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없어?”그는 따뜻한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유혹하듯 말했다.강서연은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고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쑥스럽게 그에게 기댔다.“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이렇게 당신을 안고 있는 거예요.”최연준은 잠깐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입이 귀에 걸렸다. 강서연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에 이런 일은 천천히 해야 했다. 하여 그는 단계적으로 하나씩 가르쳤다.“안은 후에는 뭘 하고 싶어?”“네?”강서연의 커다란 눈망울에 막연함이 담겨있었다.“예전에 어떻게 했었든지 생각해 봐.”그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우리 집에서... 어디서 날 안았지?”강서연은 그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일부러 말했다.“아, 예전에는 베란다에서 자주 안았었죠. 당신을 안은 채로 함께 별을 감상했잖아요.”최연준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아참, 연준 씨.”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 별 보고 싶은데 같이 볼래요?”최연준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보자.”그의 목소리에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강서연은 몰래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그런데 오늘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했고 추우면서도 습했다. 아무래도 별을 구경하는 건 그른 것 같다.강서연이 실망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억지로 웃었다.“지난번 당신이 오성에 있고 내가 강주에 있을 때 나한테 영상을 보냈었잖아요. 그때 보니까 여기 밤하늘이 아주 예쁘더라고요.”“걱정하지 마.”그의 눈빛이 다정하기 그지없었다.“오늘 밤하늘은 아주 예쁠 거야.”“하지만...”“나 따라와.”최연준이 강서연의 손을 잡았다.“꼭 별을 보게 해줄게.”그는 화들짝 놀란 강서연을 차에 태우고는 바닷가 길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다가 최씨 가문의 개인 해역에 도착했다.그와 함께 차에서 내린 강서연은 푹신푹신한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짠 냄새가 섞인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쳤고 가끔 갈매기 소리도 들리곤 했
강서연은 그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최연준이 그녀의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뒤집더니 뭔가 쥐여주는 것 같았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손에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별과 달 모양으로 조각한 귀한 카슈미르 사파이어가 달린 백금 목걸이였다.“서연아.”그의 중저음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너한테 주려고 별과 달을 땄어. 나랑 결혼해 줄래? 우리 평생 헤어지지 말자, 응?”입술을 앙다문 강서연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최연준은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돼.”그가 다정하게 말했다.“시간 줄 테니까 천천히 생각해. 난 항상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가슴팍에 기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연준 씨.”“응?”“사실 지금 바로 대답할 수 있어요...”최연준은 순간 움찔한 마음을 진정하며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시간이 필요하긴 해요. 혼수를 준비해야 하니까.”그녀는 고개를 들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이 세상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당신한테 시집갈 때 당신이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요. 절대 움직여선 안 돼요, 알겠죠? 언젠가는 내가 다가갈 거예요.”“응, 알았어!”그는 그녀의 눈을 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알록달록한 빛을 내며 모래사장을 밝게 비추었다.전방에 안개가 자욱해도 그는 별과 달을 그녀에게 따주었다. 그녀는 자신만 바라봐 주는 이런 남자가 곁에 있어 너무도 행복했다....김자옥이 오성에 도착하자마자 박경수는 그녀를 여주 별장에 데려다주었다.이번에 돌아와 보니 왠지 만감이 교차했다. 그녀는 최상 빌라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여주 별장이 본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 최문혁과 은미연을 마주칠지 모르니 말이다. 서로 마주쳐봤자 어색할 게 뻔하니,
박경수는 말을 하든, 일을 처리하든 도가 지나치지 않고 적당했다. 그는 김자옥에게 최지한과 최진혁의 근황을 숨김없이 적당하게 얘기했다.김자옥은 자기 아들이 최씨 가문에서의 상황을 고려하여 먼저 여주 별장에 머물지 않고 최지한에게 가보려고 했다.“집사님.”그녀가 가볍게 웃었다.“오랜만에 온 거라 지한이 선물 좀 사 왔거든요. 미안하지만 해원 별장으로 안내해주시겠어요?”...그 시각 해원 별장, 최지한은 아버지가 면직당한 일 때문에, 소파에 앉아 최연준을 마구 욕하고 있었다.강유빈은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우며 몰래 거울을 비춰보았다. 몸에 가득 생긴 상처를 보니 두려우면서도 화가 났다. 그녀는 자신이 최지한에게 그저 한낱 노리개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최지한을 감히 건드릴 수가 없었다.첫째는 최씨 가문의 세력이 어마어마했고 둘째는 아직 최씨 가문에 당당하게 시집가려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다. 최지한이 좋은 남편은 아니더라도 최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되었다. 하여 그녀는 그의 옆에 고분고분 무릎 꿇고 앉아 그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다.“도련님.”그녀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러자 최지한이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처음에는 대충 새 여자라 만나다가 나중에 나름 고분고분 말을 들어 곁에 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계속 물고 늘어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알아서 눈앞에서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과한 요구까지 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그녀와 잠자리를 하고 난 후에는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언제 저랑 결혼할 건가요?”그 질문에 최지한은 마음이 움찔했었다.최지한이 주먹을 불끈 쥐고 소파를 내리쳤다. 가뜩이나 삐쩍 마른 얼굴이 더욱 창백하고 차가워 보였다. 강유빈은 그의 성격을 가늠할 수 없어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드리운 사악함은 정확히 보였다.“도... 도련님.”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최지한은 그녀를 차갑게 째려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발로 확 걷
