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은 손을 멈추고 만지던 화분을 내려놓았다. 김자옥은 얼굴을 돌려 안경 너머로 최군형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한때 모두의 사랑을 받던 통통한 아이가 이제는 단단하고 냉철한 멋진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의 각진 얼굴에서는 약간의 반항적인 기운이 느껴졌고, 눈가에 서려 있는 억제된 감정은 최연준과 매우 닮아 있었다.김자옥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 아이에게도 사분의 일의 김씨 가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이리 와 보렴.” 김자옥은 손짓하며 손자를 소파로 이끌었다. “할머니에게 말해 봐. 호세연을 의심하고 있니?”최군형은 약간 당황했다.그는 처음부터 호세연의 이름을 꺼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할머니가 데려온 사람이 호세연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김씨 가문의 다른 자손들도 함께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어떻게...“놀랐어?” 김자옥은 웃으며 말했다. “기억해 둬. 네 할머니는 언제나 네 할머니야. 무슨 일이든지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마.”“네...”“아직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니?”최군형은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할머니, 최근에 벌어진 모든 일이 세연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음?” 김자옥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증거 있어?”이 네 글자가 최군형을 순간 말문이 막히게 했다.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심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할머니가 세연이를 오성에 데려오기 전까지 이곳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하지만 세연이가 오고 나서 육자 영화 도시의 개막식에서 누군가 독을 타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업계에 큰 파문이 일었어요.”“경찰이 독을 넣은 사람을 잡아 조사했더니, 그 음료에 들어간 성분이 구씨 집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어요.”“그리고 지금 이 중요한 시점에... 구자영이 죽었어요!”최군형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할머니, 구자영이 왜 하필이면 영화도시 개막식 전에 오성에 왔으며, 왜 진실이 드러나려는 순간에
“이건... 제게 집에 가서 보라는 뜻인가요?”“그럴 필요 없단다.” 김자옥이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바로 보면 돼.”최군형은 의아한 표정으로 USB를 컴퓨터에 꽂아 파일을 열었다. 파일 안의 데이터가 대부분의 메모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처음에는 그냥 일반적인 보고서라고 생각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특정한 글귀들이 눈에 띄면서 최군형은 갑자기 놀라며 마우스를 쥔 손을 멈추고 김자옥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김자옥은 고개를 저으며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무려 35분 20초나 지나서야 깨달았구나? 우리 소유였다면 15분이면 충분했을 텐데!”“...” 최군형은 다시 한번 자신의 집안에서의 위치를 실감했다.“할머니” 최군형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 데이터들, 호씨 가문이 자선 단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기록들인가요?”김자옥의 얼굴이 무겁게 변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언제부터 이들을 조사하기 시작하셨나요?”“그게 말이지...” 김자옥은 잠시 생각했지만, 정확한 시점을 말할 수 없었다.김자옥은 원래부터 상업적 감각이 예민한 편이었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비록 김씨 가문과 호씨 가문은 조상 대대로 피를 나눈 맹약을 맺으며 세대 간의 우호를 약속했지만, 호씨 가문은 호세연의 아버지 대에 이르러서는 그 초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아버지께서 나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투자는 좋은 프로젝트를 발견해 경제를 지원하며, 이를 통해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라는 거였단다.” 김자옥은 손자를 바라보며 무겁게 말했다. “우리가 해외에 있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아. 김중 재단의 본부는 유럽에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본을 국내에 투자해 우리나라를 도와야 한다.”최군형은 깊이 공감했다. 이것이 최근 몇 년 동안 김자옥이 오성에 투자한 프로젝트가 점점 더 많아진 이유였다.반면, 호씨 집안은 벤처 캐피털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최군형은 숨을 가쁘게 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소아! 이 장난을 끝내지 않을 셈인가?“말해두지만!” 최군형은 드물게 강하게 말했다. “이 장난을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 끝내면 난 그냥...”“그냥 뭐요?”“못 끝내면 그냥 넘어가겠어!” 최군형은 가장 단호한 목소리로 그 말을 내뱉었다.예전에 경섭 아저씨도 그랬다. 가장 강한 태도로 빨래판 위에 무릎을 꿇었었다.지금 그 빨래판이 그에게 전해졌지만 절대 그렇게 약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 바로 그 위에 무릎을 꿇지 않고 반드시 방석이라도 하나 깔아야지!강소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알았어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최군형은 강소아의 작은 코를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내 생각에 다음 단계는 이 데이터를 경찰에 넘기는 게 맞는 것 같아. 자선 사업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도덕의 문제를 넘어 법을 위반하는 일이니까. 다만, 이 데이터들은 호씨 집안이 오성에 있다는 증거들이고, 영국 쪽에도 그런 일이 있는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할 거야.”“직접 경찰에 넘긴다고요?” 강소아가 물으며 의아해했다. “그렇지 않으면?”“김씨 가문과 호씨 가문은 대대로 긴밀하게 교류해 온 가문이잖아요.” 강소아는 우려를 표하며 말했다. “두 가문의 이익이 얽히고설켜 있는데, 이 일을 잘못 처리하면 호씨 가문이 보복할지도 몰라요.”최군형은 즉시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 미소를 지으며 낮게 말했다. “우리가 증거를 경찰에 넘기면 호씨 가문은 우리를 원망하겠지. 하지만 경찰이 먼저 나서서 조사하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야.”강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몇 초간의 침묵 후, 최군형은 호세연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주에 함께 복지원을 방문하자고 약속했다.최군형은 특별히 호세연에게 호씨 가문이 후원한 바로 그곳이니, 잘못 찾아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문자를 보낸 후, 강소아는 최군형을 깊은 의미로 바라보았다.그리고 곧 호세연의 답장
