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실수로 잘못 보냈네.”육경섭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렇게 예쁜 사진은 강 회장님한테 보내야 하는데.”“육경섭!”“유빈 씨 클럽에서의 이미지가 아주 매력적이야!”입술을 꽉 깨문 강유빈의 낯빛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유빈 씨, 내가 감방에서 고생 좀 했거든. 특히 쌈박질을 많이 해서 손이 말을 잘 안 들어. 혹시라도 어느 날에 실수로 인터넷에 뭔가를 올린다면... 나야 괜찮지만 유빈 씨 체면은...”“육경섭... 경섭 오빠!”강유빈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원하는 게 있으면 얘기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할게요.”“다른 건 다 괜찮은데 지금 이렇게 악플을 지우고 좋은 평점을 주는 건 너무 성의 없지 않나?”강유빈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그럼... 그럼 더 어떻게 하면 돼요?”“댓글 알바를 구해서 좋은 평점을 주는 것만으로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았으면 내가 직접 하면 되지, 유빈 씨한테 하라고 했겠어?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를 해야지, 안 그래? 유빈 씨?”육경섭이 싸늘하게 웃었다.“초등학생도 다 아는 도리를 유빈 씨가 모르는 건 아니지?”...이튿날 해 질 무렵, 강유빈이 커피숍 문 앞에 나타났다.늘 기고만장하던 재벌 아가씨가 오늘은 어두운 셔츠에 긴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왔다. 메이크업도 아주 옅었고 캡 모자를 최대한 눌러썼다. 그날따라 커피숍 장사도 아주 잘 되어 가게에 손님이 꽤 많았다. 마당에 잔뜩 핀 아이리스꽃 덕분인지 이 근처 꼭 가봐야 하는 커피숍으로 자리 잡았다.한창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이던 강서연은 천천히 걸어오는 강유빈을 보자마자 또 시비를 걸려고 온 줄 알고 마음이 움찔했다. 최연준도 그녀를 발견하고는 강서연 앞에 선 채 강유빈을 싸늘하게 째려보았다.“여긴 또 무슨 일로 왔어요?”최연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강유빈은 최대한 초라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그게... 사과하러 왔어요.”그녀가 힘겹게 한마디 내뱉었다.“서연아,
그녀는 가까스로 화를 억누르며 계속 강서연 앞에서 가여운 척했다.“서연아, 나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돼?”“여기 언니를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어.”강서연이 매정하게 그녀를 내쳤다.“그만 가.”“서연아...”“당장 꺼지라고!”강서연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꽉 깨문 채 강유빈을 노려보았다.강유빈은 어릴 적부터 쭉 강서연을 괴롭혀왔지만, 강서연이 진짜 화를 낼 때면 그래도 두려워하긴 했다. 게다가 이젠 강서연의 옆에 무서운 남자까지 있으니...강유빈이 이를 꽉 깨물었다. 강서연이 내쫓으니 오히려 더 좋았다. 어차피 사과는 이미 다 했으니까.“서연아, 난 이미 사과했어.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게. 너도 날 만나기 싫어하는 만큼 나도 널 만나기 싫어!”강유빈은 비틀거리며 마당을 나서다가 그만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강서연은 끓어오른 화를 다스리려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최연준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고는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여보.”강서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뭔가 이상해요. 진심으로 하는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겠죠?”최연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유빈이 황급히 나가긴 했지만, 아직 멀리 가지 못했다. 최연준은 강서연에게 가게를 맡기고 몰래 강유빈을 따라갔다. 대체 어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알아보려고 따라갔지만, 마당을 나서던 그때 대문 모퉁이에 누군가의 모습이 잠깐 비쳤다.발걸음 소리에 최연준은 바로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홱 돌아섰다. 그 순간 작은 나무숲에 숨어있던 몇몇 사람들이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최연준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그들을 쫓아갔다. 그때 한 익숙한 얼굴이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차갑게 웃으며 주먹을 날리자 육경섭의 관자놀이를 거의 가격할 뻔했다. 최연준은 육경섭이 미처 피하지 못한 틈에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형님!”몇몇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육경섭은 최연준과 주먹 몇 방을 주고받았다
“경섭 형님!”부하들은 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되어 자꾸만 꿈틀거렸다. 육경섭이 그들에게 그만 가라고 분부했다.부하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났다. 최연준은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들고 있던 총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그래요. 당신이 구현수가 아니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어요.”육경섭이 싸늘하게 웃었다.“알면 안 돼요? 알고 난 후에 당신을 찾아간 적이 없잖아요.”최연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긴 했다. 게다가 지난번에 강유빈이 가게로 찾아와 강서연을 괴롭힐 때도 그가 나서서 쫓아냈다. 하지만 최연준은 여전히 육경섭에 대한 커다란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내가 구현수가 아니라는 걸 안다면.”최연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내 진짜 정체가 뭔지도 알겠네요?”순간 멈칫하던 육경섭은 그를 흘겨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여자랑 내 여자가 절친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최연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육경섭은 건달 기질이 농후했고 얼굴의 칼 흉터 때문에 더 험상궂게 보였다. 이런 사람이 적일지 친구일지는 최연준도 헷갈렸다.“현수 씨!”그때 멀지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가게에 있어요?”최연준과 육경섭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재빨리 나무숲을 벗어났다.신석훈은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든 채 마당에 떡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육경섭을 보자마자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최연준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금방 들어왔을 때 서연 씨가 다급하게 나가더라고요.”신석훈이 그를 보며 히죽 웃었다.“옆 가게에 커피콩 가지러 간다고 했어요. 바로 올 거예요.”“네.”주변의 여러 커피숍 사장들의 나이가 강서연과 비슷했다. 강서연도 꽤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라 그들은 짧은 시간인데도 서로 친구가 되었다.새로운 커피콩을 들여올 때마다 강서연에게도 나눠주곤 했다.최연준이 신석훈을 보며 말했다.“오늘은 웬일로 가게에 왔어요
