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6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26 18:00:00
강서연은 윤문희의 앞에 나서고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김자옥을 쳐다보며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여사님, 저희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서 그러는데 이런 식으로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김자옥의 두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어디가 안 좋아요?”

“그것까지 얘기하긴 좀 곤란하네요.”

강서연은 벌벌 떠는 윤문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잠깐만...”

김자옥은 두 사람을 말리지 못했다. 강서연은 윤문희와 함께 중세 전시장을 황급히 빠져나왔다.

“대표님.”

비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한번 조사해 볼까요?”

“조사할 게 뭐가 있어.”

김자옥이 그를 힐끗 째려보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내가 쟤를 모르겠어?”

비서는 더는 아무 말 없이 슬쩍 물러났다.

김자옥은 멀어져가는 강서연과 윤문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급히 가는 바람에 윤문희가 금방 산 스카프를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스카프를 주운 그녀의 입가가 살짝 실룩거렸다.

“저 나이를 먹어도 취향은 여전하네. 어휴, 아직도 자기가 무슨 공주인 줄 아나. 그나저나... 공주는 별로지만 딸 하나만큼은 잘 낳은 것 같네!”

...

윤문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강서연은 긴장한 얼굴로 약상자를 이리저리 뒤졌다. 그녀가 뭘 찾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윤문희는 손을 흔들며 웃었다.

“서연아, 그만 찾아. 나 약 안 먹어도 돼.”

강서연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 괜찮아졌어. 약 먹지 않아도 돼.”

윤문희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야, 잠깐 눈 붙이면 괜찮아져. 가서 네 원고 써, 얼른 일 마쳐야지!”

“정말 괜찮아요?”

“응.”

“그럼... 옆에서 쓸게요.”

강서연이 컴퓨터를 갖고 왔다.

“저는 제 원고 쓸 테니까 엄마는 쉬고 있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잖아요.”

“그래.”

윤문희는 상냥하게 웃으며 강서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요 몇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297화

    최연준은 여주 별장으로 돌아온 후 김자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난 다음 인사드리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엄마, 방은 마음에 들어요?”“응, 마음에 들어.”김자옥이 마침 커피를 내려 방안이 옅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이 아주 널찍하고 환했고 커다란 통유리 맞은 편에는 높은 산이 보였다. 방 안의 인테리어도 아주 분위기가 있었고 작은 장식품마저 고급스러움이 흘러넘쳤다.김자옥은 푹신푹신한 양가죽 소파에 앉았다. 이곳이 좋긴 좋았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소외감이 들었다.그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문희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다정하고 효심이 가득한 딸이 있으니 걔 방은 이것보다 훨씬 더 따스하겠지...’“엄마.”이상함을 감지한 최연준이 물었다.“왜 그래요?”김자옥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를 쳐다보는 눈빛에도 실망감이 어려있었다. 그녀가 살짝 떨고 있는 걸 발견한 최연준이 물었다.“추워요?”“응.”김자옥이 숄을 걸쳤다.“영국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까 여기 날씨가 적응이 잘 안되네.”“그건 괜찮아요. 방 안의 온도를 수시로 조절하라고 할게요.”이 말이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는 말이었지만 하필 오늘 사이가 좋은 모녀를 본 바람에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엄마, 오늘 옷 너무 적게 입었어요. 이거 입어요.”김자옥의 귓가에 그때 그 다정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문득 그녀는 최연준에게도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스쳤다. 하여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연준아, 나 옷 너무 적게 입은 것 같아...”“옷을 적게 입었다고요?”최연준은 그녀의 커다란 캐리어 다섯 개를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적게 입었으면 많이 입으면 되죠.”그의 대답은 아주 직설적이었다.“옷은 충분하게 챙겨왔죠? 부족하면 가서 사 오라고 할게요.”이번에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했다. 김자옥의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

