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마디 말은 가볍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핵심을 찔렀다.자신을 깨끗하게 배제했을 뿐만 아니라 큰 문제도 다시 그녀의 손에 돌아가서 김유정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누가 임신하면 지능이 낮아진다고 했는가? 강서연은 임신하고도 머리가 잘 돌아간다.김유정이 고개를 들자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강서연의 눈과 마주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언니... 지금 농담하는 거죠?”“농담요?”강서연이 싱긋 웃었다.“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요.”“언니가 마음씨가 착해 이번만은 용서하고 넘어가 준 거예요!”김유정은 급히 앞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강서연의 팔짱을 끼고 뒤돌아 그 세 사람을 향해 눈짓을 했다.“이번 일은 그냥 넘어갔으니 당신들을 먼저 자리에 돌아가세요.”“잠깐만요.”강서연은 목소리가 차갑고 미소를 지으며 김유정을 보고는 슬쩍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유정 씨에게 미처 알리지 못한 일이 있는데 오늘 여기서 발표할게요.”김유정은 긴장한 나머지 침을 삼켰다.“무슨 일이에요?”강서연이 정색했다.“어진엔터테인먼트에서 제 직무는 수석비서였는데 지금 여기로 왔으니 그에 상응하는 직무는 비서실장이에요. 대표님께서 제가 임신한 것을 전반적으로 배려해 주기 위해 특별히 3개월의 휴가를 허락해 주었지만 오늘부터 나는 휴가를 취소할 생각입니다!”김유정이 깜짝 놀랐다.“무슨 말이에요?”강서연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지금 비서실장 자격으로 인사팀과 회의를 열어 이분들의 인사이동 문제를 논의하려고 합니다.”“네?”강서연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러분들은 모두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의견이 없으시다면 제 사무실에서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이 일은 즉시 김중 그룹 전체에 퍼졌다.강서연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서로 앞다투어 그녀를 위해 일하려고 했다.요즘 그녀는 매일 직원들이 자진 추천하는 메일을 받는데 모두 그녀의 비서실장 사무실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손미현은 화가 난 상태였는데 김성주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고 더욱 심란해했다.김유정은 말할 것도 없다. 새아빠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고 김성주가 그녀에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바보를 아버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괜찮아요!”손미현은 한숨을 쉬며 짜증스럽게 손을 흔들었다.“당신이 하던 일을 하세요. 여기서 빈둥거리지 말고요!”김성주는 머리를 긁적이며 멍하니 뒤돌아 가버렸고 가면서 걱정스럽게 그들을 돌아보았다.“또 최연준 그 녀석이야? 최연준 때문이라면 말해. 내가 누나를 찾아갈게.”“됐어요.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요!”손미현이 그를 노려보자 김성주는 입을 삐죽거리며 자기 아내를 억울하게 바라보았다.손미현은 진정하고 다시 생각하니 갑자기 김성주가 방금 한 말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김자옥을 찾아가면 되잖아!’혼자 여기서 뾰로통하게 있느니 일을 크게 벌이는 편이 낫다.이를 생각한 손미현은 표정 관리를 하고 히죽히죽 다가가 김성주의 팔짱을 끼고 그를 소파에 앉혔다.“여보...”손미현이 다정하게 어깨를 주물러줬다.“유정이도 다 컸는데 지금 제대로 된 직장이 없잖아요. 전에 영화 두 편을 찍었는데도 주목을 못 받았어요...”“영화를 계속 찍고 싶은 거야?”김성주는 목소리가 굵고 컸다.“문제없어. 유정이가 영화를 찍고 싶으면 아빠가 돈을 줄게!”손미현은 얼굴에 희색이 돌더니 이내 입꼬리를 누르며 말했다.“영화를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딸이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중 그룹 소속 엔터테인먼트 규모가 그렇게 큰데 유정이에게 적합한 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여보,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 딸은 어쨌든 김씨 가문 출신이니까 연기대상은 물론 회사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필수예요, 그렇지 않아요? 유정이가 그룹에서 일할 수 있으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잖아요!”김성주가 잠시 생각에 잠기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하지만... 전에 누나가 유정이는 회사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어!”“
