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이 귀를 쫑긋 올리고 신경을 곤두세웠다.뒤돌아 살펴보니 야한 차림의 여자가 구현수에게 매혹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 손으론 와인잔을 살랑살랑 흔들었고 다른 한 손으론 치마 아래 자락을 확 찢어 새하얀 다리가 드러나게 했다.강서연은 돌연 그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서빈?”그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강유빈은 어디든 저 친구와 함께 다니는구나...예전 학창시절 서빈은 늘 강유빈과 함께 강서연을 괴롭혔었다. 그 후 성적이 바닥을 치는 데다, 술집을 드나드는 것까지 밝혀져 퇴학을 당했다.서빈은 강주시에서 평판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강유빈이라는 뒷배를 등에 업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으스대고 있었다.강서연은 답답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는 고객 접대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단호히 방향을 돌려 구현수에게로 걸어갔다.“혼자 술 마시면 재미없잖아요?”서빈이 얇은 허리를 흔들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우리 같이...”“나랑 같이 마시는 게 어때?”돌연 한기가 가득 실린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서빈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강서연의 날카로운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구현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어 흥미롭다는 듯 씩 웃음을 지었다.강서연은 등으로 구현수를 막아서고는 정면으로 서빈의 도발적인 얼굴과 마주하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나 기억 안 나? 학창시절엔 매일 내 숙제를 빼앗아 베끼더니 이젠 내 남자까지 빼앗으려고?”“어머, 강서연 동생이네!”서빈이 손으로 입을 막고 쿡쿡 웃어댔다.“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냥 이 멋진 남자분이 알고 싶었을 뿐인데 네 남자를 빼앗으려 한다니. 거기다 조금 전 넌 여기에 없었잖아. 내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알겠어!”“그럼 이젠 알겠지?”강서연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알았으면 얼른 가!”구현수는 얌전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눈앞의 이 여자는 작은 주먹을 꼭 움켜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의연한 표정과 단호한 태도로 서빈
그녀는 구현수가 넓고 따뜻한 품에 자신을 껴안아 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일분일초가 속절없이 흘러감에도 그녀가 기대하는 안정감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현수를 쳐다본 순간, 구현수는 서빈을 향해 걸어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강서연의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봤죠? 남자는 역시 현실적이라니까요.”누군가 피식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서빈 씨가 평판이 좋지 않긴 하지만 강서연 씨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부자잖아요.”“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남편을 지켜만 보고 있다니... 강서연 씨 너무 불쌍해요. 평소 남편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더니 지금은...”“이래서 남자들을 너무 오냐오냐해주면 안 된다니까요!”강서연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저 멍한 얼굴로 제자리에 굳어있을 뿐이었다.“현수 씨, 당신...”“여보, 하마터면 서빈 씨를 다치게 할 뻔했잖아.”구현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서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괜찮아요?”그 말에 서빈은 환희와 불안감이 섞인 얼굴로 구현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토록 멋진 분이 걱정해주는데 당연히 괜찮죠!”서빈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랑 춤 한 번 추실래요? 손을 잡아보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구현수!”강서연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구현수는 그런 강서연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서빈을 밀어내기는커녕 도리어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이에 강서연을 보는 서빈의 눈동자엔 득의양양함이 한층 더 짙어졌다.“서빈 씨, 제 손이 좋아요?”구현수가 여자를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서빈은 이미 그에게 푹 빠져버린 듯했다.“당연하죠!”“예전 이 손으로 누군가를 죽였다 해도요?”순간 서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구현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하늘 높은 줄 모르고
파티장은 다시 원래의 질서를 되찾았고 사람들은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말이다.하지만 다들 몰래 소곤소곤 서빈을 비웃고 있었다.구현수는 강서연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강서연은 춤에 서툴렀지만 구현수가 이끌어주니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그와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선남선녀의 춤이 끝나니 이곳저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서빈은 여전히 분노에 부들거리고 있었다. 강유빈은 못마땅한 듯한 얼굴로 그녀를 흘겼다.“너 정말 쓸모없어!”“강유빈, 너...”“너 스스로 마당발이라고 자랑했잖아? 남자들이 너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며?”강유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구현수 한 놈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였다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겁을 먹다니! 쓸모없는 게 아니면 뭐야!”서빈이 괴로운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사전에 그녀는 강유빈과 반드시 강서연에게 창피를 줄 거라 약속했었다. 하지만 창피를 당한 건 오히려 자신이 되었다.그녀는 처음 구현수를 보았을 때 그의 준수한 외모에 본능적으로 마음을 빼앗겼었다. 하지만 싸늘하게 웃는 얼굴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는 순간, 눈동자에 비친 살기, 입꼬리에 깃든 뼈까지 시리게 만드는 한기, 그리고 그에게서 풍기는 압박감 모두가 그녀를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들었었다.그녀가 미쳤다고 살인범을 유혹하겠는가!“강유빈.”한동안 흐르던 침묵을 깨고 서빈이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말했다.“우리에게 아직 역전의 가능성은 있어.”강유빈이 분노에 차올라 먼 곳에 있는 강서연을 노려보았다.“어떤 방식이든 강서연을 눌러버리기만 하면 목적 달성 아니야?”서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서연의 남자는 별 볼 일 없지만 네 주변의 남자는 다르잖아!”강유빈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무슨 뜻이야?”“너한텐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잖아!”순간 강유빈의 얼굴에 긴장감이 차올랐다.이어 서빈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한 장의 사진을 찾아냈다.“유빈아, 이것 봐!”
