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돼?”“오후 1시에 두 예능 스타와 면담이 있고 2시 반에는 회사 내부 회의가 있어요. 그리고 3시 10분에서 5시까지 몇몇 중요한 언론사와 미팅이 있는데 협상을 타결해야 합니다. 저녁 7시에는 연예인 매니저와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요. 장소는 멘하 센터의 회전 레스토랑입니다.”강서연이 조리 정연하게 보고했다. 비록 출근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심하고 꼼꼼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을 깔끔하게 안배했고 방안도 아주 잘 써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김자옥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을 참 잘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바쁘게 움직이는 강서연을 보고 있자니 최연준은 마음이 아팠다.아침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급히 나갔고 늦은 밤까지 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다크서클이 선명한 채로 일어나는 일도 자주 있었다.강서연은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량도 전부 감당했지만 그걸 바라보는 최연준은 받아들이지 못했다.“엄마.”그가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서연이 지금 많이 힘들잖아요. 계약 행사에 함께 가려는 건 쉬게 하려는 거예요. 잠깐 쉬고 나면 정신도 맑아지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거예요.”최연준과 눈이 마주친 강서연은 히죽 웃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김자옥의 귀에는 강서연이 지금 많이 힘들다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서연아.”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요 며칠 일하는 게 힘들었어?”“아니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매일 충실하게 보내서 너무 좋았어요.”김자옥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난 항상 일하는 속도가 빠르고 자기중심적이라 가끔 다른 사람을 헤아리지 못해... 속상한 게 있다면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나한테 말해, 알았지?”강서연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여기 업무 환경도 좋고 대표님 옆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최연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늘 부하를 사정없이
계약 행사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참석한 사람들 모두 최연준이 사업할 때 왕래하는 신분이 귀한 사람들이었다.서교 땅 프로젝트는 여러 면의 이익과 직결되어 있었고 이번 계약은 주로 몇몇 건축 회사와 디자인 회사와의 계약이었다. 그리고 이 계약서에 강서연이 사인해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강서연은 한창 대기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메이크업 담당자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였고 비서가 밀고 온 옷걸이에는 눈이 부시게 빛나는 고급 드레스가 걸려있었다. 전부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한 것이라 단 한 벌 뿐이었다.스타일리스트들은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었고 강서연은 펜을 움직이며 서류 몇 장에 사인했다.그때 최연준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무척이나 진지한 강서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최연준의 두 눈에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그녀 옆에 앉아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방 안에는 최연준과 강서연 단둘만 남게 되었다.“다 사인했어요.”강서연은 계약서를 그에게 건넸다.“그래.”최연준은 계약서를 잘 챙긴 후 그녀를 쳐다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이게 다 뭔지 알아?”“그럼요. 조항 하나하나 다 꼼꼼하게 확인했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최연준이 피식 웃었다.사실 그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 그녀에게 사인하라고 했다. 그런데 세심한 성격의 그녀는 또 한 번 빠르게 확인했다. 역시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머리가 좋았다.“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연준 씨네 회사 프로젝트 아닌가요? 그런데 왜 나한테 사인하라고 하는 거예요?”“왜냐하면...”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프로젝트마다 이익과 리스크가 공존하잖아. 당신한테 사인하라고 한 건 수익을 나누기 위해서고 또... 리스크가 생기면 내 편에 서서 나랑 함께 이겨내 주길 바라서 그랬어.”“그건 당연하죠.”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짱을 꼈다. 눈망울이 어찌나 맑고 순수한지 마
