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뜻이야?” 부시혁은 멍해졌다.윤슬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단풍잎을 사랑한다고 했었죠, 근데 그 단풍잎이 저예요, 당신과 결혼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당신은 내가 단풍잎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정말 날 사랑한 거예요? 날 사랑했다면 고유나가 가짜라는 걸 진작 알아챘어야죠.”“그게 아니라, 내가 알아채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됐어요!” 윤슬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난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걸 믿지 않아요. 날 사랑한다면서 알아채지 못하다니, 게다가 당신이
장 비서는 육재원이 사무실로 들어가 소란을 피우기라도 할까 봐 문밖에서 그를 꽈악 붙잡고 있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육재원은 더 이상 아무런 미련도 없는 표정이었다.바로 그때, 문이 열렸다.육재원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입구를 바라보았다. 윤슬일 줄 알았는데 부민혁이 나오는 걸 보자 육재원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온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이봐, 부 씨, 이거 당장 놓으라고 해.”부시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 비서한테 말했다.“그만 놔줘.”장 비서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육재원
“윤슬아, 너…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그녀가 말하는 문자가 설마 6년 전 일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령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등골이 서늘해났다.일부러 모른척하는 령이의 모습에 윤슬은 고개를 살짝 들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6년 전, 내가 펜팔 친구 소한이랑 기숙사에서 처음 통화했을 때, 그때 나 말고 기숙사엔 너밖에 없었어. 그래서 내가 소한이랑 만나려고 했던 날짜와 시간 모두 들었던 거잖아!”령이의
“맞아.”령이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어. 안 그러려고 몸부림쳤지만 결국엔 마음속의 욕심을 이길 수 없었어.”“그래, 욕심...”윤슬은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렸다.그러더니 그다음 순간, 그녀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고는 감정이 격해진 채 소리쳤다.“하지만 너의 그 욕심이 결국엔 내 사랑을, 내 결혼까지 망쳤다는 건 혹시 알고 있어?”“난... 난 몰랐어...”령이는 멍해졌다.그녀는 그저 윤슬이 펜팔 친구와 만날 기회를 놓치게 한 것뿐이 아닌가?어떻게 그게 사랑과 결혼을 망친 걸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건 결국 불쌍하는 척하면서 마음 약한 윤슬이 용서해 주길 바라는 거니까.”처음에는 자신이 최면에 걸렸었다고 말하려다가 나중에 그녀가 말을 자르자 그제야 그가 내뱉은 말들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아...”장 비서는 말문이 막혔고 몇 초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부시혁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윤슬에게 내가 그동안 최면에 걸렸었다고 말하면 용서는 해주겠지, 그렇지만 나랑 절대 재결합은 하지 않을 거야.”“왜요?”장 비서는 의아했다.부시
고도식이 화가 나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지자 핸드폰 액정에 금이 갔다. 고도식의 아내가 고도식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시혁이가 무슨 말 했어요? 당신 왜 이렇게 화가 났어요?”“이게 파혼할 일이야!?” 고도식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번에 유나랑 파혼하기로 마음먹고 기자회견 날짜까지 잡았어.”“네? 그럼 상의할 것도 없는 거 아니에요?” 고도식의 아내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도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맞아.”“그럼 유나는 어떡해요?” 고도식의 아내는 매우 초조해하며 물었다. 고도식은 어두운 눈
“유나한테 전화했었는데 안 받았어요!” 고도식의 아내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고도식이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럼 받을 때까지 해야지, 우리한테 시간이 얼마 없어.”고도식의 아내는 고도식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휴대폰을 꺼내 고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한편, 낡은 창고에서 안에서 한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입구에 있는 두 남자에게로 향했다. “유 선생님, 고유나 씨 핸드폰으로 또 전화가 왔어요.” 남자가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유신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받지 마세요.”“네!” 남자는
남자 무리는 흥분하며 고유나의 옷을 찢었다. 고유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는 FS 그룹 사장 전처가 아니에요! 당신들이 잘못 알았어요! 저는 윤슬이 아니에요!”고유나는 이제야 자신이 왜 납치가 되었는지, 남자들이 왜 ‘도와준다’라는 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남자들은 고유나가 윤슬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남자 무리들은 고유나의 말을 듣고 동작을 멈췄다. 주사기를 가지고 있던 남자가 물었다. “네가 윤슬 아니야?”고유나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고유나예요, 당신들 고용주 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