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그녀는 앞으로 걸어갔고 임나연은 그녀 뒤를 따랐다.임우정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저 여자가 바로 임나연이지? 내가 지금 임신만 안 했더라면 진작 너 대신 한 대 후려갈겼어!”“나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임나연이 나 함부로 못 괴롭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래. 연준 씨가 있는데 누가 감히 널 괴롭히겠어.”임우정은 웃어 보이다가 이내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저 임나연이라는 여자 말이야... 혹시 아빠를 닮았나?”“왜 갑자기 그렇게 물어요?”“임씨 가문 사모님이랑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말이야.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강서연도 순간 멈칫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점을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스케치와 유화를 수년간 전공한 임우정은 초상화를 가장 잘 그렸다. 하여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얼굴 윤곽 등을 관찰하기 좋아했다.“언니, 또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손발이 근질근질하나 봐요?”임우정이 방긋 웃었다.“그럼 얼른 집에 데려다줄게요. 온 오후 실컷 그려요.”...누군가 임수정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봉고차에 태웠다. 임수정의 낯빛이 백지장처럼 하얬다.병원을 나선 봉고차가 도로 위를 질주했다. 임수정의 입에 검은 테이프가 붙어있었고 머리도 잔뜩 헝클어졌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남자는 운전하며 말했다.“아가씨, 무서워하지 마! 이따가 도착해서 약만 먹으면 돼.”임수정은 겁에 질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아프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남자는 잇몸을 드러내고 웃었다.“그냥 벙어리가 되는 약이야.”임수정의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이게 다 임나연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운전기사도 임나연의 사람이고 전부 다 임나연이 꾸민 짓이었다.임씨 가문 사모님이 주치의를 찾으러 간 사이에 병실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이 사라졌다. 그 후 이 운전기사가 갑자기 쳐들어왔고 그녀는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아가씨.”운전
잠시 후, 경찰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통제선을 설치했다.앞차는 비싼 고급 자동차였는데 다행히 그저 라이트 두 개가 깨지고 뒷부분이 살짝 찌그러졌다. 하지만 뒤차는 심하게 파손되었다. 앞부분이 잔뜩 찌그러졌고 엔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났다.“우정 언니, 괜찮아요?”강서연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의 운전 기술이 꽤 좋고 교통 규칙도 잘 지킨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멀쩡하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차가 그녀 차를 박아버렸다. 부딪친 순간 그녀는 브레이크를 미처 밟지 못해 수십 미터나 더 밀려나서야 멈춰 섰다.다행히 임우정은 차 안에서 줄곧 쿠션을 안고 있어 배를 다치진 않았다.잠시 후 구급차가 도착했다. 의료진들은 황급히 뒤차에 탄 두 사람을 꺼냈다.그때 경찰이 다가와 유리창을 두드리며 그녀들의 상태를 물었다. 두 사람은 별문제 없어 보이자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본 후 조서를 작성하러 경찰서로 오라고 했다.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강서연은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때 들것이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삐쩍 마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누워있었다. 유일한 핏기라고는 이마에 난 상처였다.“환자 이름 임수정.”신원을 조사하던 경찰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야? 자료상에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데? 어떻게 나왔지?”...수술실 밖, 임정수네 부부가 애간장을 태우며 기다리고 있었다.이번 교통사고로 임수정의 신분이 불가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임정수는 그녀를 데려간 운전기사를 엄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임씨 가문 사모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게 말했다.“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런 짓을 꾸몄는지 제대로 조사해 주세요, 경찰관님!”“뭐?”임정수가 화들짝 놀랐다.“저 운전기사를 알아요?”임씨 가문 사모님은 그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대체 어디서 왔는지, 왜 우리
강서연이 말한 대로 임수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그런데 누가 임수정을 납치할 수 있을까?“연준 씨.”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저는 이 일이 너무 수상해서 임나연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임나연에 대해 선입견이 있거나 겨냥한 것도 아니에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납치범이 임씨 가문의 알려진 딸을 놔두고 왜 힘들게 아무도 모르는 임씨 가문의 딸을 납치하겠어요. 정말 돈 때문이었을까요?”강서연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돈 때문이라면 임수정을 데려가면 안 되는 것이고, 돈 때문이 아니라면... 또 뭐 때문일까요?”“임수정을 없애기 위해서겠지.”최연준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강서연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제가 추측한 게 틀렸을지도 몰라요...”“틀리든 맞든 어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해.”최연준은 강서연의 어깨를 껴안고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최연준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속은 단단한 자기 여자를 보고 일종의 자부심이 솟아났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갔다. 