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우미자는 비명을 지르며 벽에 기대 자리에 주저앉았다. 최군형이 어리둥절해졌다. 우미자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몸을 덜덜 떨며 자신을 피했다.우미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미... 미, 미안해! 미안해,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나나... 나 다시는 말 안 할게. 다시는 말 안 할게!”최군형이 인상을 썼다. 직감이 왔다. 우미자는 분명 뭔가 다른 걸 알고 있을 것이다.그는 천천히 몸을 숙이고 차가운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아줌마, 나한테 또 숨기는 거 없어요?”“응?”“두 분 싸운 거... 강소아 씨 출신 얘기하다 그런 거 맞죠?”우미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제 생각이 맞았다면, 소정애 아줌마한테 강소아 씨는 주워 온 자식이라고 비아냥대다가 싸움이 난 거죠?”한참이 지나 우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왜 그렇게 말한 거예요?”“구... 군형아. 사심이 있었던 거 맞아. 우리 딸을 네게 소개해 주고 싶어서... 그래서 소아가 훔쳐 온 아이라고 한 거야! 그런데 군형아, 내 말은 사실이야! 너 그거 알아? 소아 출생증명서는 위조한 거야!”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지금까지 그는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 이미 출구를 찾은 상태였다. 우미자의 말은 그가 출구를 향해 가는 시간을 단축했을 뿐이었다.“강우재가 오성에서 돌아온 뒤 우리 남편과 술을 마셨었어. 잔뜩 취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했었어... 돌아올 때 탔던 배가 가라앉았대, 영원호 말이야! 다행히 그들 부부가 소아를 안고 내려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군형아, 이거 다 진짜야! 강우재에게 직접 들은 말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최군형의 얼굴은 마치 얼어붙은 산처럼 딱딱하고 표정이 없었다. 우미자는 낑낑거리며 일어나 최군형을 몇 번 불렀지만 최군형은 반응이 없었다. 이를 확인한 우미자가 급히 자리를 떴다.최군형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창가에 갔다. 강주의 여름은 덥고 습했다. 공기 속에는 수증
최군형이 두어 번 기침하고는 똑똑하게 말했다.“그러지 좀 마!”“형, 소유가 이걸 알고 힘들어할까 봐 그러는 거야? 그 가족들도 소유한테 잘해준다며.”“응, 그게 걱정되긴 해.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소아가 육씨 집안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경섭 삼촌과 우정 아줌마가 힘들어할까 봐.”“응, 그것도 그렇네. 이 일은 천천히 하는 게 좋겠어.”......육명진은 별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창문가의 장식품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는 냉큼 그 장식품을 집어 벽에 힘껏 던졌다.“미친X!”고용인들은 모두 자리에 가만히 선 채 다가가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미친X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육명진이 숨을 몰아쉬었다.이 일은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었다. 자신이 딸을 얕잡아본 탓이었다. 육연우도 제 엄마처럼 순진무구한 얼굴 뒤에 무시무시한 칼을 감추고 있을지 몰랐다. 지금 그녀는 최 씨 형제를 도와 육소유의 행방을 찾고, 하수영의 신분까지 알아냈다. 이제 자신의 차례였다.육명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그는 핸드폰을 잡고 그 번호에 전화를 걸고는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방법을 생각해 내... 육소유의 신분이 오성에 알려져서는 안 돼!”하수영이 잠깐 침묵하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최씨 가문 도련님 두 분이 모두 강주에 있어요. 육소유도 육연우도 제가 접근하기엔 어려워요.”“난 몰라! 이 일은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알아서 해결해!”육명진이 핸드폰을 부숴버릴 기세로 말했다. 하수영이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육명진이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하수영 씨, 돈 때문에 날 도와주는 거잖아. 돈을 받고 일을 안 해서야 되겠어? 그러니까... 당신이 처리하든지, 내가 당신을 처리하든지 둘 중 하나겠지.”“육명진 씨!”“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해! 어떤 방법을 쓰든 난 신경 안 써. 당신이 최군형을 유혹해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놔도 돼! 어쨌든, 강소아가 오성에 나타나서는 절대 안 돼!”하수영의 심장
강소아가 멍해졌다. 이는 하수영의 차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따지려 했으나 그 차는 붕 하고 꼬리를 뺐다.소리를 들은 최군형이 금세 달려 나왔다. 그는 물에 젖은 강소아를 보고는 마음 아픈 듯 말했다.“병원에 데리러 갈 걸 그랬어요!”“괜찮아요. 대낮에 그런 차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차 번호는 똑똑히 봤어요?”“하수영 차에요.”강소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최군형이 흠칫했다. 기분이 이상했다.강소아와 한번 해보자는 건가?하지만 물을 끼얹는 것 같이 유치한 일을 누가 하겠는가?다른 원인이 있을 게 뻔했다.“군형 씨, 난 정말 모르겠어요...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요?”이제 슬프지는 않았지만 그 일은 아직도 강소아에게 상처였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한 친구의 배신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너무 깊이 생각 마요. 들어가서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어요. 그리고...”최군형이 말을 멈췄다. 강소아가 팔을 들자 그녀의 허리가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피부였다.최군형은 멍하니 강소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소아가 고개를 돌렸다.“군형 씨? 거기서 뭐 해요?”최군형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하수영이 강소아를 흠뻑 젖게 한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군형 씨?”“아, 왜요?”그는 정신을 차리고 강소아의 손을 잡고는 웃으며 말했다.“빨리 들어가요. 옷 갈아입고 한숨 자요. 아줌마한테는 제가 가볼게요.”강소아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집에 들어섰다. 며칠 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눕자마자 금세 잠들어버렸다.최군형은 조용히 문을 잠그고 골목에 나갔다. 붉은 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차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하수영이 갑자기 벽에서 튀어나왔다.“도련님.”하수영이 선글라스를 벗고 환하게 웃었다. 최군형은 그녀를 슬쩍 보고는 냉랭하게 물었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요?”“알려줄 게 있어서 왔어요. 연우 씨가 당신과 손잡았다는 거 알아요. 이번에 강주에 온 것도 날 조사하고 진
