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서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꽉 쥐었다. 한편, 최지용도 무언가를 눈치채고 백인서를 바라보며 복잡하고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내가 그런 게 아니야...”“알아.”최지용은 백인서의 손을 꼭 잡고 확고한 눈빛으로 백인서를 바라보았다.“괜찮아, 내가 같이 가서 설명할게.”“설명할 필요조차 없어.”백인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육연우가 나를 모함한 거야."“난 떳떳하니까, 경찰이 와도 내가 그런 일 했다고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인서...”최지용은 가슴이 아픈 듯 백인서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 오늘은 우리 숙모 생신이잖아. 육연우도 군성의 약혼녀고, 만약 일이 커지면 네가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할 수도 있어...”“난 두렵지 않아.”“인서.”최지용은 백인서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네가 소문이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소아 언니가 오해하는 건 두렵지 않아?”백인서는 멍하니 서서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최지용은 씁쓸하게 웃었다.다른 말은 다 필요 없었고, 강소아만이 백인서의 약점이었다.그 자신도 남자 친구로서 자세를 낮춰 기꺼이 강소아 뒤에 서 있어야만 했다.“네 기분을 이해해.”최지용은 백인서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하지만 지금은 정면으로 부딪칠 때가 아니야. 상황을 보고 대처하자.”백인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최지용의 눈에는 자신을 향한 믿음과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그 순간 백인서는 확신했다.온 세상이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최지용만은 언제나 자신 곁에 서 있을 사람이라는 것을...백인서는 최지용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 순간, 인생에서 처음으로 견고한 품이 자신에게 따뜻한 항구가 되어 주는 것을 느꼈다.반지 분실 사건은 결국 강서연과 최연준을 포함한 다른 어른들에게도 알려졌다.모두가 모여서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육연우는 최군성 옆에 기대어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울며 강서연에게 거듭 사과했다.
“연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강서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집에 이렇게 손님들이 많은데, 경찰을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아. 걱정하지 마, 아줌마가 반드시 반지를 찾아줄게.” “아줌마, 그러면 추궁하지 않으세요?” “왜?”강서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육연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찾을 거라고 믿지 않니?” “그런 건 아니고...” 육연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의심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 말은 강서연의 의도에 딱 맞아떨어졌다. 강서연은 못 들은 척하면서 눈썹을 찡그리고 조용히 물었다.“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누구니?” “아줌마, 마지막으로 저와 화장실에 간 사람이 바로 백인서였어요!” “어?” 강서연이 무슨 말을 하기 전, 최지용이 백인서의 손을 잡고 멀리서 다가왔다. 백인서의 손에는 육연우의 것과 똑같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더 이상 의심할 필요 없어요.”백인서는 사람들 앞에 서서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백인서는 가방에서 반지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매우 담담했다. “반지는 여기 있어요. 제 가방 안에 있었어요.”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이건 제가 가져간 게 아니에요!” “흐흐, 아니라고?”육연우는 냉소하며 말했다.“네 손에 있는 가방은 내 것이고, 반지도 내 것이며,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간 사람도 너였잖아. 그런데 이 모든 게 너랑 상관없다고?” 백인서는 차갑게 육연우를 바라보며 눈동자에 감정이 스쳤다. “백인서.”육연우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난 계속 너와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어.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믿어. 네가 이 가방이 마음에 든다면 가져가도 돼. 하지만 반지는 돌려줄 수 있겠니? 이건 나와 군성의 약혼반지라서...” 육연우의 목소리가 떨리며 말하다 보니 목이 메기 시작했다. 최군성은 육연우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다소 당황스러워했
백인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냉소를 지었다.반면, 배윤아는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했다.최지용은 백인서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고 배윤아와 스쳐 지나가며 배윤아에게 조용히 말했다.“너 정말 추리라도 해보려는 거야? 하하... 이건 명백히 새로운 감정과 옛날 감정을 동시에 푸는 거야. 우리 집 인서는 여기서 손해를 볼 사람은 아니라고.”“아니, 그래도 떠나면 안 되지.”배윤아는 그들을 붙잡고 모두를 바라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반지가 어떻게 이 가방 안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으니, 나한테 모든 책임을 돌리면 어때요?”“뭐라고요?”육연우는 매우 놀랐다.백인서도 매우 충격을 받았고 육연우를 변호하려 했으나 배윤아가 백인서을 재빨리 뒤에 숨겼다.“내 잘못으로 하세요.”배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육연우 씨, 정말 죄송해요. 반지를 주워서 곧바로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가방에 넣은 후 잊어버렸고 그 가방을 백인서에게 줘버렸어요... 정말로 이건 오해예요. 부디 대인배답게 저를 용서해 주세요.”육연우는 눈에 띄게 충격을 받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배윤아는 여전히 태연하게 웃고 있었고 다른 손님들도 그녀가 백씨 집안의 딸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심지어 최군성마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오해라면 이걸로 끝내자. 배윤아, 다음에는 좀 더 조심해.”강서연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어, 반지도 찾았으니 이제 먹고 즐겨라. 기분 망치지 말고.”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명령 따를게요.”“잠깐.”최연준은 항의했다.“그 말은 내 것이라고. 너희 다른 대사를 써.”사람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생일 파티는 다시 활기차게 돌아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육연우는 얼굴이 굳은 채로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 아치마 끝을 꼭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원래는 큰 사건이 될 뻔했던 일이 배윤아의 몇 마디로 해결되다니.“연우야?”최군성은 반지를 들고 육연우의 손에 다시 끼워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