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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무안안
강준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강지한은 사업가로서 뛰어난 두뇌와 수완을 가진 인물로 유명했는데, 온지유와 관련된 일만 나오면 마치 머리를 두고 나오는 사람처럼 보였다.

심미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강준형에게 국을 떠서 내밀며 조용히 말했다.

“할아버지, 국 좀 드세요.”

강준형은 국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마음속의 화를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다시 강지한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한마디 할게. 미연이는 매번 본가에 올 때마다 직접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 나한테 대접해. 생선을 먹을 때는 뼈를 발라서 내주고, 정말 정성껏 날 챙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늘 소파에 앉아서 큰사모님인 척하며 도우미들에게 명령만 하지. 집안 도우미들이 그 아이 주변만 맴도니, 정작 날 챙길 사람마저 없잖아!”

강준형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둘 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어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네!’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집에 요리사가 있는데 굳이 직접 요리할 필요가 있나요? 그리고 도우미는 원래 주인을 돌보는 의무가 있잖아요? 지유는 어릴 때부터 도우미들의 보살핌을 받았고 나약한 아이라 당연히 필요할 거예요.”

그는 말하면서 힐끗 심미연을 보았다.

‘이 여자는 출근할 때 정장, 퇴근 후에도 단정한 정장을 입고, 늘 사모님답게 단아한 모습만 보여주지.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고지식하고 재미가 없고... 함께 있으면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는 이 여자를 좋아하네... 생각해 보면 3년 전에도 할아버지 뜻에 따라 이 재미없는 결혼을 했지...’

심미연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국을 마셨다.

숟가락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강지한에게 내가 한 모든 건 무의미하구나. 내가 일하는 건 단지 밥벌이일 뿐이고, 내가 요리하는 건 쓸데없는 짓이라 여기는구나. 그런데도 3년 동안 내가 해준 음식을 먹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야.’

강준형은 화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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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이때, 갑자기 온지유의 낯빛이 변하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가면서 기절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빨리 119 불러!”“라이브 꺼요!”심미연은 화면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역시 수법이 너무 단순해.’그리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자 TV 화면이 꺼지면서 거실도 조용해졌다.심미연은 이미 색이 바래진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갑자기 수많은 화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온지유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자신과 강지한은 애틋한 사이란걸 연기했는데 거의 배우 뺨치는 수준이었다.순간 두통이 몰려와 심미연은 머리를 살살 어루만지다가 그만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이상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꿈속의 하늘은 이미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천둥소리는 마치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 요란했다.이때 갑자기 두 명의 어린아이의 그림자가 비치면서 안개 속을 헤집고 그녀 쪽으로 뛰쳐나왔다.그들은 초라한 옷차림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심미연의 두 다리를 꼭 껴안으면서 끊임없이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다.심미연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자마자 아이들의 가슴을 찢는 듯한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엄마,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사람들이 저희를 죽이려 해요!”아이의 목소리는 심미연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애써 손을 내밀어 위로를 건네려다 보니 어느새 자기 두 손도 떨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도 마치 응고된 것처럼 점점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바로 그때, 다급한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나지막하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심미연은 애써 고개를 들고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마치 저승사자처럼 그림자 형태로 그녀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왔다.심미연은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4화

    “미연아, 걱정하지 마. 내가 부탁해서 알아볼 테니까.”신하린은 화면을 통해 한껏 단호한 목소리로 심미연을 안심시켰다.듣고 있던 심미연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가 넥타이를 샀는지만 알아내면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쉬울 것이다.“피곤해 보이는데 이만 쉬어. 이따 다시 얘기하자.”신하린은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순간 가슴이 아팠다.“그래. 난 좀 쉴게.”심미연은 말을 마친 뒤 영상 통화를 껐다.신하린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이진영의 차갑고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멍해진 신하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진영이 의도적으로 그녀와 선을 긋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말해.”이진영은 살짝 짜증이 났는지 말투가 아까보다 더욱 어둡게 들렸다.“부탁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신하린은 어떻게 말해야 이 남자가 자기 부탁을 들어줄지 한참 동안 고민했다.“침대 밖에서는 우리가 남남인 척해야 한다며? 함부로 낯선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야?”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진영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실례했어요.”순간 신하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이진영을 통하면 분명 백화점 판매 기록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겠지만 그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했다.이 시각, 심미연은 심란했던 기분이 신하린과의 수다로 조금 풀린 것 같아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워서 TV를 보기 시작했다.공교롭게도 TV에서는 온지유에 대한 인터뷰를 라이브로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 속 온지유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이었는데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담요를 손에 꼭 쥐고 머리는 소파 팔걸이에 기댄 채 유산했다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도 채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나와서 인터뷰까지 한다고? 열심히 사네.”사실 온지유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3화

