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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무안안
“난 너랑 내기 같은 거 안 해, 미연이가 너 싫다고 하면 나한테도 다시 찾아오지마, 남자가 여자 마음 하나 못 잡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강준형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심미연은 절대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 확신한 강지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서류들을 챙겨서 강준형의 뒤를 따랐다.

문밖에는 진작 내려온 심미연이 서 있었는데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얼굴에 김종수가 걱정스레 물었다.

“사모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에요.”

강지한이 내뱉은 말들이 모두 상처였는데 안색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심미연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앉아 계세요, 물이라도 갖다 드릴게요.”

하지만 김종수는 그런 심미연을 외면할 수가 없어 물을 가지러 갔고 마침 내려온 강준형이 앉아있는 심미연을 보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둘 다 그냥 여기서 자고 가, 매일 청소도 하고 이불도 바꾸니까 다 깨끗해. 얼른 올라가 봐.”

둘을 같이 붙여놓아야 아이가 생길 테니 강준형은 어떻게든 둘을 한방에 밀어 넣고 싶어했지만 심미연은 온화한 목소리로 강준형을 보며 말했다.

“내일 법정에 나가야 하는데 자료정리를 아직 못 끝내서요. 저는 그만 가볼게요.”

예전에는 본가에 돌아오면 며칠은 있으려고 하던 심미연이 오늘은 돌아가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이 낯설었던 강지한은 입술을 말아 물며 심미연을 보고 있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최우선이야, 몸도 챙겨가면서 해. 오늘은 일이 있다니까 있으라고 강요는 안 하마.”

강준형은 말을 하면서도 강지한을 보며 얼른 손에 든 서류들을 심미연에게 전해주라고 눈치를 주었다.

“할아버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할아버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강준형은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저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심미연은 진심으로 그가 만수무강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 얼른 가봐.”

그렇게 작별인사를 마친 심미연이 뒤 돌아 걸어가는데도 강지한은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강준형은 그를 발로 차며 말했다.

“얼른 가서 우산 씌워줘!”

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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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 너머로 낮고도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심연에서 흘러나온 듯한 묵직한 울림이었고 단 한 마디만으로도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이제 믿겠어요?” 순간 심미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손에 쥔 핸드폰이 한순간에 뜨겁게 달아오른 것만 같았고 목을 조여오는 듯한 압박감에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주변의 공기는 얼어붙었고 들려오는 건 오직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소리와 멀리서 간간이 울려 퍼지는 자동차 엔진 소리뿐이었다. “지금 당장 추가할게요.” 심미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바삐 움직였고 거의 반사적으로 ‘친구 추가’버튼을 눌렀다. “번호도 저장해요. 헷갈리게 만들지 말고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삭제하지 마세요.” 남자의 목소리는 다시 한 번 저음으로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묘하게 날카로운 위협이 섞여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한순간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대로 덮쳐올 기세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또 다른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그가 거쳐 온 여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고 직접 손에 쥐고 싶어진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면 언젠가는 그녀도 자신에게 마음을 열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여자는 결국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니까. 심미연은 급히 연락처 목록을 열어 저장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남자의 속셈이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은 순순히 따르는 게 최선이었다. 망설임 없이 번호를 저장한 뒤 곧바로 캡처를 떠서 그의 카톡으로 전송했다.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그녀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가슴속 불안과 초조함이 얽혀드는 가운데 시간은 더더욱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카톡 알림음이 적막을 깨듯 울려 퍼졌다. 문도현이 보낸 메시지는 단 하나. [실시간 위치 공유.] 정확한 좌표가 찍힌 지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4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심미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문도현 씨? 무슨 일이죠?” ‘지난번에 차에서 걷어찼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나?’ “같이 방 잡을려고요.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 아닌가?” 문도현의 느물거리는 목소리에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할 얘기 없으면 끊겠습니다.” 심미연은 정신 나간 사람이랑 엮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문도현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당신 아들 찾고 싶지 않아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미연은 손끝이 떨렸지만 애써 감정을 다잡았다. “무슨 뜻이에요? 내 아들이 당신 손에 있어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거듭 물었다. “지금 어디예요?”조급한 마음이 앞서 자꾸만 질문이 튀어나왔다. “나한테 예쁘게 부탁하면 가르쳐 줄 수도 있죠.” 가벼운 웃음이 섞인 장난스러운 말투. 심미연은 이를 악물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장난치지 말고. 지금 당장 위치 알려줘요.” “그럼 내 카톡 추가 받아줘요.” 순간, 지난번에 그가 카톡 추가하자고 했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엔 그걸 핑계로 삼으려는 거였다. “좋아요.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추가할게요. 아이디 알려줘요.” 문도현이 키득 웃었다. “내 번호도 저장해 둬요. 다음번에도 안 받으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알겠어요.” 심미연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이부터 찾고 그다음에 번호를 삭제할 생각이었다. “삭제하지 말고. 알겠죠?” 대답도 하기 전에 마치 속을 꿰뚫어 본 듯한 말이 들려왔다. 심미연은 말없이 침묵했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문도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답 안 하는 거 보니까 내 생각이 맞았네요? 당신 나 찾고 나면 바로 번호 지울 생각이었죠? 그런 거라면...” 문도현은 목소리는 한층 낮아지며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신 아들 다시 못 볼 줄 아세요.” 뇌리를 찌르는 듯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3화

