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늦은 밤, 에덴.밖의 기온이 뚝 떨어져 마당의 잔디에 서리가 살짝 내려앉았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달리 안방 이불 안의 온도는 뜨겁기만 했다...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 최연준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침대 머리맡에 기댔고 강서연은 그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최연준은 품 안의 그녀에게 입맞춤했다. 잠시 후 그녀에게 팔베개해 주고 있던 팔을 꺼내고는 침대 옆 서랍을 살금살금 열어 반짝이는 현금을 한 뭉치 꺼냈다.그는 어두운 불빛을 빌려 한장 한장 셌다. 만 원, 이만 원, 삼만 원...총 여덟 장인 걸 확인한 순간 그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마치 생전 처음 많은 돈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최연준은 돈을 다 센 후 재빨리 다시 서랍에 넣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번 달 너무 부지런하지 못했어. 이 정도로는 횟수가 부족해. 같이 밤을 보낸 나날도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다니, 더 분발해야겠어.’최연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사실 그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어찌나 재촉하는지 다들 강서연의 배만 신경 쓰고 있었다.윤정재와 윤문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소원이 바로 오성을 떠나기 전에 강서연이 임신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김자옥도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절친과 친아들 사이에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절친을 선택했고 절친과 함께 손주를 안겨달라고 강요했다.최문혁도 가끔 참견하곤 했다. 가족 단톡방에 귀여운 아이의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그리고 최재원은 증손주를 안겨달라는 소리를 맨날 입에 달고 다녔다. 하여 최연준은 요즘 할아버지가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는 소리가 가장 두려웠다....이튿날 몇몇 남자들은 또 술집의 룸에 모였다.배경원과 육경섭, 그리고 방한서는 카드 게임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최연준과 유찬혁은 소파 양 끝에 앉아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카드를 섞던 배경원이 슬쩍 물었다.“저 두 사
“그렇다면 연준 씨 문제예요?”“저리 썩 꺼져요!”“왜 화를 내고 그래요? 기능 장애가 있다고 한 것도 아닌데.”육경섭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내 말은... 혹시 자주 해요?”최연준의 낯빛이 급변하더니 육경섭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의 표정을 본 육경섭은 최연준의 가슴팍을 쿡 찔렀다.“이것 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있잖아요, 너무 자주 해서도 안 돼요. 며칠 참았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끝장내야만 한 방에 성공할 수 있다니까요.”최연준은 성가신 듯 표정이 굳었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다 어디 가서 들었어요?”육경섭이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과학이에요.”‘과학은 개뿔.’최연준은 속으로 욕했다.‘용돈도 얼마 안 되는데 자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과학이면 돈을 어떻게 벌어?’그들의 수다는 점점 열기를 더해갔지만 유찬혁은 바 카운터에 홀로 쓸쓸하게 앉아있었다. 마치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야, 유찬혁.”배경원이 술을 들고 다가가 그의 등을 툭 쳤다.“혼자 넋 놓지 말고 저쪽 가서 같이 놀자.”“나...”유찬혁은 뭔가 말하려다가 다시 삼켰다. 최연준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한 순간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최연준은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며 가볍게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유찬혁이 머뭇거리자 그들은 또 성설연 때문에 속상해하는 줄로 생각했다. 하여 유찬혁을 설득할 만한 말을 구상하던 그때 유찬혁이 갑자기 말했다.“연준 형, 보미 진짜 나석진 씨와 데이트했대요?”그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최연준은 유찬혁의 두 눈을 빤히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그러니까 말이야.”배경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진실을 알고 싶으면 곽보미에게 직접 물어봐야지.”유찬혁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찬혁아,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왜 갑자기 곽보미를 신경 쓸까? 난 네가 또 우울해 있으니까 성설연 때문인 줄 알았잖아.”잠시 후 유찬혁이 씁쓸하
“아... 가족?”유찬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예전에 나석진 얘기만 꺼내면 버럭 화를 내던 질투쟁이는 어디 갔지?’다행히 유찬혁은 까발리지 않고 그저 술만 마셨다.그래도 나름대로 경험이 있는 변호사인데 최연준의 두어 마디에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그는 최연준을 향해 씩 웃더니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연준 형, 이젠 나석진 씨와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남양 쪽은 보수적이라서 많은 가문들이 자신의 지위를 굳히려고 사촌들끼리 결혼하게 한대요. 그러니까 남양에서는 사촌 오빠와 사촌 여동생이 결혼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요. 그쪽에서는 합법이에요.”유찬혁은 사촌 오빠와 사촌 여동생, 그리고 합법이란 단어를 특히 더 강조했다.그런데 이 방법이 최연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최연준은 소파에 털썩 앉더니 한 손은 등받이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술잔을 흔들며 웃을 듯 말 듯 했다.“그건 내가 진작 알아봤어.”최연준의 여유로운 모습에 유찬혁은 살짝 멈칫했다.“뭐라고요?”“와이프 고향의 풍습을 내가 모를 리가 있겠어?”“연준 형...”최연준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선이 굵은 얼굴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나와 서연이가 결혼하지 않았어도 나석진 씨와 서연이는 불가능해.”평소 어리바리하던 배경원이 웬일로 가장 먼저 알아듣고 풉 하고 입에 있던 술을 뿜었다.‘그래. 연준 형네 장인어른이 정력제까지 준 걸 보면 얘기가 끝났지, 뭐.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돼.’박장대소하는 배경원과 달리 유찬혁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형 그렇게 자신 있어요?”“그럼.”배경원은 웃으며 유찬혁의 어깨를 두드렸다.“자신감이 아주 넘쳐나지.”최연준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의기양양했다.유찬혁은 최연준을 으르는 체하려 했지만 결국 그의 위압감과 지나친 자신감에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최연준은 언제나 침착하게 행동한다는 걸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의 실책이었다. 아무래도 최연준에게서 뭔