서빈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핸드폰을 흔들었다. 핸드폰 속 화면엔 확실히 강유빈과 남자 한 명의 모습이 찍혀있었다.“다들 처음 보죠? 이분이 바로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에요! 강유빈은 당시 도련님의 환영 파티에 참석한 거고요!”“오성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요?”“당연하죠!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귀공자세요!”사람들은 모두 강유빈에게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매체에 공식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하여 그를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숫자가 적었다.그런데도 강유빈은 최씨 가문 파티에 초대받았을 뿐만 아니라 셋째 도련님과 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감탄과 부러움의 목소리가 파티장을 가득 채웠다.강유빈은 본래 서빈을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따지는 사람이 없으니 이대로 이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그날 밤 강서연이 대신 들어간 게 뭐 어떻단 말인가. 강서연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것 또한 상대할 방법은 있다!강유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저 멀리 강서연과 구현수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그녀가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걸어가 서빈에게 눈빛을 보냈다. 서빈은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사진을 강서연에게 들이밀며 비아냥거렸다.“강서연 동생, 이날 밤 너도 갔지? 그런데 왜 도련님과 찍은 네 사진은 못 봤지?”강서연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강유빈을 쳐다보았다.“사생아답게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는 거지.”강유빈이 말을 보탰다.“셋째 도련님 같은 고귀한 분이 어떻게 저런 비천한 사생아와 사진을 찍을 수가 있겠어?”강서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날 밤 넌...”“왜? 설마 너 혼자 들어간 줄 알았어?”강유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널 마중 나온 건 최씨 집안의 개였지만, 나한텐 셋째 도련님이 직접 나오셨더라고!”구현수는 흠칫 놀라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그 남자의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냉랭함은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온 소진명까지도 섬뜩해지게 만들었다.“소 대표님, 보세요!”누군가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주었다.“이건 강유빈 씨와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함께 찍은 사진이에요!”“조금 전 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맞아요!”소진명이 강유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강유빈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기세등등한 모양새로 일관했다.소진명은 처음엔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경직됨을 느꼈다.“아가씨.”소진명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 사람이 정말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에요?”그의 눈빛을 마주한 강유빈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맞... 맞는데요?”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곳엔 최연준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든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말을 이어갈 생각이었다.“그날은 도련님의 환영 파티였어요. 우리 집 식구들 모두 오성에 초대되어 갔죠.”강유빈이 새로 한 매니큐어를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말했다.“그날 파티는 정말 굉장하더라고요.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었어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이었어요!”“소 대표님은 가본 적 있어요?”강유빈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소진명의 강주에서의 세력은 작지 않다. 하지만 강씨 집안에 비해선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러니 당연히 최씨 가문과 연이 닿지 못했을 것이다.역시 소진명은 허리를 굽히며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의 말씀이 맞아요. 저의 능력이 부족해 아직 도련님을 만나 뵙지 못했어요.”“하지만...”소진명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몇 년 전 오성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마침 최씨 가문 산하 명황세가 호텔에 머물렀어요. 그때 제가 똑똑히 봤는데 사진 속 아가씨와 함께 있는 사람은 당시 제 주차를 도와주었던 문지기였어요!”강유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소진명의 얼굴에 걸려있는 미소는 점점 더 짙어져 갔지만 그 의미는 갈수록 예측
