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2화

작가: 빛나라
“나석진이랑 계약하는 거 말이에요. 설마 잊은 거 아니죠?”

육경섭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그가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립스틱 300개와 바꿔온 것이다.

“잊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최연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육경섭은 그를 보며 머뭇거렸다.

“정말이에요? 그런데 어진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도 나석진이랑 계약하려고 한다고 들었어요. 사적으로 여러 번이나 연락했다던데요?”

최연준이 화들짝 놀랐다.

‘엄마 회사잖아? 엄마도 나석진 씨한테 관심이 있었어?’

만약 두 회사가 정말로 경쟁한다면 그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그냥 소문일 수도 있잖아요.”

최연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한번 알아볼게요.”

“네, 고마워요.”

육경섭이 크게 웃었다.

립스틱 300개인데 낭비해서는 절대 안 되었다.

...

에덴으로 돌아온 최연준이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강서연은 한창 침대 시트를 펴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그녀가 허리를 비틀거리며 침대를 정리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유혹적이었다. 그는 제 자리에 넋을 놓고 서 있었다...

최연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들은 강서연이 고개를 돌리자, 최연준의 그윽한 두 눈과 딱 마주쳤다.

“왔어요?”

그녀가 순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방금 새 시트 폈어요. 어때요?”

지금 최연준의 눈에는 시트고 뭐고,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와 이 침대 위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뿐이었다.

“응, 괜찮네.”

그는 시트를 대충 흘겨보았다.

“무늬는 어때요?”

“예쁘네.”

그녀를 쳐다보는 최연준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연준 씨, 우리...”

“여러 개 더 사면 좋겠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고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러 개 사서... 뭐 하려고요?”

“두고두고 쓰는 거지.”

최연준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하나 더 사긴 했어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3화

    최연준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헝클어진 머리와 비몽사몽한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만약 회사에 별다른 일이 없었더라면 아마 계속했을 것이다...“진짜 도시락을 가져다줄 거야?”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강서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알았어.”그가 나지막이 말했다.“점심에 기다릴게.”점심에 밥을 먼저 먹을지, 그녀를 먼저 먹을지...최연준이 집을 나서자, 강서연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한창 청소하던 박경실은 갑자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저도 모르게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서연은 아주 능숙하게 반찬과 찌개를 만들고 도시락통에 담을 준비를 했다.“서연 씨, 무슨 요리를 했어요?”박경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냄새만 맡아도 입맛이 당기는데 먹으면 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강서연이 환하게 웃더니 갈비찜 한 점을 접시에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박경실은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하도 먹어보라고 하여 한입 맛보았다. 간도 딱 맞았고 전혀 느끼하지도 않았다.박경실은 웃으며 감탄했다.“전 이 나이를 먹어도 요리 솜씨는 서연 씨보다 한참 못해요.”“그럼, 앞으로는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요.”“그건 안 되죠!”박경실이 화들짝 놀랐다.“절 받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데 밥까지 해달라는 건 너무 염치없어요. 밥은 제가 해서 두 분께 대접해야죠...”“아주머니.”강서연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를 볼 때면 자꾸만 어머니가 떠올랐다. 학대를 받은 적이 있고 의지할 데도 없이 쓸쓸하게 살아온 것만으로 충분히 가여운데 말년까지 비참하게 보내게 해서는 안 되었다.“저한테는 이러시지 않으셔도 돼요. 우리가 남입니까?”강서연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우리 집에는 그런 규칙이 없어요. 게다가 아주머니는 어른이시고 경수 아저씨도 연준 씨 어릴 적부터 봐 온 분이시잖아요. 저희가 두 분을 존중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서연 씨...”박경실은 울컥하여 목이 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4화