임나연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강서연은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기실 안에 호신용 도구가 있는지 힐끔거렸다.“서연 씨, 연준이 마음속에 난 영원히 서연 씨보다 못한 존재라는 거 알아요.”임나연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나랑 연준이 결혼은 할아버지께서 정한 거예요. 우리 임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고 끊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끊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그 말 이미 여러 번 들었어요.”강서연이 덤덤하게 말했다.“나연 씨, 어떤 일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지 대대로 친분을 이어왔다는 이유로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고요.”“나도 알아요.”임나연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사실 난 진작 마음 접었어요. 연준이 내 것이 아니라면 그만 포기해야죠. 어쨌거나 연준이는 서연 씨랑 있을 때 더 즐거워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연 씨도 연준이랑 어울릴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강서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오늘 이런 자리는 난 어릴 적부터 자주 다녀서 아주 여유로워요. 그리고 연준이는 기자가 있는 걸 싫어해서 그 어떤 언론사로 초대하지 않았어요. 이따가 난 또 연준이랑 프랑스 바이어와 일 얘기도 좀 해야 해요.”임나연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서연 씨, 우리가 얘기 나눌 때 옆에서 혼자 뻘쭘한 건 아니겠죠? 우리가 하는 얘기 하나도 못 알아듣잖아요.”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연 씨는 연준이랑 어울릴 만한 가문도 없고 지식과 능력은 더더욱 없죠. 나중에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해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연준이는 그냥 서연 씨한테 한순간의 새로움을 탐해서 만나는 거고 나중에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 여전히 처음과 같은 마음일까요? 강서연 씨?”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임나연은 더욱 득의양양했다.“내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다 서연 씨를 위해서예요. 서연 씨는 진짜 뭐
임나연은 제자리에 굳은 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강서연은 웃으며 우아하게 대기실을 걸어 나갔다.사실 그녀는 딱히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상대가 기어코 싸움을 걸어온다면 굳이 양보할 필요 없이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조금 전 자신을 최씨 가문의 안주인이라고 큰소리쳤으니, 안주인의 카리스마를 뽐내야 했다.그녀는 연회장으로 걸어가 최연준의 옆에 서더니 덤덤하고 여유롭게 그의 팔짱을 꼈다.“음, 드레스 잘 골랐네.”최연준이 가볍게 웃었다.“사람들이 다 당신을 쳐다보고 있어.”“당신이 골라준 건데 안 어울릴 리가 있겠어요?”그녀는 사랑스럽게 그에게 기댔다.그때 방한서가 몇몇 프랑스 바이어와 함께 걸어왔다. 최연준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고 강서연을 그들에게 소개하려던 그때 임나연이 갑자기 나타났다.“연준 씨!”그녀가 나타난 순간 많은 이의 이목이 그녀에게 쏠렸다.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최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최연준이 임나연과 무조건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최연준은 강주에서 돌아왔을 때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외부에는 강서연에 관한 여러 추측만 떠돌았고 오늘에서야 강서연의 실물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이 타이밍에 임나연이 나타났다...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임나연은 최연준 앞으로 요염하게 걸어오고는 일부러 옆에 있는 강서연을 힐끔거렸다.“연준 씨, 프랑스 바이어 분들은 내가 초대한 거예요. 그리고 통역사도 데려왔어요.”“그래요.”최연준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임나연이 돌아서서 통역사에게 눈짓하자 통역사는 바로 알아듣고 불어로 프랑스인들에게 말했다.“계약 행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 대표님이랑 임나연 씨께서...”“최 대표님이랑 임나연 씨요?”그중 한 프랑스인이 통역사의 말을 가로채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강서연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런 어색함이 바로 임나연이 원하던 것이었다.임나연은 아주 의기양양했다.