조금 전 카드 게임을 할 때 배경원을 바보 취급했던 두 사람은 속으로 묵묵히 그에게 사과했다.배경원은 우쭐거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조용, 조용.”유찬혁은 또 술 한 잔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 한 잔 더 마시려던 그때 누군가 그의 술잔을 치웠다. 고개를 든 순간 최연준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과 딱 마주쳤다.“유찬혁.”최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어떤 일은 우리에게 물어보지 말고... 네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봐야지.”만약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본다면 그저 불편한 정도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그럼 유찬혁이 진짜로 곽보미를 좋아한단 말인가? 아니면 배경원의 말대로 곽보미가 나쁜 버릇을 들인 건가?최연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법정에서 의뢰인을 도와 소송할 때는 두뇌 회전도 빠르고 말주변도 아주 좋아서 유찬혁이 패소하는 사건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감정 문제의 당사자가 되고 나니 유찬혁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유찬혁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강서연은 사무실에서 온 오전 바삐 보냈다.요즘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한 부분도 혼자 담당해야 하고 연합 병원 프로젝트 진행 상황도 계속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최씨 가문의 크고 작은 일들도 전부 그녀가 결정해야 했다.최씨 가문 사람들은 셋째 사모님이 결정권을 가진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 게다가 영감님과 셋째 도련님보다도 훨씬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하기도 했다.남자들은 어떤 일을 강경하게 밀어붙여서 해결하지만 강서연은 더욱 다정다감하고 친화적으로 해결하기에 늘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최연희는 소파에 조용히 앉아 바삐 움직이는 새언니를 보며 저도 모르게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앞에 놓인 수학 문제를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물을 마시던 강서연은 최연희가 넋을 놓고 있는 걸 보고는 웃으며 다가가 손을 흔들었다.“뭔 생각을 그렇게 해요?”최연희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서연은 그녀 옆에 앉아 한 글자도 적지 않은 깨끗한
곽보미가 배시시 웃으며 걸어왔다.오늘도 그녀는 여전히 올블랙이었는데 가죽조끼와 가죽 바지에 부츠를 매치했다. 거기에 깔끔하고 빼어난 외모가 더해지니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강서연은 그녀의 안색이 왠지 모르게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란 건가?곽보미는 서류를 그녀의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는 한번 보라고 손을 내밀었다.“이건 영화 제작비 투자 예산을 정리한 거예요... 어찌나 복잡한지 난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예리하고 꼼꼼한 사모님이 한번 봐주면 안 될까요?”강서연은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마시던 물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켠 뒤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후 전부 다 확인한 강서연은 빨간 펜으로 몇 곳에 동그라미를 치더니 서류를 다시 곽보미에게 건넸다.“벌써 다 됐어요?”“미리 알아본 적이 있어서 그래도 빨리 훑어볼 수 있었어요.”강서연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동그라미를 친 부분은 아낄 수 있는 부분이고 불필요한 지출 몇 군데도 대신 지워버렸어요. 이다음에는 재무 담당자를 찾아가서 계산하면 돼요.”“서연 씨 정말 대박이네요?”곽보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여자가 똑똑하면 삼대가 망할 일이 없다고 하던데 최씨 가문에 서연 씨 같은 안주인이 들어왔으니 십몇대는 끄떡없겠어요.”“풉.”최연희가 웃음을 터트렸고 강서연은 입술을 적시며 가볍게 웃었다.“과찬이십니다, 곽 감독님. 아 참, 이 영화는 수상을 목표로 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특별히 중시하고 있어요. 곽 감독님께서 수고스럽더라도 배우들을 잘 컨트롤해 줬으면 좋겠어요.”“네,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곽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영화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건데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배우는...”“왜 그래요?”“아니에요.”곽보미가 씁쓸하게 웃었다.“성설연 씨를 바꿔버렸어요.”강서연이 화들짝 놀랐다. 배우를 바꿨다는 소리를 며칠 전에 얼핏 듣긴 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기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사라져
유찬혁도 훌륭하긴 하지만 나석진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사촌 오빠인지라 마음 같아서는 나석진을 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곽보미의 마음속 유찬혁의 자리는 그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것 같다.여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니까.최연준에 대한 강서연의 마음도 이러했다... 최연준이 나타난 후로 강서연은 이 세상에 남편보다 좋은 남자는 없는 것 같았다.강서연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그녀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멈추고 다시 일에 몰두하려다가 최연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휴대 전화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환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두려움만 남아있었다.“아가씨?”강서연은 그녀에게 재빨리 다가갔다.“왜 그래요?”