    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바로 집을 나섰다.최연준은 그녀에게 특별한 출입 카드를 주었다. 프런트에 가서 예약하지 않아도 이 카드만 있으면 건물의 그 어느 층도 다 갈 수 있었다.그녀는 그 카드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맨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려던 그때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구체적인 내용은 이러합니다. 이 보고서도 한번 보세요.”강서연이 잠깐 멈칫했다.‘목소리가 익숙한 게 누구더라... 그 도도한 임나연 씨? 임나연 씨가 연준 씨 사무실에 있어? 어쩐지 오는 길에 문자를 몇 통이나 보내도 답장이 없더라니.’“연준 씨.”임나연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이번 주에 프랑스 쪽이랑 계약하는 거 있잖아요. 내가 다 준비 마쳤어요.”최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 모든 게 다 연준 씨를 위한 거예요.”임나연이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같이 일할 이 기회를 아주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요. 연준 씨, 내가 내 마음을 꺼내 보여야 믿겠어요? 좋아요, 연준 씨만 고개를 끄덕인다면 지금 당장 꺼내서 보여줄게요.”‘역겨워!’강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물론 그녀는 최연준을 누구보다 더 믿었다. 하지만 최연준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다른 여자들이 매달리지 않는다는 법은 없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시락통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최연준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문을 사이에 두고 강서연은 임나연이 얼마나 약한 척하며 여우짓을 하고 있을지 눈에 훤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에 가시가 찔린 듯 아팠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잠깐의 침묵 끝에 갑자기 최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그게...”임나연이 다급하게 말했다.“서교 땅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몇몇 담당자들이 기획안과 예산 보고서를 제출했다고요...”“그 얘기 말고요.”최연준은 펜을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의 그윽한 두 눈을 마주한 임나연은 가슴이 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5화

    이젠 임나연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왜 그래요?”최연준은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아까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겠다면서요?”“연준 씨...”임나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내가 대신 꺼내줄까요?”“아니, 내 말은 연준 씨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다는 말이죠.”임나연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겠다는 건... 그냥 비유를 그렇게 한 거죠...”임나연이 횡설수설했다.“연준 씨, 그 말도 못 알아들어요?”“정말 미안하네요.”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나는 항상 문자적 의미로 이해하거든요. 아까 그렇게 얘기하니까 진짜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려는가 했잖아요.”“하.”임나연이 멋쩍게 말했다.“지금 농담하는 거죠?”“가깝지 않은 사람과는 절대 농담 안 해요.”최연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임나연은 입술을 깨물고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그를 째려보았다.“아직도... 나랑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우리 결혼을 밀어붙이시겠다고 하셨어요.”최연준이 눈살을 찌푸린 그때 강서연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최연준은 그녀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시간을 확인했다.‘온 오전 바삐 일하느라 점심시간인 것도 몰랐네. 어떡하지!’“서연아...”그는 입술을 적시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나연이 그의 사무실에 있는 걸 그녀가 보고 말았다.“배고프죠? 오늘 연준 씨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싸 왔는데, 얼른 와서 먹어요.”강서연이 화를 내지 않자, 그의 불안했던 마음도 조금은 진정되었다.그는 강서연을 보며 다정하게 웃었다. 마치 이 세상에 그녀만 존재하는 것 같았고 임나연은 진작 없는 사람 취급당했다.강서연은 도시락통에 담아온 반찬을 하나하나 꺼낸 후 깨끗한 수저를 최연준에게 건넸다. 최연준은 고분고분 소파에 앉아 갈비찜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먼저 먹여주었다.그녀는 웃으며 갈비찜을 받아먹고는 찌개 한 숟가락을 떠서 그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6화