    최신 업데이트 : 2023-10-2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298화

    최연준의 표정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김자옥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대체 왜 강서연에게 이렇게나 편견을 가졌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여자를 지켜야겠다는 마음 하나는 변함이 없었다.“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하기로 해.”김자옥이 쌀쌀맞게 말했다.“비록 너랑 임나연이 혼약을 맺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두 집안에서 너희 둘을 결혼시키려 했잖아. 그래서 정리하자면 조금 시끄러울 거야. 그런데 걱정하지 마. 임씨 집안은 내가 나서서 해결할 테니까.”김자옥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였다.“넌 그냥 엄마 말대로 따르면 돼. 내가 얘기한 그 여자애랑 친해지려고 노력해봐.”“싫어요.”최연준이 퉁명스럽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다 못해 주변의 공기마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김자옥이 엄숙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엄마.”최연준이 또박또박 말했다.“계속 그렇게 몰아붙이신다면 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제 지분을 전부 뺄 겁니다!”“뭐라고?”김자옥이 화들짝 놀랐다.“오성의 룰이 맨체스터랑 다르다는 거 아시죠?”그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한 자 한 자 힘 있고 날카로웠다.“만약 이 회사에 제 지분이 없다면 외부자금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고 엄마가 먼저 투자했던 돈도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할 겁니다. 물론 엄마가 그 돈이 부족한 건 아니죠.”그가 냉정하게 말했다.“하지만 실패하는 그 느낌을 싫어하시잖아요. 만약 이 일이 외할아버지와 이사회, 심지어 삼촌의 귀에 들어간다면 엄마는 김중 재단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그래도 계속 절 몰아붙이실 건가요?”김자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아무튼 저는 엄마가 얘기한 그 여자랑 만나지 않을 겁니다.”최연준은 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그러니까 포기하세요!”...강서연은 원고를 제출한 후 집에서 윤문희를 보살피려고 신문사에 휴가 냈다.윤문희가 한사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

    최신 업데이트 : 2023-10-2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299화

    “너 이 녀석...”김자옥은 강서연이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강서연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김자옥을 본 순간 윤문희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아주머니가 엄마를 보러 오셨대요.”윤문희는 잠깐 침묵하다가 강서연이 아직 옆에 서 있는 걸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가서 장 봐. 엄마는 아주머니랑 얘기 좀 나누고 있을게.”강서연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을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걱정할 거 없어.”윤문희가 손을 흔들었다.“이 아주머니는 엄마랑 가장 친한 친구야!”강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가기 전에 윤문희에게 휴대 전화를 꼭 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라고 당부했다.강서연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김자옥의 눈빛이 복잡미묘했다.“부럽지?”윤문희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일어나서 차를 내리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그날 서화전에서도 알아봤어. 내가 딸 낳은 거 엄청 부러워하더라?”김자옥이 두 눈을 부릅떴다.‘예나 지금이나 계속 내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해 아주. 됐어, 나도 딱히 변한 건 없으니까 이번 한 번만 봐줄게.’“그래. 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아.”김자옥이 가볍게 웃었다.“하지만 딸 잘 지켜봐. 혹시라도 또 너처럼 쓰레기 같은 남자를 따라가면 어떡해!”“김자옥! 너...”‘역시 넌 한마디도 지지 않아!’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두 사람의 표정이 참으로 다양했다.출신이 고귀한 그녀들도 그동안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땐 여전히 서로의 곁을 지키던 그때의 그 어린 소녀였다.두 사람은 동시에 활짝 웃었다. 그동안 아무 연락도 주고받지 않다가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할 얘기가 끝도 없었다.고작 20분이면 마트에 다녀올 수 있었지만, 윤문희는 강서연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늦게 들어오라고 했다. 하여 그녀는 카트를 끌며 마트를 하도 돌아다닌 바람에 가격을 전부 다 외울 기세였다.윤문희는 그동안 겪었던 일을 김자옥에게 간단하게 들려주었다.김자옥은 그녀의 손을

