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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저는 아무도 꼬시지 않았어요.”

임수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우연히 그 사람을 알게 되었을 뿐이에요.”

임나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고 새빨갛게 물든 입술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자아냈다.

“내 동생 얼굴 하나는 참 예쁘게 생겼는데... 몸은 안 좋지만 그래도 남자들이 줄을 서서 달려드네!”

임나연의 뾰족한 손톱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이 얼굴이 망가지면 배씨 가문 도련님께서 너를 다시 보았을 때는 어떤 표정일까?”

“언니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임수정은 임나연을 빤히 바라봤다.

그 창백하고 아름다운 큰 두 눈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결연함을 내비치고 있다.

임나연은 그 눈빛을 증오하고 두려워했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그녀는 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임수정의 목을 움켜잡았다.

임수정은 눈살을 찌푸렸고, 숨 막히는 공포와 절망이 샘솟았다.

“언니.”

그녀는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했다.

“만약... 내가 정말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언니도 모든 걸 잃게 될 것이에요!”

정곡을 찌르자 임나연은 천천히 손을 놓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다.

“정말 내 얼굴을 망가뜨리면 상처는 분명히 보일 것이에요. 언니가 한 짓을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거 아닌가요?”

임수정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임수정!”

“언니, 저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하지만 언니는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 엄마 아빠가 언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게 된다면 언니는 모든 것을 잃을 거예요. 그때 되면 언니 정체까지 밝혀질 텐데... 정말 그걸 원해요?”

임나연은 안색이 변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일어서서 밑으로 임수정을 한번 보더니 냉랭하게 웃으며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하이힐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듣고서야 임수정의 긴장 서린 몸이 그제야 풀어졌다.

그녀는 자신을 껴안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은 채 감히 큰 소리로 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흐느껴 울 수밖에 없었다.

문밖에 누군가 지나가는데 그녀는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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