호세연의 날카로운 비명이 복지원에 울려 퍼지자, 관리 직원들이 급히 몰려왔다. 어린아이들은 재빨리 도망쳤지만, 어린 나이 탓에 성인들의 손에 금세 붙잡히고 말았다. 호세연은 직원들에 의해 휴게실로 안내되었다.복지원에는 호세연에게 맞는 옷이 없어 직원들이 임시로 수건을 건네 몸을 닦게 했다.호세연은 소파에 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떨림은 추위 때문이 아닌, 분노 때문이었다.“군형 오빠...”호세연은 억울한 마음에 최군형을 불렀다. 목소리조차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최군형은 옆에 서서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군형 오빠, 저 너무 추워요...” 호세연은 몸을 감싸안으며, 때마침 재채기까지 하며 연약함을 더했다. 최군형은 호세연을 바라보다가 다시 스마트폰의 날씨 예보를 확인했다. 온도는 26도였고 밖에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추워?” 최군형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지금 온몸이 젖었으니 당연히 추울 수밖에 없겠네.”호세연은 희미한 기쁨을 드러냈다. “네, 맞아요.”“그럼 내가 어떻게 해줄까?”“저를...” 그녀는 말하고 싶었다. '저를 안아주거나, 아니면 셔츠를 벗어서 저에게 주실 수 있잖아요.'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말을 멈췄다.그러나 그때 최군형은 이렇게 말했다. “밖에 햇살 좋으니, 나가서 햇볕을 쬐면 어때? 금방 옷이 마를 거야.”호세연은 멍해졌다. “뭐라고요?”“지금 입을 옷이 없잖아.” 최군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온몸이 젖었으니, 이 수건으로만 닦아서는 부족해. 그러니 밖에 나가 햇볕을 쬐며 말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러면 추위도 가시고, 몸도 말라서 상쾌해질 거야, 안 그래?”“군형 오빠...”“나도 널 위해 하는 말이야.” 최군형은 진지하게 말했다. “세연이 넌, 우리 할머니가 데려온 손님이니, 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나도 걱정이 되거든.”호세연은 순간 가슴 속에 잡초가 얽힌 듯한
“그 아이들은 잡혔나요?”양수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잡았습니다. 아이들 모두 밖에 있습니다.”“아이들을 안으로 데려오세요.”“알겠습니다.”양수민이 밖으로 신호를 보내자, 몇 명의 아이들이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호세연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눈에 살기를 띠었다. 손을 들어 아이들을 때리려다, 최군형이 옆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는 다시 손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그 작은 행동조차도 최군형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최군형의 시선이 다시 그 아이들에게로 향했다.열두세 살쯤 되는 몇 명의 소년들이었지만, 그들의 키는 여덟아홉 살 정도로 보였고, 몸은 검고 말라 있었다. 한눈에 봐도 영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 있는 날카롭고 사나운 기운은 최군형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사랑과 따뜻함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이었다. 최군형은 천천히 그들 앞에 다가갔다.아이들은 경계심에 가득 차 최군형을 쳐다보며 뒤로 물러났다.최군형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니?”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사람에게 더러운 물을 끼얹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너희가 아직 어린데, 누군가 너희를 부추긴 건 아니니?”“맞아요, 군형 오빠!” 호세연이 외치며 말했다. “분명히 누군가 이 아이들을 조종했을 거예요.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해요.”양수민 원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최 도련님, 이건...”최군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호세연 씨 말대로 하면 되겠죠. 그 배후의 사람을 찾아내기만 하면 될 테니까요.”“최 도련님,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양수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어디서 그 사람을 찾아내겠어요?”“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맞아요!” 호세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그
“너... 너는...”총구 뒤로 드러난 차가운 얼굴을 본 호세연은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고는 소리를 지르더니 최군형 뒤에 숨어서 말했다.“군형 오빠, 저 여자는 육씨 가문의 킬러예요! 저번에 바의 화장실에서 소아 앞을 막아서더니 저를 죽이려고 했다고요!”“그래?”최군형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지난번 바에서 그랬다고? 네가 소아를 얼마나 괴롭혔길래 목숨까지 위협받는 거야?”“그게...”호세연은 입을 꾹 다물고는 최군형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최군형은 팔을 들어 호세연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호세연은 이성을 잃은 채 울부짖었고 배인서는 피식 웃었다.“군형 오빠, 날 믿어줘요! 이 여자는 총을 다룰 줄 알 뿐만 아니라 강소아의 사람이라고요. 나한테 구정물을 뿌리려고 강소아랑 짠 게 분명해요!”“확실해?”최군형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네, 확실해요.”“그럼 경찰한테 신고하자.”“네?”