    최신 업데이트 : 2023-10-2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00화

    윤문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잠시 후 김자옥이 먼저 눈치채고 물었다.“설마 그 약의 레시피?”그녀는 윤씨 가문의 조상이 과거 왕실 귀족의 어의였고 대대로 이어져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중에 남양의 독특한 약초와 결합하여 레시피를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었다.윤문희는 만감이 교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자옥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 레시피는 원래 네 것이야. 윤정재가 너한테 준 건 원래 주인한테 돌려주는 건데 그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레시피는 내 것이 아니야.”윤문희가 나지막이 말했다.“윤씨 가문의 과거 레시피는 진작 이리저리 흩어졌어. 나중에 우리 할아버지가 한 의대생을 지원해 줬는데 그분이 바로 정재 씨의 친아버지셨어. 그분이 계속 우리를 도와주었고 레시피도... 정재 씨의 아버지가 개발하신 거야. 그 약이 그때 아주 불티나게 팔렸대. 하지만... 내가 윤씨 가문을 나온 후로 윤제 제약공장에서 생산한 약들이 전부 레시피를 바꾸었대.”김자옥이 화들짝 놀랐다.“레시피가 네 손에 있어서? 그게... 말이 안 되는데. 윤정재가 그 레시피를 진작 외웠을 거 아니야.”분위기가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물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만 들려왔다.“그러니까 윤정재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마음이라는 건가?”김자옥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 갔다.“그런데 왜 그걸 너한테 줬대?”윤문희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천천히 말했다.“난 정재 씨의 아버지를 뵌 적이 없어. 어릴 때는 정재 오빠라고 부르다가 나중에야 윤씨 가문의 양자인 걸 알았어. 그러다가...”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윤정재는 그녀를 끔찍이도 아꼈다.하지만 그때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반대했고 그녀의 절친이었던 김자옥마저도 격렬하게 반대했었다.결국 윤문희는 홧김에 집을 나왔다. 원래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윤씨 가문의 주인이 바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정재는 그녀를 포함한 모든

    최신 업데이트 : 2023-10-27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01화

    “야, 문희야.”김자옥은 문뜩 생각이 들었다.“이 레시피들을 가져다가 팔면 값어치를 계산할 수 없겠지? 그러고 보니 윤정재 이 인간이 인성을 전부 잃은 건 아니네. 그래도 너의 살길을 남겨 두었어!”김자옥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계산을 해봤는데 제약업계의 이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예상이 됐다.“문희야, 네가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이 김중 재단보다 더 값어치가 있을 줄은 몰랐어!”“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윤문희는 다과를 꺼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안 팔 거야!”“너 진짜...”김자옥은 그녀를 흘겨봤다.“너는 참 머리가 안 돌아가! 내 며느리가 너를 따라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무슨 며느리?”윤문희가 멈칫했다.“너 설마 잊은 거야?”김자옥은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약속했었잖아. 네가 딸을 낳고 내가 아들을 낳으면 우리가 사돈을 맺자고!”“안 돼! 내 딸은 임자 있어!”김자옥은 잠시 침묵하다가 눈에 실망의 빛이 스쳤다.“네 딸... 결혼했어?”“아직은 아니지만 곧 할 거야!”“결혼하지 않았다면 무효야!”또 시작이다.윤문희는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봤다.“지금 뭐 하려고... 남의 인연을 망치고 싶어? 내가 장담하는데 난 내 사위가 마음에 들어! 절대로 서연이랑 헤어지게 두지 않을 거야!”“네가 내 아들을 만나면 틀림없이 더 맘에 들 거야!”“그런 건 나중에 얘기하자.”윤문희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나에 대해서 절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돼. 서연이도 내가 어떤 신분인지 모르니까... 나도 더 이상 남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아.”김자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윤씨 가문 사람들은 윤문희가 죽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윤정재가 윤제 그룹을 잘 다스려 왔다.만약 윤문희가 다시 나타난다면 오히려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문 중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에게 이용당하면 그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내가 잔소리 좀

