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찬혁도 훌륭하긴 하지만 나석진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사촌 오빠인지라 마음 같아서는 나석진을 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곽보미의 마음속 유찬혁의 자리는 그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것 같다.여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니까.최연준에 대한 강서연의 마음도 이러했다... 최연준이 나타난 후로 강서연은 이 세상에 남편보다 좋은 남자는 없는 것 같았다.강서연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그녀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멈추고 다시 일에 몰두하려다가 최연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휴대 전화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환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두려움만 남아있었다.“아가씨?”강서연은 그녀에게 재빨리 다가갔다.“왜 그래요?”강서연이 최연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자 최연희는 화들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에 강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최연희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휴대 전화를 꽉 쥔 채 강서연에게 보여줘야 할지 망설였다.“누가 보낸 문자예요?”강서연이 떠보듯 물었다.“나에게 보여주면 안 돼요?”“저...”강서연은 그녀의 휴대 전화를 가져와 확인했다. 다른 건 없었고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였다.「잘 지내? 보고 싶어.」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도 이런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고 게다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최연희는 가슴이 쿵쾅거려 점점 진정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인지석이에요. 틀림없어요. 설마 돌아온 걸까요?”강서연은 그녀를 안고 위로했다.“무서워하지 말아요. 내가 있는 한 절대 아가씨에게 무슨 짓 하지 못해요.”“언니, 우리 오빠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말아요... 욕먹을까 봐 무서워요.”“욕하기는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강서연의 낯빛이 굳어졌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최연희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라고 한 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전부 하 매니저에게 맡겼다. 그러고는 최연준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집으로 오라고 했다.최연준이 집으로 돌아오자 강서연은
최연준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여러 가지 정황을 한데 연결하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때 강주에서 구현수는 강서연을 해하려 했지만 손을 쓰기도 전에 최연준이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구현수를 도망치게 도와준 사람이 바로 인지석이었다.최연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뼈마디가 다 하얘질 정도였다.구현수와 인지석이 최지한과 손을 잡은 게 확실했다.“나도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최연준이 강서연을 보며 말했다.“암호가 아닌데도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건 너무 이상해.”“아가씨 지금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어요. 연준 씨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어요.”“그런데도 나에게 얘기했네?”최연준이 가볍게 웃자 강서연은 입술을 적시고 다정하게 말했다.“서로에게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그래...”최연준은 그녀의 코를 톡 쳤다.“하지만 나에게 너무 늦게 알려줬어.”“미안해요.”강서연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이 문자를 맨 처음 받았을 때는 잘못 보낸 거로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두 번째 받았을 때는... 마침 일이 많아서 다른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까먹었고요. 이 일을 여보에게 진작 얘기해서 경계심을 유지하게 해야 했는데. 내가 소홀했어요.”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뻐해도 모자랄 판에 어찌 그녀를 탓하겠는가?그는 강서연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서 마음속까지 간지럽혔다. 최연준이 입술을 적시며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초인종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이젠 자꾸만 방한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최연준이 노발대발하며 현관문을 확 열자 박경수가 초조한 얼굴로 문밖에 서 있었다.“도련님.”박경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계속... 집에 계셨죠?”최연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무슨 일이에요?”강서연도 소리를 듣고 나왔다.“집사님, 안으로 들어오세요. 연준 씨 저녁에 쭉 저와 함께 있었어요. 무슨 문제
최연준이 강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자 두 사람의 몸이 한데 딱 붙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와 히스테릭하게 한번 하고 싶을 뿐이었다...그의 뜨거워진 체온과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낀 강서연이 그를 확 밀쳤다.“이러지 좀 말아요.”“여보...”“중요한 일을 해결하기 전에는 이딴 거 할 생각 말아요.”‘이딴... 거?’최연준은 멈칫하다가 그녀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에 그저 침만 꿀꺽 삼켰다.“알았어. 그럼 계속 얘기해.”“집사님이 말한 로열 클럽의 그 사람, 아무래도 구현수 같아요.”“응.”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구현수가 오성에 온 지 꽤 된 모양이야. 그리고 최지한에게 빌붙으려고 온 거고.”강서연은 작은 손으로 턱을 받쳐 들고 얼굴을 찌푸렸다.“자꾸만 이 일이 인지석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나도 모르겠어요.”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가볍게 웃었다. 