한참 후, 김자옥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을 돌아보고 그녀의 작은 손을 살포시 잡았다.“어딜 봐서 살이 빠진 거야? 나는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은데!”손미현은 어안이 벙벙했다.강서연을 바라보는 김자옥의 모습은 다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까다롭지 않고 엄마가 자기 친딸을 바라보는 듯했다.“살찔 필요 없어. 배가 너무 크면 애 낳을 때 고생하고 낳고 나서도 회복이 잘 안돼! 우리 서연이가 지금 이대로 유지만 한다면 애 낳고 나서 다시 예전처럼 예뻐질 수 있어!”손미현은 상황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까 분명히 운동 얘기를 했는데 김자옥...’“형님.”손미현이 웃으며 말했다.“형님 말이 맞아요. 너무 살찌면 낳을 때 고생할 수 있죠. 하하하, 서연이는 당연히 지금도 예쁘죠. 아니면 연준이가 집에만 있겠어요?”“부부 사이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김자옥이 그녀를 째려보자 손미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꼼짝도 못 했다.“올케가 자꾸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무슨 뜻이야?”김자옥이 냉소했다.“남의 부부 사이가 좋은 것을 부러워하는 거야, 아니면 누구 대신 불만을 말하는 거야?”손미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김자옥은 그녀를 흘겨보며 이미 그녀의 속내를 다 알아버렸다.예전에 최연준과 강서연이 모르는 사이였을 때 영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김유정은 온갖 수작을 부리며 최연준을 따라다녔다.당시 최씨 가문에는 임나연이 있었기 때문에 김유정은 너무 노골적이지 못했고 김자옥은 아들을 믿어 그냥 못 본 체했을 뿐이다.그런데 지금은 아들이 결혼해서 아이까지 곧 태어날 판인데, 이 모녀가 감히 또 그를 건드리다니! 절대로 참을 수가 없다!김자옥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강서연을 자기 뒤로 숨겼다. 그녀의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얼굴에는 끝없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올케, 오늘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왔는데 나도 확실하게 말할게! 내 아들이 며느리와 사이가 좋아서 나는 당연히 기쁘지. 그런데 우
강서연은 멈추지 않고 이미 밉보인 이상 차라리 끝까지 가려고 해서 김자옥을 보며 말했다.“어머님, 제가 보기에는 여기가 저를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서 이런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친정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언제 며느리가 자기의 진수를 받아 진격을 위해 퇴각하는 것까지 알아서 김자옥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도 며느리의 노력을 헛되이 할 수는 없다!고부간에 눈빛을 주고받고 바로 어떻게 다음 장면을 만들어 나갈지 이해가 되었다.하지만 아직 김자옥이 연기에 몰입하기도 전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친정으로 돌아간다고 했어?”강서연은 잠시 멈칫했다.주변은 이내 조용해졌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연회장을 뒤덮고 있었다.사람들은 자동으로 양옆으로 서서 김씨 가문 영감님에게 길을 터주었다.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회색 체크 슈트에 영국식 작은 실크해트를 입은 그는 비록 고희지년이지만 뼛속까지 스며든 그 오만함과 위풍당당함은 여전히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강서연은 당황한 듯 살짝 고개를 내렸다.손미현이 서둘러 앞으로 가서 맞이했고 어떻게 이 판을 만회할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딱 마침 영감님이 오셨다.“아버님!”손미현이 열성적으로 불렀다.“서연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린 나이에 철이 없어서 작은 일로 친정집에 가겠다고 난리를 치는데, 저도 이 심정을 이해해요! 오늘은 형님 환영하는 좋은 날인데 절대 화내면 안 돼요!”김자옥은 그녀를 노려보면서 악당이 먼저 고자질을 한다고 생각했다!그녀가 막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영감님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화난 거 같아?”“아버지!”영감님은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애롭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리고 내가 언제 우리 서연이를 탓한다고 했어?”강서연은 눈을 들어 외할아버지의 다정한 시선을 마주했다. 영감님은 그녀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등을 곧추세우고 그녀 앞에 서서 크게 기침을 한 번 하며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에 시선이 손미현에게 멈췄다.“