    최신 업데이트 : 2023-10-28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02화

    강서연은 점심시간이 다되어서 그가 안 바쁠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 너머 회의실에서 폭풍이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의 회의가 막 끝났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최연준은 이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녹아내렸고 화가 난 성질도 구름처럼 흩어졌다.그는 살짝 웃었는데 눈빛에는 강서연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있었다.강서연은 핸드폰에서 한참 소리가 나지 않자 물었다.“지금... 바빠요? 내가 방해한 거 아니죠?”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뭐 하고 있어요?”“사실을 듣고 싶어?”“당연하죠!”“너의 생각 중.”낮고 굵은 한 마디는 강서연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작은 손은 핸드폰을 쥐고 손가락은 안절부절하고 있다.“너는 뭐 해?”“나도 당신 생각하고 있어요.”최연준은 인상을 펴고 활짝 웃었고 조금 전의 얼굴의 먹구름은 싹 걷혀나갔다.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대낮에 귀신을 본 듯한 눈빛으로 방한서를 바라보았다. 방한서는 그들에게 눈빛을 보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점심 먹었어요?”강서연이 물었다.“안 먹었으면 우리 집으로 오세요. 제가 랍스터를 사 왔는데 볶음밥 만들어 줄게요.”최연준의 영혼은 이미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고, 온 회의실 사람들을 두고 강서연의 집으로 날아가 밥을 기다리고 있다.하지만 현실은...최상 그룹의 일이 전부 얼기설기 뒤얽혀 있어 그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는 방한서를 바라봤다. 방한서는 마음이 초조한 나머지 손발을 모두 동원해서 그에게 알렸다. 오후에는 담판이 있고 회의가 있으며, 고객이 방문하고 봐야 하는 서류도 산더미라고...그런데 최연준은 핸드폰에 대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어디야?”“우리 집 근처에 있는 마트 입구에 서 있어요.”강소연은 가볍게 웃었다.“잠깐만 거기서 기다려. 내가 금방 갈게.”그가 전화를 끊자, 방한서가 눈을 부릅떴다. “도련님, 이...”“무슨 문제라도 있어?”그가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난 이제 점심시

    최신 업데이트 : 2023-10-28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03화

    “아...”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하긴 했지만, 업무가 우선인 거는 이해한다. “알겠어요, 시간 되면 저녁이라도 오세요.”“그럴게.”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집까지 짐을 들어 줄게.”“아니에요! 랍스터 한 마리랑 채소 조금뿐이에요. 게다가 지금 집에 손님이 있어서 밖에서 조금 더 기다려야 갈 것 같아요.”“손님이 왔어?”최연준은 의아했다. 강서연 어머니는 평소 사람들과 왕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네, 예전의 베프라고 들었어요.”강서연이 웃으며 말했다.“아주 기품 있는 아줌마예요.”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는 강서연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서연아, 너를... 우리 엄마와 만나게 할 생각이야.”강서연의 마음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걱정하지 마.”그는 천천히 설명했다.“내가 이 관계를 가장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어. 절대로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야.”강서연이 미안해했다.“내가 당신을 힘들게 했죠...”“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그는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이번 주말에 배경원 부모님의 결혼 30주년 기념일이 있어, 최씨 가문도 초대할 거야. 그리고 우리 엄마도 그분들이랑 관계가 좋아서 참석할 거야. 서연아, 그날 나와 함께 참석하자. 내가 너의 존재를 모두에게 알릴 거야!”...김자옥은 돌아간 후 계속 공주를 생각했다. 그리고 기필코 자기 며느리로 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그날 윤문희한테서 공주가 신문사에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 금융센터에 가서 월가에서 돌아온 투자 엘리트를 취재하는 것 같다.김자옥은 비서도 없이 혼자서 차를 몰고 금융센터로 향했다.강서연은 금융센터 앞에서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허리가 뻐근하고 등이 아프지만 조금도 정신을 놓을 수가 없다. 금융센터에서 열리는 회의가 끝나갈 무렵, 그녀는 마지막 10여 분을 틈타 인터뷰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다듬었다.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옆에

