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니야. 우리 서연이가 무엇을 하든 나는 다 당신 편이 될 거야.”“하지만...”강서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꼭 다물었다.“하지만 내 아내는 정말 착한 여자야. 자기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지?”강서연은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보, 내 생각을 좀 들어볼래?”최연준이 부드럽게 물었다.“네!”강서연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내 생각은 아주 간단해.”최연준은 가볍게 웃었다.“먼저 질문 할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야?”강서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몰라서 묻는 거예요?”“직접 들어야겠어!”남자가 또 유치하게 굴고 있다. 강서연은 어이없는 웃음을 띠며 작은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당신이에요! 연준 씨, 동영상이 증거인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이 문제가 중요하니까!”그는 일부러 기침을 두 번 하고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또박또박 말했다.“내가 말하고 싶은 거는 내가 항공 사고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야...”강서연은 마음이 짠했다. 그녀는 최연준의 몸에 있는 깊은 상처를 본 적이 있다.이전에 그가 신분을 숨겼을 때 그녀가 물어봤는데 최연준은 얼버무리하게 상처는 복싱할 때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나중에 신분이 밝혀진 후 한 번은 같이 잘 때 강서연은 그의 아랫배의 흉터를 만졌고 또 아랫배에서 등까지의 상처를 만졌다. 그래서 더 이상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최연준은 그제야 그녀에게 이 상처는 모두 항공 사고 때문에 남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캐묻자 그는 강서연이 걱정할까 봐 대충 넘어갔다.강서연도 치근거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가 말하기 싫다고 하니 묻지 않았지만 이 일은 계속 마음속에 담아둔 채 큰 돌덩이처럼 누르고 있었다.이제 이 큰 바위는 최연준에 의해 옮겨질 것이다.그녀는 정신을 집중해서 한 글자라도 빠뜨릴까 봐 귀담아들었다.“나는 전용
“응, 그래.”최연준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사실 윤문희와 윤찬은 설득하기가 쉬워서 윤정재가 가장 힘들어했던 고비는 넘어간 것 같다.20년 이상의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천천히 진행되어야 한다.하지만 어찌 됐든 첫발은 내디뎠으니, 가족이 다시 뭉치는 날은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최연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밖으로 나갔다.이번에는 드디어 부담 없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여보, 나는 당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왜요?”“그 늙은이가 너희를 그토록 오랫동안 고생시켰으니, 이제는 그분도 좀 고생시켜야 해!”“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강서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누가 늙은이예요?”“아니...”최연준이 고의로 말했다.“그 사리 분별을 못하는 늙은이가, 가시투성이 복어처럼 생기고...”“또 말해요!”강서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그를 때리러 갔다.그러나 남자의 큰 몸집은 큰 나무 같아서 꽃송이 그녀를 단번에 품에 안았다.압도적인 신장 차이 앞에서 그녀는 아무리 뛰어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여보, 우리 내일이면 집에 갈까요?”“왜?”최연준은 가볍게 웃었다.“당신 데리고 강주에서 이틀 더 놀게 할 생각인데!”“나... 여기 있기 싫어요. 아직 할 일이 많아서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그리고 윤정재를 만나고 싶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최연준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올려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집에 가면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강명원과 이 빚을 잘 계산할 때가 됐다....다음날, 오성 에덴.강명원은 시간을 맞춰서 최지한이 보낸 주소대로 이곳을 찾아왔다.배씨 가문이 개발한 별장 구역으로 오성에서 초호화 저택이라고 들었다. 강명원은 누군가가 그와 ‘안팎에서 호응’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역시나 입구의 보안 시스템은 허술하여 경비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강명원은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며 주
“그게...”강명원은 잠시 머뭇거렸다. 어쨌든 여기는 오래 머물러봤자 좋을 게 없어 그는 일을 빨리 끝내고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하지만 유찬혁은 그의 어깨를 잡고 소파에 앉힌 뒤 주방에서 좋은 찻잔 세트를 꺼냈다.잠시 후 차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워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강명원은 이 냄새를 맡자마자 이 찻잎의 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최상 그룹에서 자주 사들이는 우롱차의 일종으로 매년 생산량이 적어 엄청 귀합니다. 이 차상은 최상 그룹에 공급하는 것 외에 세계 몇몇 황실에서만 마실 수 있어요.”유찬혁은 암암리에 강명원의 표정을 관찰했다.그는 탐욕이 끝이 없는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익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눈앞에 있는 찻잎 말이다.강명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면서 두 눈은 도둑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유찬혁은 속으로 비웃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고 구현수와 오래 있다 보니 강명원의 기질도 그와 비슷해졌다.“강명원 씨.”유찬혁이 싱긋 웃었다.“마음에 드는 게 있어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렵게 한 번 왔는데 약상자 하나만 가져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유찬혁이 고의로 말했다.“게다가 제가 큰 도련님에게서 들었는데 이 상자를 가져가서 팔아도 당신은 기껏해야 수익의 20%를 가질 수 있어요!”“뭐라고요?”강명원이 잠시 멈칫했다.“정...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유찬혁은 넥타이를 정리하며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지금 다들 모두 한배에 탔는데 제가 당신을 속일 필요가 없잖아요.”강명원은 눈에 의심이 가득 차 주먹을 불끈 쥐었다.“맞다. 강명원 씨.”유찬혁이 속삭였다.“강유빈이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죠? 지금 큰 도련님에게 잡혀서 빌라 뒤 마장에 갇혀 있어요!”강명원은 눈을 부릅뜨고 잠시 후 호통을 쳤다.“이 쓸모없는 계집애!”유찬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아버지로서 자기 딸이 억울한 일을 당