    강서연은 고개를 들고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다음 주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내일부터 어진 엔터테인먼트에 출근해요.”“벌써?”“네.”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신문사의 일을 인수인계한 후 김자옥은 하루에 전화를 세 통씩 하며 빨리 출근하라고 했다. 그녀는 며칠 더 쉬고 싶었지만 일이 먼저였다. 어쨌거나 그녀도 김자옥처럼 성공한 여성이 되고 싶었으니 말이다.“그건... 큰 문제 아니야.”최연준이 생각하다가 말했다.“엄마한테 말해서 하루 휴가 주라고 하면 돼.”강서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래도 돼요?”“왜 안 돼?”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아주 중요한 연회라서 당신이 반드시 참석해야 해.”강서연은 중요하다는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녀는 자신이 서교 땅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최연준이 중요하다고 한 건 임나연도 참석하기에 임나연과 함께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생각했다.강서연의 얼굴에 행복이 담긴 보조개가 나타났다....며칠 후, 어진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무실.김자옥은 팔짱을 끼고 매서운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째려보았다. 남자의 차갑고 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엄마...”김자옥은 더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컴퓨터만 들여다보았다.최연준은 평생 두 여자에게만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은 아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어머니였다.“엄마, 제 요구가 과한 것도 아닌데 왜 허락하지 않으세요?”“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김자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계약 행사 때 진짜 서연이랑 가고 싶단 말이에요.”“하지만 우리 회사에 서연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김자옥이 목청을 높였지만, 최연준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딱 반나절만 데리고 있을게요.”“30분도 안 돼!”“엄마, 너무 억지 부리시는 거 아니에요?”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자옥은 그를 내쫓으려 했다.하지만 최연준의 키가 하도 커서 태권도 챔피언인 그녀마저도 밀기에는 힘에 부쳤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7화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돼?”“오후 1시에 두 예능 스타와 면담이 있고 2시 반에는 회사 내부 회의가 있어요. 그리고 3시 10분에서 5시까지 몇몇 중요한 언론사와 미팅이 있는데 협상을 타결해야 합니다. 저녁 7시에는 연예인 매니저와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요. 장소는 멘하 센터의 회전 레스토랑입니다.”강서연이 조리 정연하게 보고했다. 비록 출근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심하고 꼼꼼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을 깔끔하게 안배했고 방안도 아주 잘 써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김자옥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을 참 잘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바쁘게 움직이는 강서연을 보고 있자니 최연준은 마음이 아팠다.아침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급히 나갔고 늦은 밤까지 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다크서클이 선명한 채로 일어나는 일도 자주 있었다.강서연은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량도 전부 감당했지만 그걸 바라보는 최연준은 받아들이지 못했다.“엄마.”그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서연이 지금 많이 힘들잖아요. 계약 행사에 함께 가려는 건 쉬게 하려는 거예요. 잠깐 쉬고 나면 정신도 맑아지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거예요.”최연준과 눈이 마주친 강서연은 히죽 웃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김자옥의 귀에는 강서연이 지금 많이 힘들다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서연아.”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요 며칠 일하는 게 힘들었어?”“아니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매일 충실하게 보내서 너무 좋았어요.”김자옥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난 항상 일하는 속도가 빠르고 자기중심적이라 가끔 다른 사람을 헤아리지 못해... 속상한 게 있다면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나한테 말해, 알았지?”강서연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여기 업무 환경도 좋고 대표님 옆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최연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늘 부하를 사정없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8화

    계약 행사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참석한 사람들 모두 최연준이 사업할 때 왕래하는 신분이 귀한 사람들이었다.서교 땅 프로젝트는 여러 면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었고 이번 계약은 주로 몇몇 건축 회사와 디자인 회사와의 계약이었다. 그리고 이 계약서에 강서연이 사인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강서연은 한창 대기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메이크업 담당자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였고 비서가 밀고 온 옷걸이에는 눈이 부시게 빛나는 고급 드레스가 걸려있었다. 전부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것이라 단 한 벌 뿐이었다.스타일리스트들은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었고 강서연은 펜을 움직이며 서류 몇 장에 사인했다.그때 최연준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무척이나 진지한 강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최연준의 두 눈에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그녀 옆에 앉아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방 안에는 최연준과 강서연 단둘만 남게 되었다.“다 사인했어요.”강서연은 계약서를 그에게 건넸다.“그래.”최연준은 계약서를 잘 챙긴 후 그녀를 쳐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이게 다 뭔지 알아?”“그럼요. 조항 하나하나 다 꼼꼼하게 확인했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최연준이 피식 웃었다.사실 그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 그녀에게 사인하라고 했다. 그런데 세심한 성격의 그녀는 또 한 번 빠르게 확인했다. 역시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머리가 좋았다.“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연준 씨네 회사 프로젝트 아닌가요? 그런데 왜 나한테 사인하라고 하는 거예요?”“왜냐하면...”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프로젝트마다 이익과 리스크가 공존하잖아. 당신한테 사인하라고 한 건 수익을 나누기 위해서고 또... 리스크가 생기면 내 편에 서서 나랑 함께 이겨내 주길 바라서 그랬어.”“그건 당연하죠.”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짱을 꼈다. 눈망울이 어찌나 맑고 순수한지 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29화

