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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구현수는 방금 한 말을 다시 내뱉을 용기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만 불끈 쥐었다.

최지한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

“쓸모없는 놈! 이 와중에 너까지 짜증 나게 할 거야?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알았어?”

“하지만 도련님.”

구현수는 참다못해 한마디 던졌다.

“전 죽고 싶지 않아요!”

“한 번 더 말해봐.”

최지한이 언성을 높이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움푹 팬 두 눈 사이로 괴이한 빛이 보였다.

“허. 네가 최연준 흉내를 내지 않으면 편하게 살게 내버려둘 것 같아?”

“도련님...”

구현수는 잠깐 멈칫하다가 분노에 찬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고 이마의 핏줄까지 선명해졌다.

최지한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알아듣게 말했다.

“나와 최연준은 사촌 형제인데도 피도 한 방울 안 섞인 너처럼 비슷하지 않아. 구현수 네 얼굴이 얼마나 가치 있는 줄 알아? 절대 낭비해서는 안 되지.”

구현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지한과 차분하게 얘기했다.

“도련님, 저는 망나니예요. 쌈박질을 자주 해서 감옥에도 여러 번 다녀왔었고요... 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어요. 아직 제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요.”

최지한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

“네가 최연준의 자리를 대신하면 걔 인생이 곧 네 인생이 돼.”

“X발.”

구현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울상이 될 지경이었다.

‘약을 하더니 잘못된 거 아니야? 인지석이 마약을 준 게 아니라 지력을 저하하는 약을 줬나?”

“구현수.”

최지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또 이내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 봐. 최연준을 대신한다면 걔 인생뿐만 아니라 걔 마누라도 네 것이 돼.”

‘X발, X발.’

구현수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최지한을 보고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긁적였다.

“도련님, 전 그년을 두 번 다시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지난번 강주의 커피숍에서 그년이 글쎄 손을 묶어달라고 하더니 재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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