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윤슬은 중얼거렸다.육재원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틀림없어. 나도 남자야. 남자는 남자를 잘 알아. 그래서 슬아, 나를 믿어."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멀리서 이쪽을 주시하던 장비서는 이 광경을 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쉰 뒤 넥타이를 정리하고 베란다로 걸어갔다."육선생님." 장비서는 윤슬과 육재원 앞으로 왔다.육재원은 그를 쳐다보더니 바로 안색이 나빠졌다. "뭐 하러 왔어? 부시혁이 오라고 했어?""아닙니다, 어머님께서 찾으셨습니다." 장비서는 안경
"신비스럽네." 노부인은 그가 따르는 차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할머니도 묻지 않겠다. 그런데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은 그녀가 지금 다시 너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어. 내가 그때 묻고 싶었지만 너에게 저지당했어. 왜 그랬는지 알고 싶다.""아직 때가 아니니까요." 부시혁은 뒤로 기대었다. "윤슬은 아직 저에 대한 감정을 의식하지 못했어요. 만약 우리가 직접 까발린다면 그녀는 못 받아들이고 오히려 반감하고 거절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의 생각은 그녀가 스스로 발견하게 기다리고 그녀가
부시혁은 그녀의 ‘우리’라는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노부인은 입을 가리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빨리 가보거라."윤슬은 대답하고 부시혁의 곁을 따라 정자를 나섰다.몇 걸음 나가자 그녀는 뒤에서 노부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 "아주머니, 슬이와 시혁이 함께 걷는 것을 봐, 젊은 부부 같지 않니.""부부 같아요." 장씨 아주머니는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윤슬은 발을 삐끗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부시혁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알았어, 고마워."
윤슬은 고유나 사건의 원고로서 고유나에게 발생한 모든 일이라면 경찰 측은 모두 윤슬에게 통지해야 한다.그래서 고유나가 자살하자마자 즉시 윤슬에게 연락하여 이 사실을 알렸다."고유나...... 죽었어......"라고 윤슬은 믿을 수 없는 듯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장비서도 믿을 수 없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아니죠, 고유나가 자살했다고요, 이건 너무..."부시혁은 윤슬 손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고유나가 자살한 이유는?"천형사는 부시혁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대답했다.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고유나는 갑자기 자살했기 때문
재킷은 그의 몸에서 벗어 내린 것이 아니라 차에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지금 드디어 활용할 수 있게 됐다.윤슬은 어깨의 옷을 보고 몸을 비틀었다. "모자는 쓸게 그런데 옷은...""입어!" 부시혁은 강력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 그녀의 어깨를 꽉 눌러 재킷을 벗지 못하게 했다. "밖이 이렇게 추운데 너는 드레스를 입고 나가니?""어......" 이 말에 윤슬은 순간 목이 메었다.그렇다, 밖은 매우 추웠다, 온도가 겨우 몇 도밖에 되지 않았다.차와 고택에는 모두 히터가 있어 드레스 한 벌만 입어도 춥지 않아 겨울이라는
윤슬은 답했다. “응”"가자." 부시혁이 또 말했다.윤슬은 입술을 움찔하고 감히 가지 못했다.실제로 사람이 죽었으니까.그녀는 티브이 외에는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고 더욱이 사고 현장에 가 본 적도 없었다.그래서 지금 그녀는 좀 두려웠다.부시혁은 윤슬의 두려움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윤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평온한 얼굴과 진지한 눈빛을 보면서 그녀 마음속의 공포도 갑자기 많이 줄어들었다."가자." 부시혁은 윤슬의 긴장감이 좀 풀린 것을 느끼고 그녀의 손을
그리고 그녀의 눈을 가려 줄 준비도 됐어야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슬이 그보다 먼저, 눈이 가려지기도 전에 그 화면을 보았다.이번에는 그가 실책 했다.임이한은 말을 하지 않고 윤슬의 눈꺼풀을 올려보고 또 그녀의 인중을 꾹 눌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슬은 미간을 찌푸리고 속눈썹을 떨며 깨어날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다음 순간 윤슬은 눈을 떴고 얼굴에 공포가 가득했다. "고...""무서워하지 마." 부시혁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이마로 그녀의 이마를 맞댔다. "이젠 괜찮아. 겁내지 마.""부시혁?" 윤슬은 눈을 깜박거리
임이한은 시체 옆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땅에 닿고 두개골이 파열돼 숨졌다. 그 외에도..."그는 고유나의 손을 들어 잡았다. 손가락부터 어깨까지 확인하더니 얼굴색이 갑자기 좀 이상해졌다.이 골격은...임이한은 이 팔을 버리고 또 재빨리 고유나의 다른 팔을 잡고 손가락에서 위로 어깨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눈빛에는 이상한 어두운 빛이 번쩍였다."무슨 일이야?" 임이한의 행동이 부시혁의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부시혁은 입을 열어 물었다.임이한은 일어서서 대답하지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