인지석이든 구현수든 절대 다시는 그 누구도 강서연을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여보.”강서연이 고개를 들고 최연준을 쳐다보았다.“그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현수를 데려와서 뭐 하려는 걸까요?”“당연히 날 대체하려는 거겠지.”최연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이게 바로 두 사람을 바꿔치기하겠다는 최지한의 계획이죠.”“그럼...”최연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똑똑한 여보는 좋은 대책이 있어?”“최근에 빌라의 이번 달 수입과 지출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강서연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최지한 지금 돈이 엄청 부족해요.”최연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게 다 여보의 공이잖아.’“그리고 당신 작은삼촌네 계열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최지한도 저 모양 저 꼴이라 두 사람 지금 심각한 자금 위기에 처해있어요.”“응. 그래서?”“그래서 최지한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써서 회사 본부에 돈을 요구할 거예요.”강서연이 조금씩
“연준 씨...”강서연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다정하게 말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마치 귀여운 토끼처럼 얌전했고 입을 삐죽 내밀고 그의 가슴팍에 기댄 채 또박또박 말했다.“지난번에는 아무 준비가 없었잖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이번에는 계획이 있고 대책도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몰래 사람을 붙여서 날 지켜줄 거잖아요.”최연준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여보, 우리 꼭 구현수를 잡아서 감옥에 보내야 해요. 그래야만 밖에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죠.”강서연의 확고한 눈빛에 최연준은 마음이 움찔했다. 강서연은 늘 외유내강인 여자였다.“어쩌면... 구현수를 통하여 인지석의 행방까지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최지한까지 엮어서 한꺼번에 처리하면 더 좋고요. 그러니까 사라져야 할 때 알아서 사라져요. 최지한의 계획대로 움직여서 우리가 걸려들었다고 생각하게.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는... 우리가 주도권을 잡게 될 거예요.”‘그렇네.’최연준이 피식 웃었다. 사냥꾼은 늘 사냥감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법이니까.그는 강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과 사랑이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알았어.”강서연은 마치 반짝이는 별빛처럼 환하게 웃으며 그의 가슴팍에 살포시 기댔다.“욕되지 않게 사명을 완수할 테니까 여보는 걱정하지 말아요. 최지한이 다음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것에 맞게 대응하면 돼요. 절대 반격할 여지를 줘서는 안 돼요.”“감히 반격이나 하겠어?”최연준은 커다란 손으로 강서연의 어깨를 어루만졌다.“당신이 개인 경호원까지 전부 다 철수했는데.”강서연이 활짝 웃었다.“여보...”앞으로 며칠 동안 최연준이 사라지고 구현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란 생각에 최연준은 나름 흥미진진했다.“네. 왜 그래요?”“나와 구현수가 당신 앞에 서 있으면 구분할 수 있겠어?”강서연은 살짝 흠칫했다. 그의 차갑고 심각한 표정을 보자마자 또 유치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챘다. 하여 장난치기로 마음먹었다.“지금
구현수는 방금 한 말을 다시 내뱉을 용기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만 불끈 쥐었다.최지한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쓸모없는 놈! 이 와중에 너까지 짜증 나게 할 거야?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알았어?”“하지만 도련님.”구현수는 참다못해 한마디 던졌다.“전 죽고 싶지 않아요!”“한 번 더 말해봐.”최지한이 언성을 높이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움푹 팬 두 눈 사이로 괴이한 빛이 보였다.“허. 네가 최연준 흉내를 내지 않으면 편하게 살게 내버려둘 것 같아?”“도련님...”구현수는 잠깐 멈칫하다가 분노에 찬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고 이마의 핏줄까지 선명해졌다.최지한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알아듣게 말했다.“나와 최연준은 사촌 형제인데도 피도 한 방울 안 섞인 너처럼 비슷하지 않아. 구현수 네 얼굴이 얼마나 가치 있는 줄 알아? 절대 낭비해서는 안 되지.”구현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지한과 차분하게 얘기했다.“도련님, 저는 망나니예요. 쌈박질을 자주 해서 감옥에도 여러 번 다녀왔었고요... 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았어요. 아직 제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요.”최지한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네가 최연준의 자리를 대신하면 걔 인생이 곧 네 인생이 돼.”“X발.”구현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울상이 될 지경이었다.‘약을 하더니 잘못된 거 아니야? 인지석이 마약을 준 게 아니라 지력을 저하하는 약을 줬나?”“구현수.”최지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또 이내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잘 생각해 봐. 최연준을 대신한다면 걔 인생뿐만 아니라 걔 마누라도 네 것이 돼.”‘X발, X발.’구현수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최지한을 보고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긁적였다.“도련님, 전 그년을 두 번 다시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지난번 강주의 커피숍에서 그년이 글쎄 손을 묶어달라고 하더니 재떨이로
