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2화

강서연의 눈빛이 우울해지더니 표정도 서글퍼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한마디 던졌다.

“아니요.”

가슴이 움찔한 최연준은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윤제 그룹이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공주가 이십여 년 동안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살아왔다. 남에게 업신여김도 당했고 생활도 고달팠으며 이 세상의 어려움을 스스로 감당해야만 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결혼까지 했었다...

최연준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그때 그 마을에서 요양하지 않았더라면, 구현수의 신분으로 살아가지 않았더라면 강서연을 만날 수 있었을까?

만약 강서연이 진짜 구현수와 결혼했더라면 그에게 마구 짓밟혀도 참고 견뎠을 것 같다. 그렇게 됐더라면 그녀의 두 눈은 영원히 빛을 잃었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최연준은 겁이 덜컥 났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더욱 세게 감쌌다.

“연준 씨.”

강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건데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대충 대답했다.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

“오늘 그 여자애가 귀여워서 부성애라도 생긴 거예요?”

최연준은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서연은 마치 귀여운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팍에 살포시 기댔다.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얇은 잠옷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두 볼은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스름했다.

“모성애는 여자의 본성이잖아.”

그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남자의 부성애도 본능이야.”

강서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 친아빠도 날 사랑한단 말이에요?”

최연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윤정재의 행동을 떠올렸다. 그가 강서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

강서연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윤정재가 조금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정재가 아무리 나빠도 윤문희에게는 일편단심이었다. 단 이 점만 놓고 봐도 최연준은 그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서연아.”

그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