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수도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맞아. 횡재했어.”부부의 완벽한 콜라보에 소진명은 더는 따지지 못하고 핑계를 찾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강서연은 그제야 구현수의 팔을 잡고 옆쪽 작은 문으로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호텔 뒤 작은 골목길에 들어선 두 사람을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이 환히 비추었다. 공기엔 계절 특유의 풀향기가 은은히 배어있었고 기분 좋게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풀밭에서 날아온 반딧불이 반짝거리며 밤하늘을 수놓기도 했다.강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작은 머리를 구현수의 어깨에 기대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가며 흔치 않은 여유와 고요함을 즐겼다.“조금 전 왜 그렇게 말했어?”돌연 구현수가 그녀에게 물었다.강서연이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우리 둘에 관한 너무 많은 일을 소진명이 알게 되는 걸 꺼리잖아요. 맞죠?”“그걸 어떻게 알았어?”“당신은 내 남편이니까 당연히 알죠!”강서연이 달콤하게 웃으며 손 위 에메랄드 반지를 만지작거렸다.구현수는 그녀의 남편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했다.그 말을 들은 구현수의 눈동자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였다.“저도 부부 사이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많이 오픈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강서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소 대표님과는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에요. 친하게는 지내되 마음을 다 보여주면 안 된다는 옛말도 있잖아요!”그가 웃는 얼굴로 큰손으로 강서연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항상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어리숙한 줄로만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 이토록 현명하게 행동하다니.“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강서연이 눈을 깜박거렸다.구현수가 머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갈수록 내가 값을 매기지도 못하는 보물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그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의 두꺼운 가슴팍을 살짝 밀어냈다.“서연아, 넌 총명하고 예쁘고 능력도 있어. 나와 결혼한 걸 후
구현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최 씨 가문 셋째 도련님에 대하여 더 이상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소진명은 개인 클럽 밖에서 최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클럽은 명황산 아래에 있는 아주 은밀한 곳으로 주위에는 촘촘한 활엽식물로 가림막을 한 것 외에도, 검은 옷에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얼마 기다렸는지 모를 정도로 한참을 기다렸고 그제야 안에서 사람이 나와 예의 바르게 소진명을 안으로 모셨다.최진혁은 방금 온천을 마치고 푹신한 리클라이너에 몸을 기대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소진명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좋은 시가의 냄새를 맡았다.“어르신, 이건... 쿠바의 고스바, 맞죠?”“허허, 냄새를 잘 맡네.”최진혁은 그를 곁눈질해 보고 부하를 향해 턱을 치켜올리고는 그에게 의자를 내주어라는 사인을 보냈다.소진명은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의자에 바르게 앉았다.“무슨 일로 찾아왔지?”최진혁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누리는 모습이었다.그는 소진명에 대한 태도가 극히 오만하다. 최 씨 가문이 그에게 태생부터 가져다준 부귀와 존엄 외에도 소진명은 그가 직접 육성한 인물로 만약 그가 없다면 소진명의 오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소진명 역시 평소에 얌전히 강주에만 있고 웬만하면 오성에 오지 않는다. 오늘처럼 밤새 강주에서 급히 온 건 더 말할 것도 없이 드문 일이다.무슨 큰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소진명은 쉽사리 와서 그를 방해하지 않는다.“어르신, 저...”소진명은 건조한 입술을 핥고는 조금 망설였다.“감히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최 씨 가문의 그 셋째 도련님... 아직도 최 씨 가문에 남아있나요?”최진혁은 이 말에 갑자기 눈을 뜨고 이상함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그건 왜 물어봐?”“그냥... 묻는 거예요.”“당연히 최 씨 가문에 없지.”최진혁은 담담하게 답하였다.“그 성격에 어디 한
“그런데 제가 발견한 게 있어요...”소진명이 에메랄드 반지에 대하여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최진혁의 전화가 울렸다. 부하가 그에게 전화를 건네줬고 그는 소진명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자 소진명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최진혁은 느릿느릿 일어나서 전화를 받고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돌아온 후 그는 싸늘하게 소진명을 흘끗 보고는 말했다.“당장 나가.”“어르신.” “최연준은 지금 영국 맨체스터에 있대.”최진혁은 완전히 인내심을 잃었다.“내일은 런던에 가고 모레는 파리에 간다고 하는데.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이딴 쓰레기 자료를 찾아온 거야.”그는 구현수에 관한 모든 자료를 허공에 던졌고 자료들은 눈송이처럼 조각조각 흩어졌다.소진명은 화들짝 놀랐고 최진혁은 바로 부하가 그에게 보내준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사람은 카메라를 등지고 있지만, 옷차림이 매우 심상치 않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화면 속 배경은 바로 맨체스터의 랜드마크인 앨버트 광장이다.“그... 그럴 리가요!”“뭐가 그럴 리가 없어?”최진혁은 그를 힐끗 보았다. “최연준의 뒤통수가 피범벅이 되어도 난 알아볼 수 있어. 그리고 걔는 심심하면 앨버트 광장으로 가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데 그건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야.”소진명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고 얼굴빛은 몹시 보기 흉했다.설마 정말 자신이 헛갈린 건가? 하긴,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참으로 많지. 그리고 최연준의 취향에 강서연과 결혼 할리가 없다.그런데 그 반지는 너무도 수상하다...“다른 일 없으면 빨리 강주로 꺼져!”최진혁은 짜증이 났다.“다른 사람 앞에서 내가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는 걸 티 내지 마. 기억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야! 요즘 우리 집 늙은이가 날 지켜보고 있어서 짜증나 죽겠어! 문제투성이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라고!”“네.”소진명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최진혁은 차가운 눈빛에 잠깐 사색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구현수라는 사람