    임나연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강서연은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기실 안에 호신용 도구가 있는지 힐끔거렸다.“서연 씨, 연준이 마음속에 난 영원히 서연 씨보다 못한 존재라는 거 알아요.”임나연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나랑 연준이 결혼은 할아버지께서 정한 거예요. 우리 임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고 끊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끊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그 말 이미 여러 번 들었어요.”강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나연 씨, 어떤 일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다는 이유로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고요.”“나도 알아요.”임나연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사실 난 진작 마음 접었어요. 연준이 내 것이 아니라면 그만 포기해야죠. 어쨌거나 연준이는 서연 씨랑 있을 때 더 즐거워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연 씨도 연준이랑 어울릴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강서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오늘 이런 자리는 난 어릴 적부터 자주 다녀서 아주 여유로워요. 그리고 연준이는 기자가 있는 걸 싫어해서 그 어떤 언론사로 초대하지 않았어요. 이따가 난 또 연준이랑 프랑스 바이어와 일 얘기도 좀 해야 해요.”임나연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서연 씨, 우리가 얘기 나눌 때 옆에서 혼자 뻘쭘한 건 아니겠죠? 우리가 하는 얘기 하나도 못 알아듣잖아요.”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연 씨는 연준이랑 어울릴 만한 가문도 없고 지식과 능력은 더더욱 없죠. 나중에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해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연준이는 그냥 서연 씨한테 한순간의 새로움을 탐해서 만나는 거고 나중에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 여전히 처음과 같은 마음일까요? 강서연 씨?”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임나연은 더욱 득의양양했다.“내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다 서연 씨를 위해서예요. 서연 씨는 진짜 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30화

    임나연은 제자리에 굳은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강서연은 웃으며 우아하게 대기실을 걸어 나갔다.사실 그녀는 딱히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상대가 기어코 싸움을 걸어온다면 굳이 양보할 필요 없이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조금 전 자신을 최씨 가문의 안주인이라고 큰소리쳤으니, 안주인의 카리스마를 뽐내야 했다.그녀는 연회장으로 걸어가 최연준의 옆에 서더니 덤덤하고 여유롭게 그의 팔짱을 꼈다.“음, 드레스 잘 골랐네.”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사람들이 다 당신을 쳐다보고 있어.”“당신이 골라준 건데 안 어울릴 리가 있겠어요?”그녀는 사랑스럽게 그에게 기댔다.그때 방한서가 몇몇 프랑스 바이어와 함께 걸어왔다. 최연준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고 강서연을 그들에게 소개하려던 그때 임나연이 갑자기 나타났다.“연준 씨!”그녀가 나타난 순간 많은 이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다.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최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최연준이 임나연과 무조건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최연준은 강주에서 돌아왔을 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외부에는 강서연에 관한 여러 추측만 떠돌았고 오늘에서야 강서연의 실물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이 타이밍에 임나연이 나타났다...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임나연은 최연준 앞으로 요염하게 걸어오고는 일부러 옆에 있는 강서연을 힐끔거렸다.“연준 씨, 프랑스 바이어 분들은 내가 초대한 거예요. 그리고 통역사도 데려왔어요.”“그래요.”최연준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임나연이 돌아서서 통역사에게 눈짓하자 통역사는 바로 알아듣고 불어로 프랑스인들에게 말했다.“계약 행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 대표님이랑 임나연 씨께서...”“최 대표님이랑 임나연 씨요?”그중 한 프랑스인이 통역사의 말을 가로채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강서연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런 어색함이 바로 임나연이 원하던 것이었다.임나연은 아주 의기양양했다.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9화