최군성은 육연우와 함께 오성으로 돌아가서는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육씨 가문의 대문에 도착해서야 최군형은 아쉬워하며 그녀와 헤어졌다. 더 있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 자리에 참석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가기 전 최군형이 육연우에게 말했다.“연우야, 소유에 대한 일은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비밀로 해. 우리 형이 그러는데 이 일은 천천히 해야 한대.”“네, 알겠어요.”육연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육명진이 자신을 아빠라고 소개할 때 그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친아빠 한 명이 나타났는데도 이 정도인데, 20년간 살았던 집이 진짜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육소유도 견디기 힘들어할 것이다.“됐어, 빨리 가!”최군형이 아쉬운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육연우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왔다.정원을 지날 때, 갑자기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육연우는 깜짝 놀랐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별장 뒤의 벽면으로 질질 끌려갔다!몸부림치던 그녀가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당신...”“연우야, 이렇게 멋대로 굴면 아빠 기분이 나빠!”육연우는 온몸에 힘이 풀렸다. 차디찬 벽에 닿은 등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육명진은 서늘한 눈빛으로 사악하게 웃었다. 사람을 물기 직전의 짐승 같은 모습이었다.“강주에서 잘 놀았어?”육연우는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다른 사람과 손잡고 날 공격하려 들다니, 뒷감당은 자신 있고? 무섭지도 않아?”육연우가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아... 안 무서워요. 나쁜 짓은 할 대로 했으니,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삼촌이 용서해 주실 지도 몰라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하면...”“닥쳐!”육명진이 손을 치켜들었다. 육소유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얼굴을 감쌌다.하지만 육명진의 손은 그녀의 얼굴에 내리쳐지지 않았다.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
육명진은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육연우가 애원했다.“아빠! 아빠...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그러니 제발 이러지 마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정말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 거야?”“네...”“그럼 내가 필요한 걸 구해다 줘!”육명진은 그 말만을 내뱉고는 그녀를 뿌리치고 저 멀리 걸어 나갔다. 육연우는 쓰라린 무릎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진정한 뒤 조금씩 거실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우정은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놓았다.“소유야!”그 말을 들은 육연우가 움찔하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우정이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육연우는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피했다.임우정은 육연우에게 뻗으려던 팔을 멈춘 채 찬물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실망이 비쳤다.“소유야...”“아줌마, 제가 강주에서 아줌마에게 드릴 선물을 가져왔어요.”임우정이 흠칫했다.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기쁜 것은, 절대로 그녀를 부르지 않던 소유가 오늘 드디어 그녀를 불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슬픈 것은 기다리던 “엄마” 소리가 아닌 “아줌마”소리를 들은 것이다.하지만 이도 이미 크나큰 발전이었다. 임우정은 억지로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 앞으로 왔다.“다 네가 좋아하는 거야... 강주에 있는 동안 집 생각이 나진 않았어?”육연우는 입술을 깨물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임우정은 육연우의 머리를 넘겨주고는 그녀를 보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우야, 아빠랑 상의해 봤는데, 아무래도... 네게 주식 지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전...”“먼저 거절하려 하지 말고! 우리한테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뿐이야. 부모로서 20년 동안이나 널 보살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상하면 좋을지 몰라서...”“아뇨, 정말 괜찮아요...”“소유야, 그러지 말고 받아. 이 계약서에 사인해! 어차피 나중엔 그룹 전체가 네 것이 될 텐데,