“하하하.”유찬혁은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강명원 같은 사람은 인간의 지력 저하의 하한선이 아닐까.그러나 그는 강명원의 말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맞아요. 연준 형은 틀림없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때 강명원 씨께서 또 거액의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강명원은 의기양양해 하며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아니, 그런데 강명원 씨께서 이렇게 계략을 잘 부리시면서 강진 그룹을 망하게 하시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강명원은 바로 안색이 변했다.“그건 내가 순간적으로 실수한 거예요.”“그런데 돈이 많으시잖아요!”“당신... 어떻게 알았어요?”강명원은 즉시 경각심을 가졌다.유찬혁은 증거를 수집하는 일에 있어서는 늘 영리한 사냥꾼이어서 먹잇감을 한 발짝씩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강명원 씨, 제가 큰 도련님과 친분이 있어 이미 당신에 대해 저에게 다 말해줬어요. 그때 윤제 그룹 윤문희가 남양을 떠나 강주로 갔을 때도 당신이 고의로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지요?”강명원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당신...”“제 말이 맞죠?”“더 이상 얘기하기 싫어요!”강명원은 대답을 회피했다.“빨리 상자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세요.”유찬혁은 냉소하며 계속해서 차를 따르면서 여유롭게 음미했다.강명원은 그가 태연자약하게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보아하니 자기가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상자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강명원은 혼자 찾으려 했지만 별장이 너무 크고 시간도 많지 않은 데다가 강서연과 최연준이 언제든 돌아올 것을 대비해야 했다.강명원은 입술을 깨물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진실을 쏟아냈다.“좋아요, 말할게요! 윤문희가 강주에 왔을 때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제가 마침 남양 윤씨 가문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어 집에 데리고 갔어요... 사실 그 레시피를 갖고 싶었는데 이년이 죽어도 안 주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 계좌에 매달 돈이 들어오고 있더라고...”
“이건... 이건...”강명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한마디도 온전히 하지 못했다.방에서 나오는 강서연과 최연준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노려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는 겁에 질린 채 유찬혁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유 변호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유찬혁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최연준에게 건넸고 다시 강명원을 보며 변호사의 말투로 말했다.“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당신이 한 말은 곧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겁니다.”강명원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당신... 당신들이 감히 나를 속여?”“속인다고 하기보다는 당신이 너무 어리석은 거야!”강서연은 앞으로 한 발짝 나와 차갑게 그를 노려봤다.조금 전 그녀는 작은 방에서 강명원의 비열한 행위를 직접 들어서 자신의 분노를 거의 억누를 수가 없었다.다행히 최연준이 곁에 있어 그의 품이 그녀의 안식처가 되었고, 강서연은 그 안에 숨어 몸이 저절로 떨렸다.알고 보니 이 20여 년의 불행의 주범은 바로 이 비열한 사람 때문이었다!윤정재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냉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들을 신경 쓰고 있었다.강서연은 마음속이 여러 가지 생각들로 뒤죽박죽 되였고 복잡한 감정들이 눈물과 함께 치밀어 올랐다.“강명원...”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 이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강서연은 감정이 북받쳐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있는 과도를 들고 그와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했다.최연준은 그녀의 손목을 빠르게 움켜잡으며 온 힘을 다해 그녀를 품에 안았다.“서연아, 그러지 마!”강서연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 사람이 엄마한테 그런 짓을 했고 나랑 찬이까지... 죽여버릴 거예요!”“서연아!”최연준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이럴 때 충동적이어서는 안 된다.“여보... 내 말 들어봐. 이 빚은 반드시 갚아줄 거야. 하지만 당신이 이런 사람 때문에 손을 더럽히면 안 돼! 그럴 가치가 없어! 알겠