    최신 업데이트 : 2023-10-28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304화

    강서연은 몸이 굳어졌고 주변에서 손가락질하는 소리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원석은 거만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몇몇 비서들이 그를 위해 길을 터주자, 원석은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고의인지는 모르지만 걸어갈 때 비서 한 명이 강서연과 부딪혔다. 강서연의 몸은 한순간 균형을 잃어 넘어질 뻔했고 손에 들고 있던 취재 장비들이 줄줄이 바닥에 떨어졌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카메라 선생님이 화를 냈다.“됐어요...”강서연은 그를 막았다.“월가의 엘리트라고? 월가에서 나온 사람이 이런 태도야?”“여기서 저들과 싸울 필요는 없어요. 사람도 많은데 우리한테 유리한 분위기는 아니에요. 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해요. 돌아가서 편집장에게 욕먹는 일은 하지 맙시다.”강서연은 낮은 소리로 소곤거렸다.“아니면 먼저 돌아가세요.”강서연은 잠시 생각했다. “이따가 제가 다른 방법을 찾아서 다음 강의에 따라갈 수 있는지 볼게요.”카메라 선생님은 한숨을 내뱉었다. 신문사에 다른 임무가 있어서 그는 강서연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강서연은 주변의 시선이 칼날처럼 그녀를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듯했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쪼그려 앉아 바닥에 있는 물건을 주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로비가 한순간에 조용해진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대문 쪽으로 향했고 곧이어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원석도 가고 있던 걸음을 멈추고 들어오는 사람을 쳐다봤다.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보았을 때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아첨하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다.그는 황급히 앞으로 나와 여자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어... 어쩐 일이세요?”“원석 님이 여기서 금융학 강의를 하신다고 들었어요.”김자옥은 천천히 말했다.“저도 와서 배우려고요!”“김 대표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 이 정도로는 대표님을 털끝만치도 따라갈 수 없어요!”김자옥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

    최신 업데이트 : 2023-10-28

최신 챕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5화

    병원 응급실 밖.배경원은 의자에 주저앉아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충혈된 눈으로 응급실 문을 응시하며 한숨을 길게 토해냈다. 한때 당당했던 그의 어깨는 지금 축 처져 있었다. 뒷모습만으로도 절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배경원은 주먹을 단단히 쥐었지만,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적막이 흐르는 복도는 불길한 정적마저 감돌았다.결국,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와 눈물이 조용히 뺨을 적셨다.“경원아!”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경원이 고개를 들자, 최연준과 강서연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질 뻔한 배경원을 최연준이 재빨리 부축했다.강서연은 응급실 문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치료는 연희 씨와 신석훈 씨의 제자들이 맡고 있어요. 모두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에요. 수정 씨는 평소 건강을 잘 관리하셨으니 금방 회복될 겁니다.”“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갑자기 병세가 심각해진 거야? 그리고 윤아는...”배경원은 떨리는 손으로 최연준의 팔을 붙잡으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형님, 제발 윤아를 찾아주세요. 딸은 사라지고 아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둘 다 잃으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그런 바보 같은 말 하지 마세요. 둘 다 무사할 겁니다.”강서연이 단호히 말했다.“윤아는 우리 집안의 며느리예요. 누가 윤아를 해치려 한다면 최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어요. 그 결과가 어떤 건지 모를 리도 없고요. 그리고...”강서연은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을 이어가려다 복도 끝에서 배현진이 소피아와 함께 급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삼키고 배현진을 노려보았다.“연준 아저씨, 서연 이모...”배현진은 어딘가 죄책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배현진은 배경원에게 다가가 팔을 살며시 부축하며 조심스레 말했다.“아버지...”그 순간, 배경원이 배현진의 뺨을 내려쳤다.배경원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배현진을 노려보며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4화

    임수정은 갑작스러운 기침을 하며 침대 옆 경보 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소피아에 의해 단호히 막혔다.“사모님, 제 말을 듣는 게 좋으실 겁니다.”소피아는 부드럽지만 섬뜩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제가 만든 음식이 그렇게 형편없지도 않고 독을 넣을 만큼 제가 어리석지도 않아요. 안심하세요. 이 모든 재료는 사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며 준비한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진심으로 사모님을 돌보고 싶어서예요.”임수정은 가슴을 움켜쥔 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임수정의 눈엔 불신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요즘 배경원은 외출이 잦아졌고 이유를 묻자, 회사 일 때문이라며 안심하라는 대답뿐이었다.그럼에도 임수정의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임수정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겉으론 소피아의 말을 따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잘 생각하셨어요.”소피아는 임수정에게 쿠션을 건네며 은은하게 웃었다.“우리 결국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될 사이잖아요. 지금부터 제 존재에 익숙해지시는 게 좋을 겁니다.”“흥! 내 아들이 눈이 먼 게 분명해.”임수정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너 같은 사람에게 속을 수 있는지...”“저를 깔보지 마세요. 저는 이혼하고 아이도 데리고 있지만, 현진 씨를 향한 제 진심은 변하지 않아요. 저는 현진 씨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누구와는 달리 겉으론 순수한 척하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짓은 안 한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해요.”“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임수정은 언성을 높이며 노려보았다.소피아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사모님, 제가 말하는 사람은 바로 사모님의 그 옛날 며느리가 될 뻔했던 그 사람이에요.”“헛소리하지 마!”임수정은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그 일은 우리 배씨 가문이 송윤지에게 잘못한 일이야. 그 애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사모님,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법이에요.”소피아는 태연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3화