“네가 내 딸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영감님은 하고 싶은 말을 한 번에 다 하려다가 김자옥에게 가로막혔다.그녀는 손미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남동생이 남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김자옥은 여전히 자기 동생을 많이 걱정한다.“아버지, 그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어요.”그녀가 가볍게 웃었다.“오늘은 저의 환영식이니 화내시면 안 돼요! 맛있는 거 드시고 편히 쉬세요!”“맞아요, 외할아버지.”강서연도 웃으면서 말했다.“조금 전에 저도 잘못한 게 있어요. 떼쓰고 친정에 가자고 하면 안 되는데... 연준 씨랑 결혼했으니 당연히 남편이 있는 곳이 제 집이에요.”“우리 서연이가 많이 착하구나!”영감님은 환하게 웃었다.“그런데... 그 최씨 영감님이 그러는데, 연준이가 너희 집 데릴사위가 된다고 하는데? 그럼 너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아?”“외할아버지, 그건...”강서연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줄곧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최연준은 이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외할아버지, 아니에요!”강서연이 최연준의 곁으로 다가가 살며시 자기 남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땐 농담이었어요. 저는 제 남편이 데릴사위가 되는 게 아까워요!”강서연은 그를 보며 눈에 별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나는 영원히 연준 씨의 아내예요.”그녀가 또박또박 말했다.최연준은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그녀의 부드러운 작은 손을 잡으며 눈에는 그녀의 모습만 담겨있다.영감님은 개구쟁이처럼 웃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눈치를 던지며 모두 여기서 그들을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김자옥은 최연준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타박하였다.“집에서 서연이를 많이 챙겨 줘, 들었어? 그리고 방금 손미현이 그런 말을 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어?”최연준은 어이가 없었다.엄마와 마누라의 전투력이 그렇게 강한데 그가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그가 소리를 내더라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다!“어머님, 왜 그래요?”
손미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김성주에게 대충 둘러댄 후 딸을 쫓아 달려갔다.김성주만이 그 자리에 굳어 있었고 차가운 달빛이 그의 그림자를 키웠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과 입도 저절로 떨렸다.그는 마음이 아프고 더 화가 났다.한참 후 핸드폰을 꺼내 몇 사람에게 물어본 후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곽... 곽보미 감독님이시죠?”그쪽에서는 몇 초 동안 정적이 흐른 후 물었다.“누구세요...”“나는 김성주라고 하는데, 김자옥의 동생이에요!”곽보미는 머리가 텅 비었다.‘어떻게 된 거지? 엮일 일이 없는데!’“저기, 저기... 영화 만드는 데 돈 필요해요?”곽보미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지 않아 이 문제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곽 감독님, 저는 돈이 있어요!”김성주가 소리를 질렀다.“저는 돈이 많아요! 아빠와 누나가 정기적으로 저에게 돈을 계좌에 넣어주었어요! 그 돈을 다 가져가서 영화 찍는 데 쓰세요, 다 줄게요!”“아니, 김성주 씨... 천천히 말하세요!”곽보미가 깜짝 놀랐다.“영화에 투자가 필요하긴 한데요...”“내가 투자할게요!”김성주가 목소리를 높였다.“할리우드 대작의 기준에 따라 세 배... 아니, 다섯 배 줄게요!”“김성주 씨, 진정하세요.”이 큰 횡재는 곽보미가 받을 수 없다.갑자기 이러는 것은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 게다가 김씨 가문에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 사람일 것이다!“내 조건은 하나예요!”김성주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김유정에게 어떤 역할도 출연시키지 못하게 해줘요!”곽보미는 잠시 멈칫했다.김성주는 할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는데 지금 그는 마음이 조금 상쾌해졌다.그는 마치 어린애처럼 김유정이 그를 화나게 했으니 반드시 복수해 줘야 하는 생각이었다.김유정의 출연 기회를 막으면 그녀는 틀림없이 속상하고 괴로워할 것인데 이렇게 해서 그들 둘은 비긴 셈 치고 앞으로도 여전히 좋은 부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성주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득의양양