당신들... 입 다물어요!”강유빈이 화를 벌컥 내고 바깥으로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몸을 돌린 순간 조심하지 않아 하이힐이 꺾이는 바람에 발목을 접질렸다. 극심한 고통에 눈물까지 찔끔 차올랐다.강서연은 그녀의 옆에 서서 무정한 눈빛으로 그 초라한 모습을 쳐다보았다.자업자득이다.강서연은 강유빈을 동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강유빈도 강 씨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두 사람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이런 가족을 두었다는 건 당연히 수치스러운 일이다.강유빈은 자리를 뜨기 전 매서운 눈빛으로 강서연을 노려보았다. 이는 얼마나 꽉 깨물었는지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소진명이 덤덤히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작은 오해였을 뿐이에요. 이제 다들 파티를 즐기세요!”파티는 계속하여 진행되었지만 강서연은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아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소진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강서연 씨, 잠시만요.”강서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소진명은 그녀의 손에 여전히 에메랄드 반지가 끼워져있는 것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그가 이어 그녀 옆에 서 있는 구현수를 보며 말했다.“소개 안 해줘요?”강서연은 하는 수없이 구현수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개했다.“제 남편 구현수 씨예요. 여보, 이분이 바로 내가 말했던 소 대표님이에요. 진광 그룹 소진명 대표님.”소진명이 손을 내밀었지만 구현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소진명이 나타나는 순간 구현수는 어딘가 께름칙함을 느꼈다.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구현수가 뒷짐을 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경계심을 높였다.소진명의 손이 구현승에게 거절당하고 방향을 잃고 허공에 머물렀다. 그는 몇 번의 헛기침과 머리를 쓸어 넘기는 동작으로 머쓱함을 감췄다.“여보.”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저번 성소원이 저를 곤경에 빠뜨렸을 때 소 대표님께서 나서서 제 이 에메랄드 반지가 진짜임을 증명해주셨어요. 또한 반지의 귀중함도 인정해 주셨
구현수도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맞아. 횡재했어.”부부의 완벽한 콜라보에 소진명은 더는 따지지 못하고 핑계를 찾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강서연은 그제야 구현수의 팔을 잡고 옆쪽 작은 문으로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호텔 뒤 작은 골목길에 들어선 두 사람을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이 환히 비추었다. 공기엔 계절 특유의 풀향기가 은은히 배어있었고 기분 좋게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풀밭에서 날아온 반딧불이 반짝거리며 밤하늘을 수놓기도 했다.강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작은 머리를 구현수의 어깨에 기대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가며 흔치 않은 여유와 고요함을 즐겼다.“조금 전 왜 그렇게 말했어?”돌연 구현수가 그녀에게 물었다.강서연이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우리 둘에 관한 너무 많은 일을 소진명이 알게 되는 걸 꺼리잖아요. 맞죠?”“그걸 어떻게 알았어?”“당신은 내 남편이니까 당연히 알죠!”강서연이 달콤하게 웃으며 손 위 에메랄드 반지를 만지작거렸다.구현수는 그녀의 남편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했다.그 말을 들은 구현수의 눈동자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였다.“저도 부부 사이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많이 오픈하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강서연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소 대표님과는 그저 인사만 하는 사이에요. 친하게는 지내되 마음을 다 보여주면 안 된다는 옛말도 있잖아요!”그가 웃는 얼굴로 큰손으로 강서연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속으로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항상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어리숙한 줄로만 알았는데 결정적인 순간 이토록 현명하게 행동하다니.“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강서연이 눈을 깜박거렸다.구현수가 머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갈수록 내가 값을 매기지도 못하는 보물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그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의 두꺼운 가슴팍을 살짝 밀어냈다.“서연아, 넌 총명하고 예쁘고 능력도 있어. 나와 결혼한 걸 후
구현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보, 최 씨 가문 셋째 도련님에 대하여 더 이상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소진명은 개인 클럽 밖에서 최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클럽은 명황산 아래에 있는 아주 은밀한 곳으로 주위에는 촘촘한 활엽식물로 가림막을 한 것 외에도, 검은 옷에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얼마 기다렸는지 모를 정도로 한참을 기다렸고 그제야 안에서 사람이 나와 예의 바르게 소진명을 안으로 모셨다.최진혁은 방금 온천을 마치고 푹신한 리클라이너에 몸을 기대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소진명은 안에 들어가자마자 좋은 시가의 냄새를 맡았다.“어르신, 이건... 쿠바의 고스바, 맞죠?”“허허, 냄새를 잘 맡네.”최진혁은 그를 곁눈질해 보고 부하를 향해 턱을 치켜올리고는 그에게 의자를 내주어라는 사인을 보냈다.소진명은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의자에 바르게 앉았다.“무슨 일로 찾아왔지?”최진혁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누리는 모습이었다.그는 소진명에 대한 태도가 극히 오만하다. 최 씨 가문이 그에게 태생부터 가져다준 부귀와 존엄 외에도 소진명은 그가 직접 육성한 인물로 만약 그가 없다면 소진명의 오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소진명 역시 평소에 얌전히 강주에만 있고 웬만하면 오성에 오지 않는다. 오늘처럼 밤새 강주에서 급히 온 건 더 말할 것도 없이 드문 일이다.무슨 큰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소진명은 쉽사리 와서 그를 방해하지 않는다.“어르신, 저...”소진명은 건조한 입술을 핥고는 조금 망설였다.“감히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최 씨 가문의 그 셋째 도련님... 아직도 최 씨 가문에 남아있나요?”최진혁은 이 말에 갑자기 눈을 뜨고 이상함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그건 왜 물어봐?”“그냥... 묻는 거예요.”“당연히 최 씨 가문에 없지.”최진혁은 담담하게 답하였다.“그 성격에 어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