    “너와 상관없다고?”임우정은 다급하게 외쳤다.“네 형부가 이미 윤아의 통화 기록을 조사했어. 윤아가 실종되기 전에 조 회장이랑 통화했던 게 드러났다고! 지강아, 너와 조 회장이 어떤 관계인지 나한테도 숨길 작정이었어?”임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그래요. 저와 조 회장이 가까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와 배윤아 사이엔 원한이라곤 없잖아요... 누나, 왜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지강아!”임우정의 목소리가 더욱 절박해졌다.“너, 송윤지 일 때문에 배현진을 미워하는 건 알아.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윤아한테까지 증오를 전가하면 안 되잖아!”“누나, 정신 좀 차리세요!”임지강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어둠이 깃든 그의 얼굴은 단호함을 더했다.“무슨 근거로 저를 의심하시는 건데요?”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임지강의 강경한 태도에 임우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후, 임우정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렇다면... 배씨 가문을 좀 도와줄 순 없겠니?”임지강은 코웃음을 치며 전화를 끊었다.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자 맑고 투명한 송윤지의 눈빛과 마주쳤다.“배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요양원 병실 문 앞.소피아의 하이힐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울리며 퍼져 나갔다. 소피아의 손엔 보온 도시락이 들려 있었고 문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제가 사모님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경호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이건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거예요.”소피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그들에게 일부러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실래요? 아시다시피 사모님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세 끼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지실 겁니까?”경호원들은 난처한 얼굴로 머뭇거리다 결국 길을 내주었다.“이제야 말이 통하네.”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2화

    송윤지는 겨우 한 모금을 마시고 사레가 들어 술을 뱉을 뻔했다. 마신 술이 얼굴에 스며든 듯 송윤지의 뽀얀 볼은 어느새 매혹적인 와인빛으로 물들었다.임지강은 그런 송윤지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강은 송윤지에게 다가가 가볍게 등을 두드리며 입가에 묻은 술자국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임 대표님...”송윤지는 조심스럽게 임지강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임지강은 말없이 송윤지의 손을 잡아 통유리창 앞까지 데려갔다.송윤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 임지강이 손뼉을 두 번 치자 깊고 짙은 밤하늘에 수많은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잘게 부서진 불빛들이 반짝거렸다.불꽃은 색과 모양을 끊임없이 바꾸며 꿈같은 광경을 만들어냈다.송윤지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마음에 들어요?”임지강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송윤지의 귀에 스며들었다.“잠깐 눈 좀 감아 봐요.”“네?”임지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제가 별을 따다 줄게요.”마지막 불꽃이 빛의 궤적을 남기며 밤하늘로 사라지고 다시 평온한 고요가 찾아왔다.송윤지는 미소를 지으며 임지강의 말을 따라 눈을 감았다. 그러자 따뜻하면서도 약간 서늘한 남자의 손길이 송윤지의 손을 잡더니 손바닥 위에 무언가가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송윤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손에는 정말로 ‘별’이 있었다.“이건...”그것은 목걸이였다. 펜던트는 별 모양으로 깎아낸 다이아몬드로, 완벽하게 다듬어져 찬란한 빛이 퍼지고 있었다.“제가 해줄게요.”임지강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요. 이건 너무 비싼 거라서 제가...”“받아줘요.”임지강의 눈빛은 따스하고도 단호했다.“그리고...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송윤지는 고개를 숙였다. 귀 끝까지 붉어진 송윤지의 얼굴은 마치 열이 오른 듯했다.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송윤지의 귓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해 주었다.“사실,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 윤지 씨 좋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1화