“어... 저기, 오늘 해가 정말 좋네요!”곽보미는 횡설수설하며 두 마디를 대꾸하더니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최연준은 심각한 얼굴로 강서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손으로 턱을 만졌다.그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강서연은 그가 화가 난 줄 알고 작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어 좋은 말 몇 마디를 하려는데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곽보미는 갈수록 대담해지는 거 같아!”“네?”“누군가가 곽보미를 잡아줘야 할 것 같아!”최연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순하디순한 눈빛과 마주쳤다.강서연은 그의 깊은 눈동자의 뜻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이 여우 같다고만 생각했다.그녀는 최연준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유찬혁이 영국에서도 업무가 있는데 그를 불러서 며칠 동안 머물게 할까?나석진도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연극 학원에 자리를 마련해 줄까?아니면... 아예 두 사람을 같이 데리고 와서 시끌벅적하게 만들까?최연준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작업실 문 앞에서 닷새를 지킨 후, 김유정은 마침내 곽보미를 만났다.곽보미는 그녀의 극도로 열정적인 포옹과 과장된 화장에 깜짝 놀랐고, 그 향수 냄새는 더 자극적이었다.곽보미는 몇 번이나 기침하더니 억지로 웃으며 그녀를 밀어냈다.“곽 감독님!”김유정은 몸을 비틀어 꽈배기로 만들고 억지로 자료를 그녀에게 주었다.“곽 감독님, 이것은 제 이력서입니다. 안에는 제가 출연한 영화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네!”곽보미는 억지로 웃음을 짓을 수밖에 없었다.이러한 자료는 이미 그녀의 메일에 대부분을 차지했다.“곽 감독님. 우리 둘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 않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감독님을 보면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그래요?”곽보미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낯익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 저를 TV에서 봐서 그랬을 거예요. 제가 국제영화제에 여러 번 참가했어요.”김유정은 치켜 올라간 입술이 굳어 더 이상 말
“네가 뭔데!”그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우리 김씨 가문에서 기르는 개 한 마리일 뿐인데...”“뭐라고 했어요?”곽보미가 나와 그녀를 노려보았다.김유정은 당황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입술을 몇 번 움직이고 한마디도 안 나왔다.‘조금 전에 혼잣말했는데 그걸 또 언제 들었데?’“김유정 씨.”곽보미가 냉소하며 말했다.“원래 이렇게 말이 가볍습니까?”곽보미는 본래 약간의 남자다움이 있어서 웃지 않을 때는 더욱 차갑고 위엄이 있어 보인다.“김유정 씨,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그냥 다 털어놓고 말하는 게 좋겠어요.”곽보미는 손을 들어 옆에 있는 화분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제가 출연하는 것을 막은 줄 알아요?”“무슨 소리예요?”김유정이 잠시 멈칫했다.“사실 이것은 투자 측의 뜻입니다.”곽보미는 일부러 투자 측의 세 글자를 강하게 말했다.“제가 캐스팅하지만 투자 측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지금 제 영화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는데 유일한 조건은 김유정 씨가 어떤 배역도 맡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김유정 씨.”곽보미는 그녀와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냉소했다.“도대체 누가 김씨 가문의 개인지 스스로 가늠해 보세요.”“너...”김유정은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곽보미가 몸을 돌려 작업실로 들어가자 복도에서 김유정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말해봐요. 어느 투자 측인데요! 비열하고 파렴치해요!”곽보미는 대답하지 않고 문을 쾅 닫았다.김유정은 온몸을 떨며 주먹을 힘껏 쥐고 손톱까지 살 속으로 들어갔다.투자 측?이 집에는 투자 측이 누가 있겠어! 엔터테인먼트를 관리하는 것은 김자옥이다!그리고 최근 김자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강서연이 비서실장으로 변신해 회사의 크고 작은 일들을 관리하고 있다...투자 측은 틀림없이 그녀일 거다!김유정은 입술을 세게 깨물며 한 걸음 한 걸음 비틀비틀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바깥 하늘에는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