“몰랐어요?”안이수는 어리둥절하더니 곧이어 심각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서연 씨와 소 대표님에 관한 소문이요. 소 대표님이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이 계속 서연 씨와 계약을 했고 그 덕분에 서연 씨가 매니저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그러더라고요.”강서연도 멍해졌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런 소문이 도는 걸 언뜻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소진명도 확실히 이상한 게 연속 다섯 개의 주문 건을 성사시켰고 강서연과 협업할 거라고 그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였다.이런 눈부신 전적이 있으니 강서연은 승진을 안 할 수가 없다.그러나...“소 대표님과 협업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쌍방에게 유리한 협업이었어요.”그녀는 중얼중얼 거렸다.“그런데 저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왜 굳이 저를 콕 집어서 저와 협업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야 서연 씨의 능력을 인정하니깐요!”안이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요. 제가 보기엔 그 소문은 성소원이 퍼트린 것 같아요. 지금 권세를 잃었고 별 능력도 없으니 질투가 나서 그러는 거예요! 서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들 모두 서연 씨를 지지하고 있으니 서연 씨 능력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요!”강서연은 고마운 마음에 그녀를 향해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러나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회사에 능력 있는 사람은 아주 많고 소진명은 굳이 그녀에게 맡기지 않아도 된다. 확실히 요즘 소진명이 의도적이든 별 의도가 없든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는데 그렇다고 남에게 알리지 못할 마음이 있는 것 같진 않다.모든 문제의 핵심은 모두 소진명이 그녀의 에메랄드 반지를 보고 시작됐다.강서연이 소진명과의 대화내용을 샅샅이 훑어보니 매번 그녀에게 문자를 보낼 때 구현수에 대하여 언급을 했다.예를 들어서 소진명은 그녀에게 구현수는 어느 도장에서 수업을 가르치는지, 요즘 본인이 헬스를 하고 싶어서 이 참에 복싱을 배우려 한다는 문자가 있었다.그리고 또 무심한 척 어떻게 구현수와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했
강서연은 휴대폰을 꺼내 최근에 소진명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를 구현수에게 보여줬다.“겉으로는 나의 안부를 묻지만, 실은 말끝마다 당신에 대하여 묻고 있어요.”강서연은 아주 똑똑하다.“그리고 매니저로 승진하기 전 소 대표님과 연속 다섯 개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건 회사에서 너무도 눈에 띄는 성적이잖아요. 그리고 날 도와주는 목적도 단지 하나, 바로 당신의 정보를 얻는 거예요.”구현수는 눈을 가늘게 떴고 마음속으로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그날 파티에서 소진명을 마주치고 바로 의심이 생겼다. 특히 소진명이 강서연의 반지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은 더욱이 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이렇게 보니 소진명은 최진혁의 사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구현수은 피씩 웃었다.‘둘째 삼촌 마음이 너무 급한 거 아니야? 나를 감시하게끔 사람을 붙인다고 하여도 이렇게 정체가 쉽게 드러나는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아?’그러나 만약 최진혁이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맨체스터가 아닌 강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그는 눈앞에 서있는 단순하고 착한 강서연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가 절대 최진혁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그녀를 보호하여야 한다.“소 대표님이 정말 이상한 것 같은데 또 그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 당신 소식을 알아내려 하는 거죠?”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여보, 혹시 예전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고 마침 그 사람이 소 대표님과 아는 사이여서......”“아니야.”구현수는 미소를 보였다.“난 이미 예전 생활을 모두 정리했고 그 사람들이랑 다시 엮일 일이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알겠어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도 걱정하지 말아요. 소진명에게 당신에 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어요.”“뭐?”그는 조금 의외였다.강서연은 웃으면서 말했다.“물을 때마다 그냥 얼버무렸어요. 어느 도장에 있는지 을 때 그냥 다른 헬스장을 추천해 줬고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할 때 이미 지하철에 탔다고 답