    배현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 허공을 떠도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그는 허공에 떠 있는 듯 응급실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사들이 급히 자신을 응급처치하는 모습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로 누워 있는 자기 육체를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에서 해방된 듯한 감각이 그를 감쌌다.의식은 또렷했지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조금도 없었다.그날, 배현진은 오강호와 싸웠다.송윤희와 이혼 후 더 나락으로 떨어진 오강호는 그날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있던 배현진과 우연히 마주쳤다.말다툼은 곧 몸싸움으로 번졌고 오강호는 배현진이 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 송윤지를 언급하며 조롱을 쏟아냈다.배현진은 격분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먼저 손을 댄 쪽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오강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배현진은 오강호에게 몇 대 얻어맞고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말았다.지금도 배현진의 귀에는 오강호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돌고 있었다.“배씨 가문의 아들이라더니 별수 없군. 여자를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결국 임지강에게 뺏겼다지? 하하하...”“배 도련님, 혹시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접근한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거였을 거야!”“너 같은 쓰레기가 무슨 남자야. 약혼녀도 남에게 빼앗기고 말이야.”배현진의 가슴 한구석이 세게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강한 힘이 그의 영혼을 다시 육체로 끌어당겼다.옆에서 심전도가 삐 울리더니 직선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정리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환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했습니다. 약물을 투여하세요.”배현진의 꼭 감겼던 두 눈이 살짝 떨렸다.그를 때린 사람이 임지강과 송윤지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혹시, 그 둘 사이에 정말로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그는 알아내야 했다.죽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자신이 겪은 모든 수모를 반드시 임지강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8화

    임지강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제가 누나랑 형부께 누를 끼쳤네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임우정은 부드럽게 말했다.“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결국 운명 같은 거야. 따지고 보면 이 일의 원인은 나야. 내가 처음에 송윤지를 현진이에게 소개하지 말아야 했어.”“저 때문에 누나가 곤란해진 거예요.”임지강은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가 조금 비겁한 방법을 썼어요.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배씨 가문을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배현진이 은행에 진 빚은...”임지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우정이 임지강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경원이와 수정이는 모두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빚진 돈은 은행에 분할해서 납부할 거야.”“그럼 이자는 받지 않을게요.”임우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안도와 약간의 무력감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배현진에 대해서는.”임지강은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윤지를 괴롭힐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죠. 지금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정말로 정신이 나갔다 해도 그건 자업자득이에요.”“됐어, 봐줄 줄도 알아야지. 너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잖아...”임지강은 고개를 들어 임우정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무슨 냄새예요?”갑자기 집 안에서 송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강은 놀라며 황급히 돌아섰다.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송윤지가 급히 주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임지강도 곧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아이고, 이거 다 태웠네요!”송윤지는 놀라 외치며 불을 껐다. 그런 다음 행주로 냄비 뚜껑을 열었다.“이건 뭐예요?”“제가 만든 당근 소고기 스튜예요...”임지강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윤지에서 한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 이 모양이었다.“물 안 넣었어요?”송윤지는 코를 찡그리며 물었다.“당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7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세계에 다시 한번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임지강은 이제 송윤지의 아파트에서 종종 머물렀다. 겉으로는 송윤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라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윤지는 몇 번 거절하려 했지만, 임지강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그냥 놔두기로 했다.임지강은 비록 소파에서 자야 했지만, 그것조차도 행복했다.임지강은 언젠가는 송윤지의 곁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임지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송윤지와 함께 보내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세 끼를 직접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송윤지가 과거에 자신을 위해 했던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정성이 담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과거 송윤지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가끔 송윤지는 집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임지강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 자꾸 송윤지를 괴롭혔지만, 송윤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조강이 곁에 있으면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임지강은 배현진과는 완전히 달랐다.배현진은 늘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앞으로’ 같은 말로 막연한 미래를 약속하곤 했다.반면, 임지강은 ‘내가 있잖아’, ‘나한테 맡겨’, ‘두려워하지 마’ 같은 말로 송윤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임지강의 말 속에는 사랑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서 송윤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그날은 송윤지가 쉬는 날이었다. 임지강은 주방에서 당근과 소고기를 넣은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이 요리는 임지강이 새로 배운 것이었다. 임지강은 요리의 모든 과정을 조심스럽게 진행했고 조미료를 넣는 것도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정밀하게 측정했다.잠시 후, 요리의 향기가 퍼져 나갔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냄비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조절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가 문을 열자, 임우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우정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누나?”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6화

