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아가씨.”주우남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육자 그룹이 결코 한 사람의 말로 운영되는 회사가 아니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육 아가씨의 권한으로는 임의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습니다!”육연우는 주우남을 올려다보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육연우도 오늘 여기 온 것이 조금 무리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동혜림이 계속해서 육연우를 육자 그룹의 주주이고 회장님의 친조카이니 못 할 일이 없다고 부추겼고 육연우도 백인서를 쫓아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게다가 오늘 강소아가 회사에 없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평소 조용하던 주우남이 이렇게까지 육연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주 팀장님.”동혜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주 팀장님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이면서 왜 이러세요? 육 아가씨는 대표님의 친조카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거역할 생각인가요?”“육자 그룹은 현대적인 기업이지 가족 경영을 하는 작은 가게가 아닙니다. 어떤 일도 한 사람의 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주우남은 동혜림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그리고 이 일에 네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동혜림은 눈을 굴리며 육연우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한 사람의 말로 결정되지 않는다?”육연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주 팀장님, 백인서가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채용 절차를 거쳤습니까? 이사회가 동의했나요?”“그런 절차도 없었고 실적도 내지 못한다면 육자 그룹이 왜 계속 고용해야 하나요?”주우남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그러니 내보내는 게 맞습니다.”육연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은 절차는 인사부에서 처리할 거고 모든 것은 규칙대로 진행하세요.”“육 아가씨께서 모든 것을 규칙대로 처리하라고 하신다면.”주우남이 말했다.“그렇다면 규칙에 따라 육 아가씨는 회사의 주주로서 배당에만 참여할 수 있고 경영 문제에는 개입할 권한이 없습니다.”“뭐라고요?”“육 아가씨가 대표님의 친조카이
“저예요.”동혜림은 서둘러 명함을 내밀었다.“배 아가씨, 저는 여기서 골드 판매원입니다. 이 집들의 모든 타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저에게 할인도 있으니 만족하실 겁니다.”주우남은 동혜림을 한 번 흘겨보더니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하러 돌아섰다.육연우는 옆에 서서 두 손으로 가방끈을 꽉 잡고 힘주어 문지르며, 눈을 크게 뜨고 배윤아와 백인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육연우는 배윤아가 동혜림에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백인서의 손을 계속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배윤아가 동혜림을 쉴 새 없이 부려 먹는 것을 봤다. 배윤아는 어떤 브랜드의 생수를 마시고 싶다고 하거나 다른 브랜드의 티슈를 써야 한다고 했는데 판매센터에는 그런 물건들이 없었다.동혜림은 이 재벌가 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허둥지둥 밖으로 뛰어나가서 물건을 사 왔다.육연우 옆을 지나칠 때는 마치 보지 못한 듯했다.육연우는 입술을 꽉 물고 마음속의 매듭이 더욱 꼬여가더니 결국 가슴 속에 한 덩어리가 되어 숨쉬기조차 힘들어졌다.“배, 배윤아씨...”백인서는 배윤아를 보며 말할 듯 말 듯했다.“그렇게 부르면 너무 서먹서먹해. 그냥 윤아라고 불러줘.”백인서는 잠시 멍해졌다. 배윤아의 순수하고 깨끗한 미소를 보며 갑자기 강소아가 떠올랐다.둘 다 같은 사람이었다. 웃을 때면, 그 눈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반사되는 것 같았다.“동혜림이 없을 때 여기 집에 대해 좀 설명해 줘.”“제가요?”“맞아.”배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은 너무 시끄러워서 내가 싫어하니까 멀리 보냈어.”백인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말했다.“작업실로 사용할 거라면, 너무 큰 집은 추천하지 않아요. 이런 작은 유형의 로프트가 아주 가성비가 좋아요. 인테리어도 완비되어 있고 방향도 좋고 바다 전망도 있어서 바다를 보며 작업하면 영감이 더 잘 떠오를 거예요.”배윤아는 미소를 지었다.“다들 큰 집을 팔려고 애쓰는데 당신은 내 돈을 아껴주네.”“저는 적합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백인서는 진지
이름이 금수만화란 배윤아의 작업실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곧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작가, 편집자, 운영, 심지어 행정과 재무까지 모두 배윤아 혼자가 담당하고 있었다. 배윤아는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바빴고 멀리 해외에 있는 배현진은 도와주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어 최씨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돌봐달라고 부탁했다.최군형은 최상그룹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이 중책은 별일 없는 최군성에게 떨어졌다. 작은 새끼 고양이들은 점점 자랐고 배윤아는 작업실에 그들을 위한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었다. 배윤아는 고양이들과 함께, 컴퓨터와 그림판을 지키고 막 끓인 커피의 향기가 퍼져 나오는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최군성이 처음 작업실에 왔을 때, 그는 이 장면에 매료되었다. 마치 그의 마음속에서 빠진 한 조각이 채워진 것 같았고 그 빈틈을 채운 것이 바로 이 그리던 삶이었다.“배윤아, 네 작업실 정말 좋다.”그는 부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내가 이렇게 조용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배윤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웃었다.“왜 그렇게 불쌍하게 말해? 최상 별장에 화실 하나 없을 리가 있나?”“에이, 그거랑은 달라.”최군성은 한숨을 쉬었다.그들 최씨 가문에서는 그림을 취미로 여길 수는 있지만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인생의 장식품으로는 인정받지만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그의 할아버지 최문혁도 평생 그림을 그리며 전각과 조각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예술가였다.그러나 그런데도 평생 인정받지 못했다. 최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그를 성공한 사업가로 여기지 않았다. 최상그룹의 기둥을 말할 때면, 사람들은 최연준과 최군형을 인정할 뿐이었다.최군성은 할아버지의 화실에 가본 적이 있었다. 그 자신도 화실이 있었고 최군성이 그림을 그릴 때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 게다가 물감과 종이도 최고급이었다.하지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