강명원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손은 시멘트 바닥을 짚고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윤정재는 온 힘을 다해 그를 직접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당신... 뭘 하려고?”강명원은 목소리가 떨렸다.“윤정재... 사형을 남용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거야!”“사형?”윤정재가 냉소했다.“너는 내가 사형을 쓸 가치가 없어! 내가 너에게 사형을 쓴다고 해도 오성의 법에 어긋난 거고 나는 남양 사람이야!”“너...”“걱정 마, 강 회장!”윤정재가 매섭게 한 글자씩 물고 늘어졌다.“이것은 사형이 아니야. 오히려 강 회장이 파산한 후 몸이 불편하고 자주 어지럽고 혈압이 오른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치료해 주러 온 거야.”말소리가 떨어지자마자 가늘고 긴 은침이 그의 손에서 차가운 빛을 내뿜었고 윤정재의 깊은 눈동자에는 증오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한순간도 지금처럼 한평생 배운 것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윤정재의 손은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천사에서 악마로 변했다.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가 악마가 되기를 바랐다.“안 돼, 하지 마...”강명원은 겁에 질려서 오줌을 지렸다.“안 돼!”윤정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목덜미의 위치를 세게 찔렀다.그 혈 자리는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고통스럽기 그지없고 그 통증은 독소가 침범하듯 서서히 스며들어 그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의지를 조금씩 갉아먹는다.강명원의 안면은 경련을 일으켰고 지하실 전체가 그의 처절한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윤정재는 경락에 대고 한 바늘 한 바늘 찔러 넣으며 마음속의 노여움을 털어놓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윤문희에게 진 빚을 지금 침으로 갚아주고 있다.강명원의 목과 대추를 찔렀는데 전부 다 신경이 많은 위치여서 그는 극심한 고통 속에 점점 환각을 보게 되고 발버둥 치며 박장대소했다.“하하하... 윤정재!”강명원은 눈빛이 흐릿하고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네가 나
남은 인생을 깨어 있는 상태로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벌이다.윤정재는 손을 닦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마지막으로 그를 한 번 보더니 조용히 물러났다....이른 아침 햇살이 빌라 사당의 창살을 뚫고 들어와 최씨 가문 선조들의 위패와 벽에 걸린 초상화를 비추었다.문밖에서 도우미들이 적지 않게 모였는데 모두 걱정하며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 개의 그림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고 밖에서 한바탕 웅성거리며 우르르 뛰어 들어갔다.“어르신께서 쓰러지셨습니다!”“어서 집사님께 연락하세요!”곧바로 박경수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처리했고 다시 심각한 얼굴로 일의 내막을 모두 최재원에게 알려 주었다.최진혁은 사당에서 1박 1일을 꿇어앉아 있었는데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아침에 끝내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최재원은 미간을 찌푸리고 드래곤 지팡이로 가볍게 땅을 치면서 깊은 눈동자에는 한 줄기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한참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몸을 일으켜 최진혁의 처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최진혁은 닭죽을 먹고 있었는데 영감님이 왔다는 말을 듣고 급히 도우미들에게 물건을 모두 치우게 한 뒤 이불을 위로 끌어올리고는 허약하게 침대 머리맡에 기댔다.“몸은 좀 괜찮아졌어?”“아버지께서 오셨군요...”최진혁이 능청스럽게 일어나려고 하다가 일어나자마자 심하게 기침을 했다.최재원은 안색이 차가웠다.“너도 이제 젊지 않은데 어찌 음산한 사당에서 밤새 무릎을 꿇었어?”“아버지... 거기서 선조들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안해서요...”최진혁은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지한이가 이번에 강명원과 결탁했다는 것을 들었는데,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그래?”최재원은 냉소했다.“아들이 나쁜 일을 했는데 아버지로서 모른다고? 너희 부자 관계가 언제 그렇게 안 좋아졌다고.”“그게...”“관계가 안 좋아졌으면 너도 쓸데없이 지한이를 위해 용서를 빌 필요는 없어!”“...”최재원은 그를
최재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최지한이 우리 가문을 파멸시키는 걸 보고만 있을 것 같아?”최진혁은 잠시 멈칫했다.“도둑질에 비하면 관계를 끊는 것이 더 고상해 보여.”최재원은 이 말을 남기고 최진혁을 버리고 떠났다.최진혁은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하고 머리가 텅 빈 채 영감님이 걸어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일파만파의 한파를 겪은 후 오성에는 모처럼의 좋은 날씨가 왔다.미세먼지가 사라지고 하늘은 다시 푸른색으로 물들었고 눈발이 도시에 아름다운 은빛을 선사했으며 공기에는 싱그러운 냄새가 감돌았다.강서연은 마당의 눈을 모두 쓸어 모아 귀여운 눈사람을 만들었다.눈사람이 완성된 순간 최연준은 그녀를 뒤에서 감싸 안고 그녀의 꽁꽁 얼어붙은 작은 손을 손바닥에 감싸 따뜻하게 해줬다.“어때요? 예쁘지 않아요?”강서연은 몹시 뿌듯했다.“예뻐.”최연준이 부드럽게 웃었다.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풍파가 다 지나가고 햇살이 가득한 마당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는데 세월이 고즈넉한 것 같다.“뚱냥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강서연이 감탄했다.“뚱냥이는 이 눈사람을 좋아할 거예요. 털이 워낙 예뻐 눈 위에 걷는 모습도 참 보기 좋을 텐데.”최연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둘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뚱냥이가 그립다고?’뚱냥이를 윤문희한테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멀리...예를 들어 방한서에게 주면 이 두 녀석이 서로 견제하여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최연준은 자기 생각에 빠져 입을 벌리고 웃기 시작했다.“여보, 무슨 생각을 해요?”그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강서연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최연준은 정신을 차리고 둘러댔다.“나... 나도 뚱냥이 생각하고 있었어.”“정말요?”강서연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럼 우리가 데리고 올까요?”최연준은 단칼에 거절했다.“안 돼!”강서연이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머리를 쥐어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