    그날 백화점에서 심미연이 넥타이를 사 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똑같은 걸 사서 박유진한테 보냈을 것이다.그래서 오늘 강지한이 갑자기 찾아와서 질투심에 불타올라 난리를 쳤던 것이고.“그래. 지금 가서 카드 가져올게.”박유진은 한껏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어차피 거짓말한 것도 아니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럼 난 먼저 올라가 볼게.”박유진은 심미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이때, 갑자기 박유진의 핸드폰이 울려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는 차에 올라탔다.심미연이 집에 들어서니 신하린한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되어서 전화했으리라 생각하고 냉큼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 신하린의 변함없는 마음이 심미연은 언제나 너무 고마웠고 오직 그녀만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미연아, 난 네가 혼자 있는 게 너무 불안해. 내가 옆에서 돌봐줄까, 아니면 도우미 아주머니라도 불러줄까? 둘 중에 네가 선택해.”신하린은 혹시나 심미연이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너무 무서웠다.“그럴 필요 없어. 정말 괜찮다니까.”아직 배도 덜 나왔고 몸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혼자라도 상관없었다.신하린은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혹시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몸이 이상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심미연은 거실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신하린에게 고백했다.“하린아, 방금 지한 씨가... 한바탕 난리 치다가 갔어. 날 먹여 살리겠대. 그러면서 카드도 주더라.”신하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뭐? 그 인간이 구연궁까지 찾아갔다고? 진짜 미친 거 아니야?”신하린은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그녀의 눈에는 강지한이 그저 쇼하는 걸로 보였다.심미연은 수화기 너머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그 사람도 그저 일시적인 충동에 그런 말을 했을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2화

    심미연은 강지한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박유진과 심미연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 자신과 온지유 이야기만 나오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이기적인 인간!’“미연아, 만약 미르 파크에 돌아가기 싫으면 내가 매일 제때 집에 가서 너랑 같이 저녁 먹을게. 어때? 네가 받아들인다면 그 넥타이를 박유진 씨한테 줬던 일은 내가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게.”강지한은 매우 진지한 얼굴로 심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비참해 보이고 비굴해 보여도 심미연이 자기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강지한 씨, 정신과 치료 좀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심미연은 너무 진지한 그의 모습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뻔했다.그의 내연녀가 되면 돈도 많이 받고 직업도 자유롭다.다른 여자였으면 분명 구미가 당겨 바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텐데 아쉽게도 심미연은 이제 강지한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심미연, 내가 지금 좋게 말할 때 받아들여. 나중에 사서 고생하지 말고.”강지한은 아까보다 한껏 낮은 말투로 말했는데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백번 양보해서 그 넥타이 사건은 이제 따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리어 강지한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꼬았다.심미연은 짜증이 섞인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두 번 다시는 지한 씨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만약 온지유 씨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면 다른 여자라도 찾아보던지. 아마 기꺼이 당신 성욕을 만족시켜 줄 테니까.”저 말도 안 되는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강지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직 상황판단이 안되나 보네.”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서야 심미연은 그가 진짜 떠났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박유진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미연아, 그 사람은 갔어?”심미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응. 오빠도 그만 가봐. 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1화

    박유진은 그녀의 상태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다시 바닥에 내려줬다.“그럼 이야기 나누고 있어. 난 가서 전화 받을게.”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이런 모습마저 강지한의 눈에는 아주 애틋하게 느껴져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심미연, 감히 날 이런 취급해? 간이 부었네?’박유진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심미연은 강지한에게 다가왔다.아까까지는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다.그리고 강지한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주겠다고 했던 그 재산들이 아까우면 나랑 같이 살 때 당신이 온지유 씨한테 줬던 선물, 집, 차, 미용원까지 전부 다 받아와. 그리고 다시 재산 나누던지.”어차피 그녀는 앞으로도 변호사 일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별로 창피하지도 않았다.그저 강지한만 버텨내면 된다.심미연의 말을 들은 강지한은 순간 눈빛이 살벌해졌다.“변호사라 그런지 말주변 하나는 끝내주네. 나는 지금 너랑 저 떳떳하지 못한 남자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온지유는 왜 갑자기 튀어나와? 그리고 가만히 있는 여자를 왜 자꾸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예전의 심미연은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어서 그녀를 다루기 참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참 악독하고 못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러는 당신은 온지유 씨랑 붙어 먹은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 사실을 전 경성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내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거야?”다시 살아난 심미연은 전투력이 슬슬 올라가는 것 같았다.강지한은 듣다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나랑 온지유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 헛소리 그만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심미연은 핸드폰에 뜬 발신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강지한은 온지유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끊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0화

