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은 자신의 여자와 아들의 방인데 그도 물론 여기 남고 싶었다. 여자를 안고 저 침대에서 같이 잠들고 싶었다.하나 어쩔 수 없이 그는 떠나야 했다. 떠나기 전 그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여은진을 보며 낮게 한탄했다.“대체 난 언제 이 방에서 널 안고 잘 수 있는 거야...”이튿날.아침 일찍 깬 여은진은 눈을 뜨자마자 크게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아기침대를 보니 요한은 이미 데려가고 없었다.세수하고 양치를 마친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아기를 안고 어르며 놀고 있었다.계단을 내려가는 기척을 듣고 남자는 고개를 들어 보더니 아이한테 말했다.“요한아, 엄마가 일어났네? 가자, 우리 엄마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원이림은 요한이를 안고 계단 입구까지 마중와서 그녀가 내려가 셋이 같이 밥 먹으러 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은진은 아침밥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난 배 안 고파요. 회사에 가보고 싶어요. 당신 별일 없으면 집에서 요한이 봐줘요. 나랑 회사에 같이 갈 필요 없어요.”원이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사 가더라도 밥 먹고 가.”“...”여은진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이어서 말했다.“이따가 너한테 해줄 얘기도 있어.”그의 태도가 견결했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여은진은 결국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같이 다이닝 룸으로 걸어갔다.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여은진은 물었다.“이따 할 얘기라는 게 뭔데요?”원이림은 그제야 털어놓았다.“내가 따로 조사 맡겼던 거, 결과 나왔어. 알레르기 사건, 그거 단순한 사고 아니었어. 뒤에서 배희주가 사주한 거야.”그 말에 여은진은 미간을 좁혔다. 이번 일이 누가 주동한 것일 거라 대충 예상은 했지만, 그 사람이 배희주라고? 왜? 여석진 때문에?여은진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한 원이림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여석진 때문이겠지. 배희주 씨가 워낙에 부족한 것 없이 자라서 성격이 제멋대로잖아. 누
도망을 쳐서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그날부터 그녀는 배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아이도 사생아로 되는 것이다. 배희주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믿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는 꼭 그녀와 아이에 대해 책임질 거라고.그리고 그녀의 판단은 역시나 맞았다. 지금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은 그저 다른 여자를 품은 그의 마음을 조금씩 돌려놓는 것이다.“석진아.”배희주는 그의 이름을 가볍게 부르며 또 한 번 사실을 그에게 단단히 각인시켜 주었다.“여은진은 널 안 좋아해. 그녀 마음속에 넌 그냥 가족이고, 동생이야. 그냥 그 여자 가족으로 남으면 안 돼?”그녀는 부드럽게 설득을 이어나갔다.“내가 조사해 봤어. 원이림 그 사람 괜찮더라. 인품이나 집안이나, 여은진이 좋아할 만해. 그 남자가 예전엔 여은진을 좋아 안 했어도 지금은 좋아하고 있어. 그리고 여은진한테 아주 잘해준대. 그대로 세 식구가 같이 살면 엄청 행복할 거야... 그러니까, 넌 이제 그 일에 상관하지 마. 원이림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이참에 알아봐도 좋잖아. 그리고 그 남자가 여은진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고. 만약...”배희주는 잠깐 말을 멈추며 생각을 고르다가 계속해서 이어나갔다.“만약 원이림이 여은진을 보호할 능력이 안 된다면, 그때 다시 네가 나타나서 이 일을 해결하면 되잖아, 안 그래?”여석진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그는 계속 배씨 가문에 남아 있으면서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외부의 상황을 살폈다. 배씨 가문에 있다고 해서 완전히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의 사람을 통해 일을 조사하라고 시켰고, 부득이한 상황이 나타나면 여은진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배치했다.조사하라고 시킨 사람한테서 이번 일이 배희주와 관련 있다는 소식이 오자, 여석진은 음침한 얼굴로 배희주를 찾아다녔다.그는 안색이 어둡다 못해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배희주한테 거칠게 따져 물었다.“내가 이미 여기 있잖아. 너랑 아이 책임
