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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Penulis: 무안안
온지유는 속에서 불길이 치밀어 올랐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심미연이 부르잖아. 얼른 가. 난 신경 쓰지 말고!”

강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사님이 병원까지 데려다줄 거야. 금방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그는 온지유를 차로 데리고 가 조심히 태웠다.

“안정 좀 취하고 있어.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

그 후 그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출발시키라고 지시한 뒤, 집 안으로 돌아갔다.

온지유는 차창 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강지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을 꽉 쥐었다.

‘저 늙은이! 언젠가 내 앞에서 죽어가는 걸 꼭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거야!’

강지한이 본가로 들어섰을 때, 거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심미연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김 집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 사이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해 보였다.

강지한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심미연은 본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왜 온지유한테는 그렇게 날을 세우는 거지?’

그가 들어오는 소리에 심미연이 과일을 입에 넣으며 그를 힐끗 보더니 2층을 가리켰다.

“할아버지는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셔.”

그녀는 강준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담담했다.

김 집사는 미소를 거두고 강지한에게 다가왔다.

“둘째 도련님, 저를 따라오세요.”

김 집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모님은 이렇게 온화하고 선한 분인데, 둘째 도련님은 어찌 저리 냉정하고 무심할까. 사모님이 언젠가 참다못해 이혼이라도 요구하면 어르신은... 어휴,난리 나시겠네.’

강지한은 짧게 대답한 뒤 계단을 오르며 김 집사에게 물었다.

“김 집사님, 왜 지유한테는 큰사모님이라고 부르면서 미연이한테는 그냥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난 둘째 도련님이니, 미연이가 둘째 사모님이어야 맞지 않나요?”

김 집사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어르신께서 예전에 말씀하시길, 자신이 인정하는 손주며느리는 사모님 한 분뿐이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호칭은 사모님께만 해당합니다.”

강지한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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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로펌 사람들이 새로 개업했다는 법무법인 대명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얼핏 듣기는 했지만 심미연은 워낙 바빴던 탓에 그런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서 무시했었는데 해외에서 온 대표라는 게 박유진을 가리키는 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그리고 항공사가 주요사업인 박씨 집안에서 왜 갑자기 로펌을 시작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이미 들었나 보네. 맞아, 대명이 내가 새로 개업한 로펌이야.”“그러고 보니 오빠도 경인대 법학과 나왔었네. 만약 오빠가 그때 변호사 했었으면 내 라이벌 됐을 수도 있겠다.”“내가 변호사가 됐었어도 우리가 라이벌이 되진 않았을 거야.”‘난 그냥 네 옆에서 너를 도와줬을 거야.’박유진이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고 있을 때 신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연아! 미연아, 어딨는 거야?”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감동한 심미연은 열심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하린아! 나 여기 있어!”그때 또 다른 차량 하나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차에 탄 강지한은 결혼반지를 떡하니 끼고 외간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제 아내를 보다가 언짢은 듯 핸들을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애초에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발걸음을 한 것 같았다.박유진은 심미연을 안아 들어 차에 태우며 말했다.“친구한테 내 차 운전해서 가라고 해. 여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말을 마치고 일어서는 박유진에 주먹을 쥐고 있던 신하린이 행동을 멈춘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박유진 씨가 왜 여깄어요?”나쁜 놈인 줄 알고 날리려던 주먹이 무색하게 박유진은 태연하게 차 키를 던져주며 말했다.“먼저 가세요.”“박유진 씨는 안 가요?”“나 신경 쓰지 말고 미연이 얼른 집에 데려다줘요, 저러다 감기 들겠어요.”말을 마친 박유진은 아까 차를 세운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서에게로 다가갔다.하마터면 심미연을 구하지 못할뻔했는데 만약 심미연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평생의 후회로 남을 뻔한 날이었다.박유진이 뒤로 돌자 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차에 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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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였다. 문이 거세게 부서질 듯 열리며 이진영이 살기를 가득 안고 안으로 들이닥쳤다. “한유나!”낯선 분노에 찬 그의 외침에 한유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순식간에 그의 손에 붙잡힌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죽고 싶냐?”이진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놓았다. 쿵.“아아악!”한유나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찔거렸다.예상치 못한 충격이 다리부터 허리를 타고 올라오며 뼈가 금이라도 간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숨이 멎을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졌고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한유나는 다리를 부여잡은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통증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이진영의 시선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두려움으로 그녀를 짓눌렀다. “진영 씨... 진짜 너무해요...”그녀는 울먹이며 애처롭게 말했다. “신하린이 먼저 날 욕했단 말이에요... 나도 그냥...”이진영은 차디찬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누가 하린이한테 손대라고 했어?”말끝에 담긴 살기는 얼음송이처럼 날카로웠고 그의 발끝이 한유나의 다리 근처를 가볍게 누르자 한유나는 숨이 멎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제발... 발 좀 빼줘요... 뼈가 부러질 것 같다고요.”그녀는 울먹이며 필사적으로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진영은 미동도 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죽는 게 소원이야?”그는 낮고 무심하게 말하며 눈빛 하나로 그녀의 숨을 죄었다. “그럼 내가... 아주 만족스럽게 보내줄게.”그는 여자를 때리지 않지만 지금 한유나는 선을 넘었다. 교훈을 주지 않으면 이 분노를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진영 씨, 정말...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야 돼?”한유나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들을 쏟아냈다. 강했던 자존심도, 매번 애써 웃던 얼굴도 이 순간만큼은 다 무너졌다. 그녀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대체 신하린을 얼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7화

