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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하지만 현아 앞에서 넋을 잃었다는 걸 인정하기는 싫었다.

게다가 사무실에는 지금 다른 사람도 있었다.

하여 주한은 현아 옆에 선 연우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했죠?”

연우가 얼른 대답했다.

“저는 허연우라고 합니다.”

“네. 어젯밤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한데 커피 한잔 부탁해도 될까요?”

주한의 말은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아까 연우에게 확신에 찬 말투로 커피를 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현아가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연우 역시 잠깐 멈칫하더니 현아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얼른 커피 타러 나갔다.

연우가 나가고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현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한을 보며 뭐라 디스하고 싶었지만 참고는 이렇게 물었다.

“어제 잘 못 주무셨나요?”

주한은 현아의 질문에 대답은커녕 오히려 되물었다.

“화장했어요?”

“?”

현아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주한이 연우와 똑같은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저 옅게 화장을 했을 뿐인데 왜 이 사람들은 자꾸만 이걸 신경 쓰는 거지? 전에 그 정도로 게을렀던 건가? 그래서 화장 하나 한 걸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화장하고 나와 기분이 좋아졌던 현아는 지금 오히려 난감해졌다. 그래도 주한 앞에서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화장하면 안 되나요?”

현아의 말투에서 주한은 그를 향한 불만과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책망을 느꼈다. 주한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렇게 물었다.

“퇴사해서 기분이 좋은가 보죠?”

전에는 출근할 때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던 현아였다.

현아는 주한이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그녀의 퇴사가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한은 이미 결제를 끝냈다.

사원으로서 대표님 앞에서 기분이 좋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걸 현아도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곧 떠날 텐데 회사에 좋은 인상과 좋은 모습을 남겨주고 가야죠. 아닌가요? 사실 회사를 떠나서 저도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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