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가 발견한 게 있어요...”소진명이 에메랄드 반지에 대하여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최진혁의 전화가 울렸다. 부하가 그에게 전화를 건네줬고 그는 소진명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자 소진명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최진혁은 느릿느릿 일어나서 전화를 받고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돌아온 후 그는 싸늘하게 소진명을 흘끗 보고는 말했다.“당장 나가.”“어르신.” “최연준은 지금 영국 맨체스터에 있대.”최진혁은 완전히 인내심을 잃었다.“내일은 런던에 가고 모레는 파리에 간다고 하는데.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이딴 쓰레기 자료를 찾아온 거야.”그는 구현수에 관한 모든 자료를 허공에 던졌고 자료들은 눈송이처럼 조각조각 흩어졌다.소진명은 화들짝 놀랐고 최진혁은 바로 부하가 그에게 보내준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사람은 카메라를 등지고 있지만, 옷차림이 매우 심상치 않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화면 속 배경은 바로 맨체스터의 랜드마크인 앨버트 광장이다.“그... 그럴 리가요!”“뭐가 그럴 리가 없어?”최진혁은 그를 힐끗 보았다. “최연준의 뒤통수가 피범벅이 되어도 난 알아볼 수 있어. 그리고 걔는 심심하면 앨버트 광장으로 가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데 그건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야.”소진명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얼굴빛은 몹시 보기 흉했다.설마 정말 자신이 헛갈린 건가? 하긴,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참으로 많지. 그리고 최연준의 취향에 강서연과 결혼 할리가 없다.그런데 그 반지는 너무도 수상하다...“다른 일 없으면 빨리 강주로 꺼져!”최진혁은 짜증이 났다.“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는 걸 티 내지 마. 기억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야! 요즘 우리 집 늙은이가 날 지켜보고 있어서 짜증나 죽겠어! 문제투성이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고!”“네.”소진명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최진혁은 차가운 눈빛에 잠깐 사색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구현수라는 사람
“몰랐어요?”안이수는 어리둥절하더니 곧이어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서연 씨와 소 대표님에 관한 소문이요. 소 대표님이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이 계속 서연 씨와 계약을 했고 그 덕분에 서연 씨가 매니저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그러더라고요.”강서연도 멍해졌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런 소문이 도는 걸 언뜻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진명도 확실히 이상한 게 연속 다섯 개의 주문 건을 성사시켰고 강서연과 협업할 거라고 그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였다.이런 눈부신 전적이 있으니 강서연은 승진을 안 할 수가 없다.그러나...“소 대표님과 협업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쌍방에게 유리한 협업이었어요.”그녀는 중얼중얼 거렸다.“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왜 굳이 저를 콕 집어서 저와 협업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야 서연 씨의 능력을 인정하니깐요!”안이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요. 제가 보기엔 그 소문은 성소원이 퍼트린 것 같아요. 지금 권세를 잃었고 별 능력도 없으니 질투가 나서 그러는 거예요! 서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들 모두 서연 씨를 지지하고 있으니 서연 씨 능력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요!”강서연은 고마운 마음에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러나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회사에 능력 있는 사람은 아주 많고 소진명은 굳이 그녀에게 맡기지 않아도 된다. 확실히 요즘 소진명이 의도적이든 별 의도가 없든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는데 그렇다고 남에게 알리지 못할 마음이 있는 것 같진 않다.모든 문제의 핵심은 모두 소진명이 그녀의 에메랄드 반지를 보고 시작됐다.강서연이 소진명과의 대화내용을 샅샅이 훑어보니 매번 그녀에게 문자를 보낼 때 구현수에 대하여 언급을 했다.예를 들어서 소진명은 그녀에게 구현수는 어느 도장에서 수업을 가르치는지, 요즘 본인이 헬스를 하고 싶어서 이 참에 복싱을 배우려 한다는 문자가 있었다.그리고 또 무심한 척 어떻게 구현수와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했
강서연은 휴대폰을 꺼내 최근에 소진명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를 구현수에게 보여줬다.“겉으로는 나의 안부를 묻지만, 실은 말끝마다 당신에 대하여 묻고 있어요.”강서연은 아주 똑똑하다.“그리고 매니저로 승진하기 전 소 대표님과 연속 다섯 개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건 회사에서 너무도 눈에 띄는 성적이잖아요. 그리고 날 도와주는 목적도 단지 하나, 바로 당신의 정보를 얻는 거예요.”구현수는 눈을 가늘게 떴고 마음속으로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그날 파티에서 소진명을 마주치고 바로 의심이 생겼다. 특히 소진명이 강서연의 반지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은 더욱이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이렇게 보니 소진명은 최진혁의 사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구현수은 피씩 웃었다.‘둘째 삼촌 마음이 너무 급한 거 아니야? 나를 감시하게끔 사람을 붙인다고 하여도 이렇게 정체가 쉽게 드러나는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아?’그러나 만약 최진혁이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맨체스터가 아닌 강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그는 눈앞에 서있는 단순하고 착한 강서연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가 절대 최진혁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그녀를 보호하여야 한다.“소 대표님이 정말 이상한 것 같은데 또 그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당신 소식을 알아내려 하는 거죠?”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여보, 혹시 예전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고 마침 그 사람이 소 대표님과 아는 사이여서......”“아니야.”구현수는 미소를 보였다.“난 이미 예전 생활을 모두 정리했고 그 사람들이랑 다시 엮일 일이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알겠어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도 걱정하지 말아요. 소진명에게 당신에 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어요.”“뭐?”그는 조금 의외였다.강서연은 웃으면서 말했다.“물을 때마다 그냥 얼버무렸어요. 어느 도장에 있는지 을 때 그냥 다른 헬스장을 추천해 줬고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할 때 이미 지하철에 탔다고 답
