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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런 가능성이 떠오른 수현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수현의 얼굴이 파래지자 윤아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눈치채고 얼른 해명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자책하지 마. 조금 더 늦게 왔어도 아무 일 없었을 거야.”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아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진짜야, 진 비서님이 도와주셨거든.”

이 얘기를 꺼내며 윤아는 웃음을 지었다.

“난 그때 모든 게 다 재미없다고 느낄 때였고 몸이 음식을 거부할 때였는데 진 비서님이 내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어.”

이에 수현이 멈칫했다.

윤아의 입에서 우진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저번에도 우진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가 윤아를 도운 것이다.

이제야 윤아가 처음 돌아왔을 때 왜 두 사람의 상황을 확인한 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찾아보고 아이들의 일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도 우진 덕분이었다.

모든 퍼즐이 맞춰진 수현이 물었다.

“그럼 나에 관한 일도 진 비서가 알려준 거야?”

“응, 네가 다쳤다는 것도 네가 안전하다는 것도 다 진 비서님이 확인하고 알려주신 거야.”

그러고 보니 우진은 정말 수현과 윤아의 은인과도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우진이 없었다면 아마...

“그래, 알겠어.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꼭 정중하게 사례할 거야.”

사례라.

윤아는 우진이 사례를 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도움을 줬으니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하는 건 맞다.

“내가 이런 말을 너에게 해주는 건 선우가 나를 해치지는 않았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야.”

“그래, 너를 직접적으로 해치지는 않았지.”

수현의 눈빛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너를 다치게 한 건 맞잖아.”

이렇게 말하던 수현은 뭔가 생각난 듯 한마디 덧붙였다.

“하긴, 내 잘못도 있지.”