강서연이 잠들자 홀로 창 앞에 선 최연준은 방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최근에 우리 사람들이 계속 임나연의 뒤를 밟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꼼수 부리는 것 같지 않은데요!”방한서는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최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계속 따라다녀, 분명 놓친 게 있을 거야!”방한서가 동의하고 곧이어 말했다.“한 가지 더 있는데요...”“무슨 일인데?”“수정 아가씨가 깨어났어요.”최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요.”...강서연과 최연준이 한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배경원은 임수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임수정의 머리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몸에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낯선 눈빛으로 배경원을 바라보며 뒤로 몸을 피했
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바로 이상함을 눈치챘다.“조카들.”임정수는 억지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먼저 돌아가 봐. 우리 집 수정이를 관심해 줘서 너무 감사하네. 특히 배 씨 도련님...”“아저씨.”최연준은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고 차가운 눈빛 속에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친동생이 이렇게 큰일을 당했는데, 어째서 언니라 하는 사람이 안 보여요?”임정수의 안색은 순간 변했고 말이 없어졌다.최연준은 이미 마음속에 답안을 찾았다.병원을 나온 후 최연준은 방한서에게 가해 운전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그의 입에서 진실을 들어야 한다.지시하고 최연준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강서연은 머리를 유리창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최연준은 강서연의 자세를 바르게 하고 자신의 외투를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그리고 강서연의 귓가에 속삭였다.“강 대표께서 내일 계약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강서연은 몸을 뒤척이며 애써 눈을 떠서 부드럽게 웃었다. 최연준의 목소리에 취하고 자석 같은 이끌림의 눈맞춤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최연준이 말하지 않았으면 정말 잊어버릴 뻔했다.강서연은 손을 뻗어 최연준의 목을 끌어안았고, 반짝이고 큰 눈망울에서는 그에 대한 애틋함이 뿜어져 나왔다.“알려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합격한 비서예요.”“그럼 강 대표님께서 저에 대해 만족합니까?”강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최연준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그럼... 월급 올려주세요!”“당신...”강 대표는 미처 반박할 겨를도 없이 최연준에게 입술을 머금었다.남자는 나쁜 웃음을 띠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다음날 강서연은 서교 땅 프로젝트 사장 신분으로 윤정재와 공통으로 연합 병원을 건설하기로 계약했다.모든 것이 순서대로 진행되어 매우 순조로웠다.그러나 계약 후 연회에서 윤정재는 강서연이 시무룩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임
윤정재가 잠시 멈칫했다. 설마 최연준이 기억을 잃은 것은 아닐까?하지만 조금 전 강서연의 옆에서 지극정성인 모습을 보니 또 그렇지도 않았다.윤정재는 강서연을 보며 웃으면서 물었다.“누가 기억을 잃었어요?”“제 친구인데...”강서연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했다.“엄밀히 말하면 친구는 아니고 제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임씨 가문의 다른 아가씨 임수정이에요.”“그래요?”윤정재가 눈살을 찌푸렸다.얼마 전에 이 일이 떠들썩했는데, 윤정재도 들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뿐이다.강서연과 상관없는 일은 윤정재는 다 무관심했고 더군다나 임씨 가문 일이다.임나연은 이미 윤정재에게 미운털이 박혔다!“서연 씨.”윤정재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왜 갑자기 임씨 가문과 가까워졌어요? 그 집에 또 다른 딸이 있든 없든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제가 임씨 가문이랑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라... 이 수정 아가씨는 정말 제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돕고 싶을 뿐이에요!”“아저씨.”강서연의 목소리는 달콤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임씨 가문 사모님은 사리 분별하고 애증이 명확한 분이세요! 임나연은 제가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임나연도 저를 건드릴 수 없을 것이에요!”윤정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딸에 대해 윤정재는 시종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하지만 강서연이 그에게 입을 연 이상 윤정재는 그녀와 가까워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아저씨.”강서연이 눈을 깜빡이며 윤정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박철이 그에게 눈짓을 보내자, 윤정재는 가볍게 두 번 기침하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먼저 얘기해 두는데 저는 이 수정 아가씨의 병을 보는 것만 도와줄 거예요.”그리고 표정이 엄숙하게 변하고 다시 얘기했다.“임씨 가문의 다른 일은 제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문나가 바에 급히 도착했을 때 임나연은 흥에 겨워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켜고 몸은 음악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