‘그럴 리가... 강서연이 어떻게 불어를 할 줄 알지!’임나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지난번 최지한 쪽에서 강유빈을 마주쳤을 때부터 그 여자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나중에 강유빈이 꼬시기 쉬운 호구였던 것을 알고는 어떻게든 그녀를 매수했다.강유빈이 작업실을 차리고 싶으면 차려줬다. 그녀의 입속에서 강서연을 상대할 수 있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다.그런데 강유빈이 임나연에게 준 것이 생각지 못한 가짜 정보였다니!그날 그녀는 분명히 임나연에게 장담했다. “나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서연이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별로 다니지 않았어요. 학교에 가도 공부를 못해서 별로 배운 것이 없어요! 걔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가 돈을 주고 학적을 산 것이에요!”임나연은 너무 화가 나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강유빈이 강서연을 질투해서 지어낸 허튼소리일 수도 있는데, 그녀는 그 말을 어리석게도 믿었다!“아가씨.”갑자기 뒤에서 방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나연은 그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정말 도련님께서 불어를 모른다고 생각하십니까? 도련님은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자라왔고 매년 몇 번이나 파리에 갑니다. 불어를 말하는 것은 도련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방한서는 비꼬며 말했다.“하지만...”그러나 예전에 최연준은 상업 담판에 참여하든 연회에 참석하든 외빈이 있는 자리가 있으면 통역을 데리고 다녔다.‘못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속이고 다닌 거야!’임나연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방한서를 한번 노려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연회에서 떠났다.연회가 끝나고 나서야 강서연은 최연준의 손을 잡고 마당에서 산책했다.밤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조금 전에 임나연을 만났던 불쾌함을 전부 날려버릴 정도였다.두 사람은 한가롭게 거닐었다. 달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닥에 깔았는데 마침 강서연의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둘 다 모처럼의 고요한 순간을 즐기는 중이다.“무슨
“왜 저를 노려보는 거예요?”강서연은 그 모습이 너무 웃겼다.“서연이, 너...”그는 말하다가 말았다. 어떻게 계속 말해야 할지 몰랐다. ‘부드럽게 말할까, 세게 말할까, 태도는 강력하게 나가야 할까, 아니면 서연이랑 상의할까? 또 어떻게 완곡하게, 말을 가려서 해야 할까...’최연준은 입을 삐죽 내밀었고 가뜩이나 차가운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했다.“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강서연은 웃으며 작은 손을 뻗어 그와 깍지 손을 끼고 억울한 눈으로 바라봤다.“이건 당신 어머니의 뜻이에요. 무슨 수를 쓰든 나석진을 우리 회사로 계약하게 만들어야 해요. 조건이 아무리 까다로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왜 그래야 하는 건데?”최연준은 목소리를 높였다.강서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최연준은 기침을 두 번 하고 말했다.“내 말은... 연예계에 연기대상 받은 사람이 수두룩한데, 왜 꼭 그 사람이어야 해?”가능하다면, 최연준은 나석진을 연예계에서 퇴출해 내고 싶어 한다!“그렇죠, 연기대상 받은 사람이 많긴 하지만, 연기력이 있고 화제성이 있고 팬층이 두꺼운 건 그 사람뿐이잖아요!”최연준은 정말 어이없어했다.“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업계에서 그렇게 인정받지는 못했잖아요. 비록 최상 그룹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경영하지는 못했어요. 지금의 어진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고 같은 시기의 몇몇 연예기획사들 앞에서는 경쟁력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의 회사는 중량급 인물이 시급해요!”최연준은 침묵했다.강서연은 지금 그가 화를 내고 있지만 참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연준 씨.”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는 그냥 일을 하러 가는 것이에요. 당신 그렇게 옹졸한 사람 아니잖아요...”말이 나오자마자 강서연은 약간 후회했다.‘옹졸하다고?’생각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최연준이 지금 그녀에게 내일 임나연과 만나서 밥을 먹고 일 얘기를 하겠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더 옹졸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질투심이 폭발해서 최
