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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최씨 가문 남자들은 다 좋은데 유독 한 가지, 마누라만 보면 기가 죽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상의 조정 중신, 장원, 장군... 모두 밖에서는 살벌하고 과단성이 있고 매정하였으나 집에 돌아오면 부인에게 충성하고 총애한다고 들었다.

육경섭은 의심병이 최씨 가문의 유전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마누라 바라기’ 가 최씨 가문의 모든 남자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여보.”

강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님께서 동의했어요!”

최연준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엄마는 동의했지만 할아버지도 있잖아. 할아버지는...”

“연준아.”

최재원은 안색이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강서연은 민망한 듯 최연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

원래 농담으로 한 얘기인데 만약 정말로 영감님을 불쾌하게 한다면 그녀는 죄를 짓는 것이다.

“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강서연이 웃으면서 해명했다.

“저와 연준 씨는 그냥 하는 말이에요...”

“이렇게 큰일을 어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어?”

최재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서연은 마음이 긴장해서 작은 손은 불안한 듯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최재원은 눈을 가늘게 뜨고 깊은 눈빛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최연준은 암암리에 강서연의 손을 잡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저와 서연이의 혼인을 반대해서 속상하지 않게 하려고 말했어요. 저도 서연이가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싫어해서 그럴 생각이 있었어요.”

“여보...”

강서연은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필사적으로 눈치를 줘서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했다.

가까스로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은 그녀는 이 사소한 일로 영감님의 마음속에 있는 좋은 인상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최재원은 무표정한 얼굴이어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음악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모두 그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또 무슨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침묵이 흐르다가 최재원이 갑자기 말했다.

“그래, 말했으니까 그렇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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