“그건...”최지한도 망설이기 시작했다. 최연준의 명성이 망가져서 할아버지가 화를 낸다면 무조건 옆 사람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때 가서 그의 짓인 걸 조사해 낸다면 큰일이다.“도련님.”강유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회장님이 최상 그룹을 쥐고 흔들 수는 있어도 여론까지 통제할 수 있겠어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뭐라 떠들어대든 회장님도 어찌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리고 서연이의 성격을 제가 잘 알아요. 걔는 자기 명예를 무엇보다 중히 여겨요.”강유빈이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걔를 그렇게 몰아가면 절대 버티지 못할 거예요.”“그래.”최지한이 잠깐 생각하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어쩌면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어!”거짓말 하나를 천 번 말하면 사실이 돼버린다. 강서연과 최연준이 네티즌들에게 일일이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기에 이 방법으로 최연준을 무너뜨릴 순 없어도 어느 정도 괴롭힐 수는 있을 것이다.“의외네?”그는 강유빈의 턱을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툭툭 쳤다.“네 이 머릿속에 그래도 나름 쓸모있는 게 들어있긴 있었구나!”하도 꽉 잡고 있어서 고통이 밀려왔지만, 강유빈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하하... 과찬이십니다, 도련님.”“이 돈 먼저 써.”최연준이 그녀에게 카드 한 장을 던져주었다.“모자라면 또 얘기하고.”“고맙습니다, 도련님.”“그리고 이거.”그는 또 목걸이 하나를 꺼내더니 실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네가 잘만 한다면 이 목걸이가 반지로 바뀔 수도 있어.”생각지도 못한 말에 강유빈은 흥분한 나머지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아무튼 우리 둘의 목표는 같아.”최지한이 씩 웃었다.“최연준 그 자식, 절대 편하게 지내게 해선 안 돼!”“네, 도련님!”“그럼 잘 계획해 봐. 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제대로 보여줘야지.”그때 거실 밖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김자옥이 하이힐을 신은 채 바닥을 또각또각 밟는 소리가 귀에 꽂혔다.경호원들은 그녀를 막지 못하고 안으로 쳐들어오는 걸 빤히 볼 수밖
강유빈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김자옥 앞에 서 있는 그녀는 넋이 나간 얼굴로 막연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저... 강씨인 건 맞아요. 저...”“허, 그래?”김자옥이 싸늘하게 웃었다.“아가씨도 참 대단하네. 한쪽으로는 내 아들을 홀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지한이랑 시시덕거려?”“뭐라고요?”최지한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웃었다.“숙모,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 년은 계속 나랑만 붙어있었어요. 숙모네 아들은 꿈도 꾸지 못하죠!”“그 입 닥쳐!”김자옥이 노발대발하며 골프채를 들고 최지한을 때리려 했다.그녀가 진짜로 때릴 줄을 몰랐던 최지한은 미처 피하지 못한 바람에 종아리를 맞고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쳤다.“X발! 감히 날 때려? 으악!”곧이어 골프채가 또 날아왔다.젊었을 적 태권도 고수였던 김자옥은 나이가 들어도 최지한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조금 전 최연준을 괴롭히겠다는 두 사람의 얘기만 떠올리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최지한만 때리는 게 아니라 강유빈도 가만둘 수 없었다. 얼이 빠진 강유빈은 그녀가 휘두르는 골프채에 어깨를 맞고 말았다. 그 순간 너무 아픈 나머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고통스러워했다.“빌어먹을 연놈들! 감히 뒤에서 내 아들을 해치려고 해? 내가 누군지 몰라?”김자옥이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골프채를 마구 휘둘렀다.평소 경호원들은 최지한에게 불만이 많았다. 마침 김자옥이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니 감히 말리지 못한다는 핑계로 보고도 못 본 척, 들려도 들리지 않는 척 문 앞에 나란히 서 있기만 했다.거실에서 최지한의 욕설과 강유빈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귀한 장식품들이 마구 깨지는 소리도 들려왔다.경호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문 앞을 지키기만 했다.그렇게 김자옥이 폭행을 멈추고 나서야 경호원들은 안으로 뛰어 들어가 말리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예의 바르게 그녀를 밖으로 모셔나온 후 가방과 외투를 건넸다.김자옥은 옷매무시를
“김 대표님.”박경수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지금 여주 별장으로 돌아가실 건가요?”“그래요, 가요.”“사모님과 연희 아가씨도 계세요...”김자옥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내 다시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세월이 오래 지났으니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했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박경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큼 차에 올라탔다.여주 별장에 돌아온 후 거실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최연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김자옥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시선을 은미연에게 옮겼다. 은미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자옥 언니, 오랜만이에요.”“오랜만이야.”