    “하린아, 잘 들어. 내가 지금 가고 있으니까 최대한 시간을 끌어. 꼭 조심하고.”심미연의 목소리에는 낮은 압박감이 묻어 있었다. 신하린은 왜곡된 표정을 지은 한유나를 바라보며 깊게 숨을 쉬었다. “알았어.”심미연이 오겠다고 하니 신하린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이 상처를 입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누군가가 대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솟았다. 그때 한유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신하린에게 돌진했다. 신하린은 급히 손으로 막으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경계했다. “거기 멈춰.”‘이 여자가 왜 갑자기 또 발악하는 거지?’신하린이 그 생각을 하기도 전에 한유나의 강한 손바닥이 얼굴을 가격했다. “내가 아까 말했지. 밖에 하인 처리하고 너도 처리할 거라고.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거로 보여?”신하린은 아픈 얼굴을 찡그리며 한유나의 옷깃을 잡고 빠르게 반격했다. “네가 뭔데 나한테 손을 대?”지금 배고픔에 어지러워서 한유나를 때리기조차 힘들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한유나는 신하린이 이렇게 된 상황에서도 반격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신하린, 감히 나한테 덤벼? 무슨 자신감이지?’“한유나, 너랑 이진영 씨 문제는 나한테 찾아오지 마. 너 상대 잘못 골랐어. 엄연히 말하면 나도 피해자야.”신하린의 몸은 약해 보였지만 그녀의 말투는 강한 기세를 띠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한유나에 대한 경멸과 역겨움이 뒤섞여 있었다. 한유나는 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입술을 씰룩이며 신하린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손을 뻗어 신하린의 목을 조여왔다. “네가 계속 들러붙지 않았다면 진영 씨 눈에 내가 안 보일 리가 없잖아.”한유나는 갑자기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쇼핑몰에서 이진영이 신하린과 함께 옷을 고르고 있을 때 그의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랑을 목격했다. 그 순간, 신하린이 있는 한 이진영의 마음에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6화

    세상 모든 여자가 강지한을 사랑한다고 해도 심미연은 절대로 그 중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심미연이 강지한에 대한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그 사실을 신하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넌 당연히 심미연 편을 들겠지.”한유나는 신하린의 말을 믿지 않았다. “믿든 말든 상관 없어. 어쨌든 미연이는 강지한에게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신하린은 더 이상 한유나와 말을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아 얼굴을 돌려 그녀를 보지 않았다. 한유나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서 있었다. 그때 화면에서 낮고 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볼륨은 크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엔 단호한 힘이 실려 있었다. “내가 남의 남자를 빼앗으려 했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했겠지. 하지만 한유나, 너는?”“몇 년 동안 이진영 씨를 쫓아다니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이진영 씨의 침대에도 올라가지 못했잖아? 참 안타깝고 웃기네.”그 목소리는 심미연의 것이었다. 그녀는 한유나와의 싸움을 피하려 애썼다.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꺼내지 않으려 했지만 한유나의 도발이 점점 더 지나쳐갔다. 결국 참을 수 없었다. 심미연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유나의 마음을 정확히 찔렀다. 한유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본능적으로 눈을 크게 뜨며 신하린의 손에 쥐어진 전화를 노려보았다. “이 천박한 것, 핸드폰 내놔!” 신하린은 한유나를 무시한 채 손에 든 핸드폰 화면을 여전히 응시했다. 전화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고 공기 중엔 억눌린 침묵만이 가득했다. 오직 자신이 뛰는 심장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만이 그 침묵을 깨고 있었다. 한유나의 말이 떠오르며 신하린의 마음속엔 불길한 예감이 솟구쳤다. 목구멍이 마르고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 “미연아, 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신하린은 손가락으로 핸드폰 가장자리를 문지르며 작은 행동 속에서 안도감을 찾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5화

