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것까지 생각했다면?”“음... 그 아이가 다른 쓰임새가 있다는 뜻이겠죠.”강서연이 대답했다.“일단 고령의 임산부라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 그것도 문제예요. 그리고 손미현이 예전에 우리에게 뭐라 했었던지 기억나요?”최연준도 생각이 났다. 손미현은 미웨이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여 김중 그룹의 정기 회의에 참석했었다. 회의에서 그녀는 어떤 이들이 맨날 쫓아다녀서 기분이 매우 안 좋다고 얘기했었다.그녀가 말한 어떤 이들은 최연준의 부하들을 가리켰다.최연준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아이가 잘못되면 모든 잘못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겠다는 거네.”강서연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손미현이 아이를 낳는다면 위험이 아주 컸다. 어쨌거나 아이의 몸에 여진국의 피가 흐르고 있어 유전자 검사만 하면 그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고령의 임산부라 합병증 발병률이 남들보다 훨씬 높기에 아이가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목숨 걸고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말인데요.”강서연이 덤덤하게 웃었다.“우리가 무사해지려면 요즘은 외숙모를 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차 안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최연준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최연준이 갑자기 다가오자 강서연은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다.‘이 남자는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연준 씨, 왜 그래요? 계속 이러면 오늘 밤 밖에서 자요.”“여보...”최연준은 너무도 억울했다.“난 그저 당신을 칭찬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무섭게 굴어?”“칭찬요?”“응.”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당신 분석이 아주 정확했어. 남들은 임신하면 바보가 된다던데 당신은 왜 이리 똑똑해?”강서연의 두 볼이 발그스름해지더니 피식 웃었다. 그녀는 최연준의 볼을 어루만졌다.최연준의 각진 턱은 여전히 멋졌고 특히 날카로운 눈썹과 그윽한 눈빛은 그녀를 저
최연준은 전화를 끊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거실에서 강서연 남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안으로 들여다보니 몇몇 젊은 도우미들이 윤찬의 옆에서 밀크티와 디저트를 챙겨주며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었다. 도우미들의 눈에서 빛이 날 지경이었다.그 모습에 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 윤찬이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여 상처를 받고 한밤중에 울면서 누나 집으로 달려와 고자질했었는데 그때 매형인 그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줬다.그랬던 남자아이가 이젠 윤씨 가문의 어엿한 후계자가 되었다.윤정재는 직접 윤찬을 가르쳤고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길을 펴주었다. 윤찬도 그 기대에 부응하듯 어린 나이에 아주 뛰어난 의학 재능을 보여주었다.2년 앞당겨 의학원을 졸업한 건 물론이고 약 제조와 침술 방면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지금의 윤찬은 앉아있기만 해도 아우라를 뿜었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기품이 흘러넘쳤다.“여보.”강서연이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찬이가 이번에 와서 꽤 오래 있겠대요. 이쪽 의학원에 가서 교수님들의 강의도 듣겠대요.”“문제없어.”최연준이 다정하게 말했다.“처남, 여긴 처남의 집이니까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돼요. 병원에 갈 때면 운전기사와 경호원을 붙여줄게요.”“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윤찬이 웃으며 말했다.“저 혼자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이 도시도 좀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요. 어쩌다가 왔는데 제대로 구경해야죠. 아 참, 석진 형이 여기서 여자친구가 생겼다면서요?”“왜요? 처남도 그 광장에 가서 집시 여인을 만나려고요?”윤찬의 두 볼이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다.“됐어요. 얘랑 농담 그만 해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찬이가 약과 영양제를 엄청 많이 가져왔어요. 다 엄마 아빠가 준비하신 거래요.”상 위에 상자가 놓여있었는데 안에 윤제 의약에서 개발한 약이 있었다.강서연이 상자를 뒤져보니 몇 개 약병에 최연준이라고 특별히 적혀있었다. 윤정재는 최연준의 항공기 사고 후유증이 다시 재발할