여은진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줄리아와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요한이도 없었다. 원이림한테 다들 어디 갔냐고 물으니 그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다 옆집에 아버지랑 같이 있어. 이따가 나중에 아주머니와 줄리아가 아이 데리고 돌아올 거야.”여은진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왜요? 왜 나중에?”원이림은 피식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그의 우람한 체구가 여은진과 한 걸음밖에 안 되는 거리 앞에 우뚝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이닝 룸으로 이끌며 말했다.“왜냐면, 난 지금 너랑 단둘이 축하하고 싶으니까.”식탁에는 이미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리로 데려와 신사답게 의자를 꺼내주며 그녀를 앉히고는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둘이 앉은 자리에는 이미 와인이 따라져 있었다. 그는 잔을 들며 말했다.“드디어 모든 일이 해결된 걸 축하해.”여은진도 잔을 들었다.그와 허공에서 잔을 부딪치고는 한 모금 마시며 쭈뼛거리지 않고 그한테 감사 인사를 했다.“이번 일, 고마워요. 다 당신이 도와준 덕분이에요.”그가 제때 조사해 내지 않았다면 이번 일은 이렇게 빨리 해결될 수 없었다.그날 병원에서 장희란의 어머니와 그녀의 가족들이 공격해 올 때 그가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기자회견장에서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보호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어떠한 봉변과 끔찍한 일을 당했을지 모른다.그뿐만 아니라, 기자회견 때 그가 베린 그룹이 여신 그룹을 전력으로 돕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회사 주가도 너무 바닥 치지 않았고, 맨날 호시탐탐하는 그녀의 삼촌들, 그리고 항상 기회를 엿보며 이득을 취하려는 협력업체들도 전부 그가 한 말 때문에 불난 집에 부채질을 안 하고 얌전히 있은 것이다.원이림은 웃으며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래서 나한테 어떻게 고마워할 셈이야?”“...”여은진은 명치를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숨이 탁 막혀버렸다.예쁜 아몬드형의 눈매로 눈앞의 남자를 가늠했다. 혹시 그녀가 고마워한다는 걸 빌미로 뭔가를
여은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원이림이 한 말이 전부 다 사실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미안해...”원이림이 다시 한번 사과했다. 그는 그렇게 여은진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검은 눈동자로 그녀만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 있던 일들은 내가 너무 멍청해서 그랬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어리석어서 너의 좋은 점들을 지나쳤어. 네가 원하는 대로 날 욕하고 처벌해 줘. 하지만 은진아, 네 마음을 부정하지는 마. 사실 너도 아직 나를 좋아하잖아. 날 탓하면서 너 자신까지 힘들게 하지는 말고. 너같이 좋은 사람은 행복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원이림은 여은진에게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고 자신을 교육해서 완벽한 좋은 남편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기꺼이 그렇게 할 거라고 약속했고 앞으로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했다.여은진은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아팠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울고 싶었다.그렇다, 그녀는 여전히 이 남자를 좋아하고 있다. 스스로도 멍청해 보이지만 통제할 수 없이 여전히 이 남자를 마음 깊이 사랑한다.다만 너무 많은 실망과 좌절 때문에 여은진은 마음속 깊은 곳에 높은 벽을 쌓고, 원이림을 그토록 사랑했던 자신을 닫아 버리고 결코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그런데 그 남자가 눈앞에 나타나서 집착하기 때문에, 그 남자가 원이림이기 때문에 높이 쌓았던 그 벽에 이미 균열이 생기고 흔들리기 시작했다.여은진은 패배를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손을 원이림의 손바닥에서 빼내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으며 그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껏 견뎌왔던 걸 포기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원이림이 그녀를 쉽게 놓아줄 리가 있겠는가.“은진아...”원이림이 무거운 목소리로 여은진을 불렀다.검은 눈동자에는 오직 그녀만을 향한 깊은 사랑이 가득했고, 그녀를 짙게 바라보며 애틋하고 다정하게 말했다.“지금 갑자기 나를 받아달라는