“문나 씨가 저를 도와 이렇게 큰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니, 저도 당연히 보답을 해드려야죠. 이거 받으세요!”임나연은 웃으며 입장권 한 장을 꺼냈다.문나는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서 입장권을 자세히 보고 눈을 크게 떴다.“이것은... 정섭 엔터테인먼트의 연회예요?”“맞아요!”임나연은 이런 반응을 매우 만족해했다.문나는 너무 설레서 두 손을 떨었다. 정섭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개최하는 행사지만 미리 많은 홍보를 진행해서 연예계 첫 연회로 자리매김했다.이 기회를 제대로 노린다면 앞길은 분명히 빛이 날 것이다.“나연 씨, 너무 대단하세요! 이걸 어떻게 구했어요?”문나는 임나연을 안았다.“정말 입장권을 저한테 주는 거예요?”“저는 연예계 사람도 아닌데, 가지고 있어도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 당연히 맞는 사람에게 줘야죠!”임나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때 육경섭도 나온다고 하던데...”임나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문나 씨는 알고 있죠?”임우정의 임신한 배를 생각하면 임나연은 온몸이 불편했다.임산부가 기분이 안 좋으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임우정이 안 좋으면 강서연도 같이 힘들어할 것이다.임나연은 음산한 웃음을 띠었다.강서연을 힘들게만 할 수 있다면 임나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이틀 뒤 문나와 육경섭의 스캔들이 오성을 떠들썩하게 했다.가장 먼저 노출된 것은 영상이다. 문나가 술에 취한 남성을 부축해 비틀거리며 호텔로 들어갔고 날이 밝은 후에야 나온 모습이다.파파라치가 똑똑히 찍었는데, 그 남자는 육경섭이다.문나의 얼버무린 대답과 함께 이 일이 계속 불거지며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악플이 많이 달리긴 했지만 지금의 문나는 일류 스타들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강서연과 최연준은 병원으로 향했고 응급실 밖에서 퇴폐적인 모습의 육경섭을 만났다.강서연은 심호흡을 하며 육경섭의 뺨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고 그에게 다가가 침착하게 물었다.“이게 도
“저...”육경섭은 난색을 보이며 말을 멈췄다.최연준이 그를 매섭게 때렸다.“저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요!”한참 침묵한 후 육경섭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전에 문나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문나가 항상 저를 귀찮게 했어요. 이번 연회에서도 문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걔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는 몸에 힘이 빠졌어요.”최연준은 한심한 듯 육경섭을 째려보기만 했다.“저는 그저 몸에 힘이 없을 뿐 의식을 잃은 게 아니에요!”육경섭은 큰소리로 해명했다.“그래서 했는지 안 했는지 저는 알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개 이유가 있는데...”육경섭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면서 말투도 느려졌다.“제가 술을 마신 후에는... 안 돼요...”“뭐라고요?”최연준은 충격에 빠졌다.육경섭은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이것은 남에게 말 못 할 병이고 육경섭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술만 마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육경섭은 벽에 기대어 서 있고 우울하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이렇게 들어보면 또 이해가 갔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남자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의사가 드디어 수술실에서 나왔다.“육 대표님...”의사가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고 힘겹게 몇 마디를 내뱉었다.“아이를 못 지켜냈어요.”“네?”육경섭의 가슴은 누군가 물어뜯은 듯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최연준은 강서연을 감싸 안고 등을 토닥여 줬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육경섭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육 대표님, 사실 태아가 다 자라서 제일 안정적인 시기인데... 사모님께서 너무 흥분해서 그렇게 높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바람에...”“굴러떨어졌다고요?”강서연은 너무 놀라 육경섭 앞으로 달려갔다.“언니가 어떻게 떨어진 건데요?”
육경섭은 핸드폰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그 문나라는 사람을 지금 묶어와!”...육경섭의 부하들이 문나를 찾았을 때 한창 예능 녹화를 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온갖 능청스러운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심지어 예능 대본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나왔다.몇 명의 감독들은 서로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일단 여기까지 할게요.”급기야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컷을 외치고 매니저가 달려와서 서둘러 문나에게 메이크업을 수정해 줬다.그러나 립스틱을 바르고 있을 때, 누군가 문나를 힘껏 끌어당겨 갔고 립스틱은 문나의 얼굴에 길게 자국을 냈다.“뭐 하는 거야?”문나는 당황했다.“당신들 누구야? 뭘 하려는 거야!”촬영장도 아수라장이 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문나를 물건처럼 들고 촬영장 밖으로 끌고 갔다.“아, 살려주세요!”문나는 목청을 높였다.“당신들 누가 보냈는데? 대낮에 납치라도 하려는 거야?”“문나 씨.”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경섭 형님께서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누구? 경섭 형님...”문나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감독과 스텝은 육경섭의 이름을 듣고 다들 함구하며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육경섭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어둠의 세력도 만만치 않다.문나가 매니저를 쳐다봤는데 매니저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멍하니 서 있고 난 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앞길을 급히 막아섰다.“당신들... 이럴 권리가 없어요! 문나를 내려놓지 않으면 신고할 거예요!”육경섭 부하들이 가장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이다. 하나둘씩 음침한 웃음을 드러냈다.“이거 놔!”문나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나는 어진 엔터테인먼트 사람이야! 내 위에는 김 대표가 있는데 감히 나를 건드린다고?”“정말요?”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설마 김 대표님께서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