“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강서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우리 남편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이 넘치는가 보네.’남자 셋 중에 누구 하나 밝은 표정이 없었다. 특히 최연준은 마치 원수를 쳐다보듯 양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둘이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요!”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와이프가 온 게 안 보여요?”두 사람은 동시에 움찔했다.신석훈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강서연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알아서 자리를 떠났다. 육경섭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최연준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두 사람이 나간 후에야 강서연이 마음 놓고 크게 웃었다.“왜 웃어?”최연준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박력 넘치는 남성미가 그녀를 덮쳤다. 강서연은 그의 품에 살포시 기댄 채 손가락으로 가슴팍을 쓱 어루만졌다.“동성끼리야말로 진짜 사랑이라던데... 어휴, 아무래도 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세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건 아니죠?”최연준은 그녀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확 덮쳐버리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밀려왔다.“난 그런 취향이 아니야.”그가 얼굴을 가까이 대자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앞으로 또 그런 소리를 했다간 벌을 내릴 거야!”“벌이요?”최연준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녀의 빨개진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강서연은 쑥스러운 듯 주먹으로 그를 마구 두드렸다. 두 볼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발그스름해졌고 넋이 나간 눈빛으로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가게 문 앞의 종이 딸랑하고 울리면서 두 여학생이 까르르 웃으며 들어왔다.강서연은 재빨리 그를 밀쳐내고 손님을 맞이하러 갔다. 최연준은 얼굴을 움켜쥔 채 한숨만 연달아 쉬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도 이 가게가 문을 닫길 바랐다. 문을 닫으면 두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카운터로 돌아온 강서연은 화끈거리는 볼
잠시 후,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은 그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최연준은 레드카펫의 한끝에 서서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햇살이 알록달록한 유리창을 뚫고 강서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최연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성스러운 오르간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신부는 행복한 걸음을 내디디며 평생을 약속한 신랑에게로 사뿐사뿐 걸어갔다.최연준의 두 눈에 강서연의 웃는 모습만 비쳤다. 갑자기 만감이 교차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그래요?”강서연이 그의 앞에 다가가 물었다.“멍 때리지 말아요!”최연준은 정신을 가다듬고 배시시 웃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예쁜 모습에 넋이 나갈 뻔했다. 그는 강서연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선 채 신께 맹세했다. 강서연은 그와 평생 함께할 하나뿐인 아내이고 가난하든 잘 살든, 몸이 아프든 건강하든,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그의 진지한 눈빛과 마주한 강서연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당신은?”최연준이 다정하게 물었다.“나랑 평생 함께할래?”강서연은 울컥한 마음을 억누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여보.”최연준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그윽하게 쳐다보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않을 거지?”“당연하죠!”“만약 어느 날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그래도 날 남편으로 생각할 거야?”강서연이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무슨 말이지? 결혼 서약을 이런 식으로 하나?’하지만 의혹도 잠시 그녀는 최연준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너무 떨려서 횡설수설하는 것일 수도 있어.’“당신도 참, 현수 씨 혹시 변신도 할 줄 알아요?”그녀가 뒤꿈치를 들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현수 씨는 내 남편이에요.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맞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든, 당신만이 내 남편이에요.”“만약... 내가 이름을 바꾼다면?”그녀는 그가 농담하는 줄 알고 별다른 생각