    이진영이 멍하니 서 있는 틈을 타 심미연은 마치 질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신하린을 품에 안고 발걸음을 단단히 다잡고 밖으로 내달렸다. 경호원들은 마치 강철로 만든 성벽처럼 일렬로 서서 단단히 사람들로 이루어진 벽을 형성했고 격분한 이진영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했다. 이진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리며 마치 분노한 사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심미연이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심미연이 경호원들을 여기까지 데려올 정도라면 분명 완벽한 대책을 세운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 손을 대면 심미연의 경호원들이 몰려오면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주위의 공기가 마치 얼어붙은 듯 고요해지고 심미연과 경호원들의 무거운 발걸음 소이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이진영의 가슴 속에 깊이 파고들며 매 걸음이 전례 없는 좌절과 무력감을 안겨 주었다. 한유나는 한쪽에서 심미연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 기울여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복잡하게 변화하며 질투가 독사처럼 마음속을 감쌌고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왜 심미연은 두려움 없이 당당할 수 있는 걸까?’ 반면, 자신은 마치 쫓겨난 개처럼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심미연은 한유나가 지금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오직 신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기만을 생각했다. 그래야 신하린이 더 이상 이진영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될 테니까. 대문 앞에 쌓인 폐허를 보고 신하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대문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심미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사람을 시켜서 굴삭기로 밀어버렸어.” 그녀는 이곳에 올 때 이진영이 신하린을 안고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문이 폐허처럼 변한 모습을 보고 신하린은 마치 심장이 꽉 쥐어진 듯 숨이 막힐 정도로 압박감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깨달았다. 심미연처럼 좋은 친구를 만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2화

    “그 말은... 결국 나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거군요?”심미연이 차갑게 물었다. 신하린은 본능적으로 심미연의 옷깃을 움켜잡았다. 그녀는 죽어서라도 이진영과 함께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하린이를 남겨두면 심미연 씨는 나갈 수 있습니다.” 그의 눈은 신하린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눈동자 속에서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이빨 사이로 겨우 빠져나온 듯한 그의 말은 반박할 여지 없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신하린이 그를 떠난다면 그것은 마치 끊어진 실처럼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 깊은 감정은 결국 무한한 후회와 고통으로 변할 터였다. ‘반드시 붙잡아야 해.’그 집착은 뜨겁게 불타듯 그의 가슴 속을 태웠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심미연은 입꼬리에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의 집착을 한심하게 여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진영 씨가 하린이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냉소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 그러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이 손을 휘두르며 명령을 내렸다. “들어와.”순식간에 문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일제히 들어왔다. 그들의 발걸음은 일사불란하게 맞춰져 있었고 마치 풀려난 맹수처럼 위압적이었다. 방 안은 긴장감이 감돌며 공기 속에서 불꽃이 튀는 듯한 팽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진영은 차가운 시선으로 경호원들을 훑어보며 비웃었다. 그의 입술에는 섬뜩한 냉소가 떠올랐다.마치 겨울의 날카로운 칼날처럼 차갑고 예리했다. “누가 강지한의 여자가 아니랄까 봐. 다르긴 다르네요. 지한이의 수단을 그대로 배워 오셨군요. 대단하시네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운 톤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겨우 끌어내듯 말했다. 차가운 콧김이 그의 코에서 터져 나오며 그 소리는 마치 짐승이 으르렁대는 듯 방 안을 진동시켰다. 심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1화

    심미연은 잠시 얼굴을 찡그리며 한유나를 바라봤다. “미연아, 그 여자가 나를 거의 죽일 뻔 했어.” 그때 신하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심미연은 신하린의 목을 살펴보며 아무런 상처도 보지 못한 채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그 여자는 내가 죽기를 바랐어.” 신하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가 의식이 없었을 때 한유나가 멈추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 한유나는 내가 절대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심미연은 단호하게 말하며 신하린을 부드럽게 안아 밖으로 향했다. 신하린은 매우 가벼웠지만 그녀를 오랫동안 안고 있자 심미연도 점차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심미연은 발걸음이 점점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 이진영이 다가와 그녀를 가로막았다. “하린이는 데려갈 수 없습니다.” 심미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요? 나한테서 뺏으려는 건가요?” 이진영은 신하린을 안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린아, 나한테 와. 다시는 한유나가 널 찾지 못할 거야.” 그는 한유나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고 어떻게 2층으로 올라갔는지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었다. 집안의 가정부에게 모두 물어봤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만약 내가 하린이를 당신에게 줄 수 없다면요?” 심미연은 신하린을 더 꽉 안으며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이진영은 사람을 강제로 빼앗으려 했다. 어차피 그는 두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더 악역이 되어도 상관없었다. “이진영 씨, 이렇게 계속 나오신다면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심미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하린이는 내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어야 해요.” 이진영은 강압적으로 말했다. 그는 신하린이 그를 떠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미워하든 말든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70화