그때 마음이 약해져 이것저것 따지지만 않았다면, 윤아를 대신해 은혜를 갚을 생각만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수현은 이번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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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말하면 결국 윤아를 위한 것이다.“그럼 내가 좋아서 좋은 줄 몰랐던 건가?”“아니야.”아직 눈치가 남아있는 수현이 얼른 부정했다.“나도 네 생각, 너도 내 생각, 우리가 서로서로를 생각해 주는데, 내가 그것도 몰라줄까 봐?”윤아가 고개를 저었다.“나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 난 그냥 네가 할머님한테 안 좋은 인상을 남기거나 노인네 화나게 하면 어쩌나 했지. 나이도 많으신데.”“그래, 네 말에도 일리 있어. 다음부터 주의할게.”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와 그녀의 화를 풀어주는 모습에 조금 언짢았던 윤아의 마음도 바로 사그라들었다.“알면 됐어.”수현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우리 전에도 이렇게 산책한 적 있어?”윤아의 질문에 수현이 고민에 잠겼다. 수현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윤아가 수현을 바라봤다.“우리 만난 지 꽤 되는데 이렇게 나와서 산책한 적이 없다고?”윤아는 일반적인 부부라면 산책은 제일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했었지.”수현이 입을 열었다.“근데 아마 되게 오래전일걸. 우리 어릴 때.”그때 윤아는 낮이든 밤이든 막론하고 수현의 뒤를 따라다녔다. 엄격히 말하면 그것도 일종의 산책이다.“어릴 때?”윤아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수현이 과거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응.”“우리 어릴 때 또 무슨 일들이 있었어? 혹시 얘기해줄 수 있어?”수현이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당연하지.”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한 시골길을 걸었다. 수현이 옛날얘기를 해주는 걸 윤아는 조용히 들으면서 가끔 몇 마디 질문하곤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수현이 걸음이 우뚝 멈췄다. 윤아는 수현이 그 자리에 멈춰서자 이렇게 물었다.“왜 그래?”수현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야.”수현의 목소리는 마치 뭔가 참고 있는 듯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윤아가 원인을 추측하고 있다가 이내 여기로 온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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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걱정은 안 해?”이 말에 윤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난 그것보다 네가 더 걱정돼.”이 말에 수현이 멈칫했다.“뭐라고?”“미안해.”윤아가 죄책감에 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여기 오고 나서 네가 다쳤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아이들만 신경 쓰느라 수현은 아예 뒷전이었다.만약 윤아가 수현이었다면 많이 서운했을지도 모른다.윤아가 이 일로 사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수현이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고작 이걸로? 난 무슨 큰일인 줄 알았네.”이 말에 윤아의 미간도 따라서 찌푸려졌다.“많이 다쳤는데 큰일이 아니라니. 이제 돌아가자. 상처 처치 다시 해야지.”이렇게 말한 윤아는 문득 뭐가 생각난 듯 이렇게 물었다.“아참, 상처에 바를 약은 가져왔어?”걱정에 찬 윤아의 표정에 수현도 더는 그녀를 걱정시키기 싫어 이렇게 대답했다.“가져왔지. 트렁크에 있어. 내가 이따가 직접 하면 돼.”“잘할 수 있겠어?”윤아는 수현에게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지금 바로 돌아가자. 내가 처치해 줄게.”수현이 입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아는 수현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난감한 수현의 표정을 보고 윤아가 이렇게 말했다.“어차피 네가 있는데 뭐. 혹시나 내 입에 안 맞는 음식 올라오면 다 너 주면 되지. 안 그래?”수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됐어. 사실 나도 뭐 좀 먹고 싶어서 그래. 이렇게 말랐으니 나도 많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양 조절 알아서 잘할게. 더는 못 먹겠다 싶으면 억지로 먹지는 않을 거야.”윤아는 수현이 지금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어른들 앞에서 억지로 먹고 싶지 않은 것들을 먹을까 봐 걱정해서였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부드럽게 타이르자 수현도 조금 동한 것 같았다.하지만 수현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선 채 뭔가 내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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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커다란 키에 다리까지 긴 수현이 있으니 혼자 누워도 거의 침대 하나를 점할 판인데 아이들이 누울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그러니 아이들을 데려와 같이 잔다는 꿈은 깨진 거나 마찬가지였다.“됐어. 일단은 생각하지 말아야지.”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일단 상처부터 확인하자. 약 어디 넣어놨어?”윤아는 이렇게 말하더니 수현의 트렁크를 뒤지려 했다.“내가 할게.”수현은 트렁크를 내리더니 안에서 약과 붕대를 꺼냈다.이를 본 윤아가 얼른 그것들을 받아오더니 침대로 걸어가며 말했다.“여기서 바꿀 거지?”수현은 옆에 놓인 소파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침대로 가서 앉았다.입고 있던 코트는 이미 벗었고 지금은 회색의 니트에 안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고 있었다.“일단 니트 먼저 벗을래? 할 수 있겠어?”“응.”수현은 대수롭지 않게 니트를 벗어던졌다. 깔끔한 동작이 마치 다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회색 니트를 벗어던지자 보이는 하얀 셔츠에 피가 새어 나오지만 않았으면 윤아는 수현이 다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윤아는 새어 나온 피를 보며 오는 내내 아무렇지 않은 듯한 수현의 모습이 사실은 그가 억지로 버티고 있어서 그런 것임을 깨달았다.피를 봐서 그런지 윤아가 수현을 바라봤을 땐 얼굴이 어딘가 창백해 보였다.윤아는 꼼꼼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생각났다면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빨리 치료하고 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윤아의 행동도 다소 과격해졌다. 허리를 숙이자마자 수현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열심히 단추를 푸는 윤아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단추를 풀 때 수현이 어떤 표정인지도 확인하지 못했다.재빨리 단추를 풀어낸 윤아는 얼른 수현의 셔츠를 벗겼다.셔츠를 벗겨낸 후에 보이는 붕대에 윤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가 단추를 풀 때 부드럽고 섬세한 손길에 살짝 타올랐던 수현의 욕망이 걱정에 찬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윤아를 보자마자 말끔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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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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