구현수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하였다.“여보, 복싱과 같은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경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궁금증으로 가득 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구현수는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두 글자를 내뱉었다.“금욕.”강서연은 멍해졌다.“경기 전에 너무 즐기고 링에 올라서면 손발이 나른해져. 그러면 시합은 무조건 지는 거지. 이게 다 당신 탓이야.”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붉게 물든 그녀의 작은 귓불을 살짝 만지작거렸다.“당신을 보면 난 참을 수가 없어. 맨날 같이 있으면... 어떻게 금욕을 할 수 있겠어.”“당신...”강서연은 뾰로통하여 그를 노려보았고 크고 예쁜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본인의 자제력이 약하면서 여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는 건 여전히 똑같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 동작은 그의 눈에는 유혹으로 보였다.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그의 몸을 타고 올라왔고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구현수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그녀를 소파에 홱 눕혔다.“왜 그래요...”강서연은 몸을 움직이며 낮은 목소리로 저항했다.“금욕해야 한다면서요.”“훈련은 내일부터 하는 거니.”그는 재빨리 가운 끈을 풀고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오늘 저녁은... 금욕이 없어!”.......“형, 아까 제가 한 얘기 다 들었어요?”유찬혁은 급한 나머지 땀투성이가 되었다.“빨리 말해봐요.”구현수는 멈칫하였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딴 곳에 정신을 팔렸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가볍게 기침 두 번을 하고 넓은 리클라이너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문가로 걸어갔다.5대 재단의 업무보고는 이미 끝났지만,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정신을 딴 곳에 판 건 이번이 처음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구현수는 한껏 미간을 찌푸리고는 낮은 목소
구현수는 뚫어지게 창밖을 바라보았고 먼 곳의 런던 대교는 온통 안갯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짜증이 난 채 미간을 찌푸렸고 관자놀이가 아픈 나머지 퉁퉁 부었다.‘한평생 그녀를 속인다고? 그럴 리가. 언젠가 그녀가 알게 될 것이다.’그러나 최 씨 가문의 통에 따르면 그와 혼인하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세 가문의 여인이어야만 한다. 만약 강서연이 최 씨 가문에 시집을 온다면 그녀가 무슨 일을 당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제일 중요한 건 그가 대신 사용하고 있는 신분은 구현수 것이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구현수의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 위의 그 사람은 그와 매우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결국 그가 아니다.“형.”배경원은 비록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EQ는 아주 높다. “그 “훈련” 그냥 앞당겨 끝내죠. 영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어차피 자질구레한 것들만 남아 있으니 그건 저희 둘이 마저 처리할게요. 그러니 형은 이만 빨리 돌아가서 형수님을 만나서 어서 그리움의 고통을 덜어내세요.”구현수는 이 말에 표정이 살짝 변했고 몸을 돌렸다. 런던에 온 며칠 동안, 그는 처음으로 이러한 홀가분한 미소를 보인다.유찬혁은 은밀하게 배경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웃었고 짐 정리하고는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때 방한서가 갑자기 들이닥치고 당황한 표정으로 구현수를 바라보았다.“도련님!”“왜 그래?”방한서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강주에... 강서연 씨한테 문제가 생겼어요!”......강서연은 이미 심문실에서 하룻밤을 꼬박 보냈다.이 작은 방 사방은 온통 희끄무레한 벽에 창문도 없이 음산한 기운만을 풍기고 있다. 천장 네 귀퉁이에 모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여러 각도에서 그녀를 촬영하고 있고 CCTV 뒤가 바로 감시실이다.유니폼을 입고 있는 관계자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강서연의 작은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헛소리예요!”강서연은 흥분을 하여 온몸을 떨며 책상을 힘껏 두드렸다.“저 그런 적 없어요! 없다고요! 누가 지금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거예요? 성소원인가요? 그녀더러 직접 제 앞으로 와서 말하라고 하세요!”“조용히 하세요!”심문관이 책상을 힘껏 두드렸고 그의 고함소리가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예요?”“제가 한 적 없는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강서연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입술을 꽉 깨물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그 플랜은 제가 쓴 것이 맞지만 줄곧 컴퓨터 안에 파일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종이파일은 서랍에 잠가뒀어요. 그게 왜 경쟁사의 손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부에 범인이 있다면 분명히 몰래 파일을 훔쳐서... 그러니 회사의 모든 CCTV를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제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혐의가 있어요!”“강서연 씨, 영업팀 매니저로써 부하가 당신 사무실로 드나드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그리고 CCTV를 조사한다고 하여도 단순히 CCTV 화면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수가 없어요.”“그렇다면 상대 회사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제가 회사 기밀을 팔아먹었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당신...”심문관은 눈을 부릅뜨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무선기에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 씨 어머니는 정신적 질환이 있고 남동생은 미성년자네요. 그리고 강서연 씨는 기혼상태인데 남편은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 연락이 안 되는 상태예요. 그걸 돌파구로 한번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네.”심문관은 웃으면서 이어폰을 뺐다.“강서연 씨,”그는 천천히 일어났고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남편을 위해 생각해 보세요. 남편은 이미 전과가 있는데 설마 당신도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어요? 당신들 부부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아가려고요?”......유찬혁은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가는 길 내내 구현수는 어두운 표정을 짓고 미친 듯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유찬혁은 여러 번 자신이 하마터면 창문을 따라 날아갈 뻔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물리 수업시간에서 구심력 원심력에 대하여 배운 적이 있는데 오늘 정말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날카롭고 다급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량이 급하게 경찰서 입구에 세워졌다.구현수는 경찰서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걸음걸이는 마치 지옥에서 걸어오는 수라와 같았다. 들어간 후 그는 날카로운 칼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고 마침내 문 하나가 살짝 열리면서 여경 두 명이 강서연을 데리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보았다.“서연아!”그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강서연은 그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하룻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그의 품으로 달려갔고 작은 손으로 그의 옷을 꽉 잡자 안정감을 주는 그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음속 깊이에서 올라오는 서러움이 갑자기 목구멍에 막혔고 그녀는 차마 큰 소리로 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구현수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낮은 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위로의 말을 전했다.품속의 여인은 계속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었고 그녀의 빨갛게 부은 눈두덩과 창백한 얼굴을 보니 가슴이 너무도 아파왔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으니깐.”강서연은 이제야 마음이 놓여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유찬혁은 수속을 마치고 걸어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구현수의 눈빛에 한걸음 물러났다. 유찬혁은 혀를 내두르며 어쩔 수 없이 한쪽에 서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결국 옆에서 마른기침을 하였다.강서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구현수의 품에서 떨어지고는 몸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분은...”“내가 전에 말했던 유 변호사야.”구현수가 먼저 대신 입을 열었다.“감옥에 있는 범인에게 법률 원조를 제공해 주는 전문 변호사야.”유찬혁은 눈을 크게 뜨고
구현수가 큰 소리로 기침을 하자 유찬혁은 바로 입을 다물고 운전에 전념했다.“여보.”강서연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얘기했다.“이 일이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계속 심문을 해도 인정하지 않으니 심문관이 당신 얘기까지 꺼내면서 당신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죄를 인정하라고 하더라고요.”“그래서 뭐라고 했어?”“그냥 계속 침묵을 유지했어요.”여자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눈빛 속 그 강인함은 여전히 또렷하였다.구현수의 가슴이 떨렸고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만지작 거렸고 그녀를 더욱 애석하게 여겼다.다른 여자였다면 심문관이 소리를 질렀을 때 이미 겁에 질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인정했을 것이다.그러나 강서연은 연약한 외모 아래 억척스러운 영혼이 있어 목에 칼을 들이대도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구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녀의 그러한 성격은 그와 참 비슷하다. “네, 잘하셨어요.”유찬혁도 그녀를 칭찬해 주었다.“누구의 잘못인지 결론이 나기 전에 당사자는 말을 아낄수록 좋아요. 남은 일들은 변호사가 처리할 테니 그렇게 하면 많은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요.”강서연은 구현수의 어깨에 기댔다. 차가 약간 흔들렸고 심문실에 하루종일 갇혀 있어 정신을 고도로 집중한 상태였던 그녀가 갑자기 긴장이 풀리니 약간의 졸음이 몰려왔고 곧 잠이 들었다.구현수는 앞에 있는 유찬혁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에게 운전을 평온하게 하라는 사인을 보내고는 여자를 품에 꼭 껴안았다.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강서연은 곤히 잠들어 있었고 구현수는 그녀를 안아 집에 들어선 뒤 침대에 눕히고 조심스럽게 외투를 벗겨주었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한 바퀴 둘러보며 문제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방에서 나왔다.유찬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형, 저 지금 숨도 편히 못 쉬고 있어요. 형 와이프의 꿀잠을 방해할까 봐...”구현수는 바로 서늘하고 엄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