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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손미현은 집에 있는 차도 운전하지 않고 길거리까지 걸어 나가서 택시를 탔다. 가는 길 내내 그녀는 마음이 초조했고 여진국네 집 근처에 도착해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택시는 여진국의 집 밑까지 들어가지 않고 길모퉁이에 멈췄다. 두 사람은 그동안 늘 이렇게 움직였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피해 차에서 내린 후에도 한참 동안 걸었다. 그런데 오늘 조용한 골목길을 돌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움찔한 손미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골목길을 달렸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꾸만 바짝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녀가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앞으로 가면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손미현은 잠깐 멈췄다가 눈알을 굴리더니 다른 골목으로 돌아서 여진국의 아파트로 황급히 들어갔다.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그런데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야릇한 광경에 그녀는 혈압이 마구 치솟았다.

여진국이 두 백인 여자와 소파 위에서 마구 뒹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손미현이 그에게 사준 튀르키예 양털 카펫을 깔고 있었다.

“으악! 이 X놈, X새끼야!”

손미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던 꽃병을 냅다 던졌다. 한창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그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중 한 백인 여자가 머리를 맞았는데 피부가 째지면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다른 한 여자는 겁에 질린 나머지 옷도 입지 못하고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여진국은 손미현의 목을 잡고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곧이어 방안에서 히스테릭한 울음소리, 싸우는 소리,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족히 30분 넘게 이어지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

여진국은 부하에게 들어와서 방을 정리하라고 했다. 손미현은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퉁퉁 부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여진국의 얼굴에도 할퀸 핏자국이 여러 개 생겼다.

손미현이 던진 꽃병에 맞아 머리를 다친 백인 여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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