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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저...”

육경섭은 난색을 보이며 말을 멈췄다.

최연준이 그를 매섭게 때렸다.

“저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요!”

한참 침묵한 후 육경섭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전에 문나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문나가 항상 저를 귀찮게 했어요. 이번 연회에서도 문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걔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는 몸에 힘이 빠졌어요.”

최연준은 한심한 듯 육경섭을 째려보기만 했다.

“저는 그저 몸에 힘이 없을 뿐 의식을 잃은 게 아니에요!”

육경섭은 큰소리로 해명했다.

“그래서 했는지 안 했는지 저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개 이유가 있는데...”

육경섭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면서 말투도 느려졌다.

“제가 술을 마신 후에는... 안 돼요...”

“뭐라고요?”

최연준은 충격에 빠졌다.

육경섭은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이것은 남에게 말 못 할 병이고 육경섭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술만 마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육경섭은 벽에 기대어 서 있고 우울하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렇게 들어보면 또 이해가 갔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남자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의사가 드디어 수술실에서 나왔다.

“육 대표님...”

의사가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고 힘겹게 몇 마디를 내뱉었다.

“아이를 못 지켜냈어요.”

“네?”

육경섭의 가슴은 누군가 물어뜯은 듯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최연준은 강서연을 감싸 안고 등을 토닥여 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육경섭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육 대표님, 사실 태아가 다 자라서 제일 안정적인 시기인데... 사모님께서 너무 흥분해서 그렇게 높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바람에...”

“굴러떨어졌다고요?”

강서연은 너무 놀라 육경섭 앞으로 달려갔다.

“언니가 어떻게 떨어진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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