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이 자신을 찾은 이유가 유신우 일 때문이라는 걸 듣자 육재원은 쓸쓸하게 눈꺼풀을 떨궜지만 입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게 말했다.“슬아, 난 또 네가 중요한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날 찾은 줄 알았어. 유신우 그 녀석 때문이었구나. 슬아, 정말 마음 상했어.”“됐어!”윤슬은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재원아, 신우 매니저랑 연락돼? 신우 매니저한테 신우 어디에 있는지, 스케줄 중인지 아님 다른 곳에 갔는지 물어봐 줘.”“그래. 이따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육재원은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며 말했다.윤슬은 대답했다.“부탁할게.
그 말을 들은 박희서의 눈이 반짝였고 흥분해서 두 손을 움켜쥐었다.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은밀했기에 윤슬은 보지 못했고, 그저 그녀가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가서 일보세요.”윤슬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박희서는 몸을 돌려 옆으로 육재원의 책상을 정리하러 갔다.육재원은 빨리 왔고, 박희서가 정리를 끝내자마자 그가 들어왔다.윤슬은 수중의 만년필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어때, 신우의 매니저와는 연락해 봤어?”“내가 나섰는데 실패했겠어?”육재원은 자신의 가슴을 치며 웃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들은 부시혁의 어두웠던 눈빛이 한 가닥의 밝은 빛이 선명하게 빛났다.그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진짜?”“물론 진짜지.”부민혁은 눈꺼풀을 내리깔고 약간 찔리는 게 대답했다.어제 윤슬 누나가 분명 형을 보러 왔지만 그것은 그에게 강압적으로 끌려온 것이었고 그녀 자신은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진상을 그는 형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형이 실망하기 때문이다.다행스러운 것은 부시혁이 어제 윤슬이 자신을 보러 왔다는 기쁨에 빠져 부민혁을 보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졸렬한 연기는 한눈에 드
“난 지지하지만 나 혼자 지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어르신이 그의 말을 끊었다.“애당초 너랑 왕수란이 슬이에게 잘해주고 진짜 형수로 며느리로 대했어도 슬이가 먼저 네 형에게 이혼하자고 제안할 정도 낙담하지 않았을 거야. 어쩌면 네 형이 너랑 왕수란의 체면을 봐서라도 먼저 고유나 그 화근을 멀리하고 지금 슬이랑 네 형이 이혼하지 않고 이미 화목한 부부가 되었을 지도 몰라!”“전......”부민혁의 앳된 얼굴이 빨개졌고 켕기는 게 있어 말을 하지 못했다.그는 형이랑 윤슬 누나에게 미안했다.그는 정말 잘못한 걸 알고 있다
보양식은 맞지만 그가 다친 곳이 뼈는 아닌 것 같다.하지만 됐다. 이 멍청한 동생이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것을 봐서 일깨워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때 병실 밖에서 또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부시혁은 고개를 들어 바라봤고, 장용이 밖에서 서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부시혁의 장용에게 들어와도 좋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장용은 알아채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부시혁이 대답했다.“제가 혼수상태였던 이틀 동안 회사는 어떻게 되었어요?”“회사는 괜찮습니다. 이사회 사람들에게 대표님이 임시로 일이 생겨서 해외
“그 남자 당장 잡아와요!”“이미 사람을 시켜 그 남자를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아마 내일쯤 하이시로 데리고 올 것입니다.”장용이 바로 말했다.그리고 장용은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부시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그리고 CCTV 속 사건 다음날 아침, 대표님이 방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남자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부시혁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고 낯빛은 더없이 흉악했다.“방에 들어갔다고요?”그 남자가 방에 들어가서 윤슬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그런 생각에 부시혁은 분노해서 온몸을 떨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휴대폰 진동이 다시 울렸다.윤슬은 급히 고개를 숙여 확인했고 부시혁이 보내온 동영상 하나를 봤다.그녀는 보내온 동영상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지금 확인할 수가 없어 고개를 들어 육재원에게 미안한 듯 말했다.“재원아, 일도 이제 거의 끝났으니 먼저 돌아가. 다음에 내가 밥 살게.”“슬아, 지금 일부러 나더러 가라는 거지?”육재원은 곁눈질로 그녀를 봤다.“내가 부시혁이 보내온 동영상 못 보게 하려고?”윤슬은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그렇게 티 나게 행동한 걸까?됐다. 그가 짐작해냈으니 그녀도
부시혁의 그 당시 반응은 지금의 그녀와 똑같았다. 그녀를 보는 눈빛이 마치 하찮은 인간을 보는 것처럼 짙은 조롱과 비웃음이 담겨 있었고 그냥 가버려서 그녀 혼자 그 자리에 남아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러나 CCTV 영상 속의 부시혁은 술에 취한 그녀의 모습에 유혹당해 버티지 못했다.그녀는 이런 수법을 좋아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하......”윤슬은 차갑게 웃었고 계속해서 영상을 봤다.부시혁이 자신을 데리고 방에 들어간 후, 복도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난 것을 봤다. 맹소은이었다.맹소은은 휴대폰을 들고 그들이 떠난 방향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