‘매형이 사레들렸을 뿐인데도 누나가 얼마나 긴장하는지 좀 봐요.’윤찬은 피식 웃더니 시차 적응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냅다 줄행랑을 쳤다.그제야 진정한 최연준은 강서연을 보며 웃었다.“장인어른은 여전히 독하시네?”“그러게 말이에요.”강서연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이젠 아빠의 침술을 물려받은 사람도 생겼어요.”최연준의 뇌리에 문득 뭔가 떠올랐다. 윤찬도 의술에 능통하니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것 같다.“여보.”강서연이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나 졸려요.”“그럼 방에 들어가서 자자.”“걷기 싫어요...”“알았어.”최연준은 강서연의 요구라면 무조건 들어주었다.“내가 안아줄게.”최연준은 강서연을 들어 올리고 위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여보, 난 당신이 있고 난 뒤로 다리가 필요 없는 것 같아요.”“그건 안 되지.”최연준이 다정하게 말했다.“대부분은 필요 없지만 딱 필요할 때가 있긴 해.”“그게 언제인데요?”“당신 기분이 안 좋을 때.”최연준이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웃었다.“기분이 안 좋을 때 날 발로 차도 돼.”그는 만점 답안이라고 여겼고 말도 점점 잘한다는 생각에 홀로 뿌듯해했지만 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여보, 왜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을 거라고 해요?”“...”“당신과 함께 있을 때도 기분이 안 좋을 거란 말이에요?”“...”“그럼 내가 왜 당신과 함께 있죠?”최연준은 입을 꾹 다물고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다그쳤다.“얼른 말해봐요.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는 거죠?”“최연준!”최연준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버렸다.‘망했어. 오늘 낮잠은 재우지 못했네. 잘 달래주기나 해야겠다.’...손미현은 며칠 동안 집에서 아주 여왕의 대접을 받았다.김성주는 집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절대 손미현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내렸다. 심기를 건드렸다간 바로 내쫓겠다고 했다. 이젠 김유정마저도 엄마를 보면 조심해야 했다.그날 손미현이 삼계탕을 먹자마
손미현은 가까이 와서 얘기하도록 손짓했다.김유정이 그녀 앞에 앉자 그녀는 더 이상 낮출 수 없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이 아이를 낳으면 안 돼...”“네?”김유정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자기 엄마가 임신한 이후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사랑을 빼앗아 갈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그러나 지금 손미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어쨌든 그녀의 친동생인데 만약 정말 남자아이라면 장래에 그녀에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엄마, 왜 그렇게 말하세요? 의사가 낳을 수 없대요?”“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알아.”손미현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 나이에 출산하는 건 너무 위험해. 아이를 낳아도 잘 키울 자신이 없어... 게다가 배 속의 아이는 그 바보의 것이 아니야...”“그 바보는 전혀 모르고 있어요! 요 며칠 동안 매우 기뻐하고 있어서 엄마를 보호해 줄 거예요!”“그래도 안 돼!”손미현의 얼굴빛이 변했다.“김성주는 바보지만 최연준과 강서연은 아니야!”김유정은 눈을 크게 떴다.“설마 그 사람들이 알아차렸어요?”“아직은 들통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들킬 수 있을 거야.”손미현은 한숨을 쉬며 갑자기 눈빛이 독해졌다.“그래서 그 사람들이 발견하기 전에 이 아이는 그 사람들의 손에서 없어져야 해! 그렇게 되면 김성주는 틀림없이 소란을 피울 것이고 영감님과 김자옥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김유정은 자기 엄마가 태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김씨 가문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영감님이 그녀들을 못마땅하게 여겨도 아이들을 봐서라도 그녀들에게 더욱 관대해질 것이다.이 아이가 유산된 게 강서연과 관련이 있다면...김유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역시 짬밥은 무시할 수 없다고 감탄했다.“엄마, 강서연 그 계집애한테 어떻게 덮어씌울지 생각해 봤어요?”“아니.”손미현이 콧방귀를 뀌었다.“그게 어려울까?”김유정이 방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 그녀의 핸