호세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네 말대로 누군가 일부러 너한테 구정물을 뿌리려고 작정한 거라면 경찰에 신고해서 제대로 수사해 봐야지.”호세연은 최군형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호세연이 눈물을 흘리며 어린애처럼 징징대는 모습은 최군형의 반감을 샀을 것이다.만약 경찰에서 수사하게 된다면 구정물을 뒤집어쓴 것보다 자선기금의 행방이 드러날 수 있기에 절대 경찰에 신고해서는 안 되었다. 호세연은 일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눈물을 닦고는 최군형을 바라보며 말했다.“신고하지 않아도 돼요. 저 사람은 소아의 지인이니 신고하면 모두에게 상처가 남을 거예요.”“상처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처럼 뻔뻔스러운 사람이 상처받을 리가 없잖아?”호세연은 말문이 막혀서 배인서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고 최군형은 간신히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강소아의 제안에 따라 배인서와 함께 연기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두 사람은 경찰을 개입시키기 위해 양동 작전을 펼치려 했다. 한 사건을
호세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강소아를 노려보았다.“소아 언니, 저는 정말 괜찮다니까요.”호세연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챘다. 구정물을 뿌린 아이들은 겉보기에는 배인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 같았지만 배후는 강소아였다. 강소아가 이런 일 꾸민 건 경찰을 개입시키기 위해서이고 호일 그룹 자선기금회의 흑막을 까발리기 위해서였다. 호세연은 강소아를 죽이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핑계를 대고 이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군형 오빠, 소아 언니. 아이들이 철없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이들은 이러면서 크는 거잖아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하지만 세연 씨...”호세연은 벌떡 일어나더니 걸어 나가며 말했다.“저는 아이들의 잘못을 따질 생각 없어요. 오늘 김씨 가문 할머니랑 약속이 있어서 저는 이만 가볼게요.”형사와 순경은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죠? 신고한 사람이 도망가다니, 허위 신고를 한 건가요?”차군형이 재빨리 형사 옆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사님, 3일 뒤에 일 년에 한 번 있는 최상 그룹 자선 파티가 열리는데, 형사님의 자리는 따로 마련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최상 그룹의 자선 파티는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최상 그룹 산하의 어진 엔터테인먼트 영향으로 연예계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참석했다.톱스타 유환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은 셔터를 미친 듯이 눌렀고 유환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애썼다. 유환은 어진 엔터테인먼트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육자 영화 도시의 홍보대사를 맡았으며 육씨 가문 아가씨와 친한 사이였다.유환을 탐탁지 않아 하는 기자가 혀를 끌끌 찼다.“모든 걸 다 가지고 태어나서 좋겠네요.”“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걸요.”옆에 있던 기자가 코웃음을 쳤다.“트집잡히는 순간 무너질 게 뻔하거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조금만 기다려봐요.”유환은 레드카펫을 밟고 우아하게 걸어오더니 사인 판에 사인하고는 뒤돌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셔터를 누르는 소리 사
게다가 유환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한 네티즌은 허위 사실을 각종 커뮤니티에 퍼뜨렸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 척했었지만 혼자 남겨질 때면 떠도는 소문은 비수가 되어 유환의 마음을 찔러댔다.유환은 데뷔할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했었기에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으로 작용하며 유환을 괴롭혔다. 유환은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고통스러워했다.“유환 씨, 육자 영화 도시 홍보대사로서 동료 배우들과 시청자들한테 해명해야 하지 않나요?”유환은 마이크를 꽉 잡은 채 미소를 지었지만 작은 어깨가 덜덜 떨렸다. 기자들은 쉴 틈 없이 쏘아붙였다.“유환 씨, 해명해 주세요!”“해명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신가요?”이때 한 기자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어진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 육자 영화 도시 홍보대사를 맡은 것도 이상한데, 개막식 날 유환 씨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중독되었어요. 이 사건에 두 가문이 개입했다고 봐도 될까요?”“유환 씨, 사실대로 얘기해주세요!”“저는...”유환은 식은땀을 흘리더니 호흡이 가빠졌다. 카메라가 없는 자리였다면 진작에 기자의 뺨을 후려갈겼을 것이다. 유환은 호흡을 가다듬고는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 중요한 시점에 매니저 재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유환은 심호흡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곧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유환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레드카펫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도 계시니 이만 들어가 볼게요.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해요.”“유환 씨, 이렇게 얼버무릴 생각인가요?”“누가 얼버무린다고 그래요?”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에 유환은 고개를 돌렸다. 인파 속을 헤집고 나온 문성원은 공주를 구하러 온 용사처럼 든든하고 멋있었다.“얼버무린다고 한 기자님이 어느 분이시죠?”질문 공세를 이어가던 기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육감적으로 화젯거리를 보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른 기자들이 문성원을 찍기 시작했다.“누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