    배현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임지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중히 여겨야 할 때 외면했으니,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임지강은 손가락으로 배현진의 코앞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시 내 여자를 건드리면, 소피아와 함께 감옥에서 만나게 될 거야.”임지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다.방 안에는 이제 배현진과 배윤아 두 남매만 남아 있었다.배현진은 멍하니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배현진의 모습을 보며 배윤아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오빠...”배윤아는 조심스럽게 배현진을 부축하며 말했다.“사실, 오빠는 소피아가 어떤 사람인지 진작에 알아봐야 했어. 소피아가 없었다면,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배현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벽에 기대어 머리를 부딪치며 자신을책망했다.“오빠.”배윤아는 애써 배현진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임지강 씨는 오빠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진심으로 오빠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야. 이미 송윤지의 복수를 한 거나 다름없으니, 더는 오빠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게다가 다행히도 오빠가 진 빚은 임지강 씨의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니까, 그에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봐준다고?”백약곡의 쓴웃음은 공허하고 힘이 없었다.“지금 나는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끝났어...”“오빠에겐 아직 나랑 부모님이 있잖아!”배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 오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했다고 해. 오빠가 진 빚은 부모님이 분명 해결하려고 하실 거야.”“내가 은행에 진 빚은 수천억이라고.”배현진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게다가 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사람은 임지강이야. 그 사람은 절대 날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오빠...”배윤아가 더 말을 이어가려 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5화

    “현진 씨,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소피아는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건... 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은 모든 걸 여동생에게 넘겼잖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랑 제임스는? 당신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여기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제임스를 어떻게 키우겠어?”“그만해!”배현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소피아는 오직 자신과 제임스의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었다.소피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배현진이 제임스를 친아들처럼 대하려 했던 건 소피아를 사랑해서지, 빚진 마음 때문이 아니었다.“현진 씨...”소피아는 눈물을 흘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하지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해서였어. 당신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고 우리가 순조롭게 결혼하길 원했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네가 원하는 건, 배씨 가문을 차지하는 거잖아?”“당신...”“윤아는 내 친동생이야! 그런데 네가 어떻게 내 등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배현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소피아는 배현진의 외침에 놀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소리쳤다.“배현진! 앞으로 네 여동생이랑 살 거야? 아니면 나랑 살 거야?”그 말에 배현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배현진은 소피아의 뺨을 세게 때리며 속에 쌓여 있던 모든 후회와 분노를 폭발시켰다.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배현진의 얼굴을 긁으려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며 뒤엉켰고 배현진의 얼굴에는 소피아에게 긁힌 상처가 선명하게 남았다.그때, 경찰이 방으로 들이닥쳐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차가운 수갑이 소피아의 손목에 채워졌다.배현진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소피아가 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의 존재는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온몸이 퍼즐 조각처럼 부서져 다시는 하나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4화

    임지강은 대출 증명서를 꺼내 들었다. 서류에 선명한 배현진의 서명과 붉게 찍힌 도장은 마치 피로 얼룩진 조롱처럼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했다.“제 생각엔,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조 회장이 말했다.“지강아, 빨리 돈을 배 도련님 계좌로 송금하고 그 두 광산을 사들여라. 그리고 배 도련님,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임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대해주고 있는데, 도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죠. 흥! 약속을 어기는 일은 배씨 가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배현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회와 절망이 그의 마음을 홍수처럼 휩쓸고 있었다.“배씨 가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오늘 제가 데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배 도련님도 보고 싶었을 겁니다.”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룸의 문이 열리며 배윤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배현진은 배윤아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놀라움은 곧 걱정과 초조함으로 변했다. 배현진은 재빨리 배윤아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윤아야, 괜찮아?”“나 괜찮아.”배윤아는 눈가가 붉어졌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고작 사흘뿐이었지만, 그 시간은 마치 몇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러나 배윤아의 시선이 소피아를 향하는 순간, 증오가 담긴 눈빛이 소피아를 사로잡았다. 배윤아는 이를 악물며 소피아를 가리켰다.“오빠, 바로 저 여자가 사람을 시켜 날 해친 거야!”“뭐라고?”배현진은 몸을 떨며 경악했다.소피아는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발악하듯 배현진 곁으로 뛰어들며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아니야! 윤아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 네가 사라진 동안, 난 네 소식을 찾으려고 정말 애를 썼어. 난 정말로...”“거짓말하지 마세요!”배윤아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소피아 씨가 사람을 시켜 날 폭행하고 내 물건을 훔쳐 간 건 분명해요! 그리고 소피아 씨가 가장 원했던 게 배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3화