“괜찮아요.”강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음료수를 미리 시켰어요. 블루베리 치즈 밀크티 좋아하는 거 맞죠?”“언니.”김유정은 선글라스를 벗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예전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안 돼요! 작품을 찍어야 해서 지금은 몸매를 유지해야 해요. 게다가, 만약 제가 이런 가게에서 밀크티를 마시는 모습이 유출되면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거예요!”“그래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담담한 척했다.“유정 씨, 오늘 만나자고 한 건 그 영화 얘기를 하고 싶어서예요.”“다 잘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김유정은 자세를 바로잡았다.“곽 감독님께서는 제가 타고난 배우라고 말했어요. 이 영화는 반드시 저의 성공작이 될 것이에요.”“그래요.”강서연이 싱긋 웃었다.“보미 씨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영화는 더 이상 못 찍을 것 같아요.”김유정은 선글라스를 벗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라고요?”“유정 씨, 흥분하지 말아요.”강서연이 그녀를 달랬다.“김중 그룹 장부를 제가 봤는데 현금흐름이 많지 않고 몇 개의 투자는 아직 수익을 보지 못해서 장부상으로는 돈이 별로 없어요. 이 영화는 원래 미웨이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것인데 지금 미웨이가 급하게 투자를 철회했어요. 참... 안타깝네요.”김유정의 머릿속이 하얘졌다.‘돈이 없다고? 투자금을 철회했다고?’손미현은 분명히 이 영화를 투자한 것은 그녀가 여주인공이 되어 상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이제 다 망한 건가?“유정 씨.”강서연의 모습은 상당히 진정성 있어 보였다.“보미 씨가 유정 씨가 찍은 데모를 보여줬는데 정말 대단해요! 특히 표정이 너무 좋아요. 그날 석진 오빠랑 촬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내가 대신 사과 할게요. 오빠가 자존심이 강하고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요. 이 영화가 개봉하면 유정 씨는 틀림없이 상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김유정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한편으로는 강서연의 칭찬 때문이고 다
최연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문제없어.”이때 그가 보낸 사람은 이미 김유정의 차를 따라갔고 실시간 위치를 공유해왔다.차는 도시 밖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손미현을 미행했을 때와 같은 방향이었다.김유정은 역시나 여진국을 찾으러 갔다.최연준은 입꼬리가 올라갔고 많은 증거가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앞으로 다가올 어느 날에 펑 하고 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진실은 일시적인 고통을 가져올지도 모르지만 김성주에게는 평생의 해탈이다.“여보, 수고했어.”최연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일찍 가서 쉬어. 남은 일은 나한테 맡겨.”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별장으로 돌아왔다.며칠 후에 최연준과 나석진은 사무실에서 만났다.나석진은 긴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흰 양복처럼 사람을 가리는 옷도 그에게는 특별히 다림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김중 그룹 여직원들은 최연준이 무서워서 이 층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그런데 오늘은 하나둘씩 열정 넘치며 최 대표 문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수시로 만년필을 떨어뜨리거나 노트를 잃어버리고는 허리를 굽혀 유리문 틈새로 들여다보았다.복도 끝에 최연준이 나타나자 이들은 이 세한 기운을 느끼고 뿔뿔이 흩어졌다.최연준은 사무실로 들어와 농담했다.“조금만 더 앉아 있으면 회사 여직원들의 눈알이 다 튀어나올 것 같아요.”“김중 그룹은 남자가 없나 봐요?”나석진이 거만하게 입꼬리를 올리자 최연준은 웃음을 거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매제, 내가 매제보다 잘생겼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할 말 없으면 나가세요!”나석진이 웃었다.“농담이에요! 이거 보세요, 원하는 물건을 가져왔어요.”그는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안에는 사진 한 무더기가 들어 있었다.사진을 본 최연준의 얼음조각 같은 얼굴에 마침내 웃음기가 돌았다.며칠 전 그는 나석진이 데리고 온 사람을 시켜 김유정을 미행하여 여진국의 아지트까지 줄곧 따라갔다.김유정과 여진국이 만나는 장면도