여은진은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심장이 쿵쿵 뛰었다.한편.여은진이 여요한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간 후 줄리아와 아주머니도 각자 볼일을 보러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원이림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셔츠와 정장 재킷을 입은 후 원승진 앞으로 걸어갔다.원승진은 얼굴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활짝 웃었다. 너무 기뻐서 원이림을 칭찬했다.“이 녀석, 너 좀 하는구나. 젊은 시절 내 모습도 보이고 말이야. 여자 마음을 잘 아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나도 며느리가 생기는 거지?”원이림은 원승진의 말에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고 대신 말했다.“만약 아버지가 저를 생각해서 이렇게 일찍 요한이를 안고 돌아오지 않으셨으면 손자도 한 명 보셨을 수도 있어요.”원승진은 당황했다.“...”그는 결혼을 늦게 해서 40대가 되어서야 외동아들 원이림을 낳았다. 당시 아내가 나이가 좀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더 낳지는 않았다.그러나 지금 아들과 며느리가 젊으니 손주들을 몇 명 낳아주면 편안히 노후를 즐기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귀여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을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해서 자기도 모르게 실눈을 뜨게 되었다.원승진은 정정했다. 그는 눈빛을 번쩍이며 원이림에게 말했다.“이놈, 그럼 네가 말해봐.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길 바라는 거냐?”며느리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에 자신을 둘러싸고 할아버지라고 부를 손주들을 위해서 기꺼이 아들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 칼산을 오르고 불바다를 뛰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당연히 원이림은 원승진이 칼산을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드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원승진이 여요한을 잘 돌보고 맞춤한 시기에 여요한을 데리고 같이 잤으면 했다.원승진은 아들의 말을 이해했다. 여요한이 있으면 밤에 무엇을 하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광스러운’ 임무를 받아들였다.그는 원이림에게 약속했다.“이놈아, 걱정하지 마. 내가 손주 몇 명을 더 보기 위해
원이림은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였고 깊은 눈동자는 소용돌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였다.여은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해졌다.그녀는 침을 삼키며 원이림에게 물었다.“내가 받아줬으면 좋겠어요?”“그래도 꽤 티 나지 않았어?”원이림은 한 손으로 요한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여은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은진아, 내가 언제부터 네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는데, 여기로 이사오고 나서부터 그랬잖아. 지금은 좀 더 열정적으로, 좀 더 맹렬하게 네 마음을 얻고 싶어.”시기가 맞춤하기 때문에 안일하게 있으면 안 되고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예전에 자신을 무척 사랑해 주던 여자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원이림은 입꼬리를 올렸다. 잘생긴 얼굴에 번진 미소는 눈부셔서 여은진의 눈을 아른거리게 할 정도였다.“은진아, 생각할 시간은 줄게. 하지만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원이림은 성격이 온화하고 차분했다. 어려서부터 남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그는 교육 잘 받은 도련님이어서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절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고 교양 있게 행동했다.예를 들어 예전에 윤성아를 좋아했을 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고 윤성아와 윤지안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면서 아껴주었다. 원이림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막무가내로 하지 않은 것이 자랑스럽기도 했다.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부터 윤성아의 마음속엔 강주환뿐이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날 때 원이림은 너무 속상해서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내기도 했다.당시에 술에 취해 여은진과 관계를 가졌는데, 의도치 않은 실수로 시작해서 점차 빠져들어 한 번의 관계로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윤성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지 않기 시작한 것 같았다.윤성아와 강주환이 어떻게 지내든 원이림은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여은진이 함께 있어 주었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나은 것이었다. 사실