    “조 회장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소피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항의했다.“우리가 그 광산을 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아시잖아요. 대박을 기대했는데, 지금 헐값에 팔면 원금도 못 건질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요. 게다가 그 돈은 전부 은행 대출입니다.”“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조 회장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건 아가씨가 주도한 일 아닌가요? 제 기억으로는 배 도련님이 처음엔 그 두 광산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걸로 압니다만.”“조 회장님...”“배 도련님.”조 회장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오히려 추악한 수단으로 올라선 여자의 말을 믿었으니, 그 손해는 당연히 본인이 책임져야죠.”“지금 말 다했어요?”소피아는 벌떡 일어나며 격분해 외쳤다.조 회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짓누르듯 바라보았다. 그때 주변에 있던 부하들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고 소피아의 기세는 단숨에 꺾였다.“배 도련님, 매입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배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 회장은 부하에게 매입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본 배현진은 그만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임지강과 송윤지였다.배현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다 테이블을 건드렸고 접시와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임지강은 송윤지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를 위해 의자를 빼주고 임지강도 옆에 나란히 앉았다.“배 도련님, 아는 분이시죠?”조 회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제가 따로 소개해 드려야 할까요?”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배 도련님.”임지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듣기론 도련님이 투자하신 두 광산이 이제 3200억밖에 안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3400억에 사들이겠습니다. 도련님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2화

    화면에 띄워진 데이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두 사람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친 듯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배현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소피아 역시 어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소피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우리가 1조를 들여 산 두 광산이라고! 무려 1조라고!”배현진이 소리쳤다.“가격이 분명 오를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3200억으로 폭락한 거냐고!”“나도... 나도 모르겠어...”소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광산의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했었단 말이야. 그 두 광산은 운산시에 있는데, 지금 운산시 광산 가격이 상승세잖아. 분명 손해 볼 투자가 아니었어.”“하지만 지금 상황 좀 봐.”배현진은 입술을 떨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소피아, 그 1조는 전부 은행 대출금이야. 지금 난 은행에 수천억 빚을 졌고 이자도 엄청나다고.”“현진 씨, 진정해.”소피아는 급히 배현진을 달래며 말했다.“이 일은 조 회장이 중간에서 소개한 거래잖아. 조 회장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내가 직접 물어볼게.”...배현진과 소피아는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일찍 호텔 룸에서 조 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진은 오늘의 만남을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도록 특별히 부탁했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의 대표 메뉴들이 가지런히 차려져 있었다.조 회장이 방에 들어서자, 배현진은 그가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조 회장의 눈빛은 마치 코너에 몰린 쥐를 노리는 고양이 같았고 배현진과 소피아는 그 쥐가 된 듯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두 분이 너무 과하게 준비하셨네요.”조 회장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 위의 술잔을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준비하실 필요는 없었어요. 나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61화

    이른 아침, 소피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옆에 누운 남자의 맨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배현진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했다.배현진은 그녀의 키스에 미소로 답하며 부드럽게 눈을 떴다.하룻밤의 열정에 지친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희미한 피곤함이 배어 있었다.“제임스는 아직 안 깨어났어?”“이 시간엔 절대 안 일어나요.”소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 위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그럼... 우리 한 번 더?”“아니.”배현진은 소피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댄 뒤 가볍게 입맞춤하며 말했다.그는 정말로 피곤했다. 소피아는 도대체 어떻게 매일 밤 이렇게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걸까?소피아는 송윤지와 완전히 달랐다. 송윤지는 늘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가 바라볼 때만 순수한 미소를 띠곤 했다.배현진은 문득 송윤지를 떠올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자기야, 무슨 일이야?”“아, 별거 아니야.”배현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맞다, 나 현진 씨랑 상의할 게 있어.”소피아는 배현진의 얼굴을 자신을 향해 돌리며 말했다.“제임스도 점점 크고 있어. 가정교사를 불러서 집에서만 공부시키는 건 이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서 어울리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어쨌든 앞으로는 제임스가 배씨 가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이 될 테니까, 그렇지?”“음...”배현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장래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부모님이 이미 가업을 전부 윤아에게 넘겼잖아.”소피아는 미소를 띠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흡족해했다.배윤아 같은 풋내기는 소피아와 겨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배윤아를 기절시켜 조 회장의 카지노 앞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조 회장이 배윤아를 데려갔으니, 모두가 배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범인이 조 회장과 임지강이라고 믿을 것이다.혹시 조 회장이 색욕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