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육재원이 물었다.윤슬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고개를 흔들며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부시혁에게서 온 문자였다: 할머니가 편찮으셔. 네가 보고 싶대.윤슬의 낯빛이 살짝 변했고 눈 속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방금 부시혁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할머니 어디가 편찮으세요?”다급한 그녀의 목소리에 부시혁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어젯밤 화장실에 가시다 넘어지셨어.”“네?”윤슬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 손으로 휴대폰을 꽉
사람들은 바로 옷깃을 여미고 바로 앉았다.주호준은 자신의 해외 출장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말은 마친 후, 그는 바로 화제를 윤슬에게로 돌렸다.“제가 여기 없는 시간 동안 그룹에서 발생한 일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윤슬이 나 대신 관리를 잘한 것 같아. 수고했어.”대신?윤슬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제가 그룹의 최대 주주이고 부대표이니 그룹을 관리하는 건 제 의무예요. 수고스러운 것도 당연한 거죠.”주호준은 입꼬리를 움찔거렸고, 화가 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이 계집애, 역시 상대하
멈칫하다 그는 또 말했다.“반대로 실패한다면 너는 경영권을 포기하고 천강을 떠나서 일반 주주를 해. 만약 실패하고도 경영권을 억지로 뺏는다면 네가 죽기 살기로 너와 싸우고 천강 망쳐도 내 탓 하지 마. 윤슬아, 네 생각은 어때?”“당신 이건 위협이야!”육재원은 그를 가리켰다.윤슬은 육재원의 손을 누르며 눈으로는 주호준을 바라봤다.“좋아요. 그렇게 하죠.”“슬아......”윤슬은 시선을 육재원에게로 돌리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재원아, 천강이 나한테 의미인지 너도 알고 있지? 그러니까 이게 함정이라도 난 반드시 뛰어야
“안 들어가?”그녀가 어디서 회의 자격이 생겨서 참여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부시혁은 윤슬도 회의에 참여하러 온 걸 알았다.윤슬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먼저 들어가세요. 같이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그녀는 룸 안에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들이 함께 들어간다면 누군가는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어색하니 말이다.부시혁은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3분 남았다. 지각하면 회의 자격 취소야.”말을 마친 그는 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윤슬은 의아하다는 듯 그
윤슬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윤슬은 손바닥을 꽉 쥐었고 낯빛은 어두워졌다.부시혁이 TOP 20의 기업만 초대한 것을 그녀도 그제야 알았다. 그렇다면 주호준은 도대체 어떻게 회의 자격을 얻었을까?그리고 주호준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 이 사람들이 그녀를 모욕하게 하려고 한 게 분명했다.화가 난 윤슬은 몸을 벌벌 떨었다.그녀의 모습은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추가 인원입니다. 저희 비서에게 시킨 겁니다. 일부 중기업도 추첨을 통해 당첨될 수
윤슬이 웃었다.“아니야?”고유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남자 아니었나?고유나가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굴더니.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차가움과 냉정함에 부시혁은 왠지 가슴이 시려왔다.윤슬, 날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굳은 표정으로 일어선 부시혁이 한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여러분, 윤 대표님이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협력은 공평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박 대표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마음이
박수혁의 불쾌함이 눈에 보였지만 윤슬은 싱긋 미소 지었다.“미안, 난 원래 이런 성격이라서요. 나랑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한테는 항상 이런 태도예요.”적대적인 관계?윤슬의 말에 부시혁이 몰래 주먹을 쥐었다.뭐야? 날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고유나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단순히 내가 싫은 거야...“그렇게 추잡한 짓 안 해.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번 경합은 공정하게 진행될 거야.”부시혁이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그래요? 그럼 안심이고요. 그런데 난 왜 기다린 거예요?”윤슬이 잔머리를 뒤로 넘기며 물었다.“너
“부 대표가 전화 줬어요.”윤슬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육경자가 코웃음을 쳤다.“그 자식. 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거늘.”“할머님.”육경자의 말에 윤슬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왜 저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이젠 제가 싫어지신 거예요?”“그럴 리가.”육경자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윤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냥 너 걱정할까 봐 그랬지.”“할머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게 더 걱정돼요. 이번 일도 그래요. 한참 뒤에야 알게 돼서 제가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세요?”윤슬이 육경자의 손등을 쓰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