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훈은 최연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알아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잘못됐는지 알지 못했다.“정말 그저 여동생으로만 생각해요?”최연준의 질문에 신석훈은 숨을 들이쉬며 머뭇거렸다.“아니면요?”신석훈이 최연준을 보며 말했다.“무엇으로... 생각해야 하는데요?”“다른 쪽으로 생각해본 적 없어요?”‘다른 쪽이라...’신석훈은 또다시 멍해졌다. 그의 이런 모습만 보면 최연준은 답답하기만 했다. 이러니 임우정도 결국에는 놓치고 말았지.“연준 씨.”신석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대체 무슨 뜻이에요?”최연준은 그를 힐끗 째려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계속 동생으로만 생각해요.”그러고는 홱 돌아섰다.신석훈은 제자리에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최연준의 뒤를 따라나섰다.예전에 강주의 마을에 있을 때도 최연준은 성격이 이상했고 두어 마디 하다가 홱 돌아서곤 했다. 그 바람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멀리했지만 신석훈만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이젠 오성으로 돌아왔고 신분도 되찾았지만 성격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방안에서 최연희는 열심히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는데 가끔 강서연과 독특한 디자인에 관해 얘기를 나누곤 했다.“이건 C사의 한정판 웨딩드레스인데 타이트한 디자인이 언니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언니, 이것 봐요... 이런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여왕이 따로 없을 거예요.”“와, 이걸로 해요. 베라의 고급 웨딩드레스인데 가슴 쪽에도 전부 보석이 박혀있어요.”강서연은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내 웨딩드레스를 고르는데 연희 씨가 더 열심히 골라주네요? 연희 씨도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최연희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연희 씨.”강서연이 자연스럽게 물었다.“결혼식 날에 연희 씨가 신부 들러리 서줄 수 있어요?”“정말요?”최연희의 두 눈이 반짝였다.“네. 그리고 신랑 들러리는 석훈 씨에게 서달라고 할 생각이에요.”최연희의 두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언니도 참.”강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당장 빌라 본가로 가보셔야겠어요.”“무슨 일이야?”“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답니다.”최연준이 어두운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강서연과 최연희가 그의 뒤를 따랐고 은미연과 최문혁도 따라나섰다.최재원의 본가에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 전부가 최씨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갑자기 쓰러졌다는 건 그야말로 큰일이었다.최진혁과 최지한이 진작 도착해있었고 최연준이 도착했을 때 박경수가 초조한 얼굴로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할아버지 상태는 어떠세요?”“의사 선생님이 안에서 진찰하고 있어요.”불시의 필요에 대비하여 최상 빌라에는 전문적인 의료팀이 있다. 하지만 의료팀에 사람이 많아 최연준은 그들을 믿지 못했다. 하여 의료팀을 전부 내보내고 신석훈만 안으로 들여보냈다.신석훈은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진단을 내렸다.“혈관 색전증이에요.”“혈관이 막혔단 말인가요?”“네.”신석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다행히 그리 심각하지 않아요. 제때 발견해서 아까 의료팀이 혈관을 뚫어주는 주사를 놓은 덕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최연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에요.”강서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나지막이 물었다.“혈관 색전증은 노년층에서 자주 발병하는 질병인데...”“왜 그래?”강서연이 입술을 적셨다.“내가 이 집에 올 때마다 서재에서 할아버지가 혈관을 뚫어주는 약을 드시는 걸 봤어요. 평소에도 건강에 매우 신경 쓰시는데 혈관이 왜 막혔죠?”“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신석훈이 설명했다.“하나는 연세가 있으셔서 약으로도 조절이 안 될 수 있고 또 하나는... 음식 때문이에요. 평소 지방과 염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관이 쉽게 막힐 수 있어요. 그러면 그 어떤 약도 효과가 없어요.”최연준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최씨 가문에서 식단을 조절하는 것도 욕망을 조절하는 것 중의 하나이기에 어릴 적부터 음식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할아버지
진용수는 이제는 적응한 듯 그저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하지만 바로 윤정재에게 무자비하게 제압당했다!“마시면 안 돼!”윤정재가 눈을 부릅떴다.“술 마시면 운전 못 하잖아!”진용수가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회장님께서 방금... 끝나고 걸어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내가 언제!”윤정재는 진용수에게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고 있지만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상하고 무조건 맹종했다.“서연아, 조급해하지 마... 너무 급해하지 마요!”“제가 근처에 있어요.”“멀지 않아요. 제가 곧 가서 반드시 영감님을 낫게 해 줄게요!”“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가 없어요.”윤정재는 재빨리 외투를 입고 뛰쳐나갔다.진용수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씁쓸하게 웃었다. 손대지도 않은 칵테일 두 잔을 미련하게 보고는 한숨을 쉬며 쫓아 나갔다.이 술집은 분명히 최상 빌라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가는 도중에 윤정재는 쉬지 않고 진용수에게 액셀을 세게 밟으라고 재촉했다.최상 빌라의 본채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거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윤정재의 시선은 강서연에게만 향해 있었다.윤정재는 강서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필요한 사명감과 영예감을 갖고 약상자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최연준은 윤정재의 뒷모습을 보며 어진 빌딩에서 자기와 말다툼을 하고 씁쓸하게 떠나는 윤정재가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짠한 마음이 들었다.최연준은 강서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은 채 복잡한 심경으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잠시 후 윤정재가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갔다.“다들 걱정하지 마세요.”윤정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조금 전에 영감님에게 침을 놓아줬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그러고는 알약 한 병을 꺼내서 박경수에게 건네주었다.“이 약을 하루에 두 번, 한 번에 한 알씩 영감님께 드리세요.”박경수는 약을 정중히 받아 들여오고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제가 봤을 때 영감님은 영양분이 과잉되어 혈관 색전증이