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응. 딸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소유가...”“소유야, 그러면 안 되지! 엄마 아빠가 주신 물건은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게 예의야!”육연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펴고는 천천히 계약서를 받았다. 임우정의 눈빛이 환해졌다. 그녀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미소가 떠올랐다.육연우가 작게 말했다.“사인... 할게요. 자세히 읽어봐도 돼요?”“당연하지! 밥 먹고 방에 가서 자세히 읽어봐.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엄마한테 얘기해. 적당한 사람이 있어!”“형수님, 저도 괜찮은 변호사 몇 명을 아는데...”“괜찮아요!”육연우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육명진은 놀란 눈치였다. 비록 육연우의 얼굴은 아직도 겁에 질려 있었지만 육명진은 그녀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강인함을 보았다.그는 조금 놀라서 가만히 육연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육연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임우정을 보며 말했다.“삼촌이 애쓰실 필요 없어요. 그냥... 저희 회사 변호사를 써요. 회사 사람이니까 업무에도 더 익숙할 거예요.”“소유야, 네 엄마 아빠 회사의 변호사는 다들 바쁜 사람들이야! 이까짓 일은 그들이 나서지 않아도 돼!”“이건...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언젠가 그룹 전체가 제 것이 되겠는데, 당연히 지금부터 업무와 직원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게 좋겠죠. 그 시작이 변호사가 되어도 좋고요.”“너...”육명진이 정색했다.‘날로 먹고 튀려는 건가?’하지만 그도 감히 임우정의 앞에서 육연우에게 뭐라 하지는 못했다. 육명진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소유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그럼... 계약서 천천히 잘 읽어봐!”......며칠 후, 가게에 있던 최군형은 파일 하나를 받았다. 임우정이 육소유에게 준 바로 그 계약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던 그는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이때 최군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형!“이 파일은 뭐야? 무슨 일이야?”“우정 아줌마가 한사코 연우에게 사인하라고 해
최군성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육소유가 강소아라고 확신해?”“응.”최군성은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최군형은 어릴 적부터 완전히 확실한 일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았다.“전에 소아가 남양에 있을 때 한 검진 결과가 삼촌한테 있어.”“뭐?”“그런데 마침 경섭 아저씨도 과로가 심해서 연합 병원에서 검진했었어. 그래서 몰래 사람을 시켜 검진 결과를 하나 남겨두라 했어. 그리고...”“그랬더니,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있대?”“99.99%. 확실한 거지. 이 확률을 뚫는 게 더 어려울걸?”최군성이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그는 운명과 인연의 신기함에 감탄했다.최군형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먼저 강소아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강우재와 소정애에게 말하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었다.이때 축 처진 강소아가 가게로 들어왔다.“왜 그래요?”최군형이 급히 다가가 냉장고에서 가장 비싼 음료수를 꺼냈다. 강소아는 그를 흘깃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음료수를 받았다.“이거 제일 비싼 거잖아요! 이렇게 장사할 바엔 그냥 문 닫아요!”“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문을 닫으면 우리 둘밖에 없을 테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최군형!”강소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최군형이 진지한 얼굴로 사사로운 말을 던지는 게 제일 무서웠다.최군형은 웃으며 강소아의 어깨를 끌어안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좀 걱정돼서요. 엄마 퇴원하기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오늘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에요.”“아... 그럼 뭘 걱정하는 거예요?”“엄마도 이제 나이가 있으신데, 혹시나 병이라도...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소아는 확실히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적은 별로 없었다.심장이 가느다란 실에 매달린 느낌이었다. 언제든 끊어질 것 같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강소아는 최군형의 가슴에 기대 그를 꼭 안고는 조용
강우재는 검사지를 들고 진료실을 나섰다.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 서 있는 소정애를 마주쳤다.“여보, 당신... 당신 여긴 어떻게 왔어? 다 정상이래. 당신...”강우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소정애는 눈시울이 붉어져 떨리는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여보, 나 속일 필요 없어. 선생님, 저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유방암은 암 중에서도 복잡한 편입니다. 암세포가 전이된 것도 확인됐고요. 수술하시고 꾸준히 항암 하시면 5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을 겁니다.”“5년이요?”소정애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강우재가 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여보, 괜찮아... 그냥 작은 수술일 뿐이야. 몸에 암세포가 있으면 그걸 없애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돈은 얼마나 필요해요?”“그런 걸 왜 물어봐! 얼마나 들든 꼭...”“나 의사 선생님께 물은 거야!”소정애가 크게 소리쳤다. 강우재는 깜짝 놀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소정애 씨, 자세한 건 정밀검사를 한 뒤에 말씀드리죠. 금액에 관한 것도 그때 설명해 드릴 겁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들긴 할 겁니다. 금액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네, 네! 선생님, 고쳐만 주세요! 고쳐만 주신다면 돈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여보, 이만 돌아가자.”소정애가 평온하게 말했다. 강우재가 비틀거리며 소정애의 뒤를 따랐다. 반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강인한 모습은 처음이었다.“여보...”“치료 안 해.”병실에 돌아온 소정애가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정애가 삐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소정애는 아무 말도 없이 덤덤하게 물건들을 정리하며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환자복을 갈아입고 짐까지 깔끔하게 쌌다. 그 모든 게 끝나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강우재의 앞에 가 섰다.“나 치료 안 해. 저축해둔 돈이랑 집, 가게는 전에 얘기한 대로 나눠. 지금 집과 가게는 소아에게 주고, 새집과 저축은 당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