오성의 프라이빗 클럽하우스.최진혁은 차를 조금씩 홀짝이며 눈앞의 구현수를 힐끔거렸다. 그의 흉악한 얼굴에 경멸이 가득 섞여 있었다.최지한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빠, 제 아이디어 어때요? 이 사람만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최연준을 처리할 수 있어요. 이 사람은 우리의 꼭두각시가 될 거고 아빠는 최상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허허.”최진혁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구현수를 내보내라고 손짓했다.“네가 쟤를 잡아 온 걸 또 누가 알아?”“다 제 밑의 사람이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최지한이 밀랍 구슬을 만지며 다리를 꼬았다. 최진혁은 그의 이런 안하무인인 모습을 가장 싫어했다. 사람은 오만하면 큰코다치는 법이니까. 최씨 가문에서는 잠자코 있어야 한자리를 꿰찰 수 있고 없애고 싶은 사람을 없앨 기회가 생긴다.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최진혁은 지팡이로 최지한의 다리를 냅다 두들겨 팼다.“똑바로 앉아!”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감히 내 앞에서 시건방을 떨어?”최지한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세를 고쳐 앉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왜 또 이러세요?”‘이거 잘못했다간 나한테 분풀이하시겠는데?’“또?”최진혁이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네가 너무 어리석어서 속이 타서 그래!”“저...”“지한아, 네 할아버지 눈과 귀도 멀쩡하시고 그 연세에 나보다 더 건강하신데 가짜 최연준을 데려와서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최진혁은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쉬었다.“최연준을 없애야 하는 건 맞지만 이 방법으로는 안 돼! 반드시 그럴듯한 명분이...”“비행기 추락 같은 거요?”최지한이 코웃음을 쳤다.“아빠, 지난번에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도 버젓이 살아남은 자식이에요. 그 자식 목숨이 어지간히 질긴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킬러를 보내서 완전히 없애야 한다니까요.”“하지만 네 할아버지 쪽은...”최지한이 술술 말했다.“할아버지도 함께 보내면 되죠.”최진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최연준의 눈은 강서연의 요염한 모습으로 가득 찼다.강서연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작은 얼굴로 애원했다.“현수 씨, 이러지 말아요!”최연준의 가늘게 뜬 눈에서 음흉이 보였다.불같은 열정이 방 안에 퍼졌다. 달빛은 방바닥을 통해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비췄고, 커다란 침대 위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도 비추었다....이른 아침, 천천히 눈을 뜬 최연준은 여전히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강서연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을 했다.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침대에서 일어나 프런트에 전화해서 조식을 룸서비스로 시켰다.강서연은 큰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빈 옆자리 때문에 순식간에 잠을 깼다.“현수 씨?”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맨발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최연준을 보고는 그의 품에 달려들었다.“왜 그래?”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날 찾았어?”강서연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베란다에 담배 피러 갔어요?”최연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여보, 나 이젠 담배 적게 피워. 당신이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거 알아...”“담배 연기가 싫은 게 아니라 흡연은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강서연은 매우 진지하게 훈계했고 최연준 역시 진지하게 훈계를 받았다.“그리고 담배를 한번에 끊으라는 얘기 아니잖아요. 끊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천천히 조금씩 끊어요!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담배를 피우지는 마요. 어찌 됐든 담배를 많이 피면 건강에 안 좋아요!”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그래?”최연준이 의미심장하게 되물었다.강서연은 문득 이 남자의 눈빛이 괴이하다는 걸 느꼈다.최연준은 가까이에 오더니 그녀의 허리를 당겨 움직일 수 없게 품에 꼭 안았다.“그래서 날 의심하는 거야...”“아니에요!”강서연은 황급히 머리를 저었다.강서연은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느끼고 도망치려 했지만 순식간에 최연준한테 안겨서 큰 침대에 쓰러졌다....강서연은 이제 완전히 지쳐
최연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문밖에 경찰이 있어서 안전해.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잠깐 나갔다가 금방 올게.”방금 그는 복도에서 경찰뿐만 아니라 그가 방한서한테 시켜서 강서연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도 봤었다.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연준한테 조심하라고 말했고 그가 나간 후에는 문 자물쇠를 다시 확인하고 안전 체인을 문에 다시 걸었다.호텔 구조에 익숙한 최연준은 인파를 쉽게 피하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통해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그의 예상대로 희미한 불빛 사이로 계단의 핏자국이 보였다.최연준은 안색이 변하며 뛰어 올라갔다. 핏자국이 간간이 없어지자 그는 걸음을 늦추고 사방을 경계하며 허리춤에 있는 작은 권총을 만졌다.바로 그때 도움을 요청하는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야?”최연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실루엣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쫓아가 보니 육경섭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육경섭의 옆에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부하가 있었는데 최연준을 보자마자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했다.최연준은 그의 손목을 붙잡고 비수를 빼앗아 버렸다!“희철아, 이리 와!”육경섭이 낮게 소리쳤다.최연준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옆에 웅크린 채 차갑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육경섭의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최연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병원에 데려다줄게요.”“안 돼요!”희철이라는 부하가 말했다.“호텔에는 경찰들이 깔려있고 또 그놈들도 분명히 아직 호텔 밖에 잠복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나가면 우리는 죽어요!”“그놈들?”최연준이 의아해했다.“원래 조직의 보스가 형님을 죽이려고 해요. 그 사람들이 어젯밤에 형님한테 오늘 여기서 협상하자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덫을 놓은 거예요. 비열한 놈들!”육경섭은 피를 많이 흘려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며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최연준은 심호흡을 했다. 비록 이 녀석과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육경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