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한다고 한 적 없어!”윤문희는 강서연의 얼굴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윤정재와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딸과 아들은 이미 그 남자가 그녀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윤문희는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나를 위해서 그런 거 알아. 하지만 엄마는 정말 다른 사람을 찾고 싶지 않아. 강명원이 날 어떻게 대했는지... 아직도 생생해.”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네가 말하는 그 사람은 강명원만큼 나쁘지 않겠지?”“네?”강서연은 잠깐 멈칫했다.“당연하죠!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한 쌍의 손으로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은 존경할 만한 일이야.”윤문희가 가볍게 웃었다.“재혼은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서 인사 정도는 해도 무방할 것 같아.”“진짜요?”강서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서연은 애교스럽게 어머니를 껴안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서로 의지해서 앉아있는 두 사람을 비췄다. 뚱냥이도 옆에서 우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기지개를 켰다.세상 만물은 모두 세월의 향기와 정취가 묻어있는 모양이다.강서연은 엄마가 이 단계까지 온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면 된다. 많은 부부도 남남 관계에서 시작하는 거다!“맞다.”윤문희가 강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분은 무슨 고양이를 키워?”“저번에 봤을 땐 샴고양이를 데리고 있었어요!”“그래?”윤문희는 순간 가슴이 조여오고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져 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인 것처럼 예전의 그 아무런 근심 걱정도 없는 행복한 나날들이 떠올랐다.그때 윤문희와 김자옥이 몰래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발견했다. 국제 학교는 규칙이 엄격하고 학업이 과중하여 학생들이 공부와 관계없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학교 측은 그녀 둘에게 즉시 고양이를 동물 보호소로 보내라고 명령했고 그렇지 않으면 학교 내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윤문희는 교문
윤문희는 재혼할 뜻이 없었지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 라는 말에 강서연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서연은 요 며칠 동안 두 사람을 맺어 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많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가장 전통적인 면대면이 아닌가 싶다.강서연은 먼저 윤정재에게 전화를 걸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냥 잠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싶다며 지난번 그 샴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특별히 당부했다.윤정재는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용수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윤정재는 믿을 수가 없어 여러 번 확인했다.“서연이가... 나랑 커피 마시고 싶다고?”진용수도 해가 서쪽에서 뜨는 느낌이 들었다.강서연은 성격이 부드럽고 친절했지만 그녀가 먼저 이렇게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진용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통화 내용이 생각났다.“회장님, 서연 씨가 샴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하셨어요!”“응? 무슨 뜻이야?”“지난번에 동물병원에서 만났을 때 서연 씨가 치즈냥을 안고 있었는데... 두 고양이가 잘 놀더라고요!”진용수는 추측했다.“회장님, 서연 씨가 고양이를... 교미시키고 싶은 거 아닐까요?”“그게...”윤정재는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양이 품종도 다른데 교미할 수 있을까?딸이 요청한 것이니 설사 윤정재더러 가시밭길에 뛰어 들어가라고 해도 가야지, 이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다!그런데 고양이는 어디서 찾아야 하지?저번에 그 샴고양이는 강서연에게 접근하기 위해 산 것이었는데 다 쓰고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용수야, 빨리!”윤정재가 급하게 말했다.“빨리 가서 예쁜 샴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와!”진용수는 승낙하고 서둘러 행동했다.윤정재는 재빨리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고르려고 했는데 손이 격하게 떨렸다.다음날 윤정재는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실크모자를 쓴 채 샴고양이를 품에 안고 한 시간 일찍 강서연이 말한 카페에 도착했다.윤정재는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유리
윤정재는 조용히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이 점점 모호해졌다.너무 넋을 잃은 바람에 손에 쥐고 있던 캣 백팩이 땅에 떨어지면서 샴고양이가 몇 번 울부짖더니 발톱으로 백팩을 긁기 시작했다.이때 힘센 팔 하나가 나타나면서 윤정재를 부축했다.윤정재는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돌려 최연준의 복잡한 눈빛과 마주쳤다.“너...”“회장님.”최연준이 백팩을 주워 들고 물었다.“안 들어가세요?”윤정재의 눈시울은 아직도 붉어 있었고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서야 기분이 안정되었다.최연준은 왠지 모르게 그를 동정했다.사실 강서연이 이 일을 꾸밀 때부터 마음에 걸렸지만, 흥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차마 방해할 수가 없었다.오늘은 윤정재와 윤문희가 만나는 날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윤정재가 충격을 받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니 최연준의 마음속에는 오묘한 감정이 뒤섞였다.최연준이 항공 사고를 당한 후 윤정재는 그에게 특효약을 보내 치료해 주었다.입으로는 임씨 가문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임수정의 병을 치료해 줬다.할아버지가 쓰러지던 날에도 처음에는 모른 척하더니 또 바로 약상자를 들고 최씨 빌라로 달려왔다.강서연을 위해서였지만 최재원의 위기를 모면해 준 것도 사실이다.윤제 그룹이 매년 생산하는 그 값싸고 좋은 약품들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그러고 보니 윤정재는 좋은 사람이다.윤정재의 악행은 아마 윤문희만 몸소 겪었을 것이다.사람은 정말 복잡해서 한두 가지 일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딱지를 붙일 수 없다.어른들의 세계에는 원래 명확한 흑과 백이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은 회색이다.“나...”윤정재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이 메어 있었다.“나는 안 들어갈게. 서연이가 이 고양이를 좋아할 것 같은데.. 네가 대신 전해주렴.”“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서연이가 아니에요.”최연준은 의미심장하게 윤정재를 바라보았다.“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저의 장모님 윤문희예
