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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비가 내려 오래간만에 시원했다. 최군형과 강소아는 방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바둑을 두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군형 씨, 우리 부모님 곧 강주로 돌아가실 거래요.”

“네? 이렇게 갑자기요?”

“뭐가 갑자기예요!”

강소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검은 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았다.

“제가 이겼어요!”

최군형이 웃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며칠 더 있다 가시라 하지 그래요. 아직 모시고 가지 않은 데가 많은데.”

“음... 더 이상 폐 끼치기 싫으신가 봐요. 가게 영업도 해야 하고요.”

최군형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바둑판을 정리하고는 강소아를 이끌고 책장 앞으로 가 사진 앨범을 꺼냈다.

강소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이를 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숨기는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당신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겠다는 거예요?”

강소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최군형은 열어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앨범은 타임캡슐처럼 그녀를 최군형의 유년 시절로 데려다줬다.

태어난 지 한 달이 됐을 때, 작디작은 그는 요람에 누워 자고 있었다. 발가벗은 채 기저귀만 입고 있었다.

태어난 지 백 일이 됐을 때, 그는 한껏 살이 오른 채 포동포동한 모습이었다.

태어난 지 1년이 됐을 때, 그는 셔츠에 넥타이까지 갖춰 입고는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하얗고 말랑말랑한 찹쌀떡 같은 모습이었다.

다음은 네다섯 살 때의 모습이었다. 걸음마를 한 뒤로 놀 수 있는 건 많아졌다. 최군형은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 걸 좋아했으니 더욱 그랬다.

“이건 군성 씨죠?”

“네, 금방 태어났을 때예요.”

“그럼... 이 아이는요? 핑크색 옷을 입은 걸 보니 군성 씨는 아닌 것 같은데요. 군형 씨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말은...”

최군형이 눈썹을 까딱하며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애예요.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전 이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친척인가 봐요?”

“아니요.”

“그럼, 누구예요?”

“태어날 때부터... 약혼한 사이었던 사람이에요.”

강소아는 표정이 확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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