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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이 말은 임우정 마음속 가장 나약한 곳을 찔렀다.

만약 예전의 그녀였다면, 당장 달려들어서 이 여자의 목을 조르고 뺨을 몇 대 때렸을것이다.

혹은 하연주를 처리했던 방식대로, 희철에게 손을 쓰라고 시키던지 최대한 잔인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임우정은 몇 번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몸이 떨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당신이 20년 동안 키웠으니, 어머니라는 호칭에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소정애가 잠깐 멈칫하더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 20년은 제가 훔쳐 온 거에요...”

이 말을 내뱉자마자 두 사람의 마음속에 박혀있던 돌이 동시에 부서지는 것 같았다. 임우정은 순간 숨쉬기 어려워졌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반면 소정애는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녀는 20년 만에 이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만약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만약 우연한 기회로 강소아가 친부모를 찾지 못했다면, 과연 내가 놓아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분명 놓지 못한다일것이다.

그녀는 선한 면도 있고 악한 면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후회스러웠다.

이 병에 걸린 건 아마 인과응보일 것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딸을 차지한 것을 하늘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불치병에 걸리게 한 것일 것이다. 그녀가 죽으면 모녀 사이를 갈라놓지 못하니까.

소정애는 조용히 눈물을 떨구었다. 입에 머금은 차는 사약처럼 썼다.

“미안해요...”

소정애가 임우정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임우정은 귓가에 이명이 들리자 다시 주먹을 꽉 쥐었고 미세하게 몸이 떨려왔다.

미안하다는 사과로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로는 떨어져 지낸 지난 20년의 세월을 채워줄 수도, 지난 20년의 고통의 세월을 보상받을 수도 없었다.

임우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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