    소피아는 약속한 시간에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창가에 앉아 있는 낚시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을 발견했다.소피아는 조용히 걸어가 밝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혹시... 허운주 선생님이신가요?”허운주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소피아는 직원에게 뜨거운 우유 한 잔을 주문하고 허운주 앞에 놓인 진한 커피를 치우며 부드럽게 말했다.“허 선생님, 이 나이에 이렇게 진한 커피는 드시면 안 돼요. 건강을 꼭 챙기셔야죠.”“고맙습니다...”허운주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절 찾아오신 이유가 뭘까요?”허운주는 천천히 눈을 들어 소피아를 바라봤다.소문에 따르면, 소피아는 현재 배현진의 연인이며 이혼 후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배현진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사람이었다.허운주는 소피아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직감했고 소피아가 도움을 준다면 송윤지 같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쉬운 일이라고 확신했다.“제가...”허운주는 입술을 핥으며 머뭇거렸다.“어떻게 말씀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소피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 선생님은 현진 씨의 선생님이시잖아요. 그 특별한 인연은 현진 씨도 평생 기억할 거고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저희는 모두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어요. 그러니 무슨 일이든 편하게 말씀하세요.”“저는 국제 유치원에서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됐어요.”허운주는 이마를 짚으며 미간을 깊이 찡그렸다.소피아는 놀란 듯했지만, 최근 일어난 상황을 대략 알고는 있었다. 우수 교사 선발에서 허운주가 송윤지에게 패했다는 소식은 소피아에게도 전해졌다. 자존심 강한 허운주로서는 그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소피라는 눈을 굴리며 허운주를 어떻게 이용할지 계획하고 있었다.“허 선생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소피아는 부드럽게 허운주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저를 딸이라고 생각하시고 속상한 일 있으면 다 털어놓으세요. 제가 도울 수 있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50화

    회의실은 단숨에 고요 속에 잠겼다. 강렬한 존재감의 인물이 문턱을 넘어서자, 방 안은 서늘하면서도 압도적인 기운으로 가득 찼다.원장은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단숨에 그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왜 이제야 온 거야?”임지강의 눈가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러나 그의 시선이 허운주에게 닿는 순간, 그 미소는 천천히 사라지고 대신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이 자리 잡았다.“으흠!”원장은 자세를 가다듬으며 목소리를 높였다.“오늘 이 자리에서는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원장은 한 장의 서류를 꺼내 들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유치원의 공식 도장과 함께 임지강의 힘찬 서명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임 대표님께서 우리 유치원에 10억을 투자해 주셨고 국제 유치원의 최대 주주가 되셨습니다. 유아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임 대표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송윤지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에 붉은 기운이 번지자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입가에 번진 미소는 감추기 어려웠다.임지강은 잔잔한 미소를 띤 채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제가 이 유치원의 주주가 된 이상, 앞으로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국제 유치원의 이익을 위해서일 것입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허운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래서 오늘, 교사 팀을 정비하려고 합니다.”허운주는 본능적으로 두 걸음 물러나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곳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임지강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자신의 가치관조차 바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겠습니까?”허운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가요?”“여기 있는 사람 중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49화

    원장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허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오늘 표 집계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투명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조작이라니, 그 말은 제가 개입했다는 뜻인가요?”“원장님, 제가 어떻게 감히 원장님을 의심하겠습니까?”허운주는 억지 미소를 띠며 비꼬듯 말했다.“하지만 표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설령 원장님께서 관여하지 않으셨더라도, 누군가 뒤에서 무슨 일을 꾸몄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허 선생님...”원장은 화나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막무가내인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허 선생님, 하신 말씀에 대해 책임지셔야 합니다.”송윤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윤지는 허운주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저는 단 한 번도 허 선생님께 폐를 끼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수 교사 선발 역시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정말 무슨 일을 꾸몄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표를 집계했겠습니까?”허운주는 송윤지를 노려보며 속으로 분노를 억눌렀다.평소 조용하고 소극적인 송윤지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송윤지는 논리 정연한 주장으로 상대의 도발에도 굴하지 않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송윤지를 새롭게 보게 되었고 문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임지강의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임지강은 회의실 밖에서 모든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었다.특히 송윤지의 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임지강은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것처럼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곁에 있던 부하 직원조차 그의 변화를 놀라워하며 말했다.“송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요.”임지강은 미소를 지었다. 송윤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에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너무 조심스러워 본래의 자신을 숨겼을 뿐이었다.“임 대표님, 허 선생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48화

