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싸우지 마세요, 싸우지 마세요!”“저기... 저기 저를 때리진 마세요.”“제가 보장할게요. 오늘 두 분 모두 하나씩 가져가실 수 있어요.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으실 겁니다!”*결국 최군성과 최지용은 각각 만족스러운 얼굴로 쇼핑백을 들고 DL 화장품 매장을 나섰다. 두 사람은 길가의 작은 바비큐 가게에서 꼬치와 맥주를 가득 주문해 실컷 즐겼다.다음 날, 최군성은 자신만만하게 화장품을 들고 육씨 집안으로 찾아갔다.마침 문을 연 육연우는 최군성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때?”최군성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마음에 들어?”육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최군성에게 다가가 안겼다. 눈물이 천천히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연우야, 울지 마!”최군성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널 기쁘게 해주려고 선물 산 건데 울면 어떡해.”눈물과 함께 육연우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육연우는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나 감동해서 울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현실이 아닌 듯 느껴졌다.최군성도 미소 지으며 립스틱을 꺼내 들고 육연우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발라주었다.색깔이 아주 잘 어울렸다. 립스틱 덕분에 육연우의 얼굴은 훨씬 생기 있어 보였고 예전처럼 창백하지도 않았다.육연우는 거울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거울 속의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봐, 이 립스틱 세트에는 30가지 색상이 있어.”최군성은 보물을 자랑하듯 육연우에게 보여주며 말했다.“난 이 색깔들이 뭐가 다른지 잘 모르지만, 하루에 하나씩 바르면서 매일 기분 좋게 지냈으면 좋겠어!”“고마워요, 군성 씨.”육연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최군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지난번 연회에서... 군성 씨한테 그렇게 말한 건 제가 잘못했어요. 내가 너무 제멋대로였어요. 정말 미안해요.”“바보야.”최군성은 육연우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왜 그런지 알아. 내가 너한테 충분한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 그런 거지, 그렇지?”최군성은 육연우 눈을 바라보며
주씨 아줌마는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지만 육연우의 질문을 듣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나자 육연우는 최군성이 분명 배윤아의 조언을 들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최군성이 갑자기 립스틱을 사 왔을 리가 없었다.불안한 육연우의 마음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여자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말도 평소의 최군성이라면 절대 꺼낼 리 없는 말이었다. “분명히 배윤아야...” 휴대전화를 꼭 쥔 육연우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육연우의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배윤아가 최군성을 만나 무언가를 말했음이 분명했다. 배윤아의 말은 잘 기억하고 잘 따른다고 육연우는 생각했다. 육연우의 가슴이 답답해졌고 눈물이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육연우는 최군성이 선물한 화장품을 바라보았다. 상자 안에 가지런히 놓인 립스틱들이 마치 붉은 눈동자처럼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했다. 마치 육연우의 열등감을 조롱하고 떳떳하지 못한 출신을 깔보는 듯했다.그나마 남아 있던 마음속의 안정감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아!” 육연우는 갑자기 두통을 느끼며 손을 들어 화장품 상자를 뒤엎었다. 바닥으로 쏟아진 립스틱들은 육연우의 격한 발길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최지용은 육씨 부동산의 판매 홀을 방문했다.백인서에게 립스틱을 전해주려고 온 것이다. 하지만 멀리서 백인서가 셔츠에 정장을 입고 이름표를 달고 판매원으로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백인서가 어떻게 판매하는지 궁금해진 최지용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관찰한 후, 최지용은 백인서가 왜 한 달 넘도록 성과가 없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 이유를 깨달은 최지용은 웃음을 참으며 문 앞에서 백인서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하루 종일 서 있던 백인서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고 한 건도 팔지 못한 상태로 뻣뻣해진 목을 주무르며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갑자기 큰 손이 백인서를 잡아당겼다.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고개를 들자 달빛처럼 부드러운 눈동자와
“제가 고객인 척할 테니 저한테 연습해 보는 건 어때요?”최지용은 말하는 도중 서서히 귀 끝이 붉어졌다.최지용은 육자 그룹 판매부의 동혜림이 고객을 어떻게 대하는지 본 적이 있었다. 최지용은 그런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만약 백인서가 동혜림처럼 자신에게 다가온다면...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설렐 것 같았다.백인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조용히 물었다.“그런 것도 연습이 될 수 있어요?”“그럼요, 물론이죠!”최지용은 머릿속으로 고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판매는 기술과 연습이 결합한 거예요. 지금 기술이 부족하고 연습도 부족하니까 성과가 없는 거죠!”“인서 씨.”최지용은 감정에 호소하며 말했다.“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아 씨를 생각해서라도 연습해야죠. 물론 소아 씨는 육자 그룹의 작은 대표님이지만 이사회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소아 씨가 소개한 사람이 성과를 못 내면 이사회에 있는 늙은이들이 그걸 빌미로 문제 삼지 않겠어요?”그 말은 백인서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렇다, 백인서는 처음에 육자 그룹에 들어올 때 언니의 명예를 높이고 육경섭이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남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고 매일 야근했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이러면서 어떻게 언니에게 자랑이 되겠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백인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눈빛으로 최지용을 바라보았다.“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최지용은 헛기침하고는 마치 계획이 있는 듯 거실을 천천히 걸었다.“동료분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봤어요?”백인서는 생각에 잠겼다. 동혜림은 고객을 보면 마치 굶주린 늑대가 먹이를 향해 달려들 듯이 행동했다. 특히 돈 많은 남자 고객을 보면 몸을 온통 그들에게 맡기는 것처럼 보였다.이게 성공적인 판매원의 모습인가?최지용은 이 설명을 들으며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최지용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백인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제 생각엔, 그것 또
“최지용 씨...”백인서가 몸을 돌려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뜨거운 입맞춤이 백인서의 입술을 덮었다.백인서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머릿속이 하얘지며 전신을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최지용은 말없이 백인서를 끌어안으며 백인서의 입술에서 퍼지는 향기에 취해 부드러움에 몰두했다.이 아파트는 최지용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곳이었다.이 키스 또한 오랜 시간 준비된 것이었다.사실 최지용의 원래 계획은 백인서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을 때 이 방에서 키스하는 것이었다.하지만 방금 백인서가 최지용을 카펫 위에 쓰러뜨리던 순간, 최지용의 내면에 잠재된 불꽃이 타올랐다.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이제는 폭발할 것만 같았다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최지용은 바로 오늘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최지용은 매우 열정적으로 키스를 했지만 기술적으로 서툴렀다. 백인서는 심지어 약간 아프다고 느낄 정도였다.처음에는 저항하던 백인서도 이내 최지용의 리듬에 맞춰 조심스레 응답하기 시작했다. 백인서의 작은 손이 최지용의 넓은 어깨를 타고 올라가며 무의식적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최지용의 심장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인서 씨...”최지용은 백인서의 입술에서 아쉬운 듯 떨어져 나와 진지하게 백인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인서 씨를 많이 좋아해요.”백인서는 고개를 숙인 채 긴장해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인서 씨는요?”최지용은 백인서에게 물었다.“인서 씨도 제가 좋은 거죠, 그렇죠?”“이미 알고 있잖아요.”백인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최지용은 큰 승리를 맛본 듯 환하게 미소 지었다.백인서는 처음으로 최지용에게 적극적으로 기댔다.그리고 처음으로 진정한 안식처가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깨달았다.*다음 날, 백인서는 정시에 판매 홀로 출근했다.사람들 모두 백인서를 보며 약간 놀란 듯한 눈빛을 보냈다.백인서가 미인이란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늘 검은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