“그래요...”강서연이 크게 실망했다.“회장님께서 다음에 만나자고 했어.”최연준은 장인어른을 대신해 말했다.“다음에 컨디션이 좋아지면 꼭 장모님이랑 만나서 고양이 키우는 법에 관해 얘기할 거야.”“알겠어요.”강서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며 곤혹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아저씨께서 안 오면 문자라도 보내줬어야지...”“아마 회장님께서 너무 바빠서 잠시 깜빡했을 수도 있어.”최연준은 갑자기 강서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머리를 주물렀다.강서연은 남자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공공장소에 있는 강서연은 조금은 민망한 듯 그를 째려보았다.“놔주세요!”“서연아.”“왜 그래요?”최연준은 마음이 짠해 왔다.강서연이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비바람 속에서 진흙탕 길을 걷는 모습을 떠올렸다.강서연이 판잣집에서 몸을 움츠리고 겁을 먹은 모습을 떠올렸다.강서연이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신 시집을 가겠다고 했다는 것, 혼수가 없어서 몰래 최연준의 가보를 팔려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의연하게 되찾았다는 것...최연준은 강서연을 더 꽉 껴안았고 코끝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었다.“서연아.”최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전에 못 받은 사랑, 앞으로 내가 다 보상해 줄게.”“뜬금없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최연준은 웃으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최연준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고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윤문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윤문희는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는데 오늘따라 심장박동수가 매우 비정상적인 것 같다.모든 게 이상한 것 같다......첫 만남이 불발되자 강서연은 두 번째 만남을 계획했다.그러나 최근에 일이 바쁜 데다가 자질구레한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에 이 일을 잠시 뒤로 미뤘다.이날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하 매니저가 강서연과 인사를 나누었다.“좋은 아침이에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매니저님은 항
강서연은 얼마 전 김자옥이 건네준 리스트가 생각났다.위에 적힌 이름은 모두 어진 엔터테인먼트에서 잠재력이 있는 연예인들이고 아직 대스타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지만 앞날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강서연은 이번 오디션이 리스트에 적힌 연예인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렸다.“네, 알겠습니다.”강서연이 하 매니저를 보며 말했다.“그런데 한 가지 더 여쭤볼 게 있습니다.”“말씀하세요.”“김 대표님께서 어떻게 이런 사람과 손을 잡을 생각을 했을까요?”강서연이 인상을 찌푸리자 하 매니저가 웃으며 설명했다.“김 대표님께서 같이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선택한 것이에요. 이번에 투자한 작품은 대작이기 때문에 국제에서 수상하려면 반드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감독을 써야 해요. 오승준이 찍은 영화는 볼품이 없지만 그래도 같은 말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운이 좋아서 대상을 한 번 받고 유명해졌어요. 오승준은 카메라 다루는 데에 있어 확실히 재기가 남보다 뛰어나서 곽보미 감독조차도 공개적으로 극찬을 했었어요.”“그렇군요...”강서연이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곽보미가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능 면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사람은 덕망이 지위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서연 씨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하 매니저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이 영화는 공동 제작이어서 감독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곽 감독도 참여했고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지분도 있어서 그쪽에서도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오승준은 그중 한 명일 뿐이지 큰 그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그럼 다행입니다.”강서연이 웃었다.그녀는 이런 감독을 데려와서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다.며칠 뒤면 연예인 오디션 사전미팅이 열리는데 강서연이 직접 사회를 본다.강서연은 일찌감치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워 사전미팅 당일에 전체 분위기를 컨트롤하고 차분하고 태연하게 오디션 절차부터 소개를 시작
