너도 좋은 사람 같지만, 실제로는 차가운 남자야. 그런 사람을 건드려봤자 나한테 좋은 건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예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럼 내가 직접 태경 씨에게 연락할게요!”

사랑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미현에게 예진을 배웅하라고 지시했다.

비서실의 직원들은 벌써부터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참다 못한 진현미가 사랑에게 다가와 말했다.

“우리 대표님, 정말 매력 넘치시죠. 앞으로 어떤 여자가 대표님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모르겠어요.”

사랑도 몰랐다. 그녀 역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현미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모님이 되셔도 그리 편하지 않으실 거예요. 대표님에게 달려드는 여자들을 매일같이 처리해야 할 테니까요.”

사랑은 현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경의 아내가 되는 건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사랑과 태경은 이미 반년 전 결혼한 상태였다.

그 결혼은 막장 드라마 같은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침대에서 밤을 보냈고, 그날 태경의 어머니가 마침 사랑이 태경의 셔츠를 입은 채 침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어머니는 사랑을 자신의 아들의 여자친구로 오해했다.

박나은은 오랫동안 아들의 결혼 문제로 고민하던 차에, 바로 그날 사랑을 집에 초대했다.

태경 또한 박나은의 잔소리와 끝없는 맞선 주선에 질려 있었기에, 갑작스럽게 사랑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그렇게 서로 감정이 없는 두 사람은 계약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사랑은 돈이 필요했고, 태경은 형식적인 아내가 필요했다. 두 사람은 순조롭게 혼인신고를 마쳤다.

태경은 매달 일정한 용돈과 사랑의 어머니 병원비를 지불하기로 했고, 사랑은 태경의 어머니 박나은 앞에서 며느리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영원히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면 되는 계약이었다.

사실 태경의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사랑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듯 아팠고, 숨이 막혔다.

그녀는 소년 시절의 태경이 자신의 모든 마음을 그 소녀에게 주는 것을 지켜봤다.

“강 비서님, 대표님께서 커피 한 잔 타서 사무실로 보내 달라고 하셨어요.”

“알았어.”

사랑은 탕비실에서 블랙커피를 타서 태경의 사무실로 가져갔다.

검은 셔츠를 입고 소매를 살짝 걷어올린 태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사랑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신이 임신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말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태경은 고개를 들어 검은 눈동자로 사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일 있어?”

사랑은 말문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태경은 담담하게 대답했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사랑은 샤워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한밤중, 태경이 담담한 담배 냄새를 풍기며 침실에 들어왔다. 그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태경은 천천히 셔츠를 벗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머리를 반쯤 말린 채 욕실에서 나온 그는 자연스럽게 사랑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길고 예쁜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등을 천천히 누르며 점점 위로 올라탔다.

태경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지만, 사랑은 그런 태경을 피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사랑은 갑자기 태경을 힘껏 밀어내고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였다.

“태경 씨,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태경은 미소를 천천히 거두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화났어?”

사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몸이 좀 불편해서요.”

사랑은 태경이 자신의 말을 믿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밤 태경이 더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태경은 강요하는 걸 하찮은 짓이라 생각했다. 그는 쌍방이 모두 원하는 거래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을 한참 바라보던 태경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송예진 때문에 그래?”

사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임신하면 감정이 폭발한다고들 하던데, 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심지어 연기조차 하기 싫었다.

태경도 굳이 설명할 마음은 없었다. 그와 예진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비록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

“일찍 자.”

사랑은 이불을 꽉 쥔 채 떠나려는 태경을 불렀다.

“어젯밤 꿈에서 제가 임신하는 걸 봤어요. 만약 정말 임신하면 어떻게 하죠?”

태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사랑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결혼 계약서에 사인한 내용, 벌써 잊은 건 아니지?”

그의 말투는 냉정하고 차가웠다.

“걱정 마, 넌 임신할 리 없어.”

사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사랑도 알고 있었다. 태경은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였지만, 유독 감정에 있어서 더욱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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