    박유진은 금방에라도 쓰러질 듯한 심미연을 보고 순간 그녀의 몸이 걱정되었다.그리고 단번에 심미연을 자기 뒤로 끌어당기며 강지한에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미연이는 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이러시는 거죠?”강지한이 살벌한 얼굴로 심미연에게 저런 물음을 묻는 게 박유진이 보기에는 너무 우스웠다.그러자 강지한이 차갑게 웃으며 답했다.“내가 지겨울 때까지 놀다 버린 여자를 수거해 가는 게 박씨 집안 내력인가 봅니다?”박유진은 이 순간에도 오직 심미연이 저 말을 듣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 그러다가 온화했던 얼굴이 순간 비바람이 불 듯 서늘해지더니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의 이런 인성 때문에 미연이가 기어코 이혼하겠다고 난리 쳤나 보네요.”“하, 아무리 이혼해도 심미연은 제 여자입니다. 제 허락 없이는 박유진 씨가 함부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뜻이죠.”강지한은 질투심에 듣기 거북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심미연은 박유진 등 뒤에 가만히 서 있었고 귓가에는 여전히 강지한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면서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난 그저 강지한이 갖고 놀다가 버린 여자였구나.’“두 사람이 이혼했으면 이제 누구랑 같이 있든 그건 미연이 자유입니다. 그런데 왜 대표님의 허락이 필요한가요?”박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강지한을 바라보며 한껏 비아냥거렸다.그리고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뒤에 있던 심미연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두 사람이 같이 있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강지한은 심미연이 돌아오기를 바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심미연은 숨이 턱 막히면서 순간 눈이 새빨개지더니 누가 발에 쇳덩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한 발짝 내딛기조차 힘들었다.박유진은 단번에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제야 심미연의 창백한 얼굴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정하게 물었다.“힘들면 내가 안고 갈까?”심미연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박유진은 단번에 그녀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09화

    심미연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는 저렇게 활짝 웃어 보였던 적이 없던 것 같았다.지금까지 자기만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눈앞의 남자를 더욱 사랑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리고 3년 동안이나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순간 강지한은 누군가가 자기 목을 조르기라도 하듯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고 분노가 차오르는 동시에 알 수 없는 무력감까지 느꼈다.그리고 오늘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한 순간 그의 세상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그러나 또다시 시야에 두 사람의 애틋한 모습이 들어온 순간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순식간에 화르르 불타오르더니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심미연!”강지한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불렀는데 목소리에는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과 분노가 가득했다.예전의 그 차분했던 강지한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감정에 사로잡힌 보통 남자들처럼 운명의 기로에 서서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심미연이 찢어질 듯한 누군가의 부름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니 강지한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맞은편에 서 있었다.‘저 사람이 왜 갑자기 왔지?’박유진도 강지한을 발견했지만 왜 그리도 화가 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있었다.이 시각,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공기 중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면서 세상이 멈춘 것처럼 삽시에 고요했다.이때 강지한이 성큼성큼 심미연한테로 걸어가더니 그녀가 방심한 틈에 거칠게 팔을 끌어당겨 자기 품에 안았다.심미연은 그의 가슴에 부딪히는 순간 머리가 울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강지한 씨, 이거 놔!”심미연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 그를 힘껏 밀치며 소리쳤다.“이혼하자마자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시시덕거리고 있어?”강지한은 한껏 차가운 목소리로 싸늘하게 웃더니 분노에 찬 말을 내뱉었다.그의 얼굴만 보아도 지금 매우 화가 난 상태인 것 같았고 예전에 부드럽게 심미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도 지금은 마치 올가미처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08화

    강지한은 듣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다.대체 무얼 믿고 이리도 당당한지 알 수 없었다.“누구랑 같이 있었어?”“박유진 씨가 데리러 오셨습니다.”성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순간 주변 공기가 몇도 차가워졌다는 걸 느끼고는 괜히 온몸이 떨렸다.“지유는 지금 어디 있어?”강지한은 계속 말했다가는 열받아 죽을 것 같아 아예 화제를 돌렸다.“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렸습니다.”성무진도 강지한의 뜻을 잘 알지 못하니 뭐라고 더는 말을 못 했다.“그래. 일단 나가 봐.”성무진은 재빨리 사무실에서 나왔다.강지한은 그가 나가자마자 액세서리 케이스를 열어보았다.안에는 이노하이브에서 올해 런칭한 신상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있는데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너무 예뻐서 금세 인기 상품으로 되었다.고를 때도 심미연의 하얗고 기다란 목에 걸어주면 분명 이쁘겠다고 상상했는데 이걸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니.바로 이때, 카톡 메시지 알람 소리가 들렸다.강지한은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온지유가 그에게 박유진 사진과 함께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내 기억으로는 미연 씨가 똑같은 넥타이를 샀던 것 같은데?]그녀의 한마디가 잔잔한 호수에 돌덩이를 던진 것처럼 순간 거친 파도를 만들었다.강지한은 문득 예전에 심미연이 자신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했는데 여태껏 잊어버리고 있었다.결국에는 그 넥타이가 박유진의 목에 걸려있는 걸 본 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러다가 곧 전화벨이 울렸는데 강지한은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그리고 빠르게 수화기 너머에서 분노를 억누르면서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한 씨, 나도 금방 봤는데 미연 씨가 그 넥타이를... 박유진 씨한테 선물해 줬어. 두 사람이 너무 자연스러운 게 누가 봐도... 연인 같잖아.”강지한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두 눈을 부릅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내팽개치자 빠르게 서류들이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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