강서연이 최연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자 최연희는 화들짝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에 강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최연희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휴대 전화를 꽉 쥔 채 강서연에게 보여줘야 할지 망설였다.“누가 보낸 문자예요?”강서연이 떠보듯 물었다.“나에게 보여주면 안 돼요?”“저...”강서연은 그녀의 휴대 전화를 가져와 확인했다. 다른 건 없었고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였다.「잘 지내? 보고 싶어.」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도 이런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고 게다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최연희는 가슴이 쿵쾅거려 점점 진정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인지석이에요. 틀림없어요. 설마 돌아온 걸까요?”강서연은 그녀를 안고 위로했다.“무서워하지 말아요. 내가 있는 한 절대 아가씨에게 무슨 짓 하지 못해요.”“언니, 우리 오빠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말아요... 욕먹을까 봐 무서워요.”“욕하기는요.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강서연의 낯빛이 굳어졌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최연희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라고 한 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전부 하 매니저에게 맡겼다. 그러고는 최연준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집으로 오라고 했다.최연준이 집으로 돌아오자 강서연은
최연준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여러 가지 정황을 한데 연결하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때 강주에서 구현수는 강서연을 해하려 했지만 손을 쓰기도 전에 최연준이 먼저 도착했다. 그리고 구현수를 도망치게 도와준 사람이 바로 인지석이었다.최연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뼈마디가 다 하얘질 정도였다.구현수와 인지석이 최지한과 손을 잡은 게 확실했다.“나도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최연준이 강서연을 보며 말했다.“암호가 아닌데도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건 너무 이상해.”“아가씨 지금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어요. 연준 씨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어요.”“그런데도 나에게 얘기했네?”최연준이 가볍게 웃자 강서연은 입술을 적시고 다정하게 말했다.“서로에게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그래...”최연준은 그녀의 코를 톡 쳤다.“하지만 나에게 너무 늦게 알려줬어.”“미안해요.”강서연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이 문자를 맨 처음 받았을 때는 잘못 보낸 거로 생각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두 번째 받았을 때는... 마침 일이 많아서 다른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까먹었고요. 이 일을 여보에게 진작 얘기해서 경계심을 유지하게 해야 했는데. 내가 소홀했어요.”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뻐해도 모자랄 판에 어찌 그녀를 탓하겠는가?그는 강서연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면서 마음속까지 간지럽혔다. 최연준이 입술을 적시며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초인종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이젠 자꾸만 방한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최연준이 노발대발하며 현관문을 확 열자 박경수가 초조한 얼굴로 문밖에 서 있었다.“도련님.”박경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계속... 집에 계셨죠?”최연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무슨 일이에요?”강서연도 소리를 듣고 나왔다.“집사님, 안으로 들어오세요. 연준 씨 저녁에 쭉 저와 함께 있었어요. 무슨 문제
최연준이 강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자 두 사람의 몸이 한데 딱 붙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와 히스테릭하게 한번 하고 싶을 뿐이었다...그의 뜨거워진 체온과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낀 강서연이 그를 확 밀쳤다.“이러지 좀 말아요.”“여보...”“중요한 일을 해결하기 전에는 이딴 거 할 생각 말아요.”‘이딴... 거?’최연준은 멈칫하다가 그녀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에 그저 침만 꿀꺽 삼켰다.“알았어. 그럼 계속 얘기해.”“집사님이 말한 로열 클럽의 그 사람, 아무래도 구현수 같아요.”“응.”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구현수가 오성에 온 지 꽤 된 모양이야. 그리고 최지한에게 빌붙으려고 온 거고.”강서연은 작은 손으로 턱을 받쳐 들고 얼굴을 찌푸렸다.“자꾸만 이 일이 인지석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지는 나도 모르겠어요.”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가볍게 웃었다. 인지석이든 구현수든 절대 다시는 그 누구도 강서연을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여보.”강서연이 고개를 들고 최연준을 쳐다보았다.“그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현수를 데려와서 뭐 하려는 걸까요?”“당연히 날 대체하려는 거겠지.”최연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이게 바로 두 사람을 바꿔치기하겠다는 최지한의 계획이죠.”“그럼...”최연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똑똑한 여보는 좋은 대책이 있어?”“최근에 빌라의 이번 달 수입과 지출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강서연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최지한 지금 돈이 엄청 부족해요.”최연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게 다 여보의 공이잖아.’“그리고 당신 작은삼촌네 계열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데다가 최지한도 저 모양 저 꼴이라 두 사람 지금 심각한 자금 위기에 처해있어요.”“응. 그래서?”“그래서 최지한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써서 회사 본부에 돈을 요구할 거예요.”강서연이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