최진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추태를 부려 그의 체면을 구겼다.이때 다른 사람들이 최진혁을 신경 쓰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최지한조차도 보지 못하는 척한다!최진혁이 막 최지한을 부르려고 하는데 자기 친 아들이란 놈이 사람들 속에서 몰래 도망가려는 것을 발견했다!“지한아, 최지한!”최진혁은 감정이 격해졌다.“야, 이 망할 놈아!”“경수야, 나 좀 도와줘!”박경수는 최진혁을 힐끗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정말 죄송합니다. 영감님 곁에 사람이 없으면 안 돼서 제가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너...”최진혁이 화를 내기도 전에 최연준은 가주의 기세로 모두에게 명했다.“할아버지는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다들 그만 여기에 모여들 있고 할 일을 하러 가세요!”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예, 도련님!”최연준은 웃으며 강서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너희들 다 가면 나는 어떡해!”최진혁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최연준! 이 얌생이야... 나한테 사람 한 명이라도 남겨주고 가야지! 다들 돌아와! 야!”“어르신, 조용히 하세요.”윤정재가 냉소했다.“영감님께서 쉬고 계시는데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거예요?”최진혁은 할 수 없이 눈만 부릅뜨고 있었고 사람들이 잇달아 그의 앞에서 떠나는 것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마당을 걸어가던 윤정재는 진용수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해 차에 오르려고 했다. 갑자기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감사해요.”윤정재는 잠시 멈칫하고 돌아서서 최연준과 눈이 마주쳤다.윤정재는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최연준은 윤정재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 모습이 뚱냥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웃었다.“왜 웃어?”윤정재는 눈을 부릅떴다.“아무것도 아니에요.”최연준이 담담하게 말했다.“회장님, 제가 좀 전에 한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내가 네
윤정재는 한참 동안 최연준을 응시했고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당최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네.”“회장님.”최연준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저한테까지 숨길 필요는 없어요! 저는 병은 볼 줄 몰라도 할아버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이 한약을 드시는 것을 보았는데, 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까요? 그리고 경수 아저씨께서 최근에 할아버지께서 약을 유난히 많이 드신다고 하였어요. 전에는 사흘에 한 번 드셨는데 지금은 하루에 세 번도 드실 수 있다고 해요. 약이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어요. 산해진미 앞에서도 세 입밖에 드시지 못하는데 이런 약에 대해 통제 불능이라는 게 이해가 안 가서요.”최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또박또박 물었다.“회장님, 이 약에는 보약만 들어 있는 게 아니죠?”윤정재는 조용히 최연준을 바라보았다.‘이 녀석은 다행히 멍청하지 않아 문제의 본질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구나. 음, 그러고 보니 서연이가 이 녀석과 결혼하는 것도 보장이 될 수 있네. 똑똑한 사람과 살면 귀찮은 일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후대의 아이큐도 낮지 않을 것이고. 서연이가 얼마큼 영리하고 귀여운 아기를 낳을까... 똑똑한데다가 부모님의 빼어난 외모를 물려받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장차 윤씨 가문에도 후계자가 있을 거야!’윤정재는 생각만 해도 자애로운 미소가 지어졌고 최연준을 바라보는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이제 좀 마음에 드네!’그러나 최연준은 윤정재의 내심 세계를 알지 못했고 윤정재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래, 맞아.”윤정재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약에 다른 성분이 있는 게 분명해. 하지만 아직 성분을 알아내지 못해서 당분간 입 밖에 내지 말도록 하자.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게 하려고.”최연준은 즉시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리 분별은 할 수 있어. 노인에게 만성 독약을