    “지난번에 내가 해외 시장을 축소하라고 했지만, 당신 아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임수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국 문제는 그 여자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거야... 그 여자는 현진이를 부추겨 또 다른 일을 꾸밀 거고 현진이는 분명히 그 여자의 말을 들을 거야.”“그러니까 그들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임수정은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윤아야, 네가 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회사들을 꽉 잡고 있어야 해! 너 혼자 힘들면 군성이랑 의논해도 되고 군형이나 소유의 도움을 받아도 돼. 네가 동의하지 않는 한, 네 오빠는 너한테서 단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어. 이해했지?”“윤아야.”임수정은 딸의 손을 꼭 잡았다.“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이 모든 재산은 우리 조상들이 쌓아온 거야. 절대 우리 세대에서 무너져선 안 된다!”“네, 저 이해했어요.”배윤아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가 하루빨리 제정신을 차려서 우리가 예전처럼 가족으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임수정은 힘없이 눈을 감았다. 기침하며 숨을 고르는 임수정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소피아가 복도 모퉁이에 숨어 임수정의 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벽을 짚고 있던 소피아는 주먹을 꽉 쥐었고 마치 벽을 뚫을 듯 힘을 주고 있었다.방 안에서 나눈 대화는 모두 소피아의 귀에 생생히 들렸다.오늘 소피아가 임수정을 찾아온 건, 회사 본사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은행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지금 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재산 전부가 이 어린 소녀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여보세요, 소피아!”그때, 배현진이 전화를 걸어왔다.“지금 엄마 집에 있어? 나 일이 아직 안 끝나서 조금 있다가 가려고. 엄마한테 전해줘.”“그럴 필요 없어.”소피아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47화

    임수정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배경원은 막 씻은 딸기를 가져왔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딸기의 끝부분을 잘라 임수정의 입에 넣어주었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두 사람의 애정과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여전히 처음과 같았다. 그들의 관계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배윤아는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엄마를 위해 영양제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새로 그린 그림도 품에 안고 있었다.“엄마, 아빠, 저랑 군성이가 이번에 현실적인 내용을 담은 만화를 하나 출간하려고 해요. 내용은 한 부부가 젊었을 때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거예요... 사실 주인공 부부가 바로 엄마, 아빠예요! 보세요, 이렇게 그렸는데 괜찮죠?”임수정과 배경원은 딸이 그린 그림을 보며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부부는 원래 대부분의 기대를 아들에게 걸고 있었다. 이는 남녀 차별 때문이 아니라 배윤아의 성격이 어릴 적부터 세상일에 무심하고 경쟁을 피하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문의 계승자로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딸이 오히려 아들보다 더 믿음직스럽다.“윤아야.”임수정은 딸의 손을 잡으며 눈빛에 깊은 의미를 담아 말했다.“엄마가 너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게 있어.”“뭔데요?”배윤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임수정은 베개 밑에서 갈색 서류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배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핵심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이것뿐만 아니라, 본사의 도장도 있어.”배경원은 도장까지 꺼내 배윤아에게 건넸다. 배윤아는 깜짝 놀라 귀중한 물건들을 손에 들고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엄마, 이건 도대체...”“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요양원에 머무는 동안은 회사로 돌아가 직접 관리할 수도 없을 거야.”배경원은 평소 장난스러웠던 모습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배윤아를 바라보았다.“윤아야, 엄마, 아빠는 이 모든 것을 너에게 맡기기로 했다. 네가 책임을 져야 해.”배윤아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