원이림은 여은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그의 짙고 깊은 눈동자엔 그녀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고, 동시에 매우 맑았다.원이림은 여은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내가 너에게 말한 것은 전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야. 그래, 나 성아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은 더 이상 성아에게 그런 감정이 없어. 성아는 나에게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친구야.”원이림은 여은진의 뺨을 쓰다듬었다.그의 낮은 목소리는 여은진의 귀와 심장을 울렸다.“은진아, 잘 들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남은 평생 동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너, 여은진뿐이야! 내 목숨과 마음은 너에게 있다고, 알겠어?”“...”여은진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동그란 눈으로 원이림을 바라보기만 했다.원이림은 계속해서 말했다.“예전에 성아에 대한 나의 마음은 한 번도 보답받지 못했었어. 그 당시 성아는 내가 진정으로 나만의 여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었어. 돌이켜보니 나만의 여자는 항상 내 곁에 있었더라고. 하마터면 널 놓칠 뻔했어.”원이림은 말하면서도 몸을 떨었다.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두 사람 중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만 괜찮다면 난 너를 선택하고 싶어.”여은진을 사랑한다면 그녀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줘야 한다.원이림은 선택이 어렵지 않다는 듯 여은진에게 바로 말했다.“지금부터 더 이상 성아와 연락하지 않을 거야.”여은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원이림을 쳐다보며 말했다.“성아 씨와 연락하지 말라고 한 적 없어요.”“알아.”원이림은 큰 손으로 여은진의 작은 손을 감싸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우리 은진이는 이해심이 많으니 당연히 나보고 성아와 연락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지. 연락을 하지 않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 나야.”전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지만 이제 여은진이 신경 쓰여 하니, 남자로서 그녀가 오해할 만한 여자에게 연락을 하지 말아
여은진이 디스틸 바에 도착하고 여석진이 있는 룸으로 갔을 때, 룸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여석진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였고 술병과 유리조각들로 가득한 바닥에 누워 있었다.술집 웨이터는 여석진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몇 번을 시도해서 겨우 소파에 앉혀도 결국 다시 바닥에 넘어졌다고 한다.여석진은 술에 취해 잠이 들어서 겨우 조용해졌다.“석진아.”여은진은 다가와 쪼그려 앉아 여석진의 이름을 불렀다.“여은진 씨 맞으시죠?”웨이터는 여은진에게 신상을 물으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 방금 술을 또 몇 병 더 마셔서 많이 취하셨습니다. 그래서 깨우시긴 힘드실 거예요. 아니면 제가 사람 불러올까요? 저희가 대표님을 부축하여 차에 태워드리겠습니다.”여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웨이터의 도움으로 여석진을 차에 태우고는 차를 몰고 인사불성이 된 그를 여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갔다.차를 멈춰 세우고 여은진은 내렸다. 그리고 여석진이 탄 좌석의 문을 열고 그를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면서 집사를 불렀다.“문복 아저씨!”해변 별장으로 이사를 간 후 여은진은 본가에 별로 오지 않았다.여석진도 한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었다.그래서 본가에는 집사와 도우미들, 그리고 경호원들만 있었다.“어휴.”집사는 아직 잠이 들지 않았다.여은진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바로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그는 서둘러 뛰어나와 여은진이 힘겹게 여석진을 부축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곧바로 다가가 여석진을 부축하는 걸 도왔다.“아가씨,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도련님께서 어쩌다 이렇게까지 취하신 거예요?”여은진도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그녀가 말했다.“일단 석진이를 부축해서 방으로 데려가죠. 그리고 아저씨는 주치의를 불러주세요.”“네, 알겠어요.”두 사람은 여석진을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혔다.집사는 바로 돌아서서 주치의를 부르러 갔고 여은진은 여석진의 옆에서 그를 지켰다.큰 침대 위에 누운 여석진은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