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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강유빈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몸을 최대한 옆으로 돌린 후 머리카락을 축 내리뜨렸다.

“괜찮아요.”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정말 재수 더럽게 없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임우정이 목청을 높이자, 강유빈은 바로 겁먹었다. 그러더니 벽에 붙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가며 욕설을 퍼부었다.

“강서연, 내가 언젠가는 이 가게를 싹 다 뒤집어엎을 테니까 딱 기다려!”

임우정이 또 나서려 하자 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말렸다.

“그만 해요.”

육경섭은 넘어진 의자를 바로 세우고 그 위에 앉더니 여유롭게 옷소매 단추를 풀며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개한테 물어뜯겼는데 다시 물어뜯으려고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임우정은 그에게 분풀이하는 듯했다. 그녀의 고함에 육경섭은 마음이 움찔했다.

저도 모르게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옆에 이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자주 지르던 한 이기적인 소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리 억지스럽게 고집을 부려도 그는 늘 그녀에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감옥에 다녀온 뒤로 그렇게 웃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그녀의 발그스름해진 얼굴과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나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봐요, 아가씨.”

육경섭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젊은 아가씨가 이러면 안 되죠. 여자는 상냥하고 다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못되게 굴면 어느 남자가 데려가겠어요? 아가씨 친구가 남편한테 어떻게 하는지 제발 좀 배워요!”

임우정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이보세요.”

그녀도 그와 똑같은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 말 들어봤죠? 남자는 내뱉은 말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누구처럼 이랬다저랬다 하면 어느 여자가 시집가겠어요? 당신 감방 동기가 와이프한테 어떻게 하는지 제발 좀 배워요!”

육경섭의 눈빛이 어두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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