회의는 곧 끝나갔다.심호흡하던 강서연은 갑자기 자신을 계속 지켜보는 이상한 눈빛을 느꼈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 오승준의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는 표정과 눈이 마주쳤다.그 순간 강서연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오승준은 강서연을 향해 웃었고 예의상 강서연도 억지로 웃으며 서류를 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강서연...”오승준은 자리에 앉아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역시 어진 엔터테인먼트답게 실속이 있는 곳이다.오늘 본 여자 연예인은 전부 각자의 매력 포인트가 있지만 오승준이 보기에는 다들 강서연보다 눈부시지 않았다.여러 작품을 촬영하며 만난 미녀들도 불계기수지만 정작 강서연처럼 이목구비도 예쁘고 몸에는 잔잔한 소외감이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웃지 않을 때는 차갑고 도도하며 웃으면 겨울날의 부드러운 햇살 같다.오승준은 강서연의 이름이 귀에 익다고 생각했다.알아보니 강서연 역시 강주 출신이었다. 그제야 강명원에게 두 딸이 있었던 것 같고 그중 한 명이 바로 강서연이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오승준은 건물에서 나와 아무도 없는 빈터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형님.”오승준이 웃자 얼굴이 온통 살덩어리로 뒤덮였다.“요새 잘 지내고 있어요?”“대 감독님께서 저한테 연락을 해주다니?”오승준은 전화기 너머에서 히죽히죽 웃었다.오승준과 강명원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다. 오승준이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 강명원이 몇 푼을 투자한 덕분에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비록 극장에서 상영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성인 사이트에 올려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오승준이 유명해진 이후로는 강명원과 연락을 끊었고 한때 강명원에게 배은망덕이라고 욕을 먹기도 했다.이제 다시 강명원에게 전화를 걸자 오승준은 그의 목소리에서 비꼬아 말하는 것을 들었다.“형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오승준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요즘 좀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연락을 못 했어요.”“요건만 말하세요. 저랑 이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요
오승준은 회의 중 몰래 찍은 강서연의 사진을 강명원에게 보냈다.선명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강명원은 사진 속의 사람이 강서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금의 강서연은 못난 오리가 백조로 거듭난 것처럼 고귀하고 예쁜 모습으로 자랐다.강명원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고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꺼버렸다.“형님 딸 맞죠?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봐서요.”“맞아요.”강명원은 말투가 덤덤했다.“왜 물어보는 거예요?”“별일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흥.”강명원은 이 궁금함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고 있다.“서연이는 이미 시집갔어요.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어요.”“네?”오승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갔다고요? 어느 집안에 시집갔어요?”강명원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범죄자예요!”오승준은 그 말을 듣고 더욱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전화가 끊어질 때까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승준은 몇 년 동안 강명원과 왕래하는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강명원이 술에 취해 하소연했던 적이 기억난다. 어르신들끼리 혼약을 맺었는데 지금은 그 집안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고 분발하지 않은 아들 하나만 남아 싸움질을 하다가 걸핏하면 감옥에 들어가곤 한다...오승준은 갑자기 마음속으로 기뻐했다.그는 진작부터 강명원이 이 혼외자식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싫어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자기 딸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보고만 있다니!그렇다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범죄자 남편 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성으로 도망쳐온 것이다.자신의 우월한 조건과 재능으로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채용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강서연은 배경이 없고 심지어 친정집조차도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오승준이 강서연을 어떻게 해도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어쩌면 돈 때문에 굴욕을 참고 그를 따라갈지도 모른다.오승준은 강서연에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주름이 가득한
오승준은 갑자기 등 뒤가 으스스한 것을 느꼈다.뒤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고 녹화 현장에는 질서가 정연했다.오승준은 심호흡을 하고 방금 최연준의 눈빛에 놀랐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멀리 있는 방에서는...“이 쓰레기야?”육경섭은 다리를 꼬고 양가죽 소파에 기대앉아 있다. 손에는 위스키를 반쯤 마신 술잔을 들고 있었고 입가에는 경멸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최연준이 물었다.“이 사람 아세요?”“오승준이죠?”육경섭이 웃으며 말했다.“전에 강주에 있을 때 아는 형제에게서 들은 적이 있어요.”최연준이 궁금해서 물었다.“어떤 사람이에요?”“그런 영화를 찍는 사람이 무슨 좋은 사람이겠어요!”육경섭은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말했다.“이 사람이 종종 감독의 신분으로 여대생들을 속였다고 들었어요. 많은 예술 학원 학생들이 오승준의 말에 넘어가서 돈도 뜯기고 노출도 당했대요. 그 일을 당한 여학생들은 사회의 여론에 못 이겨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흐지부지됐대요.”“뭐라고요?”배경원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역겨운 사람이 있다니! 경섭 형님은 왜 그런 사람을 그냥 놔뒀어요?”육경섭은 가볍게 웃으며 위스키를 가득 채웠다.“그 사람 영화 제작비 누가 대줬는지 알아요?”배경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육경섭은 최연준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강명원이에요!”최연준은 눈빛이 어두워지고 순간 컵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육경섭이 이 사람 이름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최연준은 거의 그 존재를 잊어버렸을 것이다.“설마... 강명원이 서연이에게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최연준은 경각심을 가지고 말했다.“강명원이 오승준을 보낸 것일까?”“형은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유찬혁이 최연준을 보며 웃었다.“강명원이 최근에 경제적인 소송을 몇 개 치렀고 그 회사도 망해가서 곧 은행에 넘길 지경이라고 강주 쪽 로펌 사람들에게서 들었어요.”그제야 최연준의 긴장된 얼굴이 겨우 풀렸다.다른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