    “알았어. 하지만 나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사람이 하나 있어.” 심미연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금방 끝낼게.”“응. 기다릴게.” 신하린은 바닥에 앉아 있는 한유나를 보고 자신을 거의 죽일 뻔했던 그녀에게 반드시 갚아줘야 한다고 결심했다. 심미연은 몸을 곧게 펴고 한유나에게로 걸어갔다. 심미연은 한유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봐. 뭘 알고 있어?”심태하 실종 사건은 철저히 은폐됐지만 만약 한유나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분명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너 잘났잖아. 직접 조사를 해보지 그래?” 한유나는 그 어떤 것도 쉽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와 심미연은 원한이 깊은 관계였으니까. “말 안 하겠다? 좋아.” 심미연은 차분하지만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한유나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쩍였다. “뭘 하려는 거야?” 한유나는 순간 목이 말라오는 듯한 두려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심미연은 화를 내지 않고도 상대를 압도하는 존재였다.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와 그저 담담한 말 한마디에 한유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 말은 무겁고 날카롭게 다가와 온몸에 서늘한 기운을 퍼뜨렸다. “임지혜가 내 아들을 납치한 걸 알고 있지? 그럼 임지혜가 내 아들을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알겠네?” 그녀는 아들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 기다림은 점점 더 무섭게 그녀를 짓누르며 그녀의 마음속에 서서히 초조함이 스며들었다. 불안과 초조는 점점 더 강해졌고 그녀의 마음은 이제 더 이상 평온할 수 없었다. 순간, 한유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 한유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심태하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된 건 우연히 그 남자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엿들고 나서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심미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9화

    “도련님, 어서 가서 보세요! 저 사람들 기세가 장난이 아니에요... 너무 무서워요.” 가정부는 방금 본 광경을 떠올리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손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대문 앞이 아니라 저택 안쪽에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아니었다면? 지금쯤 무너진 잔해더미 속에 깔려 목숨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이진영은 미동도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단숨에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감히 누가 굴삭기를 몰고 들어왔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정말이지,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차가움보다 더 서늘한 것은 이진영 자신의 살기였다. 가정부는 황급히 감정을 추스르며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대문 밖. 깊고 어두운 밤을 뚫고 하얀 조명이 사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진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시야를 조정했다. 그때 멀리 서 있는 한 사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 곳에 심미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냉랭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진영의 발걸음이 아주 잠시 멈칫했다. ‘심미연이 왜 여기에 있지?’ “하린이... 왜 이래요?” 이진영이 신하린을 안고 나오는 걸 본 순간, 심미연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창백하게 축 늘어진 신하린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순간, 숨이 턱 막혔다. “기절했어요. 병원에 데려가려던 참이에요.”이진영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심미연이 묻기도 전에 먼저 설명하는 걸 보니 그 역시 그녀의 걱정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심미연은 흔들리는 눈빛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내 차로 옮기세요. 내가 먼저 상태를 확인해 볼게요.” 지금은 감정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신하린이 의식을 잃은 이상, 그녀를 살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이진영이 한쪽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8화

    그때였다. 문이 거세게 부서질 듯 열리며 이진영이 살기를 가득 안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유나!”낯선 분노에 찬 그의 외침에 한유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순식간에 그의 손에 붙잡힌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죽고 싶냐?”이진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았다. 쿵.“아아악!”한유나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찔거렸다.예상치 못한 충격이 다리부터 허리를 타고 올라오며 뼈가 금이라도 간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숨이 멎을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졌고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한유나는 다리를 부여잡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이진영의 시선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두려움으로 그녀를 짓눌렀다. “진영 씨... 진짜 너무해요...”그녀는 울먹이며 애처롭게 말했다. “신하린이 먼저 날 욕했단 말이에요... 나도 그냥...”이진영은 차디찬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누가 하린이한테 손대라고 했어?”말끝에 담긴 살기는 얼음송이처럼 날카로웠고 그의 발끝이 한유나의 다리 근처를 가볍게 누르자 한유나는 숨이 멎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제발... 발 좀 빼줘요... 뼈가 부러질 것 같다고요.”그녀는 울먹이며 필사적으로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진영은 미동도 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죽는 게 소원이야?”그는 낮고 무심하게 말하며 눈빛 하나로 그녀의 숨을 죄었다. “그럼 내가... 아주 만족스럽게 보내줄게.”그는 여자를 때리지 않지만 지금 한유나는 선을 넘었다. 교훈을 주지 않으면 이 분노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진영 씨,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돼?”한유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들을 쏟아냈다. 강했던 자존심도, 매번 애써 웃던 얼굴도 이 순간만큼은 다 무너졌다.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대체 신하린을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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