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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분위기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강서연은 고개만 푹 숙인 채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자옥과 윤문희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눈치 있게 빠져주었다. 지금은 아무래도 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서야, 우리한테 다른 데 좀 구경시켜 줘.”

김자옥의 뜻을 단번에 이해한 방한서는 재빨리 나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배경원은 여전히 눈치 없이 제자리에 선 채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형, 형수님.”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어요. 제가 다 꾸며놓았으니까 언제든지 이사 오시면 돼요.”

고개를 든 강서연은 최연준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 최연준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신이 싫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

강서연은 잠깐 멈칫하다가 속으로 몰래 피식 웃었다.

최연준의 진짜 신분을 알고 난 후로 최연준은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그가 가끔 강요하길 바랄 때도 있었다.

예전에 최연준이 그녀에게 매달리던 때가 생각났다. 그땐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 따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항할 때면 한 손으로 그녀를 제압하고 다른 한 손으로 옷의 단추를 벗겨버리곤 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몸이 가장 솔직한 답변을 해준다고 한다.

강서연은 심장이 터져 나올 듯이 쿵쾅거렸고 마치 열이 나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의 생각을 알 리 없었던 최연준은 그녀가 거절하는 줄 알고 저도 모르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또 글렀네.’

“괜찮아.”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지못해 한마디 했다.

“기다릴게.”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최연준의 얼굴에 쓸쓸함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강서연은 그걸 단번에 캐치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뭘 기다리겠다는 거예요?”

그가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원할 때까지 기다릴게.”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요?”

최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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