김자옥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지난번에 만났을 때가 나랑 최문혁이 이혼하던 그때지?”은미연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미소가 굳어지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언니, 그때 일은... 사실 제가 문혁 씨를 만나고 있을 때 문혁 씨가 언니랑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가 성격이 솔직해서 무슨 얘기든 다 하거든요.”은미연이 마른기침을 두어 번 했다.“만약 그때 이혼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더라면 절대 만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문혁 씨는 저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 바람에 오랜 시간 동안 제가 오해를 받았죠!”“그래.”김자옥이 이를 깨물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러니까 최문혁 그 겁쟁이랑 결혼하면 그냥 재수 털리는 거야.”“언니.”은미연이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점은 저도 공감이에요!”최연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머니에게 눈짓을 보냈다.“아참...”은미연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오늘은 해야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그... 연준이가 마음에 둔 여자 말이에요...”“성이 강씨인 그 아가씨를 말하는 거지?”김자옥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만났어!”“네?”은미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여자
명황세가 맨 꼭대기 층의 룸에 있던 최연준도 그녀의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캐비어를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린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 아직 만나게 한 적 없는데요?”“그럼, 대체 어떻게 된 거야?”최연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수심에 찬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배경원과 유찬혁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묵묵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유찬혁이 다급하게 말했다.“형, 어머님이 서연 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절대 싫어하진 않을 거예요.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요.”배경원의 두 눈은 테이블 위의 맛있는 음식에서 떠나질 않았다.“경원아, 네 생각은 어때?”“응?”배경원이 화들짝 놀랐다.“그게... 제 생각엔 어머님이 형수님을 만나지도 않고 일부러 형이랑 형수님을 갈라놓으려고 이러는 것 같아요.”최연준이 고개를 내저었다.“우리 엄마 그런 분이 아니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 앞에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강서연이 천천히 다가오자, 최연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방금 한 얘기를 다 들은 건 아니겠지?’“서연아.”최연준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웃었다.“점심에도 근무해야 한다며?”“네, 원래는 근무해야 하는데 과장님이 조금 늦게 제출해도 된다고 해서 왔죠.”유찬혁이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아직 식사 안 했죠? 그... 형이랑 식사하세요. 저랑 경원이는 먼저 일어날게요.”“싫어!”배경원이 항의했다.“나 아직 배고프단 말이야!”유찬혁이 배경원을 힐끗 째려보았다.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고 최연준에게 물었다.“연준 씨 어머님이 오셨다면서요? 왜 나한테는 얘기하지 않았어요?”“적당한 기회를 봐서 두 사람 만나게 하려고 했지.”“그래요, 그래요!”배경원은 배가 이성을 잃은 나머지 말도 헛나왔다.“형수님, 긴장해 하지 말아요. 못난 며느리도 언젠가는 시부모님을 뵈어야 하니까요!”유찬혁은 그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강서연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서화전의 명성과 위세가 아주 드높았다.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 모두 대물급 작가들의 작품이었고 그림 하나당 그 가치가 수억 원에 달했다.김자옥은 여유롭게 전시장을 거닐었다. 어릴 적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교육을 받은 덕에 서화에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게 되었다.남양 작가들의 작품 몇 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선이 우아하고 색감도 대담한 게 아주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었다.작품이 마음에 든 김자옥이 옆에 있는 비서에게 분부했다.“여기 담당자한테 연락해. 이 작품 내가 사야겠어!”비서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바로 담당자를 찾으러 갔다.그 시각, 강서연이 윤문희와 함께 전시장에 들어왔다.“엄마, 여기 사람이 많진 않지만 공간이 커서 절대 아무 데나 가시면 안 돼요.”윤문희는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전시장에 와서도 다니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구경해.”강서연이 피식 웃었다.“엄마가 집에서 심심해할까 봐 모시고 나온 거잖아요. 게다가 전 일하러 온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협조 좀 부탁해요. 제가 사진 몇 장 찍고 여기 직원한테 구체적인 상황 좀 물어본 다음에 가면 돼요.”윤문희가 화들짝 놀랐다.“그리 빨리 간다고?”윤문희는 서화전을 좋아했다. 예전에 집에 있을 때도 자주 보러 다녔었다. 하지만 집을 나간 이후로 이렇게 예쁜 전시장을 와 본 적이 없었다...“네.”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원고 써야 해요.”“어휴.”윤문희가 입을 삐죽거렸다.“한 달에 며칠 쉬지도 못하는데 맨날 야근까지 하고. 누가 봤으면 돈 엄청나게 많이 버는 줄 알겠다.”“엄마.”강서연이 웃으며 장난쳤다.“엄마 이젠 입만 열면 돈 얘기네요?”“예전에는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강명원 그놈한테 당했지! 강명원의 돈을 마음껏 썼어야 했는데. 그러면 너랑 찬이도 나랑 같이 고생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됐어요, 그만 해요.”강서연이 엄마의 어깨를 다독였다. 과거 일 때문에 그녀의 병이 다시 재발할까 걱정되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