연회는 빌라 마당에 마련되었는데 바이올린 소리가 우아하고 향기로운 술 냄새가 진동한 데다가 정원에 장미꽃이 만발하여 마치 16세기 유럽으로 돌아간 듯 몽환적이었다.강서연은 임신한 채 최연준과 사람들 사이에서 접대를 하고 있었다. 최연준은 그녀가 힘들게 걸어가는 것이 안쓰러워 안아 올리려다가 강서연에게 팔을 붙잡혔다.“왜 그래?”남자가 가볍게 웃었다.“나랑 같이 있을 때 다리 안 써도 된다고 약속했잖아?”“지금은 필요해요!”강서연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이 이렇게 많은 식구 앞에서 이러면 안 돼요!”“내가 내 와이프를 아끼는데, 저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야?”강서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그래도 그를 제지했다.“우리 서연이는 너무 착해 빠졌어!”김자옥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연준이에게 안겨도 돼. 발이 많이 부어 보이는데... 힘들지?”강서연은 착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어이구, 우리 집 작은 사모님께서 정말 철이 들었네요! 너무 철이 들어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다니!”역시나 다름없는 손미현의 소리여서 김자옥은 눈살을 찌푸렸다.여자는 비틀비틀 이쪽으로 걸어왔을 뿐 배는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황태후처럼 주위에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있었다.김자옥은 그녀를 향해 눈을 째려봤다.“헛소리하지 마! 임신했다고 미친개가 돼서 사람을 막 물고 다니는 거야? 이 사이코야!”“형님, 도대체 누가 사이코인지 곧 알게 될 거예요!”두 사람의 말다툼 소리가 적지 않은 사람들의 구경을 불러왔으나 모두 말은 하지 않고 술잔을 들고 한쪽에서 구경만 하였다.손미현은 때가 무르익자 사진 한 움큼을 앞에 놓인 탁자 위에 내던졌다.사진 속의 몇몇 남자들은 마치 미행하는 것처럼 기웃거리고 있었다.그것을 본 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사실 그들은 이미 손미현이 그 둘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미현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자 그들은 아
손미현은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최... 최연준! 외숙모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네가 감히 내 아들에게 이렇게 말을 해?”김자옥의 매서운 목소리가 연회장을 뒤흔들었다.손미현은 몸을 움츠리고는 또 몰래 김성주를 찔러 소란을 피우게 했다.김성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청껏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누나, 지금 우리 괴롭히는 거야? 우리... 미현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사람을 보내서 미행하다니! 미현이는 내 아이를 가졌어! 너희들, 내 와이프가 눈에 거슬리면 나도 눈에 거슬리는 거야!”김자옥은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아 몇 번이나 발작하려 했지만 모두 참았다.어린 시절 동생이 몸을 던져 목숨을 걸고 구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지고 천방지축 성질도 못 내고 죄책감에 온몸이 먹먹해진다.최연준은 앞으로 나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어머니가 내지 못하는 성질은 그가 대신 내면 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이렇게 답답한 것을 본 적이 없다.더군다나 이는 성질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김성주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그에게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를 더 깊은 지옥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차라리 지금 손미현 이 암 덩어리를 없애는 게 낫겠다!최연준은 당황하지 않고 사진 한 움큼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외숙모, 미행했다고 했잖아요. 외숙모가 사진을 찍었고 나도 찍었어요. 맞아요, 이 사람들은 제가 보냈다고 인정할게요. 하지만 제 부하들이 뭘 찍었는지 자세히 보시는 게 좋겠어요!”손미현은 어안이 벙벙해서 그 사진들을 뒤적거렸고, 결국 볼수록 온몸이 덜덜 떨렸다.“이건...”“유정이에요.”최연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외숙모는 자기 딸도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죠?”손미현은 눈을 부릅뜨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사진에는 김유정뿐만 아니라 여진국도 있다!손미현은 심장이 벌렁거리고 온몸의 피가 머리 위까지 거꾸로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