강유빈은 한번 멈칫하고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그동안 구현수는 계속 강씨 주택에 있었다. 더군다나 구현수는 게으르고 온몸이 악습으로 가득 베어져 있어 강명원은 이미 그 사람이 집에 남아있는 것을 싫어했다.다만 최지한이 시킨 일이어서 그를 쫓아내기는 쉽지 않았다.심지어 구현수가 평소에 행패를 부린 것도 다 눈감아 주었다.‘지금 임나연 뜻을 들어 보면 다시 구현수를 풀어주고 싶다는 건데... 그땐 구현수를 내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강서연까지 곤란하게 해 줄 수 있겠어!’강유빈은 웃으며 더욱 정성스럽게 임나연의 다리를 토닥였다.“아가씨,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그 일도 다시 한번 고려해 보세요!”“어떤 거?”임나연은 탄산수를 들면서 무심코 그녀를 쳐다보았다.“그게... 구현수랑 서연이가 결혼했다는 것을 까발리는 거요!”임나연은 눈을 살짝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저번에 최지한을 만났을 때 두세 마디 꺼냈던 거 같은데 다 말하지는 않았다.주요하게는 구현수가 나서서 소란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자기가 강서연의 남편이라고 밝히고 최연준은 그냥 그를 대신해서 결혼한 것이라고... 어차피 혼인신고서의 가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네티즌들은 재미로 보는 것이지, 실제로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잣집의 스캔들만 보기 좋아할 뿐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셋째 도련님께서 어떻게 유부녀와 엮였는지...일이 커지면 강서연의 명예는 벼락까지 떨어질 것이고 평생 숨어다녀야 한다.그리고 최연준도 영향을 받아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그때 되면 임나연이 나서서 최연준을 구원할 것이다.최연준은 임나연의 헌신에 감동하여 점점 강서연을 잊어 간다...임나연의 얼굴에는 광기 어린 미소가 번졌고, 강유빈을 시켜 와인 한 잔을 가져오라고 하고 원샸했다.“구현수는 지금 뭐 하고 있어?”“며칠 전부터 아프다고 들었어요.”강유빈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저 보통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뿐이에요. 아빠가 의사를 찾아 주었으니 금방 나을 거예요!”“응.”임나연은 고개를
“뭐라고?”임나연은 당황했다.“걔가 사람도 때린다고?”“맞아요! 이 계집애가 사람들 앞에서만 불쌍한 척하고 뒤에서는 완전 딴사람이에요! 그 여자 리더를 아주 외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CCTV가 없는 곳에서 매섭게 뺨을 몇 대 때렸대요! 그래서... 아가씨, 우리는 생일 파티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어요!”“어떻게 하는데?”“서연이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끌고 가서... 아가씨께서 참아줘야 해요. 혼자서 자기 뺨을 몇 대 때리고 제가 사람들을 거기로 유인해 갈게요. 다들 서연이가 때렸다고 믿을 거예요!”“이건...”임나연은 들을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왜 내 손으로 내 뺨을 때려야 하는 거지? 고육책?’고육책이라고 하더라도 임나연은 자신이 출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강유빈의 계략에 대해서는, 그녀는 이미 백 퍼센트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계책은 오히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시도해 보고 싶었다. ‘만일 성공한다면?’“아가씨, 그때 가서 꼭 연약한 척을 해야 해요!”강유빈은 말만 번지르르했다.“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서연이가 악녀라는 것을 각인시켜 줘야 해요! 그러면 사람들도 아가씨 편이 될 거예요.”임나연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이 방법이 좋기는 한데... 강유빈.”임나연은 자세를 바로잡았다.“우리의 최종 목적은 강서연을 생일파티에서 망신시키는 거잖아. 강서연의 본모습을 사람들 앞에서 까발리는 거야, 맞지?”강유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 목적만 달성되면 중간 과정이 어떻든 상관이 없겠네.”“아가씨, 그 말씀은...”“자기 뺨 때리는 임무는 네가 맡아!”강유빈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사실 방금 임나연한테 이 방법을 알려 주었을 때도 약간의 복수심이 들어가 있었다. ‘감히 들어오자마자 내 뺨을 때려? 아직도 얼굴 반쪽이 얼얼한데!’임나연이 이렇게까지 똑똑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뺨 때리는 것을 거절하다니!’“아가씨!”강유빈은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