    한유나는 신하린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괴하게 웃었다. “급할 거 없어. 곧 너도 처리할 테니까. 어차피 오늘 너희 둘, 가만두지 않을 거야.” 신하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 이 시간, 자정이 가까운 이때에 한유나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는 분명히 이진영이 오지 않는 걸 알고 온 것이었다. 집에 있는 가정부들만으로는 도와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처지는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그 생각에 손이 본능적으로 베개 밑에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화면을 눌러 긴급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한유나의 모습은 점점 더 비정상적으로 변해갔다. 그녀가 미쳐서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신하린을 엄습했다. 사람은 때때로 이성을 잃으면 미친 짓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하린이 전화를 걸자마자 한유나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손으로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 신하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 눌려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한유나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비웃었다. “왜? 심미연에게 연락하려고? 지금 심미연은 자기 일도 바쁠 거야. 너 같은 년에게 신경 쓸 여유 없을걸?” 그 말을 들은 신하린의 가슴 속에 불안이 밀려왔다. “미연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뉴스나 실시간 검색어에서 심미연에 관한 소식을 전혀 보지 못했기에 한유나가 알고 있다는 건 그녀가 심미연에게 무언가 했음을 의미했다. “너 심미연의 가장 친한 친구 아니야? 심미연이 이런 일도 너한테 말 안 해줬어?” 한유나는 신하린을 쳐다보며 웃었지만 그 웃음엔 단 한 점의 따스함도 없었다. “지금쯤 심미연은 아마 아들 장례 준비로 바쁠 거야. 네 전화 받을 여유가 있을까?” 신하린의 머리가 하얘졌다. 심태하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었다. “헛소리 하지 마.” 신하린은 한유나을 똑바로 쳐다보며 눈에 불타는 분노를 담았다. 그 눈빛엔 분노와 의심이 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4화

    심미연이 그 집에 다시 발을 들리는 순간, 문소영에게는 그것이 곧 파멸과 다름없었다. 그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지한은 냉소를 흘리며 차창 밖으로 깊고 검은 어둠을 바라봤다. 손끝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하얗게 질린 손등이 그의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눈빛엔 얼어붙은 겨울처럼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차디찬 눈이었다. “허락 못 해? 당신이 감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이 서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이를 악문 틈 사이로 날아드는 듯한 위협감이 있었다. “그리고 내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 당신 일이나 똑바로 하시고.” 문소영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속에서 뜨겁고 불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강지한, 난 네 어머니야.”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엔 억울함과 분노가 짙게 배어 있었다. 강지한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 속엔 따뜻함은 눈곱만큼도 없었고 오직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가득했다. 그의 눈빛은 한순간 날카로운 살기로 번뜩였다. 그 시선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버릴 것처럼 차가운 칼날 같았다. “내 어머니는...” 그는 잠시 침묵을 깨고 단호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미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어.”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칼끝처럼 날카롭고 심장을 찌르는 고통과 증오로 가득했다. 그 말에 문소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전화 너머로도 강지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서슬 퍼런 기운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 문소영은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강지한은 여전히 앞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앞엔 어머니의 미소와 마지막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그 끔찍한 장면은 마치 반복 재생되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의 가슴을 계속해서 후벼팠다. “내 어머니의 죽음, 난 끝까지 파헤칠 거야.” 강지한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3화

    강지한의 시선이 성무진의 얼굴에 고정되며 의문을 담아 물었다. “뭔가 떠오른 거라도 있어?” ‘평소에 차분하던 애가 왜 이렇게 반응이 크지?’ 성무진은 그의 시선에 반사적으로 등을 곧게 펴며 눈빛 속의 결단력을 감추지 않았다. “그때도 심미연 씨가 바닷가에서 실종됐었잖아요. 대표님은 몇 달 동안 미친 듯이 찾아다녔고... 결국 4년이 지나서야 다시 돌아왔죠.” 강지한의 이마 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순간,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태하가 바다에 뛰어든 것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장면이라는 건가?’성무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는... 혹시 그날 작은 도련님이 진짜로 무슨 일도 당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요?’ 말을 하며 성무진은 끊임없이 강지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자 불안이 밀려왔다. ‘혹시 내가 선을 넘은 건가?’“일단 사람부터 찾아.” 강지한은 냉기가 서린 얼굴에도 불구하고 억눌린 감정을 애써 다잡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성무진의 말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심태하가 살아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단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 “알겠습니다.”성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삼켰다. 잠시 망설이다가 조십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이제 돌아가시죠?” 강지한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대로 떠나면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근처에 호텔이라도 잡을까요?”“그럴 필요 없어.” 강지한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심태하가 마음에 걸려선지 호텔에 가더라도 잠을 이룰 리 없었다. 오히려 뒤척이다 밤을 지샐 게 분명했다. “그럼...” 성무진이 말을 잇고자 하던 그때 강지한의 핸드폰이 울렸다. 짧은 진동음에 대화가 멈췄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핸드폰으로 향했다. 강지한은 화면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그 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2화

