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설마 그녀의 가방을 뺏은 것 외에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죽이러 했단 말인가?임이한은 심리학을 배운 적이 있고 학위도 땄었기에 자연스레 윤슬의 표정과 눈빛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는 원래 속이고 싶었지만 그녀가 이렇게 총명해서 이미 추측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지난번에 병원에 유산하러 왔을 때 고유나가 저더러 수술대 위에서 당신을 죽이고 사고로 위장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당신 손목 위의 빨간 점을 보고 손을 대지 않았어요.”임이한은 감히 그녀를 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어쨌든 그녀와 부시혁이 결혼한 동안 아무 관계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부시혁도 고유나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고유나가 어떻게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는지는 그녀도 신기할 게 없었다. 어쩌면 성준영이 부시혁에게 알려줬을 때 고유나가 들었거나 부시혁이 직접 알려줬을 것이다. 어쨌든 이 이유들 중 하나일 것이다.“누나, 이 아이 남길 거예요?”유신우는 주먹을 쥐고 또 물었다.윤슬은 고개를 흔들었다.“당연히 아니지. 급한 일만 끝나면 해외에 가서 지울 거야.”국내는 그녀가 감히
“대표님!”순간 장 비서의 얼굴이 굳고 고유나를 홱 밀쳐낸 뒤 침대 맡에 있는 긴급 호출벨을 눌렀다.살짝 짜증이 밀려왔던 고유나도 병실에 울려퍼지는 벨소리에 뭔가 의식한 듯 다급하게 물었다.“시혁이 왜 저래요?”한편, 부시혁은 고통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런 부시혁을 다시 침대에 눕힌 장 비서가 고개를 돌려 고유나를 노려보았다.“대표님 다치신 거 몰라요? 그렇게 갑자기 안으시면 어떡합니까! 상처 다 벌어졌잖아요!”장 비서가 붉게 물든 환자복을 가리켰다.순간 장 비서는 고유나가 정말 부시혁을 좋아하는 게 맞나 의심스
항상 옆에서 부시혁을 모시는 장 비서도 이 사실은 처음 듣는 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머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시혁이 제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항상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왕수란의 불만스러운 말투에도 육경자의 차가운 시선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곧이어 의사가 들어오고 부시혁에게 진통제를 처방했다. 약빨이 돌아서일까 부시혁이 다시 부스스 눈을 떴다.방금 전보다 훨씬 더 창백해진 안색에 육경자가 손자의 손을 꼭 잡았다.“시혁아, 괜찮아?”할머니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부시혁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
고개를 끄덕이던 육경자가 말을 이어갔다.“그래. 예전의 넌... 지금처럼 차갑지 않았었어. 오히려 살가운 성격이었지. 그런데 6년 전... 그 사고 뒤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됐지 뭐니... 정말 내 손자가 맞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할머니의 말에 부시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내가 그렇게 많이 바뀌었다고? 예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야?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머릿속에 또 이상한 화면들이 혼란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마등처럼 나타났다 바로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기억의 단편들을
성준영의 말에 윤슬이 두 눈을 반짝였다.“찾았다고요?”“네.”“어떤 사람인데요?”“시골에서 자랐고 남아선호사상이 짙은 집에서 자랐어요. 딸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당했고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요.”성준영의 대답에 윤슬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그런 사람이 고유정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어요?”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스파이 노릇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런 윤슬의 마음을 눈치챗을까 성준영이 싱긋 미소 지었다.“아니요. 오히려 그래서 더 제격이에요. 일단 외모적으로 채연희 씨와 굉장히 닮았고요...
파일을 펼치던 부시혁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내가 평소에 유나한테 어떻게 했는데?”“순종에 가까웠지.”임이한의 대답에 부시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내 대답 마음에 안 들어?”팔짱을 낀 임이한의 질문에 부시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아니야.”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임이한의 말을 차마 부정할 수 없어서였다. 지금까지 고유나에게 그는 말 그대로 순종, 복종이었으니까.“그런데 왜 얼굴을 찌푸리고 그래?”“아무것도 아니야.”여전히 잡아떼는 부시혁의 모습에 임이한이 헛웃음을 터트렸다.“너 교통사고 이후로 많이 바
윤슬의 적반하장에 고유나가 이를 악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윤슬은 고유나의 뺨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나? 원하는 거 없는데? 그냥 가만히 지켜봐. 나랑 시혁 씨가 다시 재결합하는 모습. 우리 세 가족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야.”한편, 엘리베이터, 윤슬의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하, 윤슬. 꿈 깨. 시혁이는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아직 부시혁은 윤슬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 아니 설령 부시혁이 눈치챈다 해도 두 사람이 다시 잘될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