자기 후반생을 위해서라도 최연준은 어떻게 해서든 강서연이 윤정재의 침술을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여보.”최연준은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오늘 정말 대단했어!”“뭐가요?”“당신이 우리 삼촌한테 그렇게 말해줄 때 너무 통쾌했어!”강서연은 살짝 웃었다.그건 최진혁이 너무 오만하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해서 나온 말이다.몇 번의 만남을 통해 강서연은 최문혁이 성실하고 나약한 것 외에는 별다른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약한 사람은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는 말인가?강서연은 기어코 이런 생각에 불복한다.게다가 은 대표가 혼자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고 강서연은 그제야 나섰다.“오늘 정말 영광이네. 당신의 멋진 모습을 보다니!”“당신도 오늘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네요.”강서연은 최연준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최연준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두 손으로 팔짱을 끼었다.“당신도 봤겠지만... 우리 집은 호시탐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그 틈새에서 살아남기가 정말 힘들어! 당신이 날 잘 지켜줘야 해!”강서연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최연준을 힘껏 밀어냈지만 다시 그에게 끌려왔다.“최연준!”강서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왜요? 또 여자 등쳐먹는 소리 하려고요?”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잊었어? 여자를 등쳐먹고 호강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탑이지!”최연준은 눈을 번쩍 뜨고 입가에 짓궂은 웃음을 띠며 강제로 강서연을 소파에 눕혔다....다음날 강서연은 나가기 전 드레스룸에서 겨우 목폴라를 찾아 목의 흔적을 가렸다.최연준은 이미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강서연은 뚱냥이도 같이 차에 놔뒀다!가는 내내 최연준은 웃지 않았고 이따금 옆에 있던 뚱냥이를 흘겨보며 눈을 부릅뜨기도 했다.결국 참지 못하고 강서연에게 물었다. “장모님 보러 가는데 뚱냥이를 데리고 가서 뭐 하려고?”“엄마가 좋아할 거예요!”강서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나는 일이 바빠서 집에 가는
“동의한다고 한 적 없어!”윤문희는 강서연의 얼굴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윤정재와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딸과 아들은 이미 그 남자가 그녀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윤문희는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나를 위해서 그런 거 알아. 하지만 엄마는 정말 다른 사람을 찾고 싶지 않아. 강명원이 날 어떻게 대했는지... 아직도 생생해.”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네가 말하는 그 사람은 강명원만큼 나쁘지 않겠지?”“네?”강서연은 잠깐 멈칫했다.“당연하죠!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한 쌍의 손으로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은 존경할 만한 일이야.”윤문희가 가볍게 웃었다.“재혼은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서 인사 정도는 해도 무방할 것 같아.”“진짜요?”강서연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서연은 애교스럽게 어머니를 껴안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서로 의지해서 앉아있는 두 사람을 비췄다. 뚱냥이도 옆에서 우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기지개를 켰다.세상 만물은 모두 세월의 향기와 정취가 묻어있는 모양이다.강서연은 엄마가 이 단계까지 온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면 된다. 많은 부부도 남남 관계에서 시작하는 거다!“맞다.”윤문희가 강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분은 무슨 고양이를 키워?”“저번에 봤을 땐 샴고양이를 데리고 있었어요!”“그래?”윤문희는 순간 가슴이 조여오고 왠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져 숨 쉬는 것조차 아팠다.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인 것처럼 예전의 그 아무런 근심 걱정도 없는 행복한 나날들이 떠올랐다.그때 윤문희와 김자옥이 몰래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학교 측에서 발견했다. 국제 학교는 규칙이 엄격하고 학업이 과중하여 학생들이 공부와 관계없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학교 측은 그녀 둘에게 즉시 고양이를 동물 보호소로 보내라고 명령했고 그렇지 않으면 학교 내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윤문희는 교문
윤문희는 재혼할 뜻이 없었지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다” 라는 말에 강서연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강서연은 요 며칠 동안 두 사람을 맺어 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많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가장 전통적인 면대면이 아닌가 싶다.강서연은 먼저 윤정재에게 전화를 걸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냥 잠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싶다며 지난번 그 샴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특별히 당부했다.윤정재는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용수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윤정재는 믿을 수가 없어 여러 번 확인했다.“서연이가... 나랑 커피 마시고 싶다고?”진용수도 해가 서쪽에서 뜨는 느낌이 들었다.강서연은 성격이 부드럽고 친절했지만 그녀가 먼저 이렇게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진용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통화 내용이 생각났다.“회장님, 서연 씨가 샴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하셨어요!”“응? 무슨 뜻이야?”“지난번에 동물병원에서 만났을 때 서연 씨가 치즈냥을 안고 있었는데... 두 고양이가 잘 놀더라고요!”진용수는 추측했다.“회장님, 서연 씨가 고양이를... 교미시키고 싶은 거 아닐까요?”“그게...”윤정재는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양이 품종도 다른데 교미할 수 있을까?딸이 요청한 것이니 설사 윤정재더러 가시밭길에 뛰어 들어가라고 해도 가야지, 이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다!그런데 고양이는 어디서 찾아야 하지?저번에 그 샴고양이는 강서연에게 접근하기 위해 산 것이었는데 다 쓰고는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용수야, 빨리!”윤정재가 급하게 말했다.“빨리 가서 예쁜 샴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와!”진용수는 승낙하고 서둘러 행동했다.윤정재는 재빨리 드레스룸에 들어가 옷을 고르려고 했는데 손이 격하게 떨렸다.다음날 윤정재는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실크모자를 쓴 채 샴고양이를 품에 안고 한 시간 일찍 강서연이 말한 카페에 도착했다.윤정재는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