    “저도 오빠 찾으러 갈 거예요.” 강상미는 오빠가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만 계속 떠올리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아픔이 밀려왔다. “상미야, 미안해.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아줌마 먼저 가볼게.”심미연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주변의 침묵을 가르며 지나갔다. 차갑고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후회도 담기지 않았다.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급히 돌아서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그 속도에 주변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미연아...” 강지한은 심미연의 이름을 부르며 입을 열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바람처럼 떨리며 식어갔다. 그의 눈에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놀람, 갈망, 그리고 그 누구보다 깊은 고통이 교차하며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심미연은 그의 부름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는 결단력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더 멀어지자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잠수할 사람 몇 명 보내. 지금 당장.”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점점 더 빨라졌다. 강지한은 심미연의 뒷모습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고통이 쿵쾅거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움켜잡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고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가 터질 듯했다. “아빠, 우리도 빨리 오빠 찾아러 가요.” 그 순간, 강상미가 조용히 강지한에게 속삭였다. 강지한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리며 급히 강상미를 안아 들고 화물선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성무진은 그 뒤를 조용히 따르며 아무 말 없이 따라갔다. 심미연은 한참을 걸어가다 멈춰 섰다. 그녀는 바다를 응시하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마치 무엇인가가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는 듯한 아픔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 고통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1화

    “강지한, 태하는? 우리 태하 못 봤어?” 거센 파도를 가르며 심미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지한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성무진이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어쩌지... 작은 도련님이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이걸 심미연 씨한테 어떻게 말해?’ 심미연은 초조한 얼굴로 화물선에 뛰어올랐다. 쌓인 컨테이너를 하나씩 가뿐히 넘으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발걸음 하나하나가 간절함과 불안으로 뒤섞여 있었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거칠게 뺨을 스쳤다. 하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강지한 앞에 섰다. 단 몇 걸음. 서로의 거친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심미연의 눈빛에는 초조함과 분노가 뜨겁게 타올랐다. 그 시선은 마치 강지한을 꿰뚫어 보기라도 할 듯 날카로웠다. 강지한은 그녀의 날 선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츠렸다. 그의 품에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강상미가 안겨 있었다. 강지한의 목소리는 목구멍에서 뭉개지다 결국 잠긴 듯한 톤으로 힘겹게 흘러나왔다. “못 봤어. 지금 사람들 시켜서 찾고 있어. 상미가 기절했어. 일단 상미부터 병원으로 데려가야 해.”이 아이가 깨어나는 순간, 모든 게 들통 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심미연의 눈에 순간적으로 숨겨진 고통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눈빛을 굳히고 강지한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이제는 그의 가슴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였다. “아이 내려놔. 내가 봐줄게.” 심미연은 한 치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인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강상미를 받으려 했다. 강지한은 복잡한 마음이 교차하며 무의식적으로 강상미를 심미연에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강상미와 심미연을 같은 공간에 두어서는 안 되었다. 그 잔혹한 진실이 그녀 앞에 드러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60화

    지난번 문소영이 그에게 임지혜와 소개팅을 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여자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 여자는 강 대표님과 곧 결혼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그 여자의 행복을 방해해서 우리를 없애는 거라고 했어요.” 강지한은 그 말에 바로 반응했다. “그럴 리 없어.”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럼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태하의 맑고 투명한 눈이 강지한을 정통으로 바라봤다. 그 눈을 마주친 순간, 강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임지혜와는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여자와 결혼이라니, 불가능했다. 그리고 아이 때문에 그녀의 행복이 방해된다는 건 더 말이 안 되었다. “오빠, 여기로 와. 나 무서워...”강상미는 조그만 얼굴을 찡그리며 계속 심태하를 불렀다. 심태하는 웃으며 동생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빠 여기 있어.” 강지한은 마음속의 불안을 억누르며 심태하를 쳐다봤다. “빨리 여기로 와. 그러면 아까 한 말은 없었던 걸로 해줄게.” 그는 심태하를 믿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 그가 유일하게 생각하는 건 심태하를 자신에게 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가 서 있는 바로 뒤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있었다. 아이는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바다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었다. 그는 절대로 그 아이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당신이 뭐라고 따져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제가 말한 건 다 사실이에요. 못 믿겠으면 이거 한 번 들어봐요. 녹음도 했어요.”심태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강지한에게 던졌다. “여기 다 있어요. 직접 들어보세요. 제가 말한 대로라면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그리고 아이는 몸을 한 번 휘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 강지한은 급히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으려 했고 그 순간 귀에 들려온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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