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43화

배인서는 미소를 머금고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최지용은 그 의미를 곰곰이 헤아려 보았으나 알 길이 없었다.

배인서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거리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최지용은 묵묵히 배인서의 뒤를 따랐고 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두 사람을 감싸며 스쳐 지나갔다. 달빛은 은쟁반처럼 밤하늘에 걸려 있었고 달빛이 두 사람 위로 부드럽게 내리쬐었다. 이 도시는 모든 것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걷는 기분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배인서에게 이런 감각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잊힌 것이었다.

“배인서 씨, 설마 집까지 계속 걸어가려는 건 아니겠죠?”

배인서는 조용히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 최지용을 응시했다.

특전 부대 소년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고 눈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배인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를 집에 데려다주시겠어요?”

“데려다주지 않을 건데요?”

최지용은 웃으며 말했다.

“저랑 같이 야식 먹을래요?”

“네?”

최지용은 느닷없이 배인서의 손을 잡고 배인서를 이끌며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배인서의 가슴은 요동쳤다. 이성은 손을 놓으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손끝은 오히려 그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두 사람 모두 달리는 속도가 빨랐다. 찬 바람이 배인서의 입가를 스치며 어딘가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배인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지용은 배인서를 작은 국수집 앞으로 이끌었다.

간판은 크지 않았고 가게는 깔끔했다. 주인은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였다.

“어서 오세요.”

주인아저씨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활기차게 맞아주었다.

이미 깊은 밤이라 가게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최지용은 배인서를 창가 쪽 자리로 안내했다.

최지용은 별다른 고민 없이 소고기 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뜨거운 국수가 나오고 나서도 두 사람은 모두 아무 말 없이 국수만 바라봤다.

“왜 그래요?”

최지용은 눈가에 미소를 띠며 배인서를 바라보았다.

배인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