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서가 병실을 나가고 부시혁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윤슬에게 전화를 걸면 좋을까 문자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그는 결국 문자를 선택했다.“장 비서가 그 두 사람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봐.”한편 경찰서 복도 의자에 앉아있던 윤슬은 핸드백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바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그리고 문자 내용을 확인한 윤슬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네, 고마워요!”“아니야. 그리고 그 두 사람... 경찰에 보내기 전에 내가 좀 손 봐줬어.”손 봐줬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뭘 어떻게 했는데요.”“도
장 비서가 그녀의 뒤를 따르고 윤슬이 취조실 문을 두드렸다.아직 구속 영장이 내려지지 않은 탓에 윤슬은 신고자로서 용의자를 만날 자격이 있었다.취조실에 들어간 윤슬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오전까지 멀쩡하던 남자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태. 두 다리는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고 휠체어에 탄 모습이었다. 호텔 직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도 그 꼴이 처참하긴 마찬가지였다. 두 팔 모두 깁스를 한 상태였으니까.한 사람은 두 다리, 다른 한 사람은 두 팔이 부러졌다. 이게 우연일 리가 없겠지.게다가 오전까지는 멀쩡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숨겨야 할까...고유정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녀가 윤슬의 신분을 눈치챘던 건 우연히 그녀 팔목에 있는 붉은 반점을 발견해서였다. 그래. 그 붉은 반점만 없으면 윤슬이 진짜 고유정이라고 누가 의심하겠어?한참을 고민하던 고유정은 뭔가 다짐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고유정은 심호흡을 하며 콩닥거리는 심장을 억눌렀다.“여보세요? 엄마.”“유정아, 너 어디야. 얼른 집으로 와봐!”수화기 저편에서 채연희의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고유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엄마?
“그렇군요. 그럼 아빠한테는 말씀드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사실 고유정은 저번 대화를 엿들은 덕에 고도식이 나서지 않을 거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당당하게 아빠한테 알리는 게 좋겠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거지... 아빠가 없다면 엄마가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야.“유정아...”채연희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고유정이 말을 가로챘다.“엄마, 일단 진정하세요. 지금 집으로 들어가고 있으니까 얼굴 보고 얘기해요. 차안에서 통화하려니까 어지럽네요.”“그래. 그럼 이만 끊을게.”몸이 안 좋다는 고유정의 말에 채연희는 별말없
“뭐? 고유나가? 징역을?”윤슬의 말에 육재원은 목걸이 따위는 바로 잊어버린 듯 언성을 높였다.몇백억짜리 목걸이보다 고유나가 벌을 받는 게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고유나 그 여자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잔뜩 흥분한 육재원과 달리 윤슬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예전에 했던 일이 밝혀진 거야. 네 생일 파티가 있었던 날, 고유나가 호텔 직원을 시켜서 내 술에 약을 탔어.”“헐! 그런 일이 있었다고?”순간 육재원의 얼굴이 굳고 구두굽으로 바닥을 콱 내리찍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뭔가 다시 떠오른 듯 육재원의 표정이 복잡
“고 대표, 인터넷에 업로드 된 기사,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당장 해명하세요!”주주의 말에 다른 주주들은 물론이고 고도식까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김 이사님, 인터넷 기사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그러니까요.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지금 다들 인터넷 기사 좀 확인해 보세요. 고 대표 작은 딸이 또 경찰한테 체포됐답니다. 하, 자식 교육 한 번 참 잘 시켰네요. 제 자식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는 사람이 이 큰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김 이사가 고도식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뭐라고요? 유나가
안 돼! 고도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렇게 할 순 없어요!”“왜죠?”차가운 얼굴의 김 이사와 달리 고도식은 잔뜩 흥분해 목까지 시뻘개진 모습이었다.“삼성그룹의 대표이사는 나입니다. 최대 주주이기도 하죠! 그런데 최대 주주인 날 밀어내고 다른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고요? 이건 합리적이지 않아요!”“합리적이지 않을 게 있나요? 최대 주주가 대표 이사를 맡지 않은 그룹도 많습니다. 모순될 게 없어요.”김 이사의 말에 다른 주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차라리 더 능력있는 사람에게 대표자리를 넘기는 게 최대 주주
만약 별일이 아니라면, 고유나를 다시 빼낼 수 있다면 삼성그룹도, 그의 대표이사 자리도 어떻게든 다시 찾을 수 있겠지만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지금까지 나도 할 만큼 했어. 이제는 독해져야 할 때야.고도식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서렸다....어느덧 어두운 밤.기사를 살펴보던 윤슬이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려던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이 시간에 누가...미간을 찌푸린 윤슬이 현관으로 다가가고 인터폰을 켜니 똘이의 귀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똘이가 왔다는 건... 성준영도 왔다는 건가?역시나 문을 연 윤슬의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