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그녀와 부시혁이 결혼한 동안 아무 관계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부시혁도 고유나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고유나가 어떻게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는지는 그녀도 신기할 게 없었다. 어쩌면 성준영이 부시혁에게 알려줬을 때 고유나가 들었거나 부시혁이 직접 알려줬을 것이다. 어쨌든 이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누나, 이 아이 남길 거예요?”유신우는 주먹을 쥐고 또 물었다.윤슬은 고개를 흔들었다.“당연히 아니지. 급한 일만 끝나면 해외에 가서 지울 거야.”국내는 그녀가 감히
“대표님!”순간 장 비서의 얼굴이 굳고 고유나를 홱 밀쳐낸 뒤 침대 맡에 있는 긴급 호출벨을 눌렀다.살짝 짜증이 밀려왔던 고유나도 병실에 울려퍼지는 벨소리에 뭔가 의식한 듯 다급하게 물었다.“시혁이 왜 저래요?”한편, 부시혁은 고통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런 부시혁을 다시 침대에 눕힌 장 비서가 고개를 돌려 고유나를 노려보았다.“대표님 다치신 거 몰라요? 그렇게 갑자기 안으시면 어떡합니까! 상처 다 벌어졌잖아요!”장 비서가 붉게 물든 환자복을 가리켰다.순간 장 비서는 고유나가 정말 부시혁을 좋아하는 게 맞나 의심스
항상 옆에서 부시혁을 모시는 장 비서도 이 사실은 처음 듣는 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머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시혁이 제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항상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왕수란의 불만스러운 말투에도 육경자의 차가운 시선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곧이어 의사가 들어오고 부시혁에게 진통제를 처방했다. 약빨이 돌아서일까 부시혁이 다시 부스스 눈을 떴다.방금 전보다 훨씬 더 창백해진 안색에 육경자가 손자의 손을 꼭 잡았다.“시혁아, 괜찮아?”할머니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부시혁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
고개를 끄덕이던 육경자가 말을 이어갔다.“그래. 예전의 넌... 지금처럼 차갑지 않았었어. 오히려 살가운 성격이었지. 그런데 6년 전... 그 사고 뒤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됐지 뭐니... 정말 내 손자가 맞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할머니의 말에 부시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내가 그렇게 많이 바뀌었다고? 예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야?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머릿속에 또 이상한 화면들이 혼란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마등처럼 나타났다 바로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기억의 단편들을
성준영의 말에 윤슬이 두 눈을 반짝였다.“찾았다고요?”“네.”“어떤 사람인데요?”“시골에서 자랐고 남아선호사상이 짙은 집에서 자랐어요. 딸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당했고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요.”성준영의 대답에 윤슬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그런 사람이 고유정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어요?”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스파이 노릇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런 윤슬의 마음을 눈치챗을까 성준영이 싱긋 미소 지었다.“아니요. 오히려 그래서 더 제격이에요. 일단 외모적으로 채연희 씨와 굉장히 닮았고요...
파일을 펼치던 부시혁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내가 평소에 유나한테 어떻게 했는데?”“순종에 가까웠지.”임이한의 대답에 부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내 대답 마음에 안 들어?”팔짱을 낀 임이한의 질문에 부시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아니야.”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임이한의 말을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였다. 지금까지 고유나에게 그는 말 그대로 순종, 복종이었으니까.“그런데 왜 얼굴을 찌푸리고 그래?”“아무것도 아니야.”여전히 잡아떼는 부시혁의 모습에 임이한이 헛웃음을 터트렸다.“너 교통사고 이후로 많이 바
윤슬의 적반하장에 고유나가 이를 악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윤슬은 고유나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나? 원하는 거 없는데? 그냥 가만히 지켜봐. 나랑 시혁 씨가 다시 재결합하는 모습. 우리 세 가족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야.”한편, 엘리베이터, 윤슬의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하, 윤슬. 꿈 깨. 시혁이는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아직 부시혁은 윤슬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 아니 설령 부시혁이 눈치챈다 해도 두 사람이 다시 잘될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
한편, 윤슬은 집사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불편함을 넘어 왠지 소름까지 돋았다.게다가 방금 전 성준영의 이상행동까지...이 집 사람들 뭔가 이상한데...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무례했음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윤슬 씨, 차 마셔요.”집사가 찻잔을 건네고 윤슬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네,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도련님과 얘기 나누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바로 말씀하시고요. 그냥 자기 집에 있다 생각하시면서 편하게 지내세요.”“아... 네.”지나친 친절에 불편해진 윤슬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뭐야?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