‘역시 변태는 변태야. 죽는 건 무서워해도 여색과 돈은 못 참는단 말이지. 성설연이 아주 좋은 미끼였네.’최지한은 천천히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두어 번 피우고는 웃으며 구현수 옆으로 다가가 툭 쳤다.“동생아.”구현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시선이 성설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동생아!”최지한은 마른기침을 하고는 언성을 높였다.“최연준!”그제야 정신을 차린 구현수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하지만 최지한이 눈치를 주자 곧바로 자세를 고쳐잡고 최연준 캐릭터에 몰두했다.“연준아, 서연 씨와는 구면이지?”“아닌... 아, 맞아. 구면이야.”“지난번에는 제대로 인사도 못 했잖아.”최지한이 성설연에게 손을 흔들었다.“그럼 오늘 제대로 소개해 줄게. 성설연 씨는 해외에서 돌아온 음악 천재야. 연준아, 너 한가할 때 맨날 집에서 와이프 옆에만 붙어있지 말고 설연 씨와 함께 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 그래.”구현수는 안절부절못한 나머지 코끝에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성설연은 놀라면서도 기뻤다. 외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지한을 찾아갈지 말지 망설였었다. 왜냐하면 괜히 최지한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다시 재기할 기회도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무래도 제대로 온 것 같다.“도... 도련님.”성설연이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지난번에 사모님께 큰 실례를 범해서 정말 죄송해요... 이젠 화 풀리셨겠죠?”“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와이프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 아니에요.”최지한은 성설연을 구현수의 품으로 슬쩍 밀었다. 그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성설연은 비틀거리며 구현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오랜만에 여자를 터치한 구현수는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에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고 머릿속도 새하얘졌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세상에는 오직 그를 흥분하게 하는 성설연의 향수 냄새만 남았다.“도련님...”구현수는 온몸이 짜릿해졌고 손이 저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춤에 향했다. 최지한은 씩 웃으며 더욱 부추겼다.“아직 늦지
댓글 창이 점점 더 떠들썩해졌다.페이스북에 올린 지 2분도 채 안 되어 실시간 검색에 올랐고 5분도 안 되어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과 연예인의 불륜’이라는 검색어가 핫이슈로 떠올랐다.성설연은 다시 한번 인기를 맛보게 되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연예계에서 거의 퇴출 당할 뻔한 가수가 한순간에 주목을 받았고 인터넷에서는 흥미진진하게 그녀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었다.물론 이 모든 건 다 옆에 있는 이 남자 덕분이다.그녀는 다시 구현수의 옆에 누워 조용히 바라보았다. 두 눈에서 아주 꿀이 뚝뚝 떨어졌고 마음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성설연은 그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하고는 강서연에게 사진을 보내려고 그의 휴대 전화를 몰래 가져왔다.그런데 휴대 전화를 열어본 순간 놀랍게도 강서연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성설연은 가슴이 움찔했고 머릿속에 의문점이 피어올랐다.‘이게 대체... 자기 와이프 전화번호도 저장하지 않은 거야?’...그 시각 최상 빌라.강서연은 아직 서재에서 빌라의 몇 달간 수입과 지출 상황, 그리고 집안일에 대해 살펴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려고 입가에 대자마자 방한서가 노크하고 들어왔다.“사모님, 이건 어떻게...”강서연은 방한서가 들고 있는 아이패드를 힐끗 보았다. 인터넷에서 최연준의 불륜 스캔들을 다루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그녀는 태연자약한 얼굴로 가볍게 웃었다.“네. 나도 봤어요.”“어떡하면 좋죠?”방한서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도련님이 저에게 전화해 주셨어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어요.”“그러게요. 나도 성설연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강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정말 참을성이라곤 전혀 없단 말이죠.”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한서 씨, 지금 당장 모든 관계를 동원해서 기사를 막고 실시간 검색에서 없애줘요. 그리고 성설연을 어디에도 출연 못 하게 금지시켜요.”“네, 알겠습니다.”“이 이슈가 퍼진 지 몇 분 됐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해요.”강서연은 그녀만의
“그게... 나...”구현수는 휴대 전화를 들고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최지한이 이건 가르쳐주지 않았는데.’“연준 씨, 왜 그래요?”휴대 전화 너머의 강서연은 일부러 그를 몰아붙였다.“옆에 혹시 다른 사람이 있어요?”소리를 들은 성설연이 휴대 전화를 빼앗으려 하자 구현수가 무섭게 째려보았다.“아니야, 아니야.”구현수가 대충 둘러댔다.“저기... 별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 요 며칠 집에 안 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잘 챙겨.”강서연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어휴.”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면 질릴 수 있어요. 당신과 성설연 씨 일을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연준 씨, 적어도 내 체면은 세워줘야 하지 않나요? 어쨌거나 우린 부부이고 최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하는데. 지금 밖에서 얼마나 나쁜 소문이 떠도는지 알아요?”구현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그는 성설연이 두 사람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성설연을 처음 만났을 때 그저 데리고 놀 생각뿐이었지, 책임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성설연은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자원을 요구했다. 아주 귀찮게 그에게 달라붙고 있었다.‘나에게 무슨 자원이 있다고. 젠장.’구현수는 성설연에게 점점 더 반감이 생겼다.“그래, 그래...”그는 성설연을 피하며 강서연의 말에 대꾸했다.“나 다 알아. 그 뭐야... 당신은 내 와이프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알아서 잘 처리해. 알았어?”강서연의 얼굴에 구현수에 대한 혐오가 더욱 짙어졌다. 그녀가 싸늘하게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당연히 깔끔하게 처리하죠.”“응, 그럼 됐어.”“집에 들어오라고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경기는 꼭 참석해야 해요.”“뭐?”구현수는 시름을 놓는 듯했다가 다시 심장이 쿵쾅거렸다.“자선 복싱 경기예요.”강서연이 느긋하게 말했다.“경기에 월드 클레스급 복싱 선수들이 다 참석해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