구현수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하였다.“여보, 복싱과 같은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경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는 궁금증으로 가득 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구현수는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두 글자를 내뱉었다.“금욕.”강서연은 멍해졌다.“경기 전에 너무 즐기고 링에 올라서면 손발이 나른해져. 그러면 시합은 무조건 지는 거지. 이게 다 당신 탓이야.”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붉게 물든 그녀의 작은 귓불을 살짝 만지작거렸다.“당신을 보면 난 참을 수가 없어. 맨날 같이 있으면... 어떻게 금욕을 할 수 있겠어.”“당신...”강서연은 뾰로통하여 그를 노려보았고 크고 예쁜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본인의 자제력이 약하면서 여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는 건 여전히 똑같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 동작은 그의 눈에는 유혹으로 보였다.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그의 몸을 타고 올라왔고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구현수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그녀를 소파에 홱 눕혔다.“왜 그래요...”강서연은 몸을 움직이며 낮은 목소리로 저항했다.“금욕해야 한다면서요.”“훈련은 내일부터 하는 거니.”그는 재빨리 가운 끈을 풀고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오늘 저녁은... 금욕이 없어!”.......“형, 아까 제가 한 얘기 다 들었어요?”유찬혁은 급한 나머지 땀투성이가 되었다.“빨리 말해봐요.”구현수는 멈칫하였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딴 곳에 정신을 팔렸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가볍게 기침 두 번을 하고 넓은 리클라이너에서 일어나 천천히 창문가로 걸어갔다.5대 재단의 업무보고는 이미 끝났지만,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정신을 딴 곳에 판 건 이번이 처음이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의 실루엣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구현수는 한껏 미간을 찌푸리고는 낮은 목소
구현수는 뚫어지게 창밖을 바라보았고 먼 곳의 런던 대교는 온통 안갯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짜증이 난 채 미간을 찌푸렸고 관자놀이가 아픈 나머지 퉁퉁 부었다.‘한평생 그녀를 속인다고? 그럴 리가. 언젠가 그녀가 알게 될 것이다.’그러나 최 씨 가문의 통에 따르면 그와 혼인하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세 가문의 여인이어야만 한다. 만약 강서연이 최 씨 가문에 시집을 온다면 그녀가 무슨 일을 당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제일 중요한 건 그가 대신 사용하고 있는 신분은 구현수 것이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구현수의 신분증을 꺼냈다. 신분증 위의 그 사람은 그와 매우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결국 그가 아니다.“형.”배경원은 비록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EQ는 아주 높다. “그 “훈련” 그냥 앞당겨 끝내죠. 영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어차피 자질구레한 것들만 남아 있으니 그건 저희 둘이 마저 처리할게요. 그러니 형은 이만 빨리 돌아가서 형수님을 만나서 어서 그리움의 고통을 덜어내세요.”구현수는 이 말에 표정이 살짝 변했고 몸을 돌렸다. 런던에 온 며칠 동안, 그는 처음으로 이러한 홀가분한 미소를 보인다.유찬혁은 은밀하게 배경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웃었고 짐 정리하고는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때 방한서가 갑자기 들이닥치고 당황한 표정으로 구현수를 바라보았다.“도련님!”“왜 그래?”방한서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강주에... 강서연 씨한테 문제가 생겼어요!”......강서연은 이미 심문실에서 하룻밤을 꼬박 보냈다.이 작은 방 사방은 온통 희끄무레한 벽에 창문도 없이 음산한 기운만을 풍기고 있다. 천장 네 귀퉁이에 모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여러 각도에서 그녀를 촬영하고 있고 CCTV 뒤가 바로 감시실이다.유니폼을 입고 있는 관계자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강서연의 작은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헛소리예요!”강서연은 흥분을 하여 온몸을 떨며 책상을 힘껏 두드렸다.“저 그런 적 없어요! 없다고요! 누가 지금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거예요? 성소원인가요? 그녀더러 직접 제 앞으로 와서 말하라고 하세요!”“조용히 하세요!”심문관이 책상을 힘껏 두드렸고 그의 고함소리가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예요?”“제가 한 적 없는 일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강서연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입술을 꽉 깨물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그 플랜은 제가 쓴 것이 맞지만 줄곧 컴퓨터 안에 파일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었고 종이파일은 서랍에 잠가뒀어요. 그게 왜 경쟁사의 손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내부에 범인이 있다면 분명히 몰래 파일을 훔쳐서... 그러니 회사의 모든 CCTV를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제 사무실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혐의가 있어요!”“강서연 씨, 영업팀 매니저로써 부하가 당신 사무실로 드나드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그리고 CCTV를 조사한다고 하여도 단순히 CCTV 화면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수가 없어요.”“그렇다면 상대 회사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제가 회사 기밀을 팔아먹었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당신...”심문관은 눈을 부릅뜨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무선기에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 씨 어머니는 정신적 질환이 있고 남동생은 미성년자네요. 그리고 강서연 씨는 기혼상태인데 남편은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 연락이 안 되는 상태예요. 그걸 돌파구로 한번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네.”심문관은 웃으면서 이어폰을 뺐다.“강서연 씨,”그는 천천히 일어났고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남편을 위해 생각해 보세요. 남편은 이미 전과가 있는데 설마